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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고민 한방에 날린 한마디 “엄마, 잘가! 안녕!”

 

 

어제(26일) 저녁7시 대구 엑스코 컨벤션홀에서 법륜스님의 희망세상만들기 즉문즉설 296번째 강연이 열렸습니다. 지난 2월부터 시작한 즉문즉설 강연이 전국 시군구를 한바퀴 돌고 돌아 벌써 296번째를 맞이했네요. 대한민국 역사상 정말 유례가 없었던 강연 대장정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구의 마지막 강연 현장에는 3천여명의 시민들이 자리를 가득메웠습니다. 그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봤습니다.

 

 

큰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올라 온 법륜스님은 전국을 돌아다녔던 그동안의 소회로 말문을 열었습니다.

 

“울릉도 빼고 전국의 모든 시군구에 다 가봤어요. 제일 적게 모인 곳이 107명이었어요. 가장 많이 모인 곳은 5000명도 넘었구요. 크고 작은 곳을 다 다녔어요. 나를 낳아주신 부모, 나와 같이 사는 남편과 아내, 내가 낳아서 기룬 자식 이 세 가지 인간관계에서 생긴 괴로움이 절반은 넘는 것 같았어요. 근본적으로 인간관계를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 문제인 것 같아요.  

 한 3000명 이상의 질문을 받았으니까,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서 겪는 온갖 이야기를 다 들은 것 같아요. 대도시에는 개인 이야기가 많고 시골로 갈수록 사회 정치 이야기가 많아요. 왜 그런가 보니까 시골은 소문날까봐 개인 이야기를 잘 못해요. 그러다보니 원정 질문을 하러 와요. 자기 사는 동네가 아닌 다른 곳에 와서 개인 고민을 질문해요.  


 인생이 고해라더니 정말 고해이구나 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사람들이 저를 만나서 많은 도움이 되었단 얘기를 많이 해주시지만 저도 많은 배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시작할 때는 까마득했는데 이제 끝나가니까 아쉬움이 생기네요. 인생이 이런 것 아닐까 싶어요. 그 때는 다 고생이었어도 지나놓고 보면 다 추억이 된다. 


 저는 실패가 가장 큰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실패를 해야 지혜가 쌓입니다. 꽁 해가 움켜쥐고 있으면 상처가 됩니다. 그러면 인생에 큰 장애가 됩니다. 두들겨 맞았던 어쨌던 꽁 하는 그것만 버리면 되요. 그러면 자기 인생이 풍요로워집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고난 속에 하나님의 말씀이 들어있다’고 하죠. 우리가 고난을 겪어야 진리의 음성을 들을 수 있어요. 일상 속에서 여러 가지 힘들지만 꽁 해가 상처를 움켜쥐고 있지 않고 털털하게 웃어넘길 수 있다면 지나놓고 보면 이것이야말로 인생의 큰 자산이 된다. 그래서 인생에는 좋고 나쁜 게 없다. 지금 나쁜 게 나중에 좋은 게 될 수도 있고, 지금 좋은 게 나중에 나쁜 게 될 수도 있습니다.”

 

수많은 대중들의 인생 이야기를 다 들으며 간접경험을 했으니, 경험으로만 따지면 아마 스님의 나이는 300살은 족히 넘을듯 합니다. 풍부한 인생경험에서 해주는 말씀이라 한 마디 한 마디가 콕콕 가슴에 박혔습니다. “꽁 하는 그것만 버리면 모든 경험이 나중에 큰 자산이 된다” 시작부터 이 한 말씀에 큰 용기와 기운을 얻었습니다.

 

많은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그 중에 청중들이 가장 크게 웃었고 가장 감명 깊었던 한 가지 질문을 생생하게 전해 드릴께요. 문답이 너무 재미있어서 박장대소 하느라 강연장 바닥이 출렁거렸던 그런 질문입니다.

 

 

세 자매가 공통된 질문을 갖고 왔다며 한 분이 벌떡 일어서서 물었습니다.   
 
“친정어머니께서 돌아가신지 내년이면 10년이 됩니다. 갑작스런 사고로 돌아가셨는데, 49재를 절에서 모셨어요. 시댁에서 힘들 때마다 친정 엄마를 생각하면서 지내왔구요. 저희 언니들 세 자매와 함께 엄마의 극락왕생을 간절히 기도했었거든요. 궁금한 것은 정말 극락이 있는건지요? 정말로 저희 엄마가 거기에 계시는 건지요?”

 

질문을 듣자마자 청중석에서 미미한 웃음들이 조금씩 터져나왔습니다. 법륜스님도 웃으며 질문자에게 큰 목소리로 따라해 보라며 다음과 같이 세 번 반복을 주문했습니다. 법륜스님이 먼저 말하고 질문자가 따라했습니다.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천국이 너의 것이니라.”

 

무슨 뜻인지 눈치 챈 청중들이 박수갈채를 쏟아내었습니다. 법륜스님이 무슨 뜻인지 이해했냐고 다시 묻자 질문자는 알아듣지 못한 듯 사방을 둘러보며 멀뚱거렸습니다. 질문자는 답변이 못마땅했는지 다시 질문합니다. 

 

“그런데 스님 그것은 교회에서 목사님이 하는 말이잖아요. 저는 절에 다니면서 스님들이 해주시는 말씀을 듣고 싶었습니다.”

 

청중석이 들썩거리며 폭발하듯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법륜스님이 다시 맞받아 얘기했습니다.

 

“아니, 스님이 지금 얘기하고 있잖아요. 스님이 얘기했는데 목사님이 언제 얘기했어요?”

 

웃음은 그칠 줄 몰랐습니다. 청중석의 웃음이 가라앉자 그제서야 법륜스님이 차분히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천국이 너의 것이니라. 이 말은 무슨 뜻이나면요. 엄마가 극락에 갔다고 믿으면 누구한테 복이 된다? 나한테 복이 된다 이런 뜻이예요. 그러니까 극락이 있는지 없는지 따지지 말고 이미 돌아가셨잖아요. 그죠? 돌아가셨는데 엄마가 지옥 갔을거다 하면 마음이 안 편하잖아요. 아무것도 없다 이러면 좀 허전해요? 안 허전해요?”

 

“허전해요. 그런데 엄마가 꿈에서도 안 나타나요. 어디 가셨는지?”    

 

“우리 어머니 극락 가셨다 할 때 극락은 좋은 곳이에요? 나쁜 곳이에요? 좋은 곳이에요. 좋은 곳은 빨리 가는 게 나아요? 안 가고 여기 있는 게 나아요? 빨리 가는 게 낫죠. 그런데 거기 좋은 곳에 계신데 자꾸 여기 오는 게 나아요? 거기에 계시는 게 나아요? 거기에 계시는 게 낫죠.”

 

“그런데 거기 계시는지 알 수가 없잖아요?”

 

“믿는 자에게 복이 있다고 했죠. 거 봐요. 자기가 안 믿으니까 복이 안 오잖아요. 지옥에 갔다 이러면 편안하겠어요? 아무것도 없다 이러면 편안하겠어요? 땅 속에 습기찬 곳에 묻혀있다 이러면 편안하겠어요? 좋은 곳에 가셔서 즐겁게 사신다 이래야 편안하고 기분이 좋죠.
 좋은 곳에 가셨으니까 여기 자주 오는 게 좋아요? 안 오는 게 좋아요?”

 

“안 오는 게 좋죠.”

 

“그렇지요. 그런데 왜 자꾸 오라고 그래요? 자꾸 그리워하면 와요. 여기 오면 육신이 없어서 돌아올 수가 없어요. 떠돌아다녀야 하잖아요. 이걸 무주고혼이라고 그래요.”

 

“그럼 생각도 하지 말아야 됩니까?”

 

“생각이 나는 걸 어떡합니까? 생각이 나도 생각이 나는 데로 내버려 두지 자꾸 골똘히 생각하지 마시라는 얘기지요.” 

 

질문자는 마음 속 의문이 풀린 듯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법륜스님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따라해 보라며 큰 목소리로 주문했습니다.   
 
 “엄마, 잘가! 안녕!”

 

질문자의 목소리가 나지막 하자, 뒤끝을 올리며 “안녕” 하라고 다시 주문합니다. 질문자가 가볍게 따라했습니다.

 

 “엄마, 잘가! 안녕!”

 

질문자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번졌습니다.

 

 

질문하기 전과 비교해 180도 표정이 달라졌습니다. 짧은 문답으로 10년 동안 간직해 온 근심걱정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이 통쾌함은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박수갈채는 저절로 쏟아졌습니다. 즉문즉설의 힘이란 이런 것이구나, 책이 아닌 현장에서 느낀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은 질문자의 환한 웃음과 함께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이후에도 질문은 계속되었습니다. 문답 속에는 항상 사물을 긍정적으로 보라는 메시지가 공통적으로 담겨있었습니다. 우리들 인생에는 온갖 어려움이 있지만, 긍정하는 마음의 토대 위에 살아가면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아갈 수가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강연장을 빠져나가는데 사람들의 웃는 표정들이 유난히 눈에 많이 뜁니다. 이렇게 조금씩 세상이 밝아져 가는구나 싶어 훈훈했습니다. 


이 즉문즉설의 내용을 영상으로 다시한번 직접 만나보세요. 더 실감나고 재미있습니다. 



법륜스님은 지난 2월부터 시작해서 무려 300회에 걸쳐 전국 시군구를 다니며 즉문즉설 강연을 해오고 있습니다. 오는 11월29일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마지막 300회째 강연을 끝으로 대장정은 막을 내리게 됩니다.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300회 강연 대장정의 마지막 현장은 무척 의미도 있고 큰 감동도 있을 것 같단 기대감이 생깁니다. 마지막 300회째 강연 현장 소식도 생생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