안녕하세요. 전 세계 100여개 도시에서 만난 사람들이 묻는 인생에 관한 질문과 법륜 스님의 답변! 오늘도 시작해 봅니다.
법륜 스님의 세계 100회 강연 중 22번째 강연이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렸습니다.
어제는 밤12시에 프랑스 파리를 출발하여 밤새 차를 타고 새벽5시30분에 독일 아헨에 도착했습니다. 밤새 차를 타고 오느라 휴식을 취하지 못해 6시부터 잠깐 휴식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10시에 다시 아헨을 출발해 차를 타고 2시간을 달려 12시에 뒤셀도르프에 도착해 현지 교민 분이 차려준 점심을 먹었습니다.
오후에는 잠깐 시간을 내어 독일 교민 역사의 산 증인인 이상호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상호님은 1965년 33살의 젊은 나이에 광부로 독일에 왔습니다. 독일 교민의 역사에서 가장 초창기에 온 분입니다. 최근에는 ‘독일 광부 30년사’를 직접 책으로 집필하기도 했습니다. 사모님도 남편을 따라 1966년에 간호사로 왔는데, 두 분은 이곳 독일에서 무려 49년을 살아오고 있는 셈입니다. 그동안의 독일에서 살아온 삶이 어떠했는지 물어보니 이렇게 말해줍니다.
▲ 독일 교민 역사의 산 증인이신 이상호 박삼순 부부
“사실 독일이나 한국이나 삶에 있어서 부딪치는 어려움은 같습니다. 어떤 마음을 갖느냐에 따라 한국에서도 똑같은 어려움에 처할 것입니다. 독일 사회는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거의 없었어요. 그리고 직업에 대한 귀천 의식도 크지 않았습니다. 한국처럼 광부라 하면 천한 직업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광산에서, 제철공장에서 일하면서 보람되게 잘 지냈습니다. 다만 이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 몸은 고향 땅에 묻히고 싶은 바램이 있습니다.”
낯선 나라에서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어려운 점은 없으셨냐?”는 질문에 그냥 웃기만 하는 얼굴의 주름살을 보며 마음 한 켠이 숙연해졌습니다.
스님은 연일 계속된 강행군으로 목이 많이 아프고 온몸에 근육통이 있어서 도착하자마자 휴식을 취했는데 회복이 계속 안 되어 예정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병원에 갔습니다. 북유럽에서 강연을 하는 동안 마이크 시설 없이 휴대용 스피커로 강연을 계속 했는데, 목을 무리하게 사용한 것이 한 원인인 것 같습니다. 편도선이 붓고 목에서 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오늘도 강연이 있으시냐?” 며 스님의 계속된 강행군을 많이 염려했습니다. 항생제 처방을 받고 인근 약국에서 약을 구입해 먹고 곧장 강연장으로 향했습니다.
오늘 강연은 Freizeitstatte Garath 라고 불리우는 문화센터에서 열렸습니다. 총 120명이 참석하여 강연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 오늘 뒤셀도르프 강연이 열린 Freizeitstatte Garath
총 6명이 다양한 질문을 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아내와 종교가 달라 갈등인 남성 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 질문자 : “저는 기독교를 믿고 있고요. 아내는 어렸을 때부터 불교 집안에서 자라서 불교를 믿고 있습니다. 저는 성경학교를 다녔다면 아내는 불교학교를 다녔습니다. 결혼할 때는 종교는 개인적인 문제라 제가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괜찮겠지 했는데, 제 가족들도 모두 기독교여서 아내가 혼자 외롭게 떠다니는 섬처럼 되고 있어요. 저는 종교를 바꾸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주변 분위기가 교회에 나가야 하는 것으로 압박이 되고 있습니다. 저도 말로는 아내에게 자신의 종교를 지키면 된다고 하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는 아내가 종교를 바꿔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이 될 줄 알았는데, 결혼 한지 5년이 되었지만 갈등은 늘 제자리입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 법륜 스님 : “아이들이 있어요?”
- 질문자 : “네, 있습니다.”
- 법륜 스님 : “남편과 아내, 두 사람의 문제는 평등합니다. 이 문제를 갖고 각각 고집해도 상관없어요. 그러나 아이를 가지면 부모로서 아이에게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책임의 문제가 있습니다. 사회제도가 아이는 주로 엄마 품에 많이 있게 되지요. 엄마라는 말은 ‘기룬 자’라는 뜻이에요. 주로 여자가 아이를 기루니까 주로 여자가 엄마가 되는데, 만약에 아빠가 아이를 기루면 아빠가 엄마가 됩니다. 아이는 육체적으로는 엄마와 아빠를 반반씩 닮는데, 정신적으로는 품에 안아서 기룬 엄마를 80% 이상 닮습니다. 엄마의 심리적 프로그램을 아이가 다운 받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질문자의 아이가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스트레스도 덜 받고 건강하려면 내가 아이에게 잘해준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아이의 엄마가 스트레스를 안 받아야 합니다. 엄마가 마음이 편안해야하고 아이의 심리도 안정이 됩니다.
시어머니가 손자를 건강하게 자라게 하려면 ‘아기 엄마’인 며느리에게 잘해주어야 하고, 아빠가 아이를 건강하게 자라게 하려면 ‘아기 엄마’인 아내에게 잘해주어야 합니다. 남편과 아내라는 입장에서 아내에게 잘해주라든지 시어머니와 며느리라는 입장에서 며느리에게 잘해주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성인끼리는 둘이서 싸우든 말든 자기들 문제인데, 아기가 있을 때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종교적인 문제로 아기 엄마에게 갈등이 있으면 부부 지간에는 괜찮지만 아기에게는 나쁘다는 것을 질문자가 알고 있어야 합니다. 특히 아기가 세 살 때까지는 100% 영향을 줍니다. 유치원 때는 70%, 초등학교까지는 50%, 사춘기 때는 30% 정도 영향을 주고, 성인이 되면 거의 영향을 안 줍니다. 그래서 질문자는 아기 엄마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줘야 합니다. 종교 문제로 갈등을 일으키면 바보 같은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불교가 좋냐 기독교가 좋냐 하는 문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가족들에게 “그러지 마라” 자꾸 그러면 질문자가 가족들과 또 갈등이 생기거든요. 특히 기독교는 가족들을 전도하지 못하면 교회에서 체면이 안섭니다. “너 가족도 전도하지 못하니?” 이렇게 되기 때문에. 권사나 집사가 되려면 가족을 전도해야 올라갈 수 있거든요. 기독교 집안에 시집을 왔기 때문에 가족들이 그러는 것은 어쩔 수가 없어요. 그래서 질문자는 아내가 아기를 키우는 동안에는 거기에 구애를 받지 않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질문자가 아기 엄마를 편안하게 하는 방법은 질문자만이라도 항상 아내에게 “아이고 여보, 종교 문제 때문에 힘들었지? 괜찮아” 이렇게 위로해 주고 오히려 자기 신앙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남편이 좋으면 남편의 종교도 좋게 보이고, 남편과 갈등이 생기면 남편 갖고 시비를 못하고 자기 정체성으로 종교를 지키려고 합니다. ‘기독교로 바꾸는 것은 내가 남편에게 굴복하는 거다’ 이렇게 해서 더 불교를 움켜쥐게 됩니다. 왜냐하면 ‘종교의 자유’라는 핑계를 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종교로 건드리면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질문자가 아내를 기독교로 개종시키려고 하더라도 종교로 접근하면 절대로 승산이 없습니다. 아이들한테도 나쁜 영향을 주고요.
오히려 질문자가 아내에게 잘해주고 최선을 다해주고 아내에게 존경받는 사람이 되어주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질문자가 수행을 많이 해야 됩니다. 그렇게 해서 아내가 남편이 신뢰가 되고 좋아지면 종교는 부차적으로 따라옵니다. 그때는 가만히 놓아두어도 아내가 교회로 따라오게 됩니다.
아이들을 기독교 신자로 만들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엄마 아빠가 다투는데 아이들이 보기에 엄마가 더 합리적이다 싶으면 아이들이 엄마 쪽 종교를 선택합니다. 엄마가 좀 문제고 아빠가 더 낫다 싶으면 아빠 쪽 종교를 선택합니다. 그러니까 기독교를 믿어라 하는 선교방식은 이제 더 이상 효과적이지 못합니다. 이제는 사람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느냐 이게 중요합니다.
첫째, 아이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도 질문자가 아내를 잘 보살펴주어야 하고, 둘째, 아내를 장기적으로 기독교로 오게 하기 위해서도 질문자가 아내에게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고, 셋째, 자녀들이 기독교로 오도록 하는 데에도 질문자의 삶이 얼마나 사랑으로 바뀌느냐가 중요합니다. 교회로 강제로 오게 하는 것은 쉽지가 않아요. 시어머니가 아무리 절에 열심히 다녀도 집안에서는 며느리한테 고지식하게 대하고 자기 고집이 세서 며느리한테 신뢰를 못 얻으면 며느리는 절대로 불교 신앙을 안 가집니다. 형식적으로만 따라가지 교회로 갈 확률이 더 높아요. 시어머니가 싫으니까 시어머니가 믿는 종교도 싫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질문자는 종교는 잊어버리고 우선 ‘아이의 엄마를 편안하게 해줘야 되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아내에게 사랑받는 남편이 먼저 되세요. 남편 하나 믿고 시집을 왔는데 남편이라도 방패막이가 딱 되어 주어야 합니다. 가족들과 갈등이 있더라도 오히려 위로해주세요. 그렇게 해줘야 아내가 남편을 신뢰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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