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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수능 기도 "옆집 아이 좋은 성적 얻게 하소서"

오늘은 전국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날입니다. 수험생들도 무척 긴장한 마음으로 시험에 임하고 있겠지만,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의 마음은 더욱더 긴장된 마음일 겁니다. 오늘은 이런 초조불안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법륜스님의 말씀을 여러분께 소개해 드립니다.

 

얼마 전에 서점에 갔다가 베스트셀러 진열대에 놓인 법륜스님의 '엄마수업' 이란 책을 읽었습니다. 여러가지 좋은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효과만점 수능 기도법' 이란 소제목이 제 눈에 가장 크게 들어왔습니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신문 기사들이 오버랩 되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책 속에는 제가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기발한 수능 기도법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전국에서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 오늘 하루는 이런 마음으로 한번 기도해 보세요. 100% 소원이 성취되는 효험을 얻으실 것입니다.

 

 

수능 기도라고 하면 대부분 '우리 아이 대학에 붙게 해주세요' 이렇게 기도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법륜스님이 말하는 기도법은 다릅니다. '우리 아이 대학에 붙게 해주세요' 라고 기도했을 땐 기도가 오히려 화근이 된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수행한다는 것은 비가 내리면 비 내려서 좋고, 눈이 오면 눈이 와서 좋고, 나날이 좋은 날이 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오늘날 사람들이 하는 기복 수행은 되면 좋고 안 되면 난리가 납니다. 재앙과 복이 계속 교차되는 수행이에요. 그러다 보면 마음이 늘 떠 있고 흥분되기 마련입니다. 


 기도할 때에는 의심이 없어야 합니다. 수행할 때에는 자신의 기도에 대해서 마음에서 의심이 일어나지 않아야 해요. 그래야 번뇌도 적게 일어나고 몰두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기도하는 중에 마음에서 계속 의심이 일어나면 번뇌가 많아지고 힘이 안 생깁니다.


‘우리 아이 대학에 붙게 해주세요.’


이렇게 기도하면 번뇌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빈다고 되나?’ 하는 생각이 한편에서 일어나고, 그렇다고 불안하니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달리 도와줄 건 없으니 기도라도 하기는 해야 하는데 자꾸 의심이 드니까 이게 번뇌가 되는 겁니다. 


 옛날 할머니들처럼 무조건 믿고 기도하면 되는데, 현대 교육을 받아 어느 정도 합리성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 무의식 세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거예요. 그러니까 무조건 기도하는 게 굉장히 힘이 듭니다. 기도하는 게 힘들면 힘들수록 아이한테 압박이 갑니다.


‘내가 이렇게 하는데 너는 뭐 하냐?’

이런 생각이 일어나고, 남편한테도 불만이 생깁니다.


‘나는 자식을 위해서 기도까지 하는데, 당신은 애가 고3인데 술 마시고 늦게 들어와?’
이런 마음이 들어서 기도가 오히려 화근이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우리 아이 대학에 붙게 해주세요' 는 욕심으로 기도하는 것이죠. 욕심으로 기도하면 그렇게 되지 않았을 때 큰 좌절이 옵니다. 또 '이렇게 빈다고 과연 될까?' 하는 의심이 자꾸 들게 된다는 부작용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나는 노력하는데, 너희는 뭐 하고 있느냐 불만도 생기게 되구요. 그래서 법륜스님은 완전히 180도 생각을 바꾼 정반대의 기도법을 제안합니다. 너무나 혁명적인 발상이라 깜짝 놀라지 마십시오.

 

 

"기도를 할 때는 빈 마음에서 소원을 빌어야 힘이 있습니다. 욕심으로 하면 애만 쓰게 되고 별로 힘이 없습니다. 소원을 빌더라도 욕심 없는 빈 마음에서 소원을 빌어야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 수능 기도를 할 때는 ‘내 아이 시험 잘 보게 해주세요.’ 이렇게 빌면 효험이 없습니다. 부모 욕심이 기도에 가득 찼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아이들 수능 기도는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까요? 방법은 아주 쉽습니다.

 

‘우리 아들은 성인입니다.’
‘공부 잘하는 것은 다른 아이에게 양보할 겁니다.’
‘그러니 옆집 아이 시험 잘 보게 도와주세요.’
‘그러다 남는 게 있거든 그때 저희도 좀 도와주세요.’

 

이렇게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기도해 보세요. 그러면 이 기도는 성취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내 아이 시험 잘 보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옆집 아이 시험 잘 보게 도와주세요 라고요?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구요? 원성이 자자해지는 모습이 느껴지네요. 그렇지만 이렇게 한번 기도해 보세요. 처음엔 저도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인가 했지만 진심으로 이 마음을 가져보니 '아, 스님이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했는가' 금새 알아차려졌습니다. 마음이 가벼워지며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늘 '잘 되어야 한다'는 집착을 마음 속에 갖고 있습니다. 이 집착이 너무 강하면 오히려 실수를 하게 되고, 주위를 탓하게 되고, 있는 그대로의 고마움을 알지 못합니다. 현실에 만족하며 게으르게 살라는 것이 절대 아니지요. 집착하지 않고 마음의 여유를 갖되 다만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옆집 아이 시험 잘 보게 도와주세요 하는 순간 내 마음 속 집착이 사라지고,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보게 되는 겁니다. 결과에 상관없이 과정 속에서 행복할 수 있지요.

 

시험은 기도를 열심히 한다고 결과가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열심히 해야 결과가 좋아집니다. 기도했는데 영험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책임을 전가시키는 행위입니다. 요행수나 바라고 도박하는 사람들에게 성공이 올 수는 없는 법이죠. 그러니 이미 일어난 일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욕심 없이 여유로운 마음으로 기도하는 것이 오늘 하루 시험을 보는 자녀에게도 본인에게도 가장 큰 선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수험생 부모님들은 이 초조한 마음을 달래기가 막막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법륜스님의 수능기도 발원문을 함께 전합니다.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수험생 부모를 위한 법륜스님의 수능 기도 발원문>

 

아이와 함께 하겠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학교에서 학원으로 다시 집으로
잔뜩 웅크린 아이의 모습에
짠한 마음 감출길이 없는 엄마입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지만,
하루하루 성적에 예민해지는 아이의 모습에서
긴장과 불안함이 보일 때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저려오곤 했습니다.

나도 힘든데 아이는 얼마나 숨이 막힐까

지난날 불안한 아이의 마음을 살피기보다는
아이의 성적과 내 기대치의 잣대를 끝임없이 들이밀며
가뜩이나 무거운 아이의 가슴에
더 부담을 주지는 않았는지 다시 돌이켜 봅니다.

 

사사건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남편과 아이를 미워하고 힘들게 만들지는 않았는지
돌이켜 참회합니다.

 

아이가 건강하게 내 앞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어떤 결과에도 아이만을 생각하며 따뜻하게 감싸겠습니다.
자식을 믿고, 지켜보는 부모가 되겠습니다.

엄마도 함께 이 시간에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또한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는 많은 아이들이
함께 배움의 길로 나아갈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