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기간 내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 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추석 전날 밤, 오연호가 묻고 법륜스님이 답하다 <새로운 100년> 앱북이 출시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IOS 앱스토어에서 바로 구매하였습니다. 마침 오늘 9월21일까지 8.99달러를 1.99달러에 할인해 준다는 이벤트 안내를 보고 급하게 다운받았지요.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참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통일 이야기라고 하면 딱딱하고 지루할 것 같지만 읽는 내내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앱북 덕택에 밤에도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워서도 스마트폰으로 계속 읽을 수 있었습니다.
▲ 오연호가 묻고 법륜스님의 답하다. <새로운 100년> 앱북.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다운받아 읽을 수 있다.
먼저 첫장에서부터 법륜스님은 바쁘게 사는 우리들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그리 바쁘게 삽니까?"
그러고 나선, 어떤 질문을 받아도, 어느 대목에서도 막힘없습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종교, 과학, 정치, 역사, 세계를 넘나드는 그의 통섭과 통찰은 저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스님의 열변을 읽고 있노라면 나이를 막론하고 어느새 청년이 되어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것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뛰어보긴 처음이었습니다.
저 혼자 읽는 것이 아까웠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자판을 치고 있습니다. 고등학생, 대학생인 우리 아들딸들이 함께 읽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책을 읽는 내내 여러 번 했습니다.
"재미있는 일을 찾습니까? 일할 맛 나는 그 무엇을 찾습니까? 인생을 한번 바쳐볼 만한 일을 찾습니까? 그렇다면 저와 함께 새로운 100년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 p5
첫 대목에서 가슴은 콩닥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평소에 고민하던 주제에 대한 질문을 그대로 던져주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100년을 만드는 일은 미래에 대한 투자로서 그 가치를 가늠하기도 어려울 만큼 무척이나 가슴이 벅차오는 일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시대와 역사를 읽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그러면 이 시대를 사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깨닫고서 역사적 책임의식을 지니게 됩니다. 반복되는 일상에 묻혀 살던 내가 화들짝 깨어날 것입니다." - p 6
그러면서 시대와 역사를 읽는 공부를 해볼 것을 권합니다. 책이 역사와 시대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내용이 되겠구나 짐작이 되었습니다.
▲ 앱북에서 보여지는 목차. 총 9장으로 되어 있다.
'통일'이 밥 먹여줍니다
총 9장으로 되어 있는 목차를 보면서 몇 가지 번뜩이는 질문들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우리 민족의 뿌리는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우리 민족은 왜 고구려와 발해의 옛 땅을 잃어버렸는가?
삼국통일의 의미는 교과서에서 가르쳐준 것만이 전부일까?
계백과 김유신은 당대에는 철천지 원수였는데 우리는 왜 지금 두 장군 모두를 민족의 위인으로 평가할까?
만약 전태일이 지금의 북한에서 산다면 어떤 인권운동을 할까?
조선 말기에는 민란이 빈발했던 북한 땅의 인민들은 왜 굶주리는데도 김일성 왕조에 순응하고 있는가?
북한의 3대 권력세습을 어떻게 봐야 할까?
남북 이산가족이 만나는 장면을 TV에서 볼 때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왜 그런 감정이 통일운동으로 번지지 못하는 것일까?
남한 사회의 양극화 해소와 남북통일이 대체 무슨 관계가 있다는 말일까?
통일을 누가 어떻게 이뤄낼 수 있을까?
통일이 반드시 필요하고 또 가능하다면 오늘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은 무엇인가?
이 책을 다 읽으면 이 질문들에 대해 명쾌한 답을 찾게 될 것이란 기대감에 가슴은 콩닥콩닥, 단숨에 1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무엇이 통일의 원동력이 될지를 고민하다가 발견한 것이 '역사의식'입니다. 6000년에 달하는 장구한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 지금의 분단 현실을 보면 찰나일 뿐이죠. 그런 면에서 우리가 역사의식을 갖게 되면 통일의식도 갖게 되리라 생각했죠." -p65
그런데 스님의 이야기와는 달리 많은 사람들은 분단이 영원할 것처럼 생각하고 있죠. 여기서 의문이 들었습니다. 오늘 당장 취직 공부 하느라 바쁜데, 우리 청년들이 왜 통일에 관심을 하는지? 이런 찰나에 다시 오연호 대표가 법륜스님에게 묻습니다. 청년들이 통일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법륜스님의 답변은 간결하면서도 눈에 쏙쏙 들어오도록 빠르게 전개가 됩니다.
"미래가 곧 현재로 다가오기 때문이죠. 10년이나 20년 후면 청년들이 본격적으로 나서서 활동할텐데, 그 때를 위해 우리가 준비를 해나가야죠. 우리의 미래가 안전해야 하고 지금보다는 더 나아져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통일이 안 되면 우리의 이런 기본 목표가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 p67
"결국 미중 사이의 세력갈등이 격화되어 충돌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요? 충돌은 미중이 직접 일으키는 게 아니라 그 앞에 있는 남북 사이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거죠." - p69
"이런 국제정세 속에서 우리의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그 청년의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주리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 세대가 군대에 가는 문제에서부터 취직해서 사회에 진출하는 데까지 심각한 영향을 준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청년들이 우리를 둘러싼 국제정세의 변화를 알아야 한다는 거죠." - p70
아, 그래서 통일을 해야 하는 구나,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하지만 스님은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앞으로 밥을 제대로 먹기 위해서는 통일을 해야 합니다. 통일이 안 되면 잘 먹고사는 문제에서 더 이상 돌파구가 없습니다. 세계 강대국들과의 경쟁에서 인구나 영토의 기본 크기가 비교가 안 되니까요. 이것을 극복해나가려면 첫 단계가 남북통일이고, 다음 단계가 동북아 공동체 건설입니다. 통일을 하면 영토가 21만 제곱킬로미터, 인구가 한 7천만명 정도 되죠. 강대국은 아니더라도 자주권을 가지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강국은 되는 거죠. 거기다가 북한 개발이라는 특수는 남북통합 경제의 크고 작은 시너지 효과를 가져와 경제성장의 정체 국면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고구려 발해 멸망 이후 1000여년 만에 우리가 다시 동북아 지역의 중심국가로 일어설 수가 있죠." - p73
통일이 왜 밥을 먹여주는지 조목조목 근거를 들어가며 쉽게 펼쳐줍니다. 참 깊이있는 통찰이지만, 그것을 설명하는 용어는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쉽습니다.
"지금은 무엇으로 우리의 마음이 뜨거워질 수 있을까요? 저는 통일이야말로 우리 젊은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비전이라고 봅니다. 남북통일과 북한 건설은 우리에게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겁니다. 지금 취직 공부를 하고 있는 청년들에게도 더 많고 더 좋은 일자리를 보장해줄 거라고 봅니다." - p74
그동안 통일이 진부한 의제로 받아들여졌던 이유가, 통일을 이렇게 비전적으로 제시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 청산적 통일이 늙은 부모를 어떻게 모시느냐의 문제라면, 미래 비전적 통일은 자식을 어떻게 키울 것이냐는 문제라고 보면 됩니다.
30, 40대 젊은이들이 지금 키우고 있는 자기 자식이 군대 갈 나이가 되어서도 전쟁의 위험 없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사회, 일자리 찾기가 더 수월한 사회를 만드는데 왜 반대하겠어요? 그게 곧 통일이 추구하는 것과 같아요. 그러니 우리가 아무리 사는 데 바쁘더라도 통일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 p77
법륜스님이 말하는 비전적 통일은 아주 구체적이었습니다. 특히 그 비유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늙은 부모를 모시느냐와 자식을 어떻게 키울 것이냐. 너무나 와닿는 기가 막힌 비유여서 혼자로 박수가 절로 터져 나왔습니다.
"북한은 12만 제곱킬로미터라는 어마어마한 땅에다 인구가 2000만 명이나 되고 자원이 엄청난데, 왜 그걸 그냥 버려두려고 합니까." - p78
"북한의 통일세력은 체제 유지에 정신이 없고, 남한의 통일세력은 평화운동으로 돌아섰고, 남한의 보수세력은 원래 통일에 소극적이었으니, 우리 민족 전체에서 통일운동의 구심점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거예요." - p82
"평화적 통일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바로 북한 주민에게 선택권을 주자는 겁니다. 북한 주민 스스로가 '우리끼리 따로 살지 말고 남한과 합하는 게 좋겠다'는 선택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것만이 평화적 통일을 이루는 방법이에요. 다른 말로 우리가 그만큼 북한 주민에게 필요한 이익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남한이 중심이 되는데 남한의 보수가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고, 북한을 과감하게 포용하자는데 남한의 진보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또한 북한 주민에게 이익을 주고, 지배집단의 신분도 보장해주고, 일정 기간 체제까지도 보장해주겠다는데 북한이 반대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북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통일하겠다고 하면 중국이 내정간섭을 할 수 없는 거죠.
아래의 민심을 잡기 위해서는 대규모 인도적 지원을 해야겠죠. 중간층을 잡기 위해서는 경제적 지원을 해야 합니다. 상층부를 잡기 위해서는 체제 보장과 신분 보장이 필요합니다." - p86
통일의 필요성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통일 방법까지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미국은 지는 해라 간섭하는 힘이 약해지고 있고, 중국은 뜨는 해지만 아직 간섭할 만한 정도는 아닙니다. 이 세력변화기에 통일의 기회가 왔다는 것이죠." - p87
"그대로 두면 북한이 중국으로 급속히 기울게 됩니다. 그 다음은 장기분단, 영구분단으로 갑니다. 만약 우리가 지금의 기회를 놓치면 어떻게 될까요? 20년, 30년 후에는 우리가 중국의 변방으로 남아 있게 됩니다." - p91
" 통일이라는 엄청 재미있는 일을 때마침 우리가 만났다"
<새로운 100년>을 읽고 나니 우리 민족이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됩니다. 우리가 주도하는 통일의 길이냐, 외세가 주도하는 분단의 길이냐... 책 분량의 10분의 1 정도만 읽었는데도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총 9장에 걸쳐서 주제별로 더 자세한 대화가 펼쳐집니다. 코스 요리에서 첫 순서로 나온 애피타이저마저 이렇게 식욕을 확 돋우는데, 이어지는 메인 요리는 또 얼마나 맛있을지 기대 하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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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마지막에서 오연호 대표가 "한편으로는 통일이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라는 질문을 합니다. 책을 덮으면서 가슴은 뛰지만 어깨는 결코 가볍지 않은 젊은이들에게 법륜스님은 이렇게 응원의 말을 남깁니다.
"미래의 100년을 준비하는 이 좋은 일이 노력 없이 너무 쉽게 이뤄져버리면 안 되잖아요. 형설의 공이 들어가야죠. 통일이 너무 쉽게 되면 100년을 가기는커녕 다시 10년 만에 무너질지도 모르잖아요. 버거운 과제인 만큼 사람도 많이 모아야 하고 연구도 많이 해야 하고 힘도 많이 모아야 하니 할 만한 일거리가 생겼다고 생각합시다. 통일이라는 엄청 재미있는 일을 때마침 우리가 만났다고 생각하면 힘이 돋고 기가 살 것 같아요. 우리 함께 해봅시다."
남북통일을 위해 법륜스님은 오늘도 쉼 없이 뜁니다. 그에게는 역사에 대한 낙관이 있습니다. 그 낙관은 일을 즐겁게 만듭니다. 통일을 부담이 아닌, 어린 자식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 같은 즐거운 흥분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겠죠.
<새로운 100년> 앱북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서, 법륜스님이 전하는 이런 큰 이야기를 남과 북의 정치인들과 시민들이 잘 소화해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집단지성으로 새로운 100년을 가꾸어나갔으면 하는 바램이 크게 올라왔습니다. 내 자식들의, 그리고 내 후손들의 새로운 100년을 멋지게 만들어가고픈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 덧붙이는 글
오연호가 묻고 법륜스님이 답하다 '새로운 100년'이 <앱북>으로 출시되었습니다. 아이폰, 아이패드에서 다운로드 가능합니다. 오늘(9월21일)까지 8.99달러를 1.99달러에 할인 판매하는 특별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어요. 기회를 놓치지 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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