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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의료사고로 친구가 죽었어요, 너무 힘들고 막막

법륜스님의 전국연속 100회 강연이 벌써 80회 째를 찍고 종반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지난 9월28일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오전과 오후 전국 구청을 순회하며 ‘즉문즉설’ 강연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참석자들은 부부 갈등, 이혼 문제, 자녀 교육, 남북관계, 양극화 문제 등 개개인의 온갖 고민들을 법륜스님에게 질문했고, 법륜스님은 늘 지혜로운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 저는 관악구민회관에서 열렸던 강연에 참석했었는데, 친한 친구의 죽음이라는 슬픈 일을 겪고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막막해 하던 한 친구의 질문이 너무나 가슴 아팠습니다. 하지만 법륜스님의 대답을 듣고 질문한 친구도 환한 웃음을 보였고, 현장에 있던 청중들도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가슴 뭉클했던 현장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어 이렇게 글을 적습니다.  


△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열심히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제 모습이 보이시나요? 최초로 공개해 드리는 모습입니다.^^ 반듯한 책상도 없이 항상 이렇게 여러분께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안쓰럽다구요? 그럼 뭐 먹을 거라도 좀.ㅎㅎㅎ  

"23살 나이로 죽은 친구... 너무 힘들고 막막해요"

- 질문자 : 23살 직장인이구요. 너무 슬픈 일을 겪어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며칠 전에 제일 친한 친구가 하늘나라에 가게 됐어요. 이런 일을 처음 겪다 보니까 너무 힘들고 막막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정신적으로 많이 의지하던 친구였거든요. 너무 안타깝게... 어머님 신장이식 수술을 해 주다가 의료사고가 나서 그랬게 됐어요. 며칠 전 일이라 가족들도 지금 연락을 꺼려하세요. 언니는 다음 달에 애기가 나와서 그럴 상황이 안 되고, 남동생은 군대 가 있고, 아버지와 연락하는 수밖에 없는데 계속 연락하다가 안되고... 어제 겨우 친구의 남자 친구랑 연락을 하게 됐는데...

- 법륜스님 : 의료사고를 엄마는 아직 모른다고요?

- 질문자 : 같이 입원을 했는데 친구는 죽게 된 거고, 어머니는 지금 눈치는 채신 거 같아요.

(청중석은 ‘어머나, 어쩌나’ 하는 소리들로 순식간에 술렁였습니다. 저도 ‘어찌 저런 일이...’ 하며 걱정스런 표정이 지어졌습니다.)

- 법륜스님 : 이식수술은 성공했어요?

- 질문자 : 예. 엄마만 잘 되시고 친구는 그만... 정말 열심히 살던 건강한 친구였거든요. 저희 엄마 아빠한테도 조언을 얻고 싶어서 여쭈어봤는데 엄마 아빠는 저를 걱정하실 뿐이예요. 앞으로 그 친구 없이 살아갈 자신이 없어요.

(질문한 친구는 계속 눈물을 훔쳤습니다. 눈에 초점이 흐려져 있었고 생기가 없다고 해야 하나... 넋을 잃은 듯한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질문한 친구를 향한 안타까움이 더 해가고, 과연 스님이 어떤 답변을 들려줄지 청중들의 관심이 집중되었습니다.)

- 법륜스님 : 친구가 좋은 일 하다 죽었어요? 나쁜 일하다 죽었어요?

- 질문자 : 당연히 좋은 일을 하다가 그렇게 된 건데... 제가 나이가 너무 어리다 보니까 아직 누구를 떠나보내는 일이 처음이여서요.

- 법륜스님 : 감당이 안 되는 건 충분히 이해가 돼요. 그런데 지금 이 세상에는 나쁜 일 하다 죽는 경우도 많이 있어요, 없어요? 교통사고 나서 죽는 경우도 많이 있어요, 없어요? 자기가 스스로 목숨 끊는 경우도 많이 있어요, 없어요?

- 질문자 : 있어요.

- 법륜스님 : 어머니를 위해서 좋은 일 하다가 죽었어요.

- 질문자 : 예.

- 법륜스님 : 똑같이 죽은 경우 중에 제일 나아요, 안 나아요?

- 질문자 : 제일 나아요.

- 법륜스님 : 제일 낫지요? 이왕지 죽는데 그래도 자기 나름대로 보람 있게 하다가 죽었잖아요? 안중근 의사 같이 나라의 독립을 위하다가 죽은 사람도 있지 않습니까? 죽음이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떻게 죽었냐가 중요해요. 그러니까 죽었다 이 사실만 자꾸 논하지 말고, 내 친구가 그래도 어머니를 위한 일을 하다가 죽었으니 다행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역시 내 친구다. 그래도 부모를 위해서 애쓰다가 죽었다. 천당과 지옥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있다고 가정한다면 지옥 갔을까요, 천당 갔을까요?

- 질문자 : 천당이요.

- 법륜스님 : 신앙 있고 없고를 떠나서 이렇게 자꾸 좋게 생각해야 돼요.

(처음에는 너무나 안타깝고 우울한 분위기였는데, 스님의 문답이 진행되면서 갑자기 분위기 환하게 바뀌어갔습니다. 친구가 죽었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너무나 슬픈 일이었지만, 좋은 일 하다가 죽은 것이니 그래도 다행이다 라고 말씀해 주시자, 갑자기 제 마음도 편안해지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확 전환이 되어졌습니다.)

"친구를 위해 우는 게 아니고 나를 위해 우는 것"

- 법륜스님 : 지금 친구를 위해서 울어요, 나를 위해서 울어요? 운다고 친구한테 무슨 도움이 되나요? 다시 살아오나요?

- 질문자 : 아니오. 

- 법륜스님 : 그 친구를 못 보는 내가 슬픈 것이지요? 이건 내 문제예요? 그 친구 문제예요?

- 질문자 : 제 문제인 거 같아요.

- 법륜스님 : 그래요. 죽은 친구 걱정은 안 하고 본인 걱정만 하고 있잖아요. 친구 못 보는 내 걱정... 친구 없이 어떻게 하나 하는 내 걱정... 내가 걱정한다고 친구가 살아오는 것도 아니고, 내가 걱정 한다고 친구가 좋은 곳에 가는 것도 아니고, 이 걱정은 오직 내 걱정이에요. 친구가 죽었으면 친구 걱정 좀 해 주지요. 왜 내 걱정만 할까요? 그러니 이것은 자기 문제예요. 친구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어요. 친구한테 아무 도움도 안돼요.

(“죽은 친구 걱정은 안 하고 친구 없이 살아갈 본인 걱정을 하고 있다”는 말씀이 제 머리를 ‘꽝’ 하고 때렸습니다. 아하, 그렇구나. 마냥 슬퍼한다고 해서 죽은 친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막막해진 내 걱정만 하고 있구나. 이렇게 슬퍼하는 건 죽은 친구의 문제가 아니라 내 마음의 문제이구나. 수차례 장례식장을 다녀봤지만 누구에게도 들어보지 못한 답변이었습니다. 질문한 친구가 아직 충분히 이해를 못했다고 여겨졌는지 스님은 더 자상하게 설명을 덧붙여 주었습니다.)

- 법륜스님 : 불교 신자예요?

- 질문자 :

- 법륜스님 : 그럼 불교적으로 얘기해 볼께요. 친구가 이런 저런 이유로 죽었어요. 그럼 다시 태어나야 되겠어요? 허공에 무주고혼이 돼야 되겠어요?

- 질문자 : 다시 태어나야...

- 법륜스님 : 그런데 내가 슬퍼 못 견뎌서 친구를 자꾸 부르면 친구가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요? 못 가고 내 가까이로 올까요?

- 질문자 : 제 가까이로 올 거 같아요.

- 법륜스님 : 가까이 오겠지요? 그럼 친구가 무주고혼이 돼요. 누군가 죽었을 때 가족이 슬피 울면 그 영가는 무주고혼이 돼요. 자기 슬픔을 못 이겨서 몸부림침으로 해서 결국은 영가에게 손해를 끼쳐요. 그래도 계속 부르면 어떻게 되느냐? 못 가고 떠돌다가 나한테 붙든지 내 가까이에 있는 사람한테 붙어요. 그럼 정신 이상자가 돼요. 그래서 화를 부르는 거예요.

그래서 죽었을 때는 슬퍼하지 말아야 돼요. 그런데 인간의 심성 상 슬퍼 안 할 수가 없죠. 이것을 고려해서 3일만 슬퍼해라. 그래서 3일장을 하는 겁니다. 그 이상 슬퍼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에요. 자기 문제이지 죽은 그 사람 문제는 아니에요.

기독교식으로 말하면 이래 죽든 저래 죽든... 죽고 사는 건 모두 하나님이 한다고 그러죠. 계속 슬퍼하면 그건 하나님 하는 일에 불만이다 이거지요? (청중들 웃음) 그건 신앙이 아니에요. 기독교로 보나 불교로 보나, 또 종교를 떠나서 상식적으로 보나, 이 슬픔은 나의 슬픔이에요. 죽은 그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산 나를 걱정하는 거예요. ‘그 친구 안 보고 내가 어떻게 사나’ 내 걱정 하고 있어요. 얼마나 자기가 이기주의인 줄을 알아야 돼요. 지금 그를 위해서 우는 게 아니고 나를 위해서 우는 거요. 그러니까 정신 차려야 돼요.

- 질문자 : 예.

- 법륜스님 : 세속적으로 볼 때는 ‘아이고 착하다’ 위로해 줄지 몰라도 눈뜬 사람이 볼 때는 정신없는 행동에 속해요. 정신 딱 차리고 생글 생글 웃으면서 살아가야 돼요. 생글 생글 웃으면서 내가 살아야 1주기 될 때 재사도 지내줄 수 있어요.

(종교적으로 다시한번 풀어주니 더욱 명쾌해졌습니다. 불교적으로는 죽은 사람을 잊지 못하고 계속 그리워하면 허공을 떠도는 무주고혼이 되어 영가에게 피해를 끼치게 되고, 기독교적으로는 하나님의 뜻에 불만을 품은 게 되니 올바른 신앙이 아니게 되고요. 슬픔에 갇혀 있지 말고 생글 생글 웃으면서 살아가야 진정으로 죽은 친구를 위한 길이 된다고 거듭 확인해 주었습니다. 무거웠던 마음이 한꺼풀 더 가벼워졌습니다.)

- 법륜스님 : 친구 엄마는 의식이 깨면 가슴이 아플까요? 안 아플까요?

- 질문자 : 아파요.

- 법륜스님 : 가슴 아프겠지요? 이 엄마는 이제 앞으로 큰 고통이에요. 결국 자기 살려고 하다가 자식을 죽였다. 이 엄마의 아픔을 생각해 보세요. 그러니 같이 슬퍼하지 말고 오히려 내가 웃으면서 친구의 엄마를 위로해 줄 생각을 해야 돼요. 그게 내 그 친구에 대한 나의 우정 아니겠어요?

- 질문자 : 예, 감사합니다. (질문자가 환하게 웃습니다)

△ 질문자가 이 대목에서 갑자기 환한 웃음을 보이자, 청중들로부터 뜨거운 감동의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남편이 죽더라도 빙긋 웃어야... 그게 죽은 이 위한 것"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오히려 웃으면서 친구의 엄마를 위로해 주면 그게 그 친구에 대한 진정한 우정이다” 라는 말씀에 가슴이 짠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무엇이 죽은 친구를 위한 길인가. 바로 이것이구나. 정말 지혜롭다는 감탄을 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울고 슬퍼하는 것이 착하다고 칭찬받을 일인데, 스님은 무엇이 진짜 죽은 친구를 위한 길인지 본질을 꿰뚫어 이야기해 준 것 같습니다.)

- 법륜스님 : 얼굴에 그래도 웃음기가 도니까 다행입니다. 그런데 또 그 친구 생각하면 눈물이 날 거요. 그럴 때마다 정신을 차리고 돌아와야 돼요. 여러분들이 볼 때는 남편이 죽었다고 아내가 슬퍼하다가 같이 동반해서 죽었다고 하면 좋게 평가하죠. 그건 정신적으로 말하면 사로잡힘 증상입니다. 남편이 죽더라도 어떻게 해야 된다고요? 빙긋이 웃어야 돼요. ‘아이고 시집한 번 더 갈 수 있네!’ 이렇게요. (청중들 하하하 웃음) 세상 사람들이 욕해도 괜찮아요. 그것이 남편을 좋은 데 보내는 방법이고, 그것이 나를 행복하게 하고, 그것이 내 자식한테도 좋아요. 울고 있는 시간에 일을 하나 더 하세요. 슬피 울면 아이들까지 다 버려요. 내가 죽였어요? 아니지요. ‘자기가 알아서 죽은 건데 내가 무슨 상관이요’ 이런 정도로 딱 냉정해야 됩니다. ‘도’라는 게 별 거 아니고 이것이 ‘도’다. 불교경전 아무리 뒤져도 소용없어요. 상황에 딱 직면했을 때 어떻게 되느냐 이게 중요한 거예요.

△ 처음에 울먹이며 질문한 친구가 답변을 듣고 앉을 때는 환하게 웃자, 그 모습에 스님도 기뻤는지 환하게 웃음을 보였습니다.

다시한번 큰 박수 소리가 이어집니다. 무엇보다 청중들을 감동시킨 건 환하게 웃는 질문자의 표정이었습니다. 질문하기 전에는 본인이 도저히 감동하지 못할 무거운 짐을 들고 있는 것 같았는데, 스님의 대답을 들은 후에는 무거운 짐을 사뿐히 내려놓은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막막했던 인생 문제가 해결된 것인데, 수천억을 주어도 맞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한 것이지요.

법륜스님의 100회 강연을 계속 들으면서 제가 알게 된 사실은 스님은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해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밖으로 향해 있던 시선을 자기 마음을 돌아보는 쪽으로 각도를 살짝 틀어줄 뿐입니다. 슬픔에 사로잡힌 마음에서 탁 벗어나서, 나도 행복하고, 죽은 친구에게도 도움이 되고, 힘들어하는 가족들까지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길을 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지요. 친구의 죽음이 상처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더욱 성숙하게 하는 소중한 경험으로 승화시켜 주는 것이지요. 이런 것을 ‘지혜’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큰 배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 강연이 끝나고 법륜스님의 새책 "엄마수업"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강연의 감동을 책에서 다시 맛보려면 아줌마 아저씨들.^^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며 그 인기를 실감했네요.

어떤 질문을 해도 막힘없이 ‘지혜롭게 사는 법’을 들려주는 법륜스님, 전국 연속 100회 강연에 오시면 만나실 수 있습니다.^^ 무료 강연이며, 현장에 오시면 누구나 법륜스님에게 질문할 수 있습니다. (전국 강연 일정 :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