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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콘서트

안철수와 박경철, “힘들 때 이렇게 극복했다”

안철수와 박경철의 전국 순회 토크강연 “청춘콘서트”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대구 동구문화체육회관을 가득 메운 1500여명의 대구 시민들은 안철수-박경철의 명쾌한 답변에 순식간에 몰입이 되었습니다. 고요한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속시원한 해법에 박수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청춘들의 고민에 대한 진지하고 가벼운 대화가 1시간 가량이나 계속 되었습니다.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들을 전부 나누지는 못하지만, 제 기억에 남는 몇 가지만 함께 나눕니다. 자신의 적성과 일이 맞지 않아서 고민일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전을 하려하는데 두려움이 앞설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청춘들의 눈앞에 다가온 “인생의 선택”이라는 부분에 대해 아낌없는 격려와 더불어 두 멘토의 구체적인 경험들을 함께 나누어주셨습니다. 감동의 현장으로 함께 가 보시죠.^^

- 박경철 : 만나서 반갑다. 여기는 대구이니까 오늘은 제 말이 표준말이 될 것 같다.(청중들 웃음) 우리가 이렇게 청춘콘서트를 하게 된 취지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달라.

- 안철수 : 미국에 출장을 갔다. 행정부의 유명한 장관이 시골 대학에서 강연을 하더라. 그 바쁜 사람들이 일부러 오지까지 시간을 내서 왔더라. 그걸 보면서 사회지도층의 기부라는 것이 돈만 중요한 것이 아니구나. 자신이 가장 중요시하는 것을 나누는 것이 기부이구나. 그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돈보다도 시간일텐데, 그것을 나누는구나.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와서 저희들도 여러분과 이런 시간을 나누고자 한 것이다. 저희들이 실패를 극복한 경험을 들려주면 희망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았고, 두 번째는 사회의 여러 문제들에 대해 공감대 형성을 하고 싶었다. 사회구조적 문제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하면 많은 해결책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전국을 순회하고 있다. 여러분들에게 이런 시간들이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 박경철 : “청년” 하면 떠오르는 것이 ‘걱정’ ‘비관’이다. 이것이 청년의 코드가 되어 버렸다. 안선생님은 인생의 고민이 있었는가?

- 안철수 : 의대에서 백신 연구를 선택할 때, 백신 연구에서 경영학 공부를 선택할 때... 인생의 큰 결정을 내릴 때 고민이 많았다.

- 박경철 : 의과대학에서 최연소 학과장도 하셨고, 신경생리학을 계속 연구하셨다면 노벨상도 받았을 것 같다. 왜 굳이 돈도 안 되는 바이러스 만드는 걸 선택했는가?

- 안철수 : 바이러스는 만든 적이 없고, 백신 만들었다.(청중들 웃음) 의대 시절 논문 잘 쓰려고 컴퓨터를 사용하다가 바이러스를 만났다. 아무도 해결하는 이가 없어 7년 동안 백신 개발과 의대 생활을 병행했다. 새벽 3시부터 6시까지 매일 백신 만드는 일을 했다. 고민 고민하다가 선택한 것이 안연구소다. 흔히 도전이라고 하면 자기가 가지고 있던 것을 다 버리고 새로운 미지의 세계로 뛰어드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미지의 세계에 대한 전문성을 일정 정도 쌓을 때까지는 기존의 일을 병행하다가 최종적으로 새로운 일을 선택하는 것도 도전일 수 있다. 환경운동을 하고 싶다고 해서 기존의 일을 정년퇴임하고 나서 환경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말마다 환경운동을 병행하면서 전문성과 탐색의 시간을 갖고 정년퇴임을 하면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해가도 된다. 두 배의 노력과 긴 탐색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 도전이다.

- 박경철 :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은 것 같다고 질문하시는 분들이 많다. 혹시 자기 자신이 최선을 다하지 않고서는 적성이 맞지 않는다고 변명하는 게 아닌가 되돌아봤는가. 세상에 처음부터 재미있는 일이 무엇이 있는가. 마약, 도박 말고 거의 없다. 고통의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다음에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재미있어 보이는 것이 가장 적성에 안 맞을 수도 있다. 자신의 적성이 무엇인지 알기위해서는 다양한 경험과 도전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함에도 안 선생님 같이 평소에 잘 나가던 사람이 다른 일 한다고 하면 식구들은 반대하지 않나?

- 안철수 : 저의 식구들은 찬성도 안하고 반대도 안하더라. 나중에 여쭈어봤더니 싫은 마음이 드는 것은 누구나 있는 것인데, 지난 과거에 신중히 고민하고 선택을 해왔기 때문에 지켜봐주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고민이 중요한 것 같다. 고민해 보면 사실 지긋지긋하다. 벤처기업 창업할 때 고민 많이 했다. 일본 동경대학에 한국인 국적을 가지고 정교수가 된 강상준 교수의 말에 의하면 ‘고민은 축복의 열쇠다’ 고 한다. 오랜 기간 나름대로 치열한 고민을 하다보면 답을 찾게 된다. 자기가 인생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된다. 이를 모르면 행복할 수 없다. 그래서 고민이 행복의 열쇠다.

- 박경철 : 가치관의 확립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당신의 가치관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자신 있게 대답하는 사람이 없다. 가치관은 무엇인가. 어떤 것이 내게 중요하고 어떤 것이 내게 중요하지 않는가 볼 수 있는 나의 기준과 잣대이다. 가치관이 바로 서야 가치관의 기준에 알맞는 일의 목표를 세우게 된다. 그 목표를 향해 성실하게 나아가는 과정이라면, 결과에 상관없이 보람 있게 살 수 있다.

- 안철수 : 저는 안정성이나 전망을 보고 한 선택이 아니다. 매월 말 월급을 주고 나면 매월 초가 항상 긴장이었다. 돈이 부족하면 은행에 찾아가서 어음 깡을 해야 한다. 그게 아직도 남아있어서 월초만 되면 지금도 불안하다. 그리고 저보다 잘나가는 사람과 비교를 하게 되면 괴롭다. 직원들 퇴근하면 저는 밤늦게 혼자 큰 계산기로 돈을 맞춰보는데, 어느 날 문뜩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머리를 땅 치더라. 친구들은 다 의사하고 교수하고 편하게 살고 있는데...

저는 힘들 때 절대로 다른 사람들과 비교를 안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힘들 때는 위만 쳐다 보지 말고 아래를 내려다보라. 내가 해놓은 것 없는 것 같은데 아래를 내려다보면 해 놓은 것이 많이 보인다.

그리고 목표를 정한다. 목표가 달성되면 자기가 자기에게 선물을 주는 거다. 영화를 본다던지 자신에게 주고 싶은 선물을 주는 거다.

또 하나는 무조건 걷는 것이다. 절망에 휩싸이면 회사 안에서 해결이 안 된다. 그래서 저는 무조건 걷는다. 2시간 정도 걸으면 머리가 좀 맑아진다. 가끔 지갑 안 가져가면, 다시 또 2시간 걸어와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청중들 웃음) 

- 박경철 : 안선생님은 순탄한 코스를 온 것 같지만 순간순간 고비가 많았다. 저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 의사를 하던 시절, 저희 어머니가 엄청난 부채에 나앉게 되어서 그 돈을 갚아주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친구들은 행복한 삶을 사는데 저는 빚을 갚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했다. 하루 120명 이상 진료를 해야 빚을 갚을 수 있었다. 시골 찌그라드는 병원에 개업 첫날 26명이 왔다. 그냥 땅만 쳐다봤다. 바로 병원 옥상에 올라가서 떨어지면 편안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때 최선을 다해보자 했다. 1년 365일 설날 추석 없이 24시간 진료를 하기로 했다. 병원 소파에서 누워 자다가 환자 진료 받았고, 새벽 3시에 아이가 아픈데 진료를 해주니 정말 고마워하더라. 2년이 지나니까 환자 진료 순위가 전국에서 4위, 5위였다. 우리가 최선을 다했다는 말을 하려면 내 자신의 노력이 자신을 감동시킬 수 있을 만큼 내가 모든 노력을 했을 때 말하는 것이다. 최선을 다하고 나서 적성에 맞지 않는다 이야기해야 한다.

- 안철수 : 실리콘밸리에서 조사를 했다. 벤처기업들도 성공하는 5년에서 7년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돈이 목적인 사람은 3년만 지나면 끝이 안보여서 결과를 못보고 떠나버려서 실패한다고 한다. 그런데 돈이 목적이 아니라 그 일이 재미있고 의미 있는 사람은 3년이 지나도 계속 해나가기 때문에 결국 성공하게 된다고 한다. 벽돌담이 내 앞에 서 있는 이유는 그 일이 얼마나 간절한지 증명해 보이기 위한 것이다. 벽돌담을 깨고 나갈 수 있을 정도로 그 일이 나에게 간절한지 증명하기 위해서다. 자기 앞에 놓인 벽돌담을 그만하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도전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야 한다.

- 박경철 : 청춘의 마인드는 10번 실패하면 11번째 성공하면 된다는 불굴의 의지 아닌가.

- 안철수 : 김제동씨가 그러더라. 청춘은 실패가 없다. 실수만 있을 뿐이라고. 

- 박경철 : 성공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 안철수 : 성공은 사람마다 다르다. 사회에서 일방적으로 보는 잣대와 기준, 돈이 많거나 권력이 있거나 그것은 성공의 기준이 아니다. 자신이 죽는 순간에 돌아봤을 때 내 인생이 행복했느냐 판단하게 하는 게 성공의 기준이다. 미국에서 로또에 당첨된 대다수가 이후에 불행한 인생을 살았다.

도전과 열정을 심어주신 두 멘토에게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도전이라는 것이 모든 것을 버리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고 있는 일과 병행하면서 두 배의 노력으로 새로운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쌓아가는 것이라는 말씀도 굉장히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렇게 모든 이야기들이 감동적으로 다가온 이유는 두 멘토가 실제 자신들이 그런 어려움을 극복했던 생생한 경험들을 들려주는 것이기 때문일 겁니다. 모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라고 이야기하니까 피식 웃음 밖에 안 나왔던 것과 너무 대비가 되더군요.^^ 아무튼 두 멘토들에게는 가장 소중한 것이 바로 ‘시간’일텐데, 그 소중한 시간을 그것도 무료로 함께 나누어주신 점 너무나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