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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고3 되고부터 무기력해진 아들, 너무 안타까워

수능시험이 두 달 가량 남았습니다. 전국의 고3 수험생들 이 무더위에도 책상 앞에 앉아 있느라 정말 고생이 많았겠지요. 저는 고3 시절을 떠올리면 정말 우울한 기억 밖에 없습니다. 밤12시가 넘게 학교에서 야간자습을 시켰지만, 부담감만 커지고 공부는 잘 안되고, 어느 곳에도 하소연 할 곳이 없어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억지로 참으며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을 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제 주위에는 주저앉아 버린 친구도 많았습니다. 오늘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서는 고3 아들이 갑자기 우울해지고 심한 무기력증을 보이는 것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저도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한 말씀 한 말씀 모두 공감이 갔습니다. 고3아이가 무기력해질 때는 부모로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되돌아보면 좋겠습니다. 

- 질문자 : 아들이 고3이 되고부터 우울해하고 걸핏하면 울면서 심한 무기력증을 보입니다. 학교에 가도 친구가 없어 하루 열 마디도 안 한다면서 자기는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비하를 합니다. 지금까지 공부도 상위권을 유지했고 얼굴도 잘생겼는데, 너무 안타깝습니다. 장래 계획도, 대학을 어떻게 할 건지 물어도 말을 안 합니다.

- 법륜스님 : 엄마가 자기 자식을 보는데, 인물이 잘났다 공부를 잘한다 하며 껍데기로 보고 있습니다. 엄마가 자식을 세상 남자 보듯이 얼굴로 보고 학벌로 보고 능력으로 본다면 이미 엄마가 아니지요. 엄마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엄마라면 껍데기가 아닌 ‘아이의 마음’을 보고 아껴주고 사랑해야 합니다

엄마가 아들의 껍데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아쉬워하며 아이가 어떤 아픔을 갖고 있는지, 얼마나 힘들어하는지는 보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온 세상 사람이 다 껍데기를 보더라도 엄마라면 아이의 마음을 봐야 합니다.

인물이 아무리 좋고 성적이 아무리 좋다 한들 그건 전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엄마가 사물을 보는 가치관이 이래서는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렵습니다. 아이 마음이 안정되어 건강하게 사는 것에 중심을 두어야 합니다. 천하 사람들이 뭐라 해도 내 아이를 믿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보는 눈이 있어야 아이를 치료할 수가 있습니다. 지금 엄마의 이런 사고방식으로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간다 해도 아이에게 아무 병이 없다 하기를 원하고, 빨리 치료받아 낫기를 원하고, 빨리빨리 좋아져서 다시 공부 잘하기를 원하고, 어서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기만을 원합니다. 이런 생각 갖고는 치료가 어렵습니다. 이름과 모양과 형상을 다 버리고 정말 아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되어야 합니다.

아이가 공부를 하겠다고 나서도 “마음이 건강하고 몸이 건강한 게 중요하지 공부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이렇게 얘기해 줘야 합니다. 형 공부 잘하면 형과 비교해 동생 나무라고, 동생이 공부 잘하면 동생한테 비교해서 형을 나무라고, 이웃집 아이와 비교해서 자식을 나무라면, 그건 회사 상사가 부하한테 하는 얘기지 엄마가 자식에게 할 말이 아닙니다. 부모라면 자식을 오직 한 사람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신체에 장애가 있든지, 공부를 못 하든지, 그런 것과 아무 상관없이 오직 한 사람으로서 사랑하고 아껴줘야 합니다. 부모로부터 그런 사랑을 받아야만 천하가 다 나를 버려도 내 어머니만큼은 나를 버리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어머니만은 나를 믿고 나를 위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어야 이 세상을 든든히 살아나갈 수 있게 됩니다.

자식을 자기 욕구의 대리 도구로 삼으면 안 됩니다.

우선 병원에 데려가서 상담을 하고 지금 상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받으세요. 그리고 병원에서 하자는 대로 상담 치료가 필요하면 상담 치료를 하고,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면 약물 치료를 하세요. 그리고 학교는 휴학하는 게 제일 좋긴 하지만 올해만 다니면 졸업이니까 그동안 마음 편하게 다니면서 마칠 수 있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아이에게 이야기해 주세요.

“학교도 중요하고 성적도 좋지만 마음 편하고 건강한 것보다 이 세상에 더 좋은 것은 없단다. 공부는 내일 해도 되고 내년에 해도 되니까 우선 마음을 편안히 가지고 운동도 하며 지내보자.”

그래서 어느 정도 정신 건강을 회복하고 안정이 되면 내년에 바로 재수시키지 말고 1년쯤은 정토수련원 같은 출가 프로그램에 들어가서 일하고 수행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경쟁사회 속에서 사람들과 부딪치게 하지 말고, 인간을 사랑하는 집단 속에서 생활하면서 서서히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공부는 본인이 원하면 2년 후든 3년 후든 그때 가서 공부해도 늦지 않습니다. 아이가 정신적으로 건강한 게 가장 중요합니다. 자식을 사람으로서 아끼고 사랑해야 합니다. 자기 욕구의 대리 도구로 삼으면 안 됩니다.

우리 아이가 서울대학교 갔다, 우리 아이가 인물이 잘났다, 우리 아이가 박사가 됐다, 그걸로 자랑삼으려고 하지 마세요. 왜 자기 욕심에 따라 자식을 이용하려고 합니까? 그건 엄마가 아닙니다. 세상 사람들은 사람을 그렇게 대하더라도 엄마만큼은 자식을 사랑으로만 대해야 아이가 엄마로부터 큰 힘을 받아서 앞으로 잘살아 갈 수가 있습니다.

법륜스님의 답변이 끝나자 박수가 이어지고 사람들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보입니다. 질문자는 “정말 감사합니다” 하며 밝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습니다. 질문 내용은 자식 키우는 대부분의 부모들이 겪는 어려움일 겁니다. 특히 고3 수험생을 두었다면 어떻게든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갔으면 좋겠다는 게 대한민국 모든 부모들의 간절한 소원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공부 안하면 윽박지르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며 아이에게 엄청난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주게 되지요. 하지만 아이는 그럴수록 더 깊은 심리불안을 겪게 됩니다. 지나친 공부 스트레스는 아이에게 심각한 심리적 리스크를 줄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아이의 인생에 더 큰 손실이지요. 적어도 엄마라면 사교육 시장의 강사들과는 달라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왜 자기 욕심에 따라 자식을 이용하려고 합니까” 라는 말씀이 하루 종일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비단 부모자식 관계에만 국한된 것이겠습니까. 남녀간의 연애 관계에서도 마찬가지고,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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