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는 ‘북한인권법(안)’의 통과를 둘러싸고 우리 사회의 갈등이 되풀이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몇몇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인권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였고 원내대표 또한 국회통과 의지를 공언하였으나, 민주당의 지속적인 반대 입장으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일부 보수적 민간단체들은 기자회견과 토론회, 삭발식 등을 통해 법안 통과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으나 진보성향의 단체들은 이 법안에 우려와 반대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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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2월11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북한인권법안이 의결됐다. / 뉴시스

법제정을 둘러싼 정치적 분란의 실체

  ‘북한인권법’은 이미 수년 전부터 우리 사회의 민감한 이슈로 부각되어 왔으며 ‘남남갈등’의 대표적 쟁점이 되어 왔다. 2004년 미국에서 북한인권법이 제정되고 2006년 일본에서도 유사한 법이 제정되자, 우리도 북한인권법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다양한 법안을 제안하기 시작하였고, 민주당은 미국과 일본의 북한인권법이 실효성이 없다며 입법에 반대해왔다.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제18대 국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4건의 북한인권법안을 제출하였고 2010년 2월 11일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퇴장 속에 통합 수정된 ‘북한인권법안(대안)’을 통과시켜 현재 이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여러 차례 수정과 변경을 거쳐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안)’을 살펴보면, △ 이 법은 북한 주민의 기본적 생존권을 확보하고 인권 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함 (1조) △ 통일부 산하 북한인권자문위원회 설립 (5조) △ 통일부장관은 3년마다 북한인권 기본계획 및 매년 북한인권 증진에 관한 집행계획 수립 (6조) △ 외교통상부에 북한인권대외직명대사 임명 (7조) △ 인도적 지원의 권장 조건 (8조) △ 북한인권재단의 설립 (10조) △ 북한인권재단 내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 (10조 3항) △ 통일부장관의 북한 내 인권실태 조사 및 국회보고 (12조) △ 민간단체의 활성화 지원 (15조) 등이 주요 내용이다. 

  원래 법을 제정하기 위해서는 그 목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이루어져야 하고 법 시행을 통해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북한인권법’도 마찬가지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당위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 누구도 반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 법을 시행하면 북한 주민의 인권이 개선되고, 이 법이 없으면 북한 주민의 인권이 더욱 악화되는가에 대해서는 이론이 많다. 이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문제의 핵심이다.

  물론 이 법을 제정해서 북한 정권을 자극할 필요가 있느냐고 묻는 것은 논외다. 북한 정권의 반응에 관계없이 우리의 명분과 정당성이 확보되고 실질적인 인권개선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 의연하게 정도를 걸으면 될 것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이 법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으로 정치적 분란이 일어나고 그 실효성도 의심받고 있는 가운데 굳이 법 제정을 강행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또다시 이념적 갈등이 유발된다면 과연 제대로 법목적성에 충실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는지 의문이다.

  실제로 이 법을 통해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은 무엇이며, 이를 위해 여기에 무슨 내용을 담아 무엇을 실행하려는지에 대한 논의는 사라지고 단지 찬성이냐 반대냐 하는 이분법적 입장만 부각되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고 딱한 일이다. 

왜「북한인권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하는가?

  ‘북한인권법’ 제정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측은 다음과 같은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우선, 북한인권 상황이 심각하고 긴급하며 인권침해가 광범위한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의 인권상황이 북한 당국의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반인권적 지배체계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북한 스스로 개선할 수 없고 외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관심이 요구된다는 점을 들고 있다. 또 북한 인권 문제가 인류 보편적 문제임과 동시에 민족적 문제로서 한국의 개입이 필수 불가결한 상황이고, 미국과 일본도 제정했는데 이를 방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한국의 북한인권법 제정은 대한민국 헌법정신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것이며, 북한 주민을 한국정부의 정책대상으로 인정함으로써 통일과 남북사회통합 대비 작업에 대한 참여를 제고시키는 당위성도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북한인권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하여, 법 제정을 통해 즉각적인 인권개선 효과를 거두기 위한 측면보다는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기초환경 조성에 의의가 있고 법이 제정될 경우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제도적•환경적 조건을 갖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정부 내에 북한인권 전담조직을 운영하고 북한인권 관련 단체에 대한 예산지원과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운영을 통하여 북한인권 개선 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제도적•물적 토대를 갖추고 국제기구 및 국제적 NGO와의 협력 강화, 대북 인도적 지원의 합리적 실천 등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 북한 인권은 우리 사회의 오래된 화두다. 한 시민이 굶주린 북한 어린이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고 있다. / 뉴시스

실질적 인권개선의 효과는 있는 것인가?

  북한의 인권 상황이 심각하고 광범위하며 긴급히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대부분이 공감하지만, 실효적인 인권개선의 방법이 무엇인가를 둘러싸고는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다.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외부의 적극적인 관여와 개입이 필요하다는 점 또한 인정하지만 관여와 개입의 방법 역시 다양하게 존재한다. 따라서 일의적으로 ‘법’을 만들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미국이나 일본이 관련법을 제정했으니까 우리도 북한인권법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국제법적으로 주권국가로 인정받고 있는 북한의 인권개선을 위해서는 대한민국 헌법의 즉시적 외연 확장보다는 남과 북이 모두 가입하고 있는 국제인권규약을 기준으로 북한 인권상황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이라고 할 것이다. 

   또한 ‘북한인권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북한인권재단 설립 부분을 제외하고는 북한인권 개선과 관련하여 새로울 것도 없고 실효성도 없어 보인다. 이 법안의 많은 내용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과 같은 다른 법률에 의해 이미 규정되어 있다. 인권개선을 위한 노력, 인도적 지원, 국제협력 등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9조 (인도적 문제 해결), 제10조 (북한에 대한 지원), 제11조 (국제사회에서의 협력증진) 등과 거의 유사한 조문으로 이루어져 있어 이와 중복되는 ‘북한인권법(안)’의 필요성을 의심하게 한다. △ 북한인권자문위원회 설립 △ 북한인권기본계획 및 집행계획 △ 대국민교육 및 홍보대책 마련•시행 역시 이미 다른 기관에서 유사한 성격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법안이 가진 새로운 내용은 거의 없다. 북한인권대외직명대사 역시 단지 상징적인 의미밖에 없다. 

  ‘북한인권법(안)’의 필요성으로 거론되는 내용 중 주목되는 것은 정부 출연금 등으로 운영되는 북한인권재단의 설립 및 그 재단을 통한 민간단체의 재정지원뿐이다. 실제 이 법안의 총 20개 조항 중 북한인권재단과 관련된 규정이 5개 조항(제10, 11, 12, 15, 19조)을 차지할 만큼 이번 ‘북한인권법(안)’에서는 북한인권재단 설립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법안에서 규정한 북한인권재단의 사업은 △ 북한인권 실태에 대한 조사•연구 △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설치•운영 △ 북한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대안의 개발 및 대정부 정책 건의 △ 북한인권 관련 시민단체에 대한 지원 △ 북한인권 관련 홍보•교육•출판 및 보급 △ 북한인권 관련 남북 접촉 및 교류협력 △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적 교류 및 협력 활동 등과 같이 대단히 넓은 범위에 걸쳐져 있다. 

  북한인권재단 사업이 이와 같이 광범위하고 통일부 등 타 정부기관의 업무와 중첩되는 부분이 많은 데다 그 설립비용과 재원이 모두 정부 출연금 또는 보조금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예산의 과도한 배정, 임의적이고 부적절한 집행 등 상당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또한 북한인권재단이 북한인권 관련 민간단체에 대해 지원할 수 있게 함(15조)으로써, 운영하는 데 따라서는 특정한 민간단체들만이 ‘인권의 이름으로’ 편중적인 재정 지원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재단으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단체들이 다시 정부의 대북정책을 더욱 경화시키는 압력을 가함으로써 북한인권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을 증폭시킬 우려도 엿보인다. 

  북한인권재단의 활동과 사업 내용을 보면 기존의 국가인권위원회나 다른 국가기구 등을 통해서도 이와 비슷한 역할을 충분히 해나갈 수 있다고 본다. 만일 북한인권 관련 민간단체에 대한 재정적 지원 및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설치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북한인권 문제가 이미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북한인권법’의 이름으로 해야만 한다는 필연성은 없어 보인다. 

△ 지난 4월 12일, 종교인 658명은 "지진피해 입은 일본도 돕는데 동포를 외면한다면 동포가 아니"라며 한목소리로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호소했다. [사진-통일뉴스] 

북한주민의 인권 개선을 위해서는 인도적 지원이 더 시급하다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안)’에도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이들의 기본적 생존권을 확보’ (1조)한다고 하면서 제8조에서 인도적 지원 조항을 독립적으로 두고는 있으나, 그 내용은 인도적 지원 시에 준수 노력을 해야 할 기준을 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을 뿐 정작 지금 북한 주민들에게 절실히 필요하고 시급한 대량의 인도적 지원에 대한 실행 조항은 전혀 없다. 

  세계식량기구(WFP)를 비롯한 각종 유엔기구들이 최근 북한의 식량 사정을 조사하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북한 주민들의 식량 부족 사태는 매우 심각하고 절박하며 아사의 위험 등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대량의 식량지원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북한인권'을 얘기할 때 흔히 보수적인 단체들은 정치범수용소와 공개처형, 고문 등의 '자유권'만을 중시하고 진보성향의 단체들은 '생존권'만을 우선시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보편적 인권'은 자유권과 생존권 모두를 불가분적으로 포함하는 것이지 그중 어느 하나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 자유권과 생존권은 '인권'의 관점에서 모두 중요하고 함께 보장되어야 한다. 진보적 단체들이 북한 주민의 자유권 개선에 더욱 관심을 쏟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보수적 단체들 또한 기본적 생존권 보장을 위한 대북 인도적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런데 보수세력 일각에서는 북한 주민의 절박한 식량 부족 사태에 대해 불신하거나 외면하고 있고, 식량을 지원한다고 해도 군인이나 당간부들에게만 돌아가지 북한 주민에게는 분배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내세워 대북 식량지원에 부정적이다. 이러한 편향은 '북한인권법(안)'에도 여실히 나타나 있다. 북한 인권 내용 중 하나인 기본적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절실히 필요한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적극적 실행 규정이 결여되어 있다. 물론 분배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조항이 들어가는 것은 옳으나, 그런 조항이 북한 주민에 대한 대량의 식량지원에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인 태도를 정당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인권법(안)'이 '인권법'으로서의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으려면 북한 주민의 기본적 생존권 보장의 실현에 대해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이며 대량의 인도적 지원이 가능한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안)’에 대해서는 당위와 명분, 그리고 실효성을 놓고 충분한 여론수렴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제정 여부를 결정함으로써 우리 사회 안에 또다시 이념 갈등을 증폭시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당장 필요한 사항들이 있다면 굳이 ‘북한인권법’이라는 형식적인 모자를 쓰지 않고도 행정적 차원에서 시행해 나가면 될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오히려 법제정의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고 ‘북한인권법’의 목적에 충실할 수 있는 길이다.

이 글은 평화재단 현안진단에 게재된 글입니다.

Posted by hopepla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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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js8364 2011.07.27 16: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중한 내용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2. bluetree 2012.06.07 09: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