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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직장생활 싫지만 마지못해 다닙니다, 스님의 답변

제 친구들에게 “직장 생활 즐겁냐” 물어보면 “힘들어” 라고 대답하는 친구들이 더 많습니다. 하루 중 절반 이상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는데, 그 직장생활이 힘들다면 우리 인생의 절반도 불행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싫은 마음에도 불구하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억지로라도 다닐 수 밖에 없는 곳이 또한 직장입니다. 물론 일도 즐겁고 직장생활도 행복하신 분들도 많겠죠. 그런 분들은 일단 논외로 하고.^^ 오늘 법륜스님 즉문즉설에서는 직장생활이 싫지만 마지못해 다니고 있는 어떤 분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스님이 간명한 해결책을 내어주셨는데, 그 대답이 정말 좋았습니다. 직장생활 하기 싫어서 고민하는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 질문자 : 스님 법문 중에 ‘가볍게 살아라, 자기를 사랑하라.’는 말씀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하기 싫어도 할 수밖에 없는 일이 있잖아요. 구체적으로 질문을 드리면, 직장 생활은 하기 싫고 여기 나와서 일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지만 현실적으론 그게 안 되거든요. 그래서 올 1년은 내내, 정말 직장 생활이 싫다는 생각만 하면서 마지못해 직장을 다니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법륜스님 : 그만두면 되잖아요. 

▶ 질문자 : 그런데 돈을 벌어야만 하는 처지입니다. 

▶ 법륜스님 : 그럴 수밖에 없는 건 없어요. 애들 때문에?

▶ 질문자 : 아니요. 아이들은 없지만 제가 생계를 꾸려가고 있거든요. 

▶ 법륜스님 : 요즘은 파트타임도 많잖아요. 얼마나 벌어야 생계를 꾸려요?

▶ 질문자 : 연금을 탈 때까지만 일하고 여기로 오겠다고 생각했는데요, 남편이 은행에 빚을 많이 졌나 봐요. 빚을 얼마나 졌는지 얘길 안 해줘요. 그래서 지금 같아서는 ‘그래 집까지 다 날아가라. 그러면 자기나 내가 갈 데가 여기밖에 더 있겠느냐?’ 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 법륜스님 : 인생을 얼마나 산다고 하고 싶은 걸 못 하고 살아요? 하고 싶은 것 있으면 해 버리세요. 못할 이유가 뭐가 있습니까? 그렇게 눈물을 글썽거릴 정도로 하고 싶은 것을 못 하고 살면 병 됩니다. 병 걸려서 몇 백만 원, 몇 천만 원 날리는 것보다야 하고 싶은 것 하는 게 백 번 낫지요. 여기에 와서 일하고 싶다, 교회 가서 일하고 싶다, 해외 가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면, 정말 그게 병이 날 정도로 간절하면 해 봐요.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언젠가 신문을 보니 회사에 사표 내 버리고 집 팔아서 돈 챙겨 가지고, 아이들 학교도 휴학시켜 버리고, 세계 일주 간 사람이 있던데요. 돌아온 다음 굶어 죽나 했더니만, 갔다 와서 돈 더 많이 벌더군요. 그러니까 하고 싶으면 해 봐요. 그런데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는 인생은 없습니다. 

자유가 뭔지에 대해서 또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자기 생각을 내세우는 사람을 보면, 그걸 딱 움켜쥐고 고집을 부립니다. 나쁘게 말하면 고집이고 좋게 말하면 줏대가 있는 거죠. 주관이 뚜렷하다고 말하기도 하죠. 그런데 이러면 사실은 인생의 주인이 못 됩니다. 늘 경계에 흔들리고 희로애락에 붙들려 살게 됩니다. 자기 생각을 놔 버려야 합니다. 자기 생각을 놔 버리면 자기가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농사꾼이 농사를 짓는데 자기 생각을 앞세운다고 합시다. ‘내일 윗 논에 농약 쳐야겠다.’ 이렇게 먼저 자기 할 일을 정해요. 그래서 저녁에 내일 아침 농약 칠 준비를 다 해 놓습니다. 농약 칠 때 비 오면 안 되거든요. 그런데 비 오는 건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잖아요. 그러니까 나보다 힘센 부처님께 부탁을 좀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잠자기 전에 ‘부처님, 부처님. 내일 제가 농약 치려고 하니까 비 안 오게 해 주세요.’ 라고 기도하고 잤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니까 비가 부슬부슬 옵니다. 그러면 한다는 소리가 “부처 믿어도 소용없네. 날씨가 나하고 무슨 원수가 졌다고 나를 이렇게 괴롭히나? 아니, 내가 농약 좀 치겠다는데 내내 맑다가 왜 오늘 따라 비가 오나?” 이렇게 불평합니다. 결국 이 농부는 성질나니까 그냥 자포자기해서 술 한 잔 마시고 잤습니다. 

저녁때쯤 일어나니 생각이 바뀝니다. ‘어차피 오는 비를 어떡하겠나? 오려면 계속 와 버려라. 그러면 내일 아침에 고추 모종 옮겨 심어야 되겠다.’ 이렇게 생각을 바꾸어 정합니다. 고추 모종 심어야겠다고 생각했으니 내일 비가 계속 와야 합니다. 그래 ‘부처님, 오는 비 계속 오게 하십시오. 괜찮습니다.’ 이렇게 빌고 잤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까 날씨가 쨍쨍 갰어요. 이제 성질이 팍 나 버립니다. 

‘도대체 이 놈의 날씨가 청개구린가? 이래라 하면 저러고, 저래라 하면 이러고, 왜 이러나? 나하고 도대체 무슨 원수가 졌나? 이러면 어떻게 농사를 지어 먹나? 날씨마저도 나를 이렇게 괴롭히니 어떻게 농사를 짓나? 아무리 사람이 참고 지으려 해도 속이 타 못 짓겠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웃을 일이 아닙니다. 이게 우리 인생입니다. 애 때문에 못살겠다, 남편 때문에 못살겠다, 직장 때문에 못살겠다, 공장을 증설했더니 IMF가 터져서 못살겠다, 이런 식으로 주위 사람이나 환경 탓만 합니다. 

어떤 게 자유로워지는 길이냐? 저녁때면 그냥 잡니다. 아무 생각 없이 실컷 잡니다. 잘 때는 잠만 잡니다. 실컷 자고 일어나 하늘을 쳐다보니 안개가 자욱하게 끼었습니다. 오늘 날씨가 맑겠다 싶으면 ‘날씨 맑으면 뭐 하지? 응, 그래. 윗논에 농약 쳐야겠다.’ 하면서 농약 칠 준비를 하고, 가랑비가 보슬보슬 오면 ‘오늘 고추 모종 내면 딱 맞겠다. 아래 밭에 고추 모종 내야겠다.’ 하면서 아래 밭으로 갑니다. 비가 장대같이 쏟아지면 ‘오늘 하루 종일 비가 오겠네. 아이고, 요새 며칠 쉬지도 못하고 일했는데 오늘은 막걸리나 한 잔 마시고 잠이나 자야겠다.’ 이럽니다. 

비가 오든 말든, 흐리든 맑든 도무지 자기 소견을 내세우지 않으면 자유로워집니다. 이게 대자유, 대해탈입니다. 여러분들은 내 생각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되는 게 자유와 해탈이라고 생각하니까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합니다. 정신 나간 짓입니다. 그건 반쪽 자유입니다. 그건 범부 중생의 자유입니다. 그러면 늘 발목이 걸려서 넘어지지요. 

하고 싶으면 하세요. 그러면 남편하고 이혼하는 과보가 따를 수도 있습니다. 집이 날아가는 과보도 있을 수 있겠지요. 부처님은 있는 왕위도 버리고 있는 마누라도 버리고 있는 자식도 버렸는데 그게 뭐 별 겁니까? 하고 싶으면 그런 과보를 기꺼이 받으세요. 

그런 과보가 싫으면 무슨 상관입니까? 직장 다니면 되지. 어차피 절에 와도 애들 가르치고, 학교 가도 아이들 가르칠 거고, 그냥 하면 됩니다. 그게 뭐 어려운 일입니까? 사람들이 “아이고, 스님. 힘들어서 어떻게 그렇게 합니까?” 라고 말합니다. 밥 먹고 사는 게 그리 쉬운 일인 줄 알아요? 노동자가 새벽에 공사장으로 가려면 아침 여섯 시에 나가야 합니다. 일거리 잡으면 그 공기 나쁜 데서 무거운 질통 짊어지고 8시간, 10시간씩 일하고 어두워서야 끝난단 말입니다. 매일 그렇게 사는 사람도 있어요. 그게 국민의 다수예요. 시골 한번 가 봐요. 새벽부터 나가서 허리 한 번 못 펴고 저녁 늦게까지 일하고 있어요. 그렇게 다 세상을 사는데 도대체 뭐가 힘들다는 것입니까? 

언젠가 누가 이렇게 말해요. “내일 등산 가는데 비 오면 어쩌죠?” 옛날에는 비 오면 다 우장, 삿갓 같이 무거운 걸 덮어쓰고 장대 같은 비를 맞으며 논에 가서 모내기했단 말입니다. 천수답에 비 안 와서 모내기를 못 하고 있다가 비 오면 비 맞으며 모 내고, 논두렁에 앉아 빗물 반, 국물 반인 수제비국 먹어 가면서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비 오는 날 노는 게 뭐가 어렵습니까? 모내기는 비 오는 날 안 하면 큰일 나지만, 등산이야 비 오는 날 가기 싫으면 안 가면 그만이잖아요. 내가 그리 말하니까, “버스 대절해 놓은 거 어떻게 해요?” 그럽디다. 거, 참, 그것도 걱정이라네요. 안 타면 되지, 뭐 걱정입니까? 꼭 타고 거기까지 갔다가 와야 본전 되는 겁니까? 안 타면 더 남는 거죠. 그러니 걱정할 일도 아닌 것 가지고 걱정하는 사람이나, 그만한 일에 눈물 글썽이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에요. 

사람이 자기 생각에 빠지면 하늘이 무너질 것 같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마시고, 정말 하기 싫거든 사표 던져 버리고 절에 오세요. 이제까지도 잘 살았는데 뭐가 걱정입니까? 하고 싶으면 하면 됩니다. 그 다음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으면 감수해야지요.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몸으로 때우면 때우는 대로, 하면 하는 대로 하는 겁니다. 

그런데 먹고 살 일 없으면 공사판 노동이라도 하고 직장 다녀야죠. ‘누가 돈만 대 주면 나도 자원 봉사하고 싶다.’ 이런 얘기야 누가 못합니까? ‘인천에 배만 들어온다면, 나도 복권만 당첨된다면…….’ 이런 인생 살면 안 돼요. 이게 다 번뇌 망상입니다. 생각 놔 버리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기분 좋게 직장 가서, 애들 말 안 들으면 회초리로 때려서라도 정성을 기울여서 가르치고, 담임 하라고 시키면 안 한다고 하고 최소한의 시간만 내서 정성껏 일하고, 남은 시간 절에 와서 일하고 집에 늦게 들어가고, 늦게 들어온다고 잔소리하면 ‘죄송합니다.’ 하세요. 그리고 해 줄 건 해 주세요. 가닥이 분명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이게 다 우유부단해서 생긴 문제입니다. 왜 우유부단할까요? 욕심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우유부단한 게 성격 탓이라고 하는데, 아닙니다. 욕심이 많아서 그런 겁니다. 이것 쥐려니 저것 놓칠 것 같고, 저것 쥐려니 이것 놓칠 것 같고, 두 개 다 쥐려고 눈이 둥그레져서 쳐다보기 때문에 우유부단한 겁니다. 결정이 빠르면 ‘저 사람 성격이 강하다’ 라고들 말하는데 성격이 강한 사람은 욕심이 없는 사람입니다. 포기를 과감하게 해 버리거든요.

직장을 그만둘까 말까 고민하는 것은 우유부단해서 생긴 문제이고, 우유부단한 이유는 욕심이 많아서 랍니다. 직장을 그만두자니 생계가 걱정이고, 직장을 계속 다니자니 괴롭고.... 두 개 다 쥐려고 욕심을 부리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 선택하지 못하고 갈등을 겪는 것이겠지요. 스님 말씀처럼 용기 있게 어느 하나를 선택하고, 선택에 따른 과보를 기꺼이 받아들이려는 자세를 갖는다면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입니다. 직장을 그만둘까 말까 갈등하는 원인이 자신의 욕심에 있었다는 사실, 이렇게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줄 알면 해답은 쉽게 나오는 것 같습니다. 스님께서는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정답을 알려주기 보다는, 이런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함으로써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느냐’를 늘 깨우쳐 주시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스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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