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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올 때마다 새밥을 내는 정성, 곤드레밥집 -영월맛집 [공감블로그]

강원도 영월군 남면에 위치한 <산들바람>이라는 이름을 가진 식당을 찾았습니다. 인근 삼척에서 직장 동료들과 숙박회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지요. 저녁식사를 어떻게 할까 고민 중이었느데, 동료 중 한명이 영월 군청에 자기 친구가 있다며, 친구에게 전화를 하겠다 했습니다. 영월에는 1박2일 방영으로 유명해진 "한반도 지형" 이란 곳이 있는데, 그곳 경치를 구경하고 자신이 아는 곤드레밥 맛집이 있다며 그리로 안내하겠다 했습니다. 숙박회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라 빨리 서울에 도착해야 쉴 수 있다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친절하신 친구분의 안내로 영월의 이곳저곳을 들르다 보니 어느새 시간가는 줄 모르고, 고무줄처럼 늘어지던 일정이 마치 1박2일 복불복 미션 게임하듯이 빠틋하게 돌아기기 시작했습니다.^^   

곤두레밥으로 유명한 <산들바람> 식당을 찾아가는 길. 동강을 따라 달리면서 마음 아팠던 건 4대강 공사 현장이었습니다. 동료의 고향이 영월인데, 어릴적 영월의 강변은 모래사장이었고 그곳에서 물놀이도 하고 신나게 놀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포크레인으로 사정없이 파헤쳐지고 있다고 하네요. 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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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의 관광 명소로 떠오른 한반도 지형에 들렀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저 멀리서 뗏목이 강을 도는 모습이 보입니다. 언제 한번 시간적 여유를 두고 온다면 꼭 한번 타보고 싶었습니다. 햇살 때문에 잘 안이는데, 해뜨는 방면에 시멘트 공장의 굴뚝들이 우뚝 솓아있어 이곳을 들린 이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합니다.



<산들바람> 식당을 향해...  오른쪽 동강을 옆에 끼고 달리고 달렸습니다.



드디어 도착한 <산들바람> 식당입니다. 영월에 살고 계신 친구분이 추천해 주신 맛집입니다. 이런 깊숙한 강원도 두메 산골에 생긴 식당에 과연 사람들이 찾아올까 의구심이 들더군요.... 나중에 주인아주머니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산들바람>의 뜻은 "산과 들, 시원한 바람이 있는 곳" 이랍니다.



식당 앞 모습입니다. 주인아주머니네 가족은 몇번의 상황 변화를 겪으며 밭에 강원도 땅에서만 자생하는 곤드레 나물을 심고 봄부터 가을까지 기존주택을 개조하여 식당을 만들고 농가주택을 다소 특이한 구조로 집을 지어 곤드레나물밥을 주메뉴로 식당을 열게되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곤드레 나물재배 농장을 하면서 곤드레 식당을 맛나게 ,푸짐하게,제대로(?) 하는 곳은 영월에서 이곳이 유일할 것이라고 자랑을 하시네요.^^ 


식당 입구에 적힌 아리랑 노래 구절. 곤드레 나물을 넣어서 재미있게 개사를 했더군요.
앞산에 곤드레, 봄처년 손길에 힘없이 꺽이는가...
주인아주머니까 직접 글씨를 배워서 쓰셨다고 하는데 참 아기자기하고 정성이 느껴졌어요.



상에 앉자 제일 먼저 나온 것은 물수건. 처음에는 무슨 알약인가 했는데, 물을 부으니 물수건이 되더라구요. 어찌나 신기사던지요. 저는 이걸 처음 봤거든요. ;;



두번째로 나온 메뉴는 부침개 전입니다. 이곳 저곳 들러보느라 배가 많이 고팠는데, 젓가락으로 이리저리 찟어 한입씩 넣으니 금새 빈접시가 되었네요. ㅎㅎㅎ



화장실이 급해서 밖으로 나왔는데, 화장실이 참 특이하게 생겼습니다. 우주 비행선 같기도 하고, 몽골 전통 가옥인 게르 같기도 하고 이색적이더군요. 왼쪽이 여자, 오른쪽이 남자 화장실입니다.



매뉴판이 특이했습니다. 접시에다가 직접 붓으로 글씨를 쓰셨더라구요. 곳곳에 정성이 깃들여 있다는 느낌이였죠.
주인아주머니는 이 글씨를 쓰기 위해 글쓰 쓰는 걸 따로 배우셨다가 하더군요.
식당 내벽 곳곳에 그림들이 그려져 있는데요. 이건 딸이 그림을 그리는데, 딸이 직접 그려준 것이라 합니다.
아드님의 결혼 사진도 보이네요. ^^



곤드레밥을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식당 이곳저곳을 둘러보았습니다.
곤드레 나물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더군요. 강원도 영월, 평창, 정선의 고냉지 600미터에서만 자생하는 유일한 나물이라고 하네요. 당뇨와 고혈압에 좋고, 혈액순환을 좋게 해준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보양식이네요.



어떻게 요리가 될까 궁금해서 부엌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마침 주인아주머니가 열심히 곤드레 나물을 밥에 얹혀서 비비고 계시더라구요. 사진을 찍으려 하니 아주머니가 왜 사진을 찍냐고 하시며 수줍게 웃습니다.

"저희 집은 있던 밥을 내는 게 아니라, 손님이 올 때마다 밥을 새로 해서 항상 방금 지은 새밥을 냅니다"

손님이 올 때 마다 새밥을 낸다고... 식당 곳곳에 정성이 느껴졌지만, 역시나 밥을 하는 마음에도 정성이 담겨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식당 내벽에 걸린 차림표들이 모두 직접 쓴 손글씨.



세번째로 나온 매뉴는 조기입니다. 따끈따끈한 육질이 구수했습니다. 중간에 까시 벗겨내는 게 좀 귀찮더군요.



청국장이 나왔습니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네요. 그런데 막상 먹어보니 청국장은 기대에 못미쳤던 듯 합니다. 이 식당에 오기 전 삼척의 논골식당이란 곳을 갔었는데, 그 집의 청국장이 훨씬 더 맛있었다는 후유증의 여파가 컸던 듯 합니다. 솔직해야 하니까요, 주인아주머니께는 죄송^^



이것이 바로 이 식당의 주매뉴! 곤드레밥입니다. 저는 곤드레밥은 태어나서 처음 먹어봤습니다. 사진으로만 보시면 '그냥 밥에다가 나물 비볐네. 뭐 별 것 있나.' 하실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러나 직접 먹어 본 사람이 알겠지요. 저도 먹기 전까지는 그랬으니까요.

한 입 넣었는데, 나물의 향기와 더불어 입안에서 구수한 맛이 스며들었습니다. 같이 비벼 먹을 수 있는 다래장이라는 것을 주는데 함께 비비면 더욱 감칠 맛이 납니다. 강된장을 비벼서 먹어도 맛깔 나구요. 맛을 음미하기 위해서 천천히 꼭꼭 씹었답니다.



식사를 마치고 현관을 나서는데, 주인아주머니가 직접 마중을 나오시더라구요. 시골 인심이 이런 건가요. 서울의 식당가에서는 결코 쉽게 경험하기 힘든 풍경이지요.


차를 타고 오면서 함께 식사한 동료들과 곤드레밥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직접 기른 곤드레 나물로 곤드레밥을 팔고 있는 두 부부. 현과 입구에서 살짝 고개를 돌린 남자 분이 남편 분이십니다. 사진에 담지는 못햇는데 식당 옆에는 곤드레 나물을 기르는 밭이 넓직히 있습니다.

나중에 다시 영월에 오게 된다면 꼭 한번 다시 들러보고 싶은 맛집이었습니다. 강원도 산골 깊숙한 곳에 있어서 그 누가 찾아올까 싶었지만, 두 부부의 이런 정성이 소문에 소문을 타고 찾아오는 맛집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손님이 올때 마다 항상 새롭게 밥을 해서 내고, 손님이 오고 갈때 직접 마중을 하고 정성스럽게 인사를 건내는 그런 훈훈한 느김이 너무나 좋았던 <산들바람> 식당이었습니다. 영월에 사시는 분들이나 영월을 지나가는 분들에게 <산들바람>을 명품 맛집으로 강력 추천합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정말 저의 자발적인 마음으로 소개하는 겁니다!^^

<산들바람 찾아오는 길>

중앙고속도로  제천 나들목을 나와 영월쪽으로 38번 국도를 따라 약15분 정도 달리시면 느릎재 터널을 지나  다시5분남짓 달려 창원나들목 (영춘, 구인사방면)으로 나와 2차선 구도로로 작은 고갯길을 넘어 1km정도 와서 창원3거리나오면 우회전하여 다시 1km 오시면 길 우측에 산들바람이 보입니다. 대문없이 항시 열려있는 산들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