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날입니다. 전국의 고3 수험생들은 물론이고 그 가족들 또한 바짝 긴장해 있을 것입니다. 저는 10년 전에 수능시험을 본 것 같은데 그 때의 팽팽했던 긴장감을 떠올리면 지금도 등골이 오싹합니다. ‘혹시 실수라도 하면 어떡하지...’ 불안해하며 단 한 번의 평가로 나의 인생이 결정될 수도 있다는 절박한 생각도 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뒤돌아보면 그렇게까지 긴장할 필요는 없었는데 싶지만요. 법륜스님의 100회 연속 강연 즉문즉설 현장에서도 시험을 앞두고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한 친구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내일 수능을 보게 될 모든 수험생들에게도 이 글이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질문자 : 시험이 코 앞에 다가왔다고 생각하니 초조합니다. 시험이라는 것이 내가 합격하려면 다른 사람을 이겨야 하는 구조인데요. 어떤 마음을 내어 시험에 임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요. 또 어떤 마음으로 시험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 법륜스님 : 시험 치는 사람은 누구나 합격하고 싶어 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원하는 것을 이루고 싶어 해요. 저도 마찬가집니다. 부처님은 원하는 것을 이루고 싶어 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가르쳤습니다. 다만 내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괴로워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얘기에요. 그러니 시험 공부하는 사람이 합격하고 싶은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만약 한 명 뽑는 시험에 열 명이 응시한다면 열 명 다 합격하고 싶겠지만 다 합격할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합격하고 싶어도 실력이 부족하면 합격이 안 되는 거예요. 합격이 안 되었다고 괴로워 할 일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합격하고 싶으면 다시 준비를 하면 됩니다. 그러니까 내가 합격하고 싶기는 하지만 저 사람이 나보다 실력이 났거나, 경쟁하기 매우 어려운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합격돼도 좋다는 이런 마음을 내면 좋지요. 이런 부처님 마음이라면 경쟁할 게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중생 마음이니까 경쟁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부당하게 경쟁해서는 안 됩니다. 공부는 안 하면서 ‘부처님, 저 합격시켜 주세요.’ 하는 이런 마음이 부당한 것이지요. 내가 최선을 다해 공부해서 합격한 거라면 합격을 기뻐하면서, ‘감사합니다.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사람이 되어 이 은혜를 갚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마음을 내면 됩니다.
수행자는 결과를 가지고 괴로워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결과는 인연과보이기 때문입니다. 합격을 하지 못했으면 성적이 다른 사람보다 못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면 공부를 더 해서 합격할 생각을 해야지, 괴로워만 해서는 안 되지요. 괴로워하는 것은 공부를 잘 하는 방법도 아니고 행복해지는 방법도 아니잖아요.
합격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 모든 사람이 내는 일반적인 마음입니다. 당연한 거예요. 그러나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그렇게 안됐다고 괴로워해서는 안 됩니다. 꼭 가야 하면 다시 공부를 해야지요. 그런데 또 합격이 안 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내 능력이 안 되는데도 계속 열심히 하면 될 거라고 생각하면, 그건 욕심이고 쓸데없는 노력이죠. 그러니까 자기의 에너지를 어디에 쓰는 게 효율적이냐 하는 건 좀 생각해 봐야 해요.
원하면 노력하세요. 최선을 다 하세요. 결과가 원하는 대로 나오면 좋고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괴로워할 일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 세상일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다 되는 게 아니거든요. 때로는 화장실 가는 것도 누고 싶을 때 못 가는 경우가 있어요. 음식 먹고 소화되는 것, 이것도 내 맘대로 안 될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내 맘대로 안 되는 것들이 세상에는 부지기수로 많습니다. 이것저것 다 괴로워하면 못 살아요.
원하는 대로 안 되는 것은 어찌 보면 정상입니다. 안 되면 새로 시작하면 됩니다. 다시 하면 되지요. 다시 못 할 형편이면 부족한 대로 그냥 넘어가면 돼요. 실수했으면 고치면 됩니다. 고치지도 못할 형편이면 손해를 감수하면 됩니다. 잘못했으면 뉘우치고 용서를 빌면 됩니다. 그럴 형편이 못 되면 비난을 받아야 합니다. 욕 좀 들어야지요. 과보를 받기 싫으면 인연을 짓지 말아야 합니다. 만약 인연을 지어 버렸으면 과보를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그런 마음으로 매사에 임하시면 언제나 편안할 것입니다.
답변이 끝나자 청중들로부터 큰 박수가 터져나왔습니다. 공부는 안 하면서 ‘부처님, 저 합격시켜 주세요.’ 하는 이런 마음이 부당한 것이다... 합격하고 싶어도 실력이 부족하면 합격이 안 되는 것이다... 원하면 노력하세요. 최선을 다 하세요... 원하는 것을 이루고 싶어 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괴로워하는 것이 잘못되었다... 이런 말씀 하나하나가 정말 가슴에 콕 와닿았습니다.
내일이 수능 시험인데 너무 긴장을 하면 오히려 자신의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합니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마음으로 차분히 시험장으로 들어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공부는 안 해 놓고 점수는 높게 나왔으면 좋겠다고 바라니 더 긴장하게 되고 결과가 나와도 만족하지 못해 괴롭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공부를 하셨든 안 하셨든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을 믿고, 편안한 마음으로 시험에 임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법륜스님은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들을 위해 <수능 기도 발원문>을 함께 들려주었는데요. 전국의 수험생들과 가족 분들이 오늘 이 글을 꼭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정말 마음이 편안해 집니다.
아이와 함께 하겠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학교에서 학원으로 다시 집으로
잔뜩 웅크린 아이의 모습에
짠한 마음 감출길이 없는 엄마입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지만,
하루하루 성적에 예민해지는 아이의 모습에서
긴장과 불안함이 보일 때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저려오곤 했습니다.
나도 힘든데 아이는 얼마나 숨이 막힐까
지난날 불안한 아이의 마음을 살피기보다는
아이의 성적과 내 기대치의 잣대를 끝임없이 들이밀며
가뜩이나 무거운 아이의 가슴에
더 부담을 주지는 않았는지 다시 돌이켜 봅니다.
사사건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남편과 아이를 미워하고 힘들게 만들지는 않았는지
돌이켜 참회합니다.
아이가 건강하게 내 앞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어떤 결과에도 아이만을 생각하며 따뜻하게 감싸겠습니다.
자식을 믿고, 지켜보는 부모가 되겠습니다
우리 아이 그동안 공부했던 자기실력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엄마도 함께 이 시간에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또한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는 많은 아이들이
함께 배움의 길로 나아갈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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