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6월 15일은 1차 남북정상회담 결과인 공동선언이 발표된 지 11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오늘 아침에는 6.15공동선언의 의미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되네요. 이 최초의 정상회담이 어떻게 개최될 수 있었는지, 그리고 6․15공동선언이 갖는 역사적 의미와 계승해야 할 정신은 무엇인지 되새겨보면서, 최근 일어나고 있는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좀 해보고 싶습니다. 

아래의 추천 단추를 눌러주시면 더 많은 사람들과 이 글을 나눌 수 있습니다^^



▲ 11년 전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6.15공동선언. 지금의 남북관계는 어떻게 달라졌나?

최근에는 북한이 대남 대화거부와 보복공격을 공언하면서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이 가파르게 고조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인민군 총참모부가 지난 3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실제적이고 전면적인 군사적 보복행동을 단계적으로 취하겠다고 경고하면서 북한의 군사적 도발과 그에 따른 남북 간의 충돌 우려가 일고 있는 것이죠.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 북한 국방위원회도 남한과의 상종을 거부한다며 이후 거족적인 전면공세와 대북심리전에 대한 물리적 타격에 나서겠다고 하였습니다. 북미회담과 6자회담 재개의 전제로 논의되던 남북회담은 이미 물 건너간 것 같다는 인상마저 줍니다. 다음날 국방위원회 대변인은 매우 이례적으로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남북 당국자 간 비밀접촉 사실을 공개하기도 하였습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북한은 현 정부와 더 이상 대화를 추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입니다.

▲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 부자의 사진이 들어간 영점사격 표적지(경향신문)

사격표적지 사건, 남북 대화의 기초 스스로 허문 꼴

북한이 강경한 입장을 천명하게 된 1차적 빌미는 사격표적지 사건입니다. 지난달 30일 저녁 우리 언론에 경기도 양주의 한 예비군 훈련장에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부자의 사진이 들어간 영점사격 표적지를 향해 사격 훈련이 실시되었고, 인천의 한 예비군 훈련장에서는 김 부자의 머리에 총구가 겨눠지고  ‘김 부자의 목을 따서 3대 세습 종결짓자’,  ‘세습독재 도려내어 북한동포 구해내자’ 라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고 보도되었습니다. 북한 당국, 특히 수령의 결사옹위를 신조로 삼는 군부로서는 이 같은 일을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었을 것입니다. 북한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각종 매체를 동원하여 주민들의 격앙된 분위기를 대내외에 전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번 사건의 파장이 결코 간단치 않음을 보여줍니다.

사격표적지 사건은 북한의 반발은 차치하고라도 남북 간 합의사항을 우리 스스로가 깨버린 것입니다. 1972년 7․4공동성명에서 시작되는 모든 남북 합의는 상호체제 인정․존중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평화공존과 협력의 정신이 근저에 놓여 있는 것이죠. 우리 정부가 기회 있을 때마다 북한에 촉구하고 있는 ‘진정성을 보이라’ 는 주장도 북한이 상호존중의 정신에 입각하여 대남도발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을 방지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사격표적지 사건은 그 정당성의 근거를 흔들고  ‘함께 흙밭에 뒹굴기’ 를 하겠다는 느낌마저 줍니다.

한쪽에서는 정상회담 협의, 다른 쪽에서는 그 회담의 당사자를 표적으로 사격훈련?

우리 군 일부에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부자를 사격표적지로 사용한 것이 청와대나 국방부의 지시로 발생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연이은 도발사건으로 아무리 북한에 대한 적개심이 커졌다 할지라도 우리 정부가 그 정도로 남북관계 파탄을 감수하고 막가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정황을 고려할 때 북한도 이 사건을 지나치게 확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상황관리와 대북 대화추진 능력에 있다고 보입니다. 북한과 건설적인 대화를 하려면 매우 신중하고 세심하게 분위기를 조성하고 주변을 관리해야 합니다. 정부의 안보관 강화 지시가 막상 현장에서는 상식을 벗어난 과잉 충성과 남북관계의 토대 파괴라는 통제되지 않은 심각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예견했어야 했습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베를린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내년 2차 핵정상회의에 초청할 수도 있다는 중대한 대북제의를 하고, 그즈음 베이징 등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한 당국 간 접촉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한쪽에서는 정상회담을 협의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그 회담의 당사자를 표적으로 걸어놓고 사격훈련을 하는 상황은 우리 정부가 의도하지 않았다면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음을 의미할 뿐입니다.

MB 정부는 상황관리 능력과 대화추진 능력이 없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이유는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이견입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정부는 지난해 5월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격침되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북한을 국제사회에 ‘기소’ 하였습니다. 이는 미국과 스웨덴 등 국제적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피고’ 인 북한은 이러한  ‘혐의’  자체를  ‘날조’ 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중국이나 러시아도 사실상 북한을 거들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정치적인 이해관계도 작용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유무죄 판결은 단기적으로 쉽게 내려질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북한이 먼저 사과하는 것이 스스로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척도이자 모든 남북대화 재개의 전제조건이라는 입장을 더욱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우리 정부뿐 아니라 미국 등 관련 국가들은 대북대화 모색의 입구조차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6자회담 남북 수석대표 회담을 계기로 북·미 대화와 6자회담 재개를 이어가려던 관련국들의 구상은 좌초될 위기에 처하였습니다. 특히 중국 등의 권유로  ‘마지못해’  남북대화의 우선 개최에 동의한 북한으로서는 우리 정부의 사과 요구에 맞대응할 카드이자 남북대화를 거부할 명분으로, 나아가 남북대화를 우회하여 6자회담 재개로 나아가기 위한 방편으로 이번 사격표적지 사건을 적극 활용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천안함 침몰과 사격표적지 사건이라는 남북 간 현안이, 더 엄중하면서도 중장기적인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한 대화의 재개를 가로막는 형국이 또다시 초래되고 있습니다.

천안함 침몰 사건과 6자회담 불리해야

북한이 남한과의 대화를 전면적으로 거부하면서 북한을 둘러싼 대화구도가 미국과 북한 그리고 중국 간의 삼각구도로 쏠려갈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선 캠벨 미국 동아태 차관보가 지난 6일 중국을 방문하였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 결과를 듣고 작금의 상황을 중국과 협의하기 위한 행보로 보입니다. 

또한 미국은 이미 북한과의 대화를 진전시켜 나가고 있다. 미 국무부 킹 대북인권특사가 식량평가단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한 데 이어, 북한에 쌀은 아니지만 옥수수를 비롯한 식량을 지원할 것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습니다. 북한도 미국과의 대화에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인권특사’ 와 공식적인 당국 간 대화를 했을 뿐 아니라, 억류하였던 미국 국적의 재미교포를 일방적으로 석방하기도 하였습니다. 

북한의 태권도시범단도 순회공연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였습니다. 미국과 북한 간에는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분위기가 하나둘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과의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대북 설득력을 높여가고 있는 중국의 선택도 주목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남북대화를 전면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남북대화를 건너뛰어 북·미 대화나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으로 바로 가는 방안을 제의할 개연성마저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남북관계를 세심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남북관계를 관리하는 일은 북한의 요구에 굴복하는 것이 아닙니다. 북한이 주저하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출발점으로서 적절한 수준의 관리가 필요한 것이지요. 이는 물론 최고지도자 간 회담뿐 아니라 모든 수준의 대화와 협력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서도 요구됩니다.

▲ 2007년 2·13합의를 이끌어낸 6자회담 대표들

천안함 사과도 받아내지 못하면서 6자회담에서도 철저하게 소외될 가능성

무엇보다 천안함 침몰 사건과 6자회담 재개가 분리되어야 합니다. 우리 정부가 현재와 같은 입장을 완고하게 고집할 경우, 천안함 사건에 대한 사과도 받아내지 못하면서 자칫 6자회담에서 철저하게 소외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더 이상 실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천안함 침몰 사건은 남북 간 현안으로써 다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북한의 사과를 받자는 것은 북한을 항복시키거나 우리의 체면을 차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북한의 도발행위를 차단하고 한반도 평화를 공고히 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서입니다. 즉 과거 때문이 아니라 미래 때문이지요. 이렇게 본다면 한반도 평화를 증진하고 제도화시키는 길이 있는데도 사과만을 우선적 과제로 내세워 이를 거부하는 것은 사과를 요구하는 본뜻과는 거리가 멉니다.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사과 요구를 최우선시하는 방식이 결국 모든 문제의 해결을 지체시키면서 자승자박의 결과마저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남북정상회담, 의향이 있으면 제대로 추진하라

우리 정부는 기다리면 된다는 안이한 정세인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우선 미국이 언제까지나 우리의 입장을 존중할 것이라는 인식을 버려야 합니다. 미국으로서는 북한과 섣불리 대화를 추진하다가 ‘같은 말을 두 번 사는 것’ 보다 한미동맹을 튼튼히 다짐으로써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훨씬 클 것입니다. 특히 내년 재선에 도전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대북 대화보다 한미동맹의 강화가 선거에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유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미국도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 특히 핵실험이나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핵능력 강화와 대외적인 핵확산 등에 대해서는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더구나 미국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프로그램(UEP)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것이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미국이 언제까지나 북한과의 대화에 소극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합니다.

북·중관계도 우리 정부 당국자들의  ‘기대’ 와 같이 심각한 견해 차이를 보이면서 덜컹거리기보다 새로운 협력관계로 발전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5월 하순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과 관련, 우리 정부의 고위소식통은 “김 위원장으로서는 장쩌민 전 주석을 만나지 못한 데다 원자바오 총리와의 회동에서 북․중 경협문제가 희망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측이 남북 비핵화 회담에 나서라고 설득하자 그에 대해 불만을 느끼고 있을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 북한 국방위원회의 강경한 입장표명은 중국에 대한 불만의 메시지를 표출한 것으로 보는 분석이 정부 내에서 우세하다.” 면서 최근 북한의 대남강경입장 천명도 북·중 간 불화 탓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우리 정부의 상황관리 실패 책임을 남 탓으로 돌리는 변명에 불과합니다. 북·중 간 경제협력은 중앙정부의 승인 아래 지방정부와 기업들 간의 협력관계로 빠르게 발전되고 있습니다. 특히 북·중 협력은 과거와 같은 일방적인 시혜와 수혜의 관계가 아니라 호혜적 관계로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 이면에는 중국의 동북진흥계획과 북한의 국가개발 구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지요. 라진-선봉특구와 신의주-단동 연계특구(위화도·황금평) 개발, 그리고 북한의 국가개발 10개년 전략계획 등이 그것입니다. 새로 건설되는 신압록강 대교가 중국의 고속철도 기준에 맞추어져 시속 350㎞의 속도로 설계되고 있다는 보도는 북·중관계가 어디를 향해 어떤 단계를 지나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 (사진) 신화통신
 
이제 우리 정부는 아전인수식의 정세인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북․중 간의 갈등을 강조해도 북․중 관계는 호혜협력의 바탕에서 새로운 관계로 도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하였습니다. 천안함 사건이 아무리 중대한 현안이라 할지라도 그로 인해 다른 모든 것이 발목 잡히지는 말아야 합니다. 다른 현안들도 그 이상으로 중요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단적으로 6자회담이 그것입니다. 6자회담이 재개되면 오히려 남북 간에 실질적 대화를 진전시킬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당장 천안함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더라도 결과적으로 천안함 침몰사건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멀리 보면 이길 수 있는 길이 보이는 법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남북정상회담도 기왕지사 추진하려면 제대로 해야 합니다. 어떻게든 천안함 사건에 대한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에 의해서나 일각의 지적처럼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 목적에서 졸속으로 정상회담이 추진되어서는 안 됩니다. 진정으로 건설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가질 생각이 있다면 상황을 매우 세심하고 주도면밀하게 관리할 의지와 능력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과의 비밀접촉 공개와 같은 나쁜 선례만 남기면서 남북관계에 또 다른 먹구름만 드리우게 될 것입니다.

기본으로 돌아가자 : 평화 확보, 교류 협력, 남북관계 발전, 궁극적으로 통일

오늘 6월 15일은 1차 남북정상회담 결과인 공동선언이 발표된 지 11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우리는 이 최초의 정상회담이 어떻게 개최될 수 있었는지, 그리고 6․15공동선언이 갖는 역사적 의미와 계승해야 할 정신은 무엇인지 찬찬히 살펴보고 기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번에 남북 간 비밀접촉이 논란이 된 것도 접촉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기본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역대 정부는 평화를 확보한 토대 위에 교류와 협력을 통해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궁극적으로 통일을 이루는 것을 국가정책의 기본으로 삼아왔습니다. 우리는 이에 기여하는 의지와 태도, 그리고 능력을 갖추는 것이 헌법정신과 남북관계의 역사적 맥락과도 일치한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됩니다.

* 이 글은 평화재단 현안진단 제26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 제 트위터인데요, 블로그의 업데이트 소식이 궁금하다면 @hopeplanner 팔로우해주세요.
  이 글이 유익하셨다면 아래의 추천 단추를 꾸욱 눌러주세요.

Posted by hopeplanner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미디어몽구 2011.06.15 09: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최근 남북관계에 대해 조목조목 정말 잘 정리한 글이네요!
    잘 읽고 갑니다.
    6.15를 맞아 그 의미를 잘 새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