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성추행을 당한 기억이 있는 친구들을 가끔 만납니다. 그 상처는 깊게 남아서 어른이 된 뒤에도 인생을 살아가는데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제 친구도 그런 상처를 갖고 있었는데 마음을 나누다 보면 굉장히 힘들어하는 모습을 자주 봤었습니다. 하지만,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서 상담을 받고 난 뒤 많이 가벼워졌습니다.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 쉽게 해답이 보이지 않는 복잡한 문제이지만, 법륜스님의 답변은 단순하고 명쾌했습니다. 질문은 익명으로  하였고, 스님이 질문지를 읽고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오늘은 처음으로 동영상을 통해 여러분께 전합니다. 표정과 악센트를 직접 보시면 내용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 질문 :
어릴 적에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이 복면을 하고 있어서 누군지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 사람을 원망하는 마음은 많이 없었습니다. 다만 결혼해서 이 사실이 남편이나 시댁 식구들에게 알려질까 항상 불안해서 눈치를 많이 보고 살았습니다. 아직도 가끔 조심스럽고 불안합니다.

- 법륜스님 : 이 경우도 한 번 보세요. 상대의 얼굴을 모르니까 피해가 적죠. 상대의 얼굴을 알면 좋을 것 같지요? 그래서 복면 끄집어 벗기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럴 땐 안 벗기는 게 더 좋아요. 복면을 벗기면 더 나에게 피해가 커요. 이게 다 마음에서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분은 ‘남편이 알 까봐’ 그런 걱정을 하지 마세요. 내가 뭔가 이상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상처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누군가가 알까 봐 걱정을 하는데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다. 이렇게 딱 마음을 굳히세요.

“아무 일도 없었다.”

사람을 99명이나 죽인 앙굴리말라가 부처님을 만나서 뉘우치고 출가를 했어요. 그래서 스님이 된 뒤에 탁발을 나갔습니다. 그런데 세상 사람이 볼 때는 누구예요? 살인자이지요. 그래서 사람들이 다 도망을 가버렸어요. 어떤 집에 탁발을 갔는데 여인이 애기를 낳다가 “앙굴리말라가 나타났다!” 하는 소리를 듣고 기절을 해버렸어요. 애기가 머리만 나오다가 멈춰버린 거요. 그래서 앙굴리말라가 너무 가슴이 아파서 부처님께 찾아와 울었습니다. “도대체 저는 이 저질러진 죄 때문에 이를 어떻게 해야 됩니까.” 그랬더니 부처님께서 “앙굴리말라여, 다시 그 집으로 가거라. 그래서 합장을 하고 그 여인에게 이렇게 말해라.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난 이래로 한 번도 살생한 일이 없습니다.” 라고.” 그러니까 앙굴리말라가 “부처님, 저는 너무나 많은 악행을 저질렀습니다.” 그랬더니 “앙굴리말라여, 출가한 이후로 너는 살심을 한 번 일으킨 적이 없느니라.”

한 생각 딱 깨달은 그 이전의 이야기는 다 꿈의 이야기예요. 그래서 가서 말했어요. “여인이여, 저는 이 세상에 태어난 이래로 한 번도 살생한 적이 없습니다.” 하니까 여인이 정신을 차리고 애기를 낳았습니다. 그러니 이런 생각을 계속 움켜쥐고 있으면 한 평생 괴로움이 됩니다.

오늘 이 법문을 듣는 순간 탁 놓아버려요. 이 몸은 더럽힐래야 더럽힐 수도 없고 성스러워질래야 성스러워질 수가 없습니다. 이 몸은 공한 것입니다. 오온개공 제법개공이예요. 어떻게 불교 공부를 하는 사람이 제법이 공한 도리를 알면서 아직도 ‘이 몸이 더럽혀졌다’ 이런 생각을 움켜쥐고 있습니까. 그렇다면 이것은 반야심경을 매일매일 독송하면서도 불구부정의 도리를 모르는 겁니다. 이런 윤리나 도덕 관습 이런 것이 때로는 우리를 이롭게 하지만 때로는 이렇게 우리에게 큰 감옥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과거의 기억들과 무거운 짐들을 오늘 탁 벗어 던져 버리세요.

아무 일도 없었다 하시는데 답답하던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이 몸은 더럽혀질래야 더럽혀질 수가 없다… 우리들의 생각이 더렵혀 졌다고 움켜쥐고 있을 뿐, 이 몸은 더러운 것도 아니고 성스러운 것도 아니다… 큰 울림이 있었습니다. 마치 살인자 앙굴리말라가 99명을 죽였지만 깨달은 이후로는 한 생명도 살생한 적이 없듯이 말이죠. 저도 어릴 적 경험한 상처들이 지금까지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저도 무거운 짐들을 탁 벗어던지고 인생의 주인이 되어 자유롭고 행복한 길을 걸어가야겠다는 다짐을 했네요. 행복도 내가 만들고 불행도 내가 만든다는 일체유심조의 진리를 경험을 통해 깊이 되새겨 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혹시나 성추행의 문제를 왜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하느냐 항변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성추행 했던 상대를 어떻게 처벌할 것이며, 안전한 사회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 하는 것은 이 문답 속에는 빠져 있습니다. 왜냐하면 질문자는 마음의 괴로움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느냐고 질문했기 때문입니다. 처벌과 사회구조 개선에 대해 질문했다면 그에 대한 대답도 자세히 이뤄졌겠지요. 하지만 그렇지 않았기에 오해가 없으셨으면 합니다. 먼저 본인 스스로의 마음의 짐을 더는 것이 급선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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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pepla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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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marketing360.tistory.com BlogIcon 미스터브랜드 2011.09.24 08: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먼저 본인 스스로의 마음의 짐을 덜어야겠죠.

  2. 김지은 2011.09.24 09: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어릴 적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아직도 그 상처로 남자가 다가오면 거부감이 강합니다.
    남자친구와의 연애에도 여러번 실패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 글을 읽고 정말 마음이 환하게 밝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이 은혜에 꼭 보답하고 싶네요.

  3. Favicon of http://shain.tistory.com BlogIcon Shain 2011.09.24 10: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성범죄의 문제는 왜 자꾸 피해자에게 더 무겁게 다가오는 것일까..
    가끔은 피해자에게만 정신적인 성숙을 강요하는 것 같아 무섭기도 합니다만..
    스님의 말씀은 분명 유익하다고 봅니다..

  4. 동그라미 2011.10.02 14: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연히 보게됐습니다.

    글로 봤을 때는 와닫지 않아서 영상으로 보니 한결 더 와닫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