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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평화

북한 중앙당 간부 인터뷰, "남조선의 인도적 식량지원?"

어제,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에서 식량난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북한 주민 350만명에 대한 긴급 식량지원 활동을 개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WFP의 이번 지원은 지난달 북한 현지에서 실시된 식량실태 조사 결과에 따른 것으로, 1년간 2억 달러 규모에 달합니다. 특히 춘궁기인 5월부터 7월 사이에 어린이와 여성, 노인 등 취약계층에 식량을 공급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매달 400여명의 모니터링 요원을 파견하는 것을 북한이 수용함으로 인해, 그동안 문제시 되어왔던 모니터링 문제도 많이 해결되었습니다. 모니터링은 북한 입장에서는 꺼려왔던 문제였는데, 식량사정이 굉장히 심각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MB정부는 현재 정부차원의 대북 식량지원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대북 강경 정책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데 그쳤습니다. 같은 동포가 굶어죽고 있고, 제 민족이 아닌 외국 단체에서도 정치와 무관하게 인도적 식량지원을 시작하는데, 한국 정부는 민간단체들의 인도적 지원 조차도 불허용 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모금으로 마련한 수많은 인도적 지원 물자들이 현재 인천 부두항 컨테이너에 쌓여만 가고 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이런 와중에 여론에서는 대북 인도적 식량지원에 대해선 찬반 양론이 맞서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하면 군량미로 전용된다, 3대 세습 선전에 활용될 것이다, 2012년 선전용 비축미로 사용될 것이다”등 대북 식량 지원을 둘러싸고 부정적인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남한에서 제기하는 이런 주장들에 대해 북한 간부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현재 제가 자원활동을 하고 있고, 또 그동안 북한 식량난 실태를 면밀히 주시해온 <좋은벗들>에서는 중앙당의 한 간부에게 현재의 식량 실태와 대북지원에 대한 생각을 들었습니다. 인터뷰 내용은 개인의 견해일 뿐, 일반화시킬 수 없음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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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 요즘 북한 정부에서 식량을 지원해달라는 이야기를 부쩍 많이 하는 것 같다. 대북 지원을 두고 남한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당신의 생각을 듣고 싶다.

답변 : 해외 주둔 대표들이 국내에 들어와서 하는 말이, 국내 주민들 중에 일부가 남조선으로 탈북한 가족이나 친척들에게 "외부에서 식량을 지원해도 하나도 도움이 안 되고, 백성들에게 차려지지도 않는다"고 하면서 "식량 지원이 필요 없다"고 말한다고 들었다. 그런 것들이 남조선 신문이나 방송에 보도되면서, 남조선에서는 식량을 우리 조선에 지원해주면 군부에 들어가고, 그것을 군인들이 먹고 힘을 써서 남조선을 공격한다고 하면서 지원을 반대하는 여론이 높다고 들었다.

일부 그런 현상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몇몇 근거에 따라 내놓은 말이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억지스러운 논리들이고,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아니 여럿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질문 : 당신은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답변 : 그렇다고 내가 지원을 선동하고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당신도 알겠지만, 나 역시 먹고 살 근심은 안 해도 될 만한 위치에 있지 않은가. 굶어죽는 일이 당장 내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지원해 달라”, “안 주겠다” 이런 시비에 말려들거나 논쟁에 참여하기도 싫다. 지원하고 안하고는 남조선 정부가 결정할 일이고, 지원을 요청할지 말지는 우리 정부가 결정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꼭 말하고 싶은 문제가 하나 있다. 남조선 언론들에서 너무 무책임하게 근거 없는 일들을 기사로 내보내는 일이 많은데, 그 기사들만 보면 남조선과 우리 조선이 뭐가 다른지 나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사회가 발달하고 문명이 고도로 발전했다는 남조선 사회에서 언론들이 내보내는 기사들을 보면 극영화보다 더하다. 한류, 한류 하던데 극영화를 잘 만들어서 언론들도 기사를 그렇게 잘 꾸며대는가? 나도 우리 정부에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는 사람이지만, 남조선 언론들이 하는 보도를 보면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기는 다 염치없고 나쁜 괴물들만 사는 데 같고, 백성들은 식인종에 마약쟁이들 같다. 나 같은 사람도 그런 기사들을 보면 자존심이 상한다.

질문 : 다시 식량 질문으로 돌아가면, 식량난은 늘 있어왔는데 북한 정부가 요즘처럼 식량지원을 적극적으로 요청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유가 무엇인가?

답변 : 1990년대 대량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어도, 세계에다 특히 한민족인 남조선에게는 식량구걸을 하지 않았던 것이 우리 정부다. 그런데 요즘 왜 모든 자존심을 버리고 미국과 국제 사회에 식량 원조를 요구하고, 남조선과의 정상회담도 여러 차례 제기를 하겠는가?

한마디로, 국내 식량 사정이 1990년대 말보다 더 험악하기 때문이다. 중국을 포함해 모든 나라에 식량사정을 토로한 적이 지금까지 없었는데, 이제는 요청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식량 사태가 심각해졌다는 소리다. 2008년도부터 농장원들이 식량부족으로 너무 많이 죽어 일손이 모자랄 지경이다. 도시에서 농장원들을 모집하는 일들까지 벌어지는 등 현재 농장원들의 생존환경에 무서운 그림자들이 드리워져있다. 그렇다고 정부에서 지원해줄만한 여유 량식도 없고 해서 지난해에는 선군 체계에서 군인들까지 굶겨죽이면서까지 농장원들에게 군량미 중단 등의 혜택을 주는 등 가능한 조치를 다 취했다. 그러나 그런 조치들로는 만성적으로 여러 해 이어진 식량난을 해결할 수 없었다. 이젠 농민들이 더 죽으면 농사지을 인력도 없어진다. 그렇다고 도시 사람들을 모두 농촌에 내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도시 기업과 공장들이 현재 운영되는 것이 없어 농장 진출이 가능하지만,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도시 로동자들도 모두 농장원들로 전락할 것이다.

한겨울에도 전국 농장원들의 70%가 언감자 몇 알로 생계유지하고, 풀도 나지 않은 겨울 야산에 나가 풀뿌리를 캐러 다녔다. 식량 배급이 10년 전에 이미 없어진 도시 일반 로동자들은 화폐 개혁으로 직격탄을 맞았으니, 더 말해 뭐 하겠는가. 사정이 어려우니까 체면도 없어지는 것이 아니가 생각한다.

질문 : 그러나 대북지원을 해도 북한 정부가 분배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의심은 사라지지 않는다. 식량을 지원해도 주민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면, 지원할 이유가 없는 게 아닌가?

답변 : 답답한 이야기다. 한쪽에서는 우리 정부가 통제력을 잃고 곧 망할 것처럼 떠들어 대면서, 분배를 일부러 안하는 것처럼 말한다. 남조선에서 식량을 지원해도 일반 계층에 전달이 잘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옳은 말이다.

그러나 우리 배급 체계가 완전히 무너진 것이 벌써 10년도 넘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그동안에 끼리끼리 해먹는 게 완전히 굳어졌다. 상부는 상부대로 하부는 하부대로, 각 단위별로 직장별로 힘 있는 데는 힘 있는 데서 우선 해먹게 돼있다. 중앙에서 그것을 시정해보려고 몇 번 검열그루빠를 내려 보내고, 시범으로 몇 사람 목을 날리기도 하지만 그 때 뿐이다. 검열그루빠로 내려간 사람이 거기서 또 얻어먹고 눈감아주는 현실에, 누가 누구를 감시한다는 말인가.

그러나 여기에서 절대 오해하면 안 되는 문제가 있다. 배급 체계가 무너져서 분배를 잘 못하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곧 붕괴할 거라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라는 것이다. 그렇게 믿는 것이야 자유지만, 배급 체계 없이 지금껏 버티고 있는 게 우리 정부 아닌가. 선후관계를 잘 따져서 논리를 만들어도 만들어야지, 자기가 믿고 싶은 것을 앞에 두고 현실을 억지로 맞춰 나가면 안 된다.

그렇다면 식량지원이 최하층주민들에게 정말로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 지 말해보자. 국가에는 돈이 없어도, 외화를 쌓아놓고 사는 당 간부들과 돈주들은 식량 걱정이 없는 상태다. 지금 식량난은 순전히 도시 노동자들과 농민들, 그리고 특수부대가 아닌 일반 군대들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보내주고 싶어도 옆으로 새니까 지원을 못해주겠다고 하는데, 정말 분배가 안 되느냐?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실례를 들어보겠다. 남조선 지난 정부에서 수해물자와 긴급재난 물자를 보내준 것은 다 제 지역에 들어갔다. 이것은 내가 직접 확인한 사실이다. 왜 그런가. 그것은 어디로 보내라는 게 명확하게 나오니까 그렇다. 만약에 평안남도 신양군에서 수해가 심하니까 거기에 밀가루 몇 천 톤, 시멘트 몇 톤 긴급 지원하겠다고 구체적으로 지목하고, 그 지방당 간부들과 협상하면 그 지방에 확실히 들어간다.


문제는 중앙 정부에서 반드시 통전부(통일전선부) 사람들을 거쳐서 만나게 하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 생긴다. 통전부나 평양에 있는 중앙 단위들은 자기 밑에 먹여 살릴 수하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어디서 뭐 지원을 받으면 자기들 배만 불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시당이나 군당같이 지방당들이나 김책제철소다 뭐다 특정 기업소들은 자기들한테 딸린 입들이 많기 때문에 어떻게든 식량을 지원받고 싶어 하고, 다른 데 안 뺏기려고 한다.

생각해보라. 남포항에 사리원 시당에서 가져갈 식량이 들어온다고 해서 시당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어디 군부에서 중간에 가로채갈 수가 있겠는가. 시당 사람들이 가만히 놔두겠나? 물론 그 중에서 군부와 협상해서 일부를 나눠줄 수도 있겠지만, 군부가 다 빼간다? 말도 안 된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아마 사생결단하고 달려들어 다시 뺏어갈 거다. 그만큼 모두 막다른 골목에 몰린 처지들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 일부가 군대에 간다고 해도 군인들도 굶어 죽어가는 백성들이고, 우리 자식들이다. 또 간부들이 다 빼돌리지 않느냐고 하는데, 그래도 괜찮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 사람들이 많이 먹어봤자 하루 세 끼 먹는다. 나머지는 어차피 시장에 나오게 돼있다. 시장에 나오면 식량 값이 떨어지고, 돈 없는 도시 노동자들이 사먹기가 쉬워진다. “귀하면 비싸고, 흔하면 눅다(싸다)”는 이치는 세 살짜리 아이들도 안다. 식량 값이 떨어져야 주민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왜 이런 도리는 안 따지는지 모르겠다.

예전에 남조선에서 청진항과 남포항으로 식량이 들어온다고 남조선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된 적이 있는데, 그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는가? 실제 들어온 것도 아니고, 단지 들어올 거라는 이야기만으로 전국 식량 값이 일제히 떨어졌다. 우리 정부가 정보 통제를 아무리 잘 한다고 해도, 그런 소문은 막을 길이 없다. 어디에 쌀 몇 톤이 들어온다고 발표해봐라. 전국 어느 도시에나 당장 그 소문이 돌면서 바로 식량이 풀릴 것이다. 쌀값이 더 비싸질 때 팔려고 안 내놓았던 장사꾼들이 시장에 쌀을 풀기 때문이다. 그러면 결국 누가 혜택을 보겠는가? 2,000원 줘도 못 사먹는 쌀을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사먹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 백성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사람들이 시장에 쌀이 많이 나오니까 사먹기 편리하다고 좋아했다.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고칠 것인지를 생각해야지, 그것 때문에 못 주겠다고 하는 것은 솔직하지 못한 것 같다. 차라리 주기 싫다고 하는 게 솔직한 것 같다. 할 말은 더 있지만, 오늘은 이 정도로 하자.

이야기는 구구절절했습니다. 글로써 전달하다 보니 부족한 게 있었겠지만, 그 마음만은 충분히 전달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저는 인도적인 지원은 아무런 정치적인 조건을 걸지 말고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미국조차도 정치문제와 관여시키지 않고 오로지 인도적인 지원의 관점을 갖고 식량지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민족 한 동포인 우리가 왜 강경책을 고수하는지 답답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순수한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과 국민 여론, 남북 관계 등 여러 요인들을 놓고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하루 빨리 북한의 인도적 식량지원이 단행되어서 소중한 생명들이 희생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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