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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평화

연등행사에 당황스러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연등축제에 놀러갔습니다. 해마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불교계에서 대대적으로 열리는 행사인데요, 수많은 불교단체와 사찰에서 부스 1개씩 배정 받아서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이벤트들을 다채롭게 열었습니다. 특히 외국에도 많이 알려져 있는 행사인지 곳곳에서 외국인들 또한 쉽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2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신나게 각종 이벤트에 참여를 했봤는데요, 얼마나 재미있던지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한지로 연잎을 말아서 연등도 만들었구요. 3분 동안 명상 체험하는 프로그램에도 참여해 보고, 경전을 탁본으로 만드는 행사에도 참여해보고, 인도 음식을 시식해 보는 코너에서 인도 사람들이 먹는 방식대로 손으로 하는 식사 체험도 해봤습니다. 티벳불교, 미얀마 불교 등 세계 곳곳의 불교 문양 전시물들도 구경하고, 각종 불교 서적들도 많이 전시되어 있더군요. 사진을 몇 컷 찍어왔는데 즐거웠던 순간들 함께 나눕니다.

△ 이건 국제구호단체 JTS에서 마련한 "인도음식체험마당" 입니다. 원료도 실제 인도에서 구입해 왔고, 나뭇잎으로 만든 접시도 실제 인도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하네요. 동그랗게 호떡처럼 생긴 것이 인도말로 "짜파티" 라는 음식입니다. 인도 사람들이 아주 즐겨먹죠.
 제가 물어보니까 오늘 이 인도음식을 만든 사람도 한국에 유학 와 있는 인도사람이라고 하네요ㅎ

△ 외국인들이 연등을 만드는 코너도 있었는데, 참 아름다워 보이더군요.

△ 불교 하면 '자비'를 많이 떠올리죠. 지구촌 굶주리는 어린이들을 돕는 봉사활동 단체도 많이 보였습니다. 한 친구가 열심히 '빈곤퇴치' 활동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 주더군요.^^

△ 전통놀이 마당이라고 해서 '긴줄넘기'를 계속 하더라구요. 정말 오랜만에 해본 긴줄넘기... 숨이 허걱허걱;;; 애들은 몸이 가벼워서 날아다니던데 말이죠.

△ 여기는 인도전통옷 입어보기 체험공간입니다. 여자분이 입고 있는 것이 인도 전통옷 "사리" 라는 겁니다. 정말 예쁘죠? 사진 속 주인공은 제 친구인데, 진짜 인도 사람 같더군요. ㅎ

△ 이건 스리랑카의 "폐엽경 만들기" 코너입니다. 나무에다가 불교 경전 글귀를 새기고 그 위에 먹물을 입혔다가 닦아내면 사진 속 문자들이 선명히 드러나게 되는 기법입니다. 2000년 전에 스리랑카에서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경전을 문자화 했다고 하네요.

△ 책가방에 달고 다니는 컵등이 얼마나 예뻐 보이던지요. ㅎ

△ 책 판매 코너인데요, 불교서적에 관심 있는 분들은 이곳 주위를 떠나지 않으시더군요...

△ 한 외국인이 부채에 예쁜 연꽃잎을 정성껏 그리고 있네요.

△ 이건 인드라망 생명공동체에서 판매하는 식품인데 "채식 라면" 이라는 것이 있더라구요.
    정말 특이해서 찰칵~ 나중에 꼭 한번 끓여먹어 봐야지....

△ 뽀로로 연등이 등장했더군요. 얼마나 귀여운지... ㅎㅎ

이렇게 재미나게 구경하고 이제 지하철을 향해 나가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때!

뜻밖에 사람들을 만나 무척 당황스런 일이 벌어졌는데요. 불교문화한마당 "연등축제"라고 불리는 불교계 가장 큰 행사에 “예수천국 불신지옥” 이라는 푯말을 들고 초연히 나타난 사람들이었습니다. 아니... 이럴수가...! 저도 모르게 입이 딱 벌어지더군요.


'이거 뭐지?' 하면서 뒤쫓아 가봤는데요. 이 분들이 확성기를 들고 하는 말이 무엇인지 가만히 들어 봤습니다.

“예수를 믿으면 천국을 가고, 불교를 믿으면 지옥에 갑니다. 여러분 여기 있으면 지옥에 갑니다...”

설마... 불교축제 한마당 메인 행사장 쪽으로 가시지는 않겠지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메인행사장 쪽으로 더 큰 목소리로 외치면서 전진해 들어가지 뭡니까. 수천명의 불교인들이 운집한 이 곳에... 불교축제의 한마당이라고 열린 바로 이 곳에서 큰 목소리로 “예수천국 불신지옥” 하시는데, 순간 눈살이 찌푸려지고 민망해 지더군요. 아무리 선교하는 것도 좋지만 이건 좀 심했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이 분들 어떻게 되었냐구요? 확성기 사용은 자제해 달라는 행사장 스텝분들이 나타났는데요. 오히려 5분여 동안 스텝들에게 "불교 믿으면 지옥 가" 하시면서 욕을 하고 삿대질을 하시더니 유유히 사라지셨답니다.ㅠㅠ;;

1년에 한번 열리는 불교계의 축제 한마당... 오랜만에 화창한 봄날 마음껏 즐길 수 있었서 좋았고 재미있었지만, 행사장 나오는 길은 눈살을 찌푸리게 되더군요. 자연스럽게 집으로 오는 길에는 친구들과 타종교에 대한 존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답니다.

부처님오신날에는 목사님, 신부님이 사찰에 오셔서 부처님 오심을 함께 축하해 주고, 크리스마스날에는 스님들이 교회와 성당으로 가셔서 예수님 탄생을 함께 기뻐해 주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서로의 종교에 대해 존중해 주고 서로 좋은 점을 배우고 교류한다면 우리 사회가 더 넉넉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