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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회사, 집만 오가는데 언제 결혼할지 걱정” 법륜 스님의 답변

안녕하세요.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오늘도 시작합니다. 오늘은 매일 회사와 집을 오가는 것만 반복하고 있는데 언제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야 할지 몰라 답답하다는 30대 여성 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저는 매일 회사, 집, 회사, 집 이러고 있는데, 언제 결혼하고, 언제 애기를 낳을지 생각할수록 제 자신이 답답합니다. 계속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요?”

 

“예, 그래도 돼요.(모두 웃음) 몇 살이에요? 30대 중반은 됐어요?”

 

“서른 다섯입니다.” 

 

“서른 다섯인데 회사, 집, 회사, 집 이렇게 다녀도 되느냐고 물으면, 저는 예순 넷인데 혼자 살아도 되는지 질문자한테 도로 물어볼 수밖에 없어요.”(모두 웃음) 

 

 

“스님은 스님이시니까요.”   

 

“그럼 질문자도 스님 하면 되겠네요.”(모두 웃음)

 

“전 교회 다녀요.” 

 

“그러면 전도사 하면 되겠네요. 아니면 수녀가 되세요.(모두 웃음) 스님도 이렇게 강의하고, 절에 가고, 강의하고, 절에 가고, 강의, 절, 강의, 절 이러고 살아요. 이것밖에 뭐가 더 있겠어요?(모두 웃음) 

 

사람이라는 게 회사 갔다가 회사 끝나면 귀가해서 씻고,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회사 가고 그러는 거예요. 그것 말고 뭘 하겠어요? 이 세상 사람들이 다 그래요. 질문자만 그런 게 아니에요. 그런데 가끔 회사에서 회식도 할 거 아니에요.(모두 웃음) 그렇게 회식에 참석하고, 주말에 가끔 친구들과 모여서 어디 놀러가면 되죠. 그런 게 전혀 없어요?”

 

“예, 그런 시간도 가지고 있고, 남자친구도 있어요. 그런데 제 또래 친구들이 사는 걸 보면, 결혼해서 애 돌잔치도 하고 그러는데 저는 이 나이가 되도록 이러고 있어서요.”

 

“그럼 질문자도 결혼하면 되잖아요.”

 

“그런데 저는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이 많거든요.”

  

“어떤 걱정을 하는데요?”

 

“예를 들어, 결혼한 뒤에 남편이 바람을 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합니다. 지금 남자친구는 저에게 그런 빌미도 준 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요.”

 

“바람 좀 나면 어때요? 바람나면 바꾸면 되잖아요. 왜 평생 한 사람하고만 살아야 돼요? 둘 하고도 살아보고, 셋 하고도 살아볼 수 있는 것이지요. 젊은 사람이 참 고지식하네요.(모두 웃음) 

 

 

내가 이 남자 만나봤다가 싫어서 저 남자 만나고, 저 남자 만나봤다가 싫어서 또 다른 남자를 만나면, 우리 사회에서는 도덕적으로 좀 문제가 되잖아요. 그런데 남편이 바람나서 떠나는 것은 질문자의 잘못이 아니잖아요. 그러니 얼마나 좋아요? 자기가 알아서 가주니까. 그런데 그게 왜 겁이 나요?”

 

“제가 상처를 받게 되잖아요.”

 

“왜 상처를 받아요? 잘 된 일인데요.”

  

“버림받은 느낌이 들 것 같아요.”

 

 

“이 남자가 다른 여자한테 가면, 옛날 같으면 질문자 혼자 평생 살아야 되니까 버림받았다고 느낄 수가 있어요. 그런데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이 남자가 가줘야 질문자가 다른 남자를 만날 거 아니에요. 이 남자가 계속 질문자 옆에 있으면 질문자가 다른 남자를 만날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그게 무슨 큰일이라는 거예요?(모두 웃음)

 

미래의 남편이 진짜 바람이 날지 어떨지 지금으로서는 모를 일이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설령 바람이 난다고 하더라도 걱정할 게 하나도 없습니다. 옛날 같으면 좀 걱정인데, 요즘은 하나도 걱정이 안 되는 일이에요. 궁합이 나쁘다거나 남편이 단명한다는 것도 괜찮은 일이에요. 남편이 일찍 죽으면 질문자는 다른 남자 만나면 되니까요. 질문자가 죽인 것도 아니고, 남편이 자기가 알아서 죽은 건데요, 뭐. 그런데 질문자는 도대체 어떤 집에서 자랐기에 그렇게 고지식한지 모르겠네요.(모두 웃음) 

 

 

질문자가 남편을 버리면 좀 문제지만 남편 스스로 알아서 가는 건 질문자의 잘못이 아니잖아요. 그런 일이 안 일어날 수도 있고, 일어날 수도 있는데, 일어나도 그건 걱정할 게 아니에요.

 

그럼 애기를 낳으면 어떻게 키우나? 그런 걱정도 전혀 안 해도 돼요. 첫째, 애기가 생길지 안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잖아요. 둘째, 닭이든 토끼든 개든 고양이든 어미가 되는 훈련을 받아서 어미가 됩니까? 아니면 새끼를 낳으면 저절로 어미 역할을 합니까?” 

 

“저절로 어미 역할을 하죠.”  

 

“예, 생물의 진화과정에서 저절로 어미 역할을 하게 돼있습니다. 아이를 낳기 전에 걱정하는 마음은 이해가 되는데, 낳으면 심리가 모성애로 바뀔 거예요. 생물학적으로 그렇게 돼 있기 때문에. 왜냐하면 우리가 종족을 보존해야 하거든요. 만약 모성애라는 게 없었다면 종족이 보존될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새끼를 낳기 전에는 ‘제 목숨을 버려서 새끼를 보호한다’는 생각을 할 수가 없는데, 새끼를 낳으면 그건 저절로 됩니다. 정신 이상자가 아닌 한, 즉 돈이나 어디에 미쳐서 정신 이상이 생긴 것이 아닌 이상 99%는 자동으로 그렇게 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러니 그건 연습 안 해도 되고, 미리 준비 안 해도 되고, 걱정 안 해도 됩니다. 또 무슨 걱정이 남았어요?”

 

“글쎄요...” (질문자 웃음)

 

“더 이상 걱정이 없지요? 그러니까 ‘그런 일이 일어나도 괜찮다’라고 생각하면 두려움이 없어집니다. 설령 그런 일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그거 별 일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두려울 일이 없어집니다. 그런데 남편을 의심하고 그러면 늘 남편한테 신경을 써야 되니까 인생이 피곤해집니다. 남편이 좀 늦게 들어오면 ‘어디 갔다 왔나?’, ‘누구 만났나?’ 이렇게 자꾸 신경이 쓰이니까 인생이 피곤해지는 거예요. 왜 같이 살면서 그렇게 피곤하게 살려고 합니까? 

 

 

같이 살 때는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고 살되 각자 독자적인 생활도 좀 인정해 주면서 살아야 되는데, 여러분들이 하는 결혼은 서로를 너무 속박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결혼을 꿈꾸지만 막상 결혼하면 서로를 너무 간섭해서 답답해 하고 뛰쳐나가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조금씩 혼자 사는 연습을 해서, 함께 살면서도 귀찮지 않고, 그러면서 혼자도 있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두 사람이 같이 살아도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결혼생활을 20년이나 했으면서도 남편 허락 없이는 수련에도 참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제가 그래서 ‘도대체 너희 부부는 20년간 어떤 신뢰를 갖고 살았기에 20년을 한 이불 밑에 살면서도 서로를 못 믿느냐? 그게 무슨 행복이냐? 속박이지’ 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각자 자기 마음대로 살라는 건 아니지만, 함께 하면서도 자율성이 좀 있어야 될 거 아니겠어요? 

 

그래서 그런 건 너무 걱정 안 해도 됩니다. 만약 질문자가 계속 그렇게 ‘남편이 바람피우면 어떻게 하나?’ 그러면 질문자는 계속 남편을 의심해야 됩니다. 요즘은 대학도 다 다니고, 이성 친구 사귀는 것도 자유로우니까, 남자든 여자든 결혼해서 살아도 남자친구나 여자친구로부터 전화가 올 수가 있어요. ‘동기들끼리 술 한 잔 하자’라고 할 수 있잖아요. 그런 걸 받아들이지 않고 살면 의심병에 걸려서 못 삽니다. 또 무슨 걱정이 있어요?” 

 

“제가 한 남자랑 평생 살 수 있을까 걱정이 됩니다.” 

 

“가만 보니, 남자가 아니라 질문자가 못 살겠다는 거네요?”(모두 웃음)

 

 

“예.” 

 

“질문자가 한 남자와 살아보고 지루하면 ‘당신하고 사니까 너무 지루하다. 우리 따로 좀 살아보자’ 이렇게 얘기하면 됩니다. 그게 뭐가 어려운 일이라고 그래요?(모두 웃음) 그런데 상대가 ‘아니다. 그래도 같이 살자’ 하면 같이 살아보고, 또 몇 년 있다가 ‘아무래도 너하고 같이 살기 힘드니까 따로 한번 살아보자’라고 다시 얘기하면 됩니다. 이게 싸울 일은 아니에요. 성인이니까 서로 의견을 교환해서 조정할 수도 있잖아요. 질문자는 일단 시집을 가서 단 3일이라도 살아보고나 결정을 하세요. 결혼을 해 보지도 않고 앉아서 계속 걱정만 하고 있으면 해결이 안 됩니다. 일단 결혼을 한번 해 보세요. 남자친구가 있다면서요?”

 

“예, 알겠습니다.” 

 

“내일이라도 날을 잡아서 빨리 결혼을 해버려요.”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스님의 단호한 대답에 망설이던 질문자도 움찔하며 정신을 차리는 모습이었습니다. 덕분에 청년들은 박장대소를 하며 웃을 수 있었는데, 질문자가 마지막에 환하게 웃자 격려의 박수 또한 크게 쳐주었습니다. 


강연이 마친 후 질문자에게 가서 스님과 대화를 해 본 소감이 어떤지 물어 보았습니다.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라며 웃음을 보였습니다.


스님과 청중과의 대화가 한참 깊어갈 무렵, 어느덧 밤 10시가 다 되었습니다. 대관이 10시까지라 그 전에 강연을 끝내야 했기에 아직 답변하지 못한 질문지가 더 있었지만 청년들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스님은 곧바로 정리 말씀을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그것이 행복의 조건이 되기도 하고, 불행의 조건이 되기도 합니다. 주어진 조건을 행복의 조건으로 보는 것을 ‘긍정적 사고’라고 하고, 불행의 조건으로 보는 것을 ‘부정적 사고’라고 합니다. 우리가 불행한 건 사물을 보는 사고방식이 부정적이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여러분들은 사고를 긍정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물론 여러분들이 ‘지금 공부해야 되는데 힘들다’ 이렇게 말할 수가 있어요. 그런데 나중에 돌아보면, 밥만 먹고 공부만 해도 되는 때는 바로 지금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겁니다. 그럴 수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가 않아요. ‘결혼 못해서 걱정이다’라고 하지만 한번 결혼해 보세요. 처녀총각 때가 좋았습니다. 늙어보면 젊은 시절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인간이라는 게 청소년 때는 청소년이라 힘들다 그러고, 대학 때는 대학생이라 힘들다 그러고, 처녀 총각 때는 처녀 총각이라 힘들다 그러고, 신혼 때는 신혼이라 힘들다 그러고, 애 키울 때는 애 키우느라 힘들다 그럽니다. 그런데 다 지난 뒤에는 ‘아이고, 그때가 좋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이 좋은 줄 아는 것, 그것이 지혜입니다. 지나고 보니 지금이 좋은 줄 아는 게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좋은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면 여러분들은 늘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지금 힘들다’고 하면서 ‘앞으로 돈만 벌면’, ‘결혼만 하면’, ‘애만 낳으면’, ‘나이만 들면’, ‘승진만 하면 좋을 것이다’라고 합니다. 진짜 그렇다면 나이 들고, 승진하고, 돈 많고, 지위가 높은 사람들을 여기에 불러다가 진짜 행복한지 한번 물어볼까요? 여러분들은 그런 사람들을 못 만나봐서 그런 사람들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저는 지위 높은 사람, 인기 많은 사람, 돈 많은 사람들을 다 만나보잖아요. 그 사람들이 저를 왜 만날까요? 괴로워서 입니다. 그 사람들은 여러분들보다 더 많이 괴로워요. 그러니 일시적으로는 돈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나을 것 같지만 꼭 그렇다고 행복하지는 않습니다. 그것이 행복의 요건은 아닙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지금 행복한 줄 알아야 합니다. 납득이 잘 안 되지요? ‘내가 어디가 어떻게 행복하다는 거냐?’라고 할 텐데, 기분 좋은 게 행복이 아닙니다. ‘괴로워 죽겠다’ 하는 것만 없으면 행복이에요. ‘지금 괴로워 죽겠다’ 하는 사람 손 한번 들어보세요. 없지요? 그럼 다 행복한 겁니다.(모두 웃음) 

 

행복의 정의를 잘 몰라서 늘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웃으면서 사세요. 기분 좋은 건 마약입니다. 기분 좋은 것에 너무 의지하지 말고 지금 여기에서 모두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지혜는 지금이 좋은 줄 알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는 말씀에 부산 청년들은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려는 듯 큰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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