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법륜스님 즉문즉설

“남편의 외도, 울화가 치밀어요” 스님의 답변

법륜스님의 희망세상만들기 즉문즉설 강연이 벌써 43번째로 접어들었습니다. 전국 가는 곳마다 정말로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지는데요. 그 중에는 정말 절박한 심정으로 묻는 질문도 많습니다. 어제는 남편이 외도한 사실을 알게 되어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는 40대 여성분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법륜스님은 해결책을 찾기 위한 기준점을 제시하며 질문자의 마음을 가볍게 해주었습니다. 저는 이와 같이 들었습니다.
 
- 질문자 : 우연히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너무 아이들에게만 신경을 쓰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차 싶었고 반성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남편에게 맞추고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하며 시간이 지나니까 다시 관계도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노력을 하다가도 한 번씩 울화가 치밀어 오르고, 나도 다른 사람을 만난다면 어떤 느낌일까 호기심이 들기도 합니다. 제가 외도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걸 남편에게 얘기해야 하나 어쩌나 갈등도 생깁니다.
 
- 법륜스님 : 남편에게는 아무 말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 모르는 척 하는 게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없었던 일이라고 생각하세요. 나도 다른 남자를 만난다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그런 마음을 버릴 수 없다면 차라리 한시라도 빨리 아이들을 다른 부모에게 입양시키는 편이 낫습니다. 그런 생각은 아이들에게 말할 수 없이 나쁜 영향으로 전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럴 바에야 좋은 양부모의 손에 맡기는 편이 내가 키우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남편의 외도를 알면서도 덮어주고 그냥 살았던 이유는 단지 남편을 위해서였습니까. 냉정하게 자기 마음을 잘 관찰해 보세요. 그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이고, 내 아이를 위해서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나를 위해 한 선택에 그를 미워할 이유가 없습니다. 또, 남편에게 관심을 쏟는 것은 현명한 일이지만 ‘내가 너에게 이렇게 잘했으니까 너도 나한테 그만큼 잘해야 한다’는 식으로 대가를 바란다면 그 관심은 오히려 독이 되어버립니다. 기대한 마음이 만족되지 않으면 실망감은 미움으로 돌아옵니다.
 
내가 그에게 관심을 쏟는 건 내가 알아서 하는 내 일이고, 그 사람의 마음은 그 사람의 것입니다. 남편이 오로지 나만 쳐다보길 원한다면 다른 여자가 욕심낼 일 없는 남자와 살면 됩니다. 잘생기고 성격 좋고 돈 잘 버는 남자는 어느 여자나 좋아하는 게 당연합니다. 몸이 불편하고 직업도 없는 남자를 선택했다면 이런 문제는 없었을 테지요.

 

‘내 눈에도 좋아보여서 결혼까지 했는데 이렇게 잘난 남자를 어떤 여자가 싫어하겠는가. 그래도 내가 최대주주이지 않나.’

 

이렇게 크게 마음을 먹으세요. 다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와 사랑스런 내 아이들을 위해서 말입니다.
 
물론 부부는 일대일로 대등한 관계입니다. 그러므로 여자는 무조건 남자에게 맞추고 숙이며 살아야 한다는 그런 뜻이 아닙니다. 이건 엄마가 아이를 보호하는 문제입니다. 아이에게 있어서 엄마의 영향력은 아버지와 비교할 수 없이 절대적입니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입니다. 아이에게 엄마는 신입니다. 무한책임을 지는 사랑, 그것이 인간의 양심이고, 아무 조건 없이 자신을 온전히 희생해서 아이를 위하는 마음이 부처의 모습입니다.
 
엄마는 ‘누구 때문에’라는 핑계로 아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가 없습니다. 남편이 잘 해주든 아니든 아이를 보호해야 합니다. 내가 남편을 사랑하고 이해해서 스트레스가 없으면 아이는 저절로 행복한 사람으로 자라납니다. 그러니 남편이 늦게 들어오면 들어온 것만으로 고맙게 여기고, 술 먹고 들어오면 그 정도만 먹고 들어온 걸로 고맙게 생각하고, 그렇게 남편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내가 괴로워지고, 내가 괴로우면 아이도 괴로워집니다. 자식의 삶이 힘들어지면 부모인 나 또한 평생 괴로움의 과보를 받아야만 합니다.
 
우리는 어리석은 생각에 갇혀서 자신의 고통을 자꾸 확대재생산합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제 1의 화살을 맞을지언정 제 2의 화살은 맞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이미 일어난 일은 그것이 무엇이든 이미 벌어진 상황일 뿐입니다.
 
이제 내가 여기서 어느 길로 갈 것이냐 하는 것만이 나에게 남은 유일한 문제입니다. 남편에게 매달리고 이미 지나간 상황에 매달리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서 내 삶을 자유의 길, 행복의 길로 이끌어가기 바랍니다.
 
- 질문자 : 감사합니다. (웃음)
 
제1의 화살을 맞을지언정 제2의 화살은 맞지 마라는 말씀이 가슴에 크게 와닿았습니다. 이미 남편은 외도한 사실을 알았지만 같이 살았던 것은 내가 나를 위한 선택이었으니 남편을 미워할 필요가 없고,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문제를 확대재생산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것이다. 특히 남편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를 보호해야 하는 엄마의 입장에 있어야 함을 강조해주신 부분은 참 지혜로운 말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스님 말씀처럼 행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남편 얼굴을 보면 다시 화가 올라오겠지요. 하지만, 어떻게 하는 것이 정말로 괴롭지 않고 행복으로 나아가는 길인지 생각할 때 스님 말씀대로 하는 것이 올바른 해법일 것입니다. 질문한 여성분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모르겠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잡으신 것 같아 보였습니다. 환하게 밝아진 얼굴이었습니다.

 

아내 입장에서 질문해서 그렇지 반대로 아내의 외도에 대해 남편 입장에서 질문한다 하더라도 같은 내용의 대답이 나왔을 겁니다. 바람피운 아내, 바람피운 남편 때문에 괴로워하는 부부들에게 이 글이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이 글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면 아래 view 추천을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