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법륜스님 즉문즉설

결혼하고 싶은데 아직 자신이 없어요, 어떻게?

결혼의 계절 가을이여서 그런지 술자리를 가도 결혼 이야기가 많습니다. 매주 날아오는 결혼식 초대장을 보며 ‘난 언제쯤 결혼?’ 살짝 고민하기도 합니다. 보시다시피 이렇게 매일 블로그 포스팅을 하느라 만나는 여자 친구도 없지만(ㅋ) 막상 결혼을 생각하면 자신감이 없습니다. 지난 주말 친구의 결혼식을 다녀오며 문뜩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과연 결혼 생활을 잘 할 수 있을까. 상대에게 잘 맞추어 줄 수 있을까, 내 성질을 보면 화도 잘 내고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극복할 힘도 아직은 미약한 것 같은데...’ 마침 오늘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서 이런 저의 고민을 덜어주는 좋은 말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네요.  

- 질문자 : 저는 결혼할 시기가 좀 지났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는 꼭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결혼해서 힘든 것을 극복할 만큼 강한 힘이 생겼을 때 결혼하고 싶습니다.

- 법륜스님 : ‘궁하면 열린다, 당하면 한다.’ 이런 말이 있어요. 대부분의 부모들도 힘든 부모 역할을 극복할 준비가 된 뒤에 부모가 되는 게 아니라, 부모가 된 뒤에 어찌어찌하다 보니 그게 극복이 되었던 것입니다. 몇 번 죽을 고비, 몇 번 이혼할 고비를 넘기며 세월이 한 30년쯤 흐르다 보니까 지금은 그냥 포기하고 같이 살거나 서로에게 적응해서 사는 거예요.

그러니 결혼하고 싶으면 이런저런 조건 따지지 말고 그냥 하세요. 그러면 살든지, 못 살든지 결론이 빨리 날 것입니다. 결혼 생활을 해 보고 이건 정말 그만두는 게 낫겠다는 결론이 나도 좋은 경험의 하나입니다. 앞으로는 결혼에 대한 미련을 갖지 안을 테니까요. 결혼을 안 하면서 늘 결혼에 미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결혼을 안 하는 게 ‘고(苦)’예요. 그러니 결혼하고 싶으면 상대를 고르지 말고 하세요. 고르고 골라 선택하면 그 여자가 가장 나쁜 여자일 확률이 높습니다. 왜냐 하면, 욕심 때문에 인물, 나이, 돈, 가문 같은 데 눈이 팔려 있어서 정작 가장 중요한 사람 됨됨이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쥐가 쥐약을 먹듯이, 늘 선택을 해놓고 보면 가장 악수를 두기 십상입니다. 그런데 아무나 하고 결혼하면 오히려 헤어지지 않고 살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왜냐 하면 별로 기대를 안 했기 때문에 큰 불만이 없어요. 고를수록 기대가 크기 때문에 나중에 실망이 큰 법이에요. 그래서 많이 고르고 만난 사람과 결혼하거나 열렬히 사랑해서 결혼한 사람이 잘살 확률이 오히려 떨어집니다. 

상대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겠는지에 대해 자신이 있으면, 그게 결혼 준비.

이왕 결혼할 바에야 잘살아야 하지요. 그 길은 간단합니다. 상대를 인정해주는 마음이 있으면 됩니다. 나는 생선을 좋아하는데 상대가 돼지고기를 좋아하면 인정해줘야 합니다. 나는 바다가 좋은데 상대가 산을 좋아하면 인정해줘야 합니다. 대부분 부부들이 이런 사소한 것 때문에 서로 감정이 상합니다.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못 살겠다고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상대에 대해서 간섭하지 않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진정한 사랑은 상대를 이해해주는 거예요. 상대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겠는지, 그의 개성과 자유를 존중하겠는지에 대해 내가 자신이 있으면 내일이라도 결혼을 하면 됩니다. 그게 준비가 안 됐으면 수행을 먼저 해야 합니다. 그게 결혼준비예요. 나이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어떤 일이든지 인생은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혼자 살면 손잡아 주는 사람이 없지요. 그것은 스스로 극복해야 하고, 결혼을 해서 손잡아 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의 비위를 맞춰야 합니다. 내가 외로울 때 상대가 내 손 잡아주기를 바라면서 나는 상대의 비위를 맞춰주기 싫어하는 태도는, 인생을 실패로 이끄는 길입니다. 

여러분들이 남편이나 아내를 미워하면 자기 긍정이 없어집니다. 그런 남자, 그런 여자를 고른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입니다. 또 배우자를 미워하면, 그런 좋지 않은 사람하고 사는 내 인생이 하찮은 인생이 되어 버립니다. 그러므로 사는 동안은 항상 상대를 존중하며 맞추고 살아야 합니다. 정말 짐승 같다고 생각되거든 오히려 빨리 ‘안녕히 계십시오.’ 하세요. 헤어지라는 것이 제 얘기의 핵심이 아니라, ‘안녕히 계십시오.’라는 마지막 길이 있으니 그 전에 나머지 여러 길을 찾아서 해결을 해 보라는 말입니다.

혼자 살 때는 혼자 사는 자유를 누리고, 같이 살 때는 같이 사는 재미를 누려야 합니다. 우리는 혼자 살면 외로워서 혼자 사는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같이 살 상대를 원하다가, 누군가와 같이 살게 되면 이번에는 같이 사는 게 귀찮아서 헤어질 궁리만 하고 괴롭다고 아우성을 치면서 인생을 허비합니다. 이것은 자신의 살아있는 삶을 하루하루 죽이는 행위입니다. 시간을 흘려보내며 그냥 삶을 죽이는 것이지요. 지금 주어진 삶을 항상 소중하게 생각하고 기쁨으로 받아들이세요.

지금 결혼하겠다, 하지 않겠다고 결론을 지을 필요가 없습니다. 혼자 살 계획으로 계속 살다가 결혼하고 싶으면 인연을 만들면 됩니다.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런 마음일 때 제대로 된 결혼 생활도 꾸려나갈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부모들도 힘든 부모 역할을 극복할 준비가 된 뒤에 부모가 되는 게 아니라, 부모가 된 뒤에 어찌어찌하다 보니 그게 극복이 되었던 것이라는 말씀이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나만 그런 게 아니고 다 그렇게 결혼을 하는 거구나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그리고 고르고 고를수록 기대가 커져서 결혼생활이 불행해질 확률이 높다는 말씀도 크게 공감이 갔네요. 저희 부모님은 서로 얼굴도 잘 모르고 맞선 보고 바로 결혼하셨는데 연애 오래하신 분들보다 행복하게 잘 살고 계시거든요. 무엇보다 가장 감명 깊었던 이야기는 “진정한 사랑은 상대를 이해해주는 것이다” 이었습니다. 그의 개성과 자유를 인정해주기 보다는 얼마나 나를 쳐다봐주고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항상 나 중심적으로 상대를 바라봤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늘 연애에도 실패했구요. 하물며 결혼은 함께 사는 것인데 상대의 비위를 잘 맞추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깊이 새길 수 있었습니다. 항상 선택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하는 법이죠. 혼자 사는 지금 이대로의 삶도 소중히 살고, 또 인연이 되면 결혼을 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적극적으로 지어 나가면 되는 것이겠지요. 제 고민도 훨씬 가벼워졌네요. 주옥같은 말씀 지혜로운 말씀 들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이 글이 유익하셨나요? 그럼 아래의 추천 단추를 꼭 눌러주세요.^^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