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청춘콘서트

청춘고민 베스트5, 안철수와 박경철의 답변은?

안철수와 박경철의 전국순회 토크강연 “청춘콘서트” 현장에 왔습니다. 이곳 청주 예술의전당은 빈자리 하나 없이 순식간에 1500여명의 청주 시민들로 가득 메워졌습니다. 얼마 전 방영된 MBC스페셜 안철수와 박경철 2편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그 반응이 뜨거웠었죠. 그래서 그런지 다른 지역에서 진행되었던 청춘콘서트 보다 참가자들의 기대감과 호응이 더욱 뜨거웠었던 것 같습니다. 청중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안철수, 박경철 두 분이 등장했습니다.

- 박경철 : 오늘은 여러분들이 가장 많이 한 질문들을 바탕으로 진행해 보려 한다.

5위 : 이미지로 먹고 사는 세상, 외모 때문에 위축된다.

- 박경철 : 혹시 안연구소에서는 사람 뽑을 때 어떻게 하는가?

- 안철수 :
외모와 학력 같은 건 전혀 안 본다. 개발자들은 외모와 학력이 중요하지 않다. 실력이 중요하다. 계급장 다 떼고 같이 물어본다.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는 사람들만 뽑는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인성도 중요하다. 혼자서만 열심히 하고 다른 사람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성을 보려면 1박2일 같이 지내보고 술도 같이 먹어보고 그래야 한다. 그러면 인성 검증도 어느 정도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력이 안 되는 분들이 청탁을 해올 때가 있다. 장관하셨던 분들의 부탁도 받았었는데, 다 거절했다. 제 개인이 데려오면 회사 실무자들도 힘들게 되기 때문이다. 


- 박경철 :
본인 얼굴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 안철수 :
저도 콤플렉스가 많다.(청중들 웃음)


- 박경철 :
사람은 모양이 아니라 그가 풍기는 아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럼 혹시 제 딸내미가 크면 안선생님 회사에 받아주시겠습니까?


- 안철수 :
실력만 되면 그렇게 하죠.(청중들 웃음)

4위 : 치솟는 물가와 등록금, 돈 앞에 작아지는 나의 꿈.

- 안철수 : 재벌 2세, 3세들이 돈이 많고 안정적이니까 새로운 창업을 많이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마음 놓고 도전할 여건을 마련해주면 더 많이 도전할 것 같지만, 오히려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돈이 없다는 현실이 내가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를 제공하는 자기 합리화로 잘못 쓰일 수도 있다. 이런 것을 오히려 경계해야 한다.

- 박경철 :
빈손으로 출발해도 성실하고 근면하게 일하면 인간적 존엄을 누릴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어떤 회장님의 경우에는 다른 재산 다 빼고 순수하게 자신이 갖고 있는 주식 가치만 10조 정도 된다. 배당금만 1년에 천억 정도 떨어진다. 아무 일 안 해도 천억을 번다. 그 정도 가졌는데 더 욕심 낼 필요는 없지 않나 생각하지만, 오히려 세금 조금이라도 더 안내려고 편법을 행한다. 원인은 돈이 추상화되고 기호화되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탐욕을 부린다. 돈 10조를 돈으로 생각하지 말고 우유 290억 리터로 생각해 봐라. 우유는 아무리 많이 가져도 오래되면 썩으니까 혼자 갖고 있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든 배고픈 사람들과 나누어 가지려고 할 것이다.

3위 : 높은 취업문,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 박경철 : 번뜩 떠오르는 이야기가 안선생님의 동물원 이야기다. 삼성 동물원, 엘지 동물원...

- 안철수 :
예전에는 대기업과 대기업의 싸움이었는데, 요즘은 연합군과 연합군의 싸움이다. 애플사는 연합세력이다. 삼성전자나 엘지전자와 일대일로 싸우는 게 아니고 애플이 만든 생태계에서 나온 연합군과 싸우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연합군을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는 동물원을 만들고 있는 게 문제다. 너희는 우리 그룹에만 납품을 하라는 종신 독점 계약을 하게 한다. 동물원 구조가 단기적인 이익은 많이 낼 수 있지만, 연합군이 쳐들어오면 속수무책이다. 9대기업 혼자서 독식하는 구조는 고용 창출도 막고 새로운 창업도 힘들게 한다.

- 박경철 : 본질은 무엇인가. 불공정 구조이다. 가장 핵심은 재벌이라는 키워드다. 재벌 일가가 모든 것을 다 집어삼켰다. 그렇게 되면 그 일을 원래 해오던 사람들이 기회를 잃어버린다. 이것을 바꾸려면 바꾸어달라는 국민들의 요청이 있어야 한다. 가장 힘들어하는 여러분들이 바꾸어달라는 요청을 해야 한다. 여러분들의 자각이 필요하다. 우리 스스로 동물원의 우리 속으로 들어가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2위 :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 안철수 : 저도 그랬다. 저 같은 스타일은 주위에서 절대 사장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만약에 저 스스로가 저한테 그런 기회를 안주었다면, 저에게 그런 재능이 있는 줄도 모르고 그냥 죽었을 것 같다. 사람마다 ‘어떤 직업은 나한테 맞을거야, 안 맞을거야’ 선입관이 있다. 세상에는 만개의 직업이 있다고 하는데, 자신의 선입관으로 나눈다. 자신에게 맞는 일인지 확인하려면 직접 많이 경험해 봐야 한다. 그냥 막연히 추측을 하지 않기 바란다.

- 박경철 : 의사들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저분이 백신 만들지 않고 의사를 계속 했더라면 많은 연구 성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그런데 왜 갑자기 백신 만드는 것으로 바꾸었는가.

- 안철수 : 의사도 나름대로 의미있고 재미있고 잘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그 당시 저에겐 컴퓨터 백신 만드는 일이 더 의미가 있었다. 의사들은 저 하나 없어져도 아무 문제가 안 생기는데, 백신 쪽은 제가 아니면 안 되었다. 7년 동안 새벽에 일어나서 백신 연구하려면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일하다가 시계를 보면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갔다. 선택을 할 때 미래 전망이나 안정을 절대 보지 않았다. 전망이나 안정만큼 헛된 것이 없다.

- 박경철 : 저는 솔직하게 자신에게 물어보라고 한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진심으로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성이 안 맞았다는 것인가. 단순히 현재의 일을 회피하려 하는가. 옮길까 하는 고민은 옮길 준비가 되었을 때 하는 것이다. 건축 일을 하고 있는데 광고 쪽으로 옮길까가 아니라 이미 광고로 옮길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에서 광고 쪽으로 옮겨야 한다. 이어달리기를 할 때도 바톤을 이어받을 때는 이미 달리기 시작해서 같은 속도에서 바톤을 받아야 한다.

- 안철수 : 워랜 버핏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싶다. 이 사람은 투자자로 성공한 사람인데, 처음 시작할 때는 투자자로서의 자질이 굉장히 부족했다. 투자자는 3가지 자질이 필요한데, 사고를 빠르게 해야 하고, 수리적인 이해가 높아야 하고, 사람을 절대 믿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사람은 사고도 빠르지 않고 말도 느리며, 수학적인 이해도도 떨어지고, 사람도 너무 잘 믿는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성질을 잘 활용했다. 사고가 느리니까 단기 투자보다는 장기 투자를 많이 했다. 사람을 잘 믿으니까 100% 믿을 사람들만 뽑아서 전권을 맡겼다. 자기 성격에 맞는 방법을 찾은 거다. 자기 약점을 보완하는데 시간을 너무 쏟지 말고 자신의 강점을 살리는 쪽으로 나아가도 좋겠다.

1위 : 주위에 고민을 얘기할 멘토가 없다.

- 안철수 : 저도 사업할 때 고민되는 문제에 대해 멘토들에게 질문을 많이 드렸다. 여러 경험을 하면서 멘토는 정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조언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멘토의 말을 하나의 조언으로 받아들여서 자기 스스로 치열하게 고민해서 풀어 나가면, 멘토가 틀렸어도 문제가 안 된다. 멘토는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다. 다만 조언자로 여겨서 도움을 받아라.

- 박경철 : 멘토가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하셨다. 저는 사방이 조언자인 것 같다. 내가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자세를 먼저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쉽게 행해지지 않는 것을 1년 동안 계속 해봐라. 예를 들어 담배 끊자고 수차례 다짐하지만 잘 안되었던 사람들은 담배를 한번 끊어봐라. 그래서 그것이 태도화가 된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우리는 그런 근면한 자세를 갖추지 않고 중간에 좌절한다. 그런 좋은 태도를 갖춘다면 사방이 멘토가 된다.

객석을 가득 메운 청춘들의 뜨거운 박수가 쏟아집니다. 5위부터 1위까지 모든 질문들이 제 마음 속에 답답함으로 남아있던 지점들이라 답변 하나하나가 제 삶과 그대로 연결이 되어졌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도대체 무엇인지 찾지 못해 방황해왔고, 졸업을 앞두고 높은 취업의 문턱에서 마음 졸여 했었고, 이런 고민들을 함께 나눌 조언자가 없어 답답했는데, 오늘 강연을 듣고 답답했던 마음들이 조금씩 풀려나가는 기분이었습니다. 강연장 밖으로 나가면서 함께 강연을 들은 친구에게 어땠냐고 물어보았습니다. 말씀 하나하나가 너무 좋아서 수첩에 다 기록해 뒀다고 자랑을 하는군요. 오늘 하루 두 분이 조언자로서의 멘토 역할을 정말 톡톡히 해주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