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종교가 다를 경우, 결혼하는 과정에서 집안 간에 갈등을 겪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오늘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서는 자신의 종교는 불교이지만, 결혼 할 며느리감의 종교가 기독교여서 마땅치 않아하는 어머님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종교가 달라도 함께 화합하며 사는 길은 없는 것일까. 법륜스님의 답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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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 저는 절에 오랫동안 다녀온 불교신자입니다. 그런데 며느릿감이 기독교 집안이라 아들의 결혼이 마땅치 않게 받아들여집니다. 이 마음을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법륜스님 : 이처럼 많은 가정이 종교 문제로 결혼할 때 갈등을 겪습니다. 그러나 아들이 자기 아내가 좋다고 하면 며느리의 종교가 무엇이든 간섭할 일이 아닙니다. 내 며느리를 구하는 게 아니라 아들의 아내를 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모의 권한 밖의 일이에요. 그러니까 어머니는 “네가 좋다면 나도 좋다.”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물론 부모로서 권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 권리를 올바르게 행사하려면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엄마는 반대다. 하지만 네가 좋다면 알아서 해라.”
이 말은 곧 결혼은 알아서 하되 부모는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자식은 상대방이 정말 좋으면 지원을 못 받아도 갈 것이고, 상대가 덜 중요하면 스스로 포기할 것입니다.
한편 여자 집안 쪽에서는 어떨까요? 남자 집안이 불교라서 탐탁지 않을 것 아닙니까.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물론 종교가 중요하겠지마는, 대한민국 헌법에도 종교의 자유가 있다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존중해야 합니다.
또 결혼 후에는 상대를 교화하고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이때 며느리를 절에 다니라고 교화해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같이 살면서 시어머니가 존경할 만하면 자연스럽게 교화가 됩니다.
결국은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입니다. 시어머니가 늘 절에 가자고 하는데 평소 행동이 못마땅하면 억지로 다니다 시어머니 돌아가시면 안 다닐 거고, 시어머니가 가자는 소리를 하지 않아도 행동이 자기 마음에 들면 시어머니를 따르게 됩니다.
미국에 있는 정토회에서 만난 부부가 있습니다. 남편은 가톨릭 신자고, 부인은 불교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 집에서 가정 법회를 갖곤 했는데, 남편이 처음에는 부인이 불교 공부하는 것을 반대했어요. 그런데 부인이 수행을 하면서 아주 사근사근하게 변하니까 남편이 반대할 명분이 없어져버린 거예요. 물론 아이 입장에서는 아빠는 성당에 나가고 엄마는 절에 다녀서 부모의 종교가 다르니까 헷갈렸겠죠.
그런데 엄마와 아빠가 다투거나 얘기하는 것을 늘 지켜보던 아이는 엄마가 더 포용성이 있어 보이니까 불교를 선택했어요. 그래서 문경까지 와서 백일출가를 하고 대학에 다니다 중간에 휴학하고 와서 불교 공부도 하고 번역 일도 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이 종교 믿어라, 저 종교 믿어라 얘기하지 않아도 아이가 스스로 보고 판단한 겁니다.
남편은 집안이 가톨릭이라 계속 성당에 나가는데, 가톨릭 모임에서 사람들이 부부간의 갈등을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가정은 갈등이 별로 없으니까 사람들이 모두 “너는 마누라 하나 잘 만났다. 마누라가 어쩌면 그렇게 사근사근하냐, 아이고, 우린 매일 매일이 전쟁이다”라고 한답니다. 그러자 남편이 “부럽거든 정토회 보내라”고 했답니다. 가톨릭 신자인 남편이 절에 다니는 아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답입니다.
우리가 교회에 다니느냐, 절에 다니느냐보다 더 우선해야 할 게 있어요. 그것은 어떻게 수행을 하고, 어떻게 자신을 행복하게 가꿀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마음이 행복해지면 여유가 생겨요. 그래서 상대를 이해하기도 쉽고, 자녀나 남편(아내)에 대해 이해의 폭도 넓어집니다.
혹시 종교가 다른 결혼 때문에 마음이 산란하거든 기도를 하세요.
‘부처님, 감사합니다. 우리 아들은 참 현명합니다. 자기 인생은 자기가 잘 선택해서 살 것입니다. 저는 아들을 믿습니다.’
그러면 정리될 인연은 저절로 정리가 되고, 만나야 할 인연이면 저절로 만나게 됩니다. 부모가 끼어든다고 헤어지는 게 아니고, 붙여 주려고 해도 안 될 인연은 안 됩니다. 오히려 부처님께 감사하며 아들을 믿는 마음을 내면 아들이 잘 선택하게 될 겁니다.
그렇다고 부모가 자신의 의사를 숨길 필요는 없습니다. 속으로는 싫으면서 좋은 척할 필요가 없어요. 의사는 분명히 밝혀도 됩니다.
“네 인생이니까 네가 알아서 해라, 그러나 너를 위해서 기도는 해주겠다.”
이렇게 나가야 됩니다.
우리는 어떤 일을 꾀할 때 늘 이익이 많기를 바랍니다. 또 자기 아들은 부족한데도 며느리는 좋은 조건의 여성을 찾으려고 한다든지, 자기 딸은 자기가 봐도 문제가 있는데 사위는 좋은 사람을 얻으려고 합니다.
부모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이것은 모순이에요. 부모인 나도 내 자식을 편하게 대하기가 힘든데 누가 내 아들과 딸을 감싸주겠느냐고 생각하면서 며느리나 사위에게 항상 고마워해야 합니다.
‘참 고맙고 착하다. 문제 많은 내 자식을 돌봐주니 고맙다. 밥이라도 먹여 주니 고맙다.’
이렇게 감사기도를 해야 합니다. 며느리에게는 “아가, 네가 우리 집에 시집 안 왔으면 내 아들이 평생 혼자 살았을 텐데 네가 와서 살아주니 고맙다”라고 말하고, 사위에게는 “자네가 아니면 내 딸을 누가 데리고 살겠는가? 정말 고맙네”라고 말하는 게 좋습니다.
이렇게 고마운 마음을 내면 부모도 행복해지고 결혼 당사자도 행복해집니다.
스님의 답변이 끝나니 질문한 어머님의 표정이 조금 편안해지셨습니다. 교회에 다니느냐, 절에 다니느냐보다 더 우선해야 할 게 있다고 하시네요. 그것은 어떻게 수행을 하고, 어떻게 자신을 행복하게 가꿀 것인가 하는 문제라고요. 마음이 행복해지면 여유가 생기고, 그래서 상대를 이해하기도 쉽고, 자녀나 남편(아내)에 대해 이해의 폭도 넓어진다고 하네요. 저의 좁은 식견이 넓게 확대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예수님도 부처님도 상대를 이해하라고 똑같은 가르침을 주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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