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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출가할까 결혼할까, 법륜스님의 명쾌한 대답

법륜스님의 전국 연속 100회 강좌 소식입니다. 자신의 인생 고민에 대해 현장에서 즉시 묻고 즉시 답하는 즉문즉설 형식으로 전국 100개 지역의 구청을 순회하며 강연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어제는 한 청년이 “출가를 할까 결혼을 할까 망설이고 있다”고 질문을 했는데, 법륜스님의 답변이 참 쿨~ 하고 명쾌해서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받았습니다. 저도 너무 재미있었기에 여러분들께도 소개합니다.

- 질문자 : 저는 출가를 할까 결혼을 할까 망설이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많이 망설이는 편입니다. 또 뭔가를 결정할 때 누구보다도 많은 시간을 고민합니다. 이런 성향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 법륜스님 : 그런 고민은 딱 한 번 해보면 해결되는 간단한 문제입니다. 출가를 할까 결혼을 할까 두 가지 가운데 망설임이 있으면 쉬운 것부터 해보면 됩니다. 결혼을 먼저 했다가 나중에 출가를 하기는 복잡하고 어렵잖아요? 결혼을 했다가 이혼을 하고 다시 출가를 하는 것은 아무래도 좀 귀찮은 일이 많지요. 반면에 출가했다가 관두는 건 결혼했다가 관두는 것보다는 쉽습니다. 그러니까 쉬운 걸 먼저 해보세요. 내일 당장 딱 정리하고 어디 가까운 절에 들어가서 행자 생활을 해보면 됩니다. 행자 생활을 하다가 아니다 싶으면 그냥 나오면 되지요.

질문자의 태도로 봐서는 지금 서둘러서 결혼하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결혼해서 생활을 하면 출가하지 못한 미련이 계속 남아서 결혼 생활에 불행의 원인이 됩니다. 출가할 것을 고민해 보았으면 결혼하기 전에 출가를 해봐야 합니다. 정식 출가가 부담스러우면 문경 정토수련원에 ‘백일 행자’ 프로그램이 있으니 거기 가서 100일이라도 행자 생활을 해보고 나서 결혼을 하세요.

행자 생활이 그냥 막연히 생각하면 굉장히 어려울 것 같지만 직접 해보면 의외로 나한테 맞을 수도 있어요. 그러면 그때 가서 출가하면 돼요. 그런데 절집 생활을 해보니 ‘이거 내가 생각했던 것하고는 완전히 다르구나.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막연히 이 길을 동경하면서 출가하겠다고 했구나. 출가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 이렇게 생각이 들 수도 있지요. 그렇게 되면 출가에 대한 미련이 딱 떨어진단 말이에요. 그러면 출가에 대한 아무 미련이 없기 때문에 결혼을 해서 잘살 수 있습니다.

설령 결혼을 해서 살다가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어도 그걸 극복하려고 노력을 하게 되지 출가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거나 아니면 아이를 낳은 뒤에도 ‘이 아이만 없어도 내가 출가해 볼 텐데’ 하는 망상을 부리지 않게 됩니다. 그러지 않고 결혼을 하게 되면 나중에 결혼 생활에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출가를 못 해본 것에 대해 후회하고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 이게 인생의 큰 괴로움이 됩니다. 그래서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는 얘깁니다. 인생은 지금 깨어 있으면서 지금 자기 처지에 만족해야 되는데 늘 딴 생각을 하게 된다는 거지요.

출가를 할까, 결혼을 할까? 이런 망설임을 욕심이라고 합니다. 이런 사람은 ‘그냥 출가만 하겠다, 결혼만 하겠다’ 하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더 욕심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욕심을 버려야 돼요. 단, 두 가지 길이 갈려서 망설여질 때에는 쉬운 쪽을 먼저 해보는 게 좋습니다. 해서 그게 좋으면 가고, 아니면 딱 포기해 버려야 인생의 길이 분명해집니다.

누구든 자기 인생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지금 자기가 가는 길 안에서 극복을 해야 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어떤 길을 가면서도 자꾸 선택하지 않은 다른 길을 생각하고 후회합니다. 만약 출가해서 스님이 됐다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 길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든 극복해야 하는데 ‘아이고, 그냥 속퇴해 버릴까’ 자꾸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한다는 거지요. 이러면 인생에 자꾸 혼선이 옵니다.
 
그러니 여러 갈래 길을 놓고 망설여질 때에는 쉬운 것부터 먼저 해보고 하나씩 정리를 해버리는 게 좋습니다. 자꾸 망설이는 데 시간 보내지 말고 먼저 한번 해본다는 마음으로 선택하세요. 가벼운 것부터 먼저 해보세요. 우리의 삶이라는 것이 굉장히 복잡한 것 같지만 잘 살펴보면 그렇게 복잡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매사에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한번 쉬운 것부터 직접 해본다는 마음으로 생활하세요. 

선택의 기로에서 망설여질 때는 쉬운 것부터 먼저 해보고 하나씩 정리를 해나가라고 하네요. ㅋㅋㅋ 정말 쉬우면서도 머리가 청명해지는 답변이었습니다. 예전에 스님이 이런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세상이 복잡한 게 아니라 내 머리 속이 복잡한 것이다” 라는 말씀이요. 우리는 망설이는 데 너무나 많은 시간을 할애 합니다. 망설이는 시간에 쉬운 것부터 먼저 해보고 이게 아니다 싶으면 빨리 관두고 다시 다른 일을 해보고, 그렇게 시행착오를 많이 해볼수록 자신이 진정으로 가고 싶은 길을 확연하게 발견하게 되겠지요. 그리고 여러 가지 경험해 보고 선택한 길이기에 못 가 본 길에 대한 미련도 적을 것이고요. 요즘 저도 20대에 마음껏 해보지 못한 연애에 미련이 좀 남아있는지 자꾸만 외롭고 휘청휘청하네요. 진작에 스님 말씀을 들었으면 연애라도 좀 내질러 볼 걸 그랬네요.ㅋㅋㅋ 그랬다면 더 이상 미련이 없을텐데 말이죠. 20대 때 여러 가지 경험들은 그것이 비록 방황이었을지라도 30대에 오직 한 길을 파며 살아갈 때 다른 길에 대한 미련이 남지 않게 해주는 밑거름이 되어준다는 작은 깨달음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