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법회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직장에서 받은 평가가 못마땅해 괴로워하는 어느 직장인이 법륜스님께 질문을 했고, 스님의 명쾌한 답변이 이어졌습니다.
직장에서는 늘 평가를 받습니다. 좋은 평가를 받아야 승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직장에서 받는 평가는 정말 중요합니다. 저도 평가를 잘 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죠. 그런데 노력한 결과에 비해 그 평가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무척 괴로울 것입니다. 이럴 땐 어떻게 마음을 가지면 좋을지, 직장에서 행복해 지는 법에 대한 질문과 답변입니다. 그 현장을 생생하게 취재해 보았습니다.
직장인의 질문 :
직장에서 다면평가라고 해서 직원들이 서로 평가하는 게 있는데, 제가 거기에서 2등을 했습니다. 그런데 받아들이지 못하겠습니다. 이성적으로 그렇게 평가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받아들이지 못해서 힘듭니다.
법륜스님의 답변 :
객관적으로 한 번 생각해 보세요. 4명을 두고 10명한테 평가하라고 하면 어차피 다 1등으로 평가할 수는 없고, 1, 2, 3, 4등으로 평가해야 하잖아요? 1등을 한 사람은 10명이 모두 1등으로 평가를 하고, 2등을 한 사람은 10명이 모두 2등으로 평가를 한 건 아니지요. 어떤 사람이 1등으로 평가한 사람을 다른 사람은 3등으로 평가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이 4등으로 평가한 사람을 다른 사람은 1등으로 평가할 수도 있는 거예요.
△ 질문하는 직장인, 답변하는 법륜스님
그러니 각자가 받은 점수가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그때 당시 평가를 한 사람의 가치관과 기준이 작용하지요. 그러므로 어떻게 평가받았느냐가 바로 그 사람의 객관적 능력이나 가치를 말하는 것은 아니라는 거예요. 만일 다른 사람들이 평가를 했다면 그 결과는 또 달라질 수도 있었겠지요.
내가 2등으로 평가받았다는 것은 내 능력이 2등이라는 게 아닙니다. 그 당시 평가한 10명의 눈으로 봤을 때, 평균적으로 2등이라는 것이지요. 100명의 눈으로 볼 때는 내가 1등이 될 수도 있고, 200명의 눈으로 보면 3등이 될 수도 있는 거예요.
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 하는 것은 그들의 자유 아닙니까? 지금 질문하신 분은 다른 사람의 자유를 박탈하려고 하는 거예요. 그들의 자유를 인정한다면, 그건 그들의 자유니까, 내가 1등으로 평가되든 4등으로 평가되든 상관없잖아요. 그리고 그 평가에 의해서 사람이 실제로 1, 2, 3, 4등이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질문하신 분처럼 생각하는 데에는 두 가지 모순이 있습니다. 하나는 그들의 자유를 박탈하여 ‘너희들은 나를 1등으로 평가하라’고 강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은 그들의 평가일 뿐인데 그걸 내가 자신의 객관적인 가치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스스로를 왜소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들의 평가가 객관적인 것이 아니잖아요?
예를 들어, 학교에서 아이들의 성적을 매길 때 1등, 2등, 3등, 4등…… 이렇게 평가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 시대의 평가기준이지 객관적인 평가는 아닙니다. 만약 그들이 조선시대에 태어났다면 평가가 이렇게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조선시대에는 글씨를 얼마나 잘 쓰느냐, 시를 얼마나 잘 짓느냐 이런 것이 인간을 평가하는 기준이었습니다. 요즘은 그 기준이 많이 다르지요. 수학을 얼마나 잘하느냐, 영어를 얼마나 잘하느냐 하는 것으로 평가기준이 바뀌었어요.
조선시대의 평가기준으로 1등 하던 사람이 이 시대의 기준으로 하면 5등이 될 수도 있는 거죠. 그러니 이런 것은 인간의 평가가 아닙니다. 주어진 조건에서 등수를 매기는 하나의 방식일 뿐이에요. 그런데 이분은 그것을 지금 객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잘못 생각한 것이지요. 그건 그냥 지금 이 조건에서 본 세상 사람들의 평가일 뿐이지 절대적인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그것에 연연할 필요가 없어요. 나를 1등으로 평가해주면 기분 좋은 일이지만, 2등으로 평가해도 그건 그들의 자유이고, 3등으로 평가해도 그건 그들의 관점에서 그런 거니까, 누구도 그들의 자유를 억압할 수는 없는 거죠.
문제는 그들의 평가를 진짜 자기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착각이 문제이지요. 그건 상대평가일 뿐이지, 그것에 의해서 내 인격이나 능력이 평가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걸 진짜라고 받아들이고 있는 데서 이런 번뇌가 생기는 것입니다.
‘아, 맞아. 그들은 그렇게 평가할 자유가 있구나.’ 이걸 인정하면 됩니다. 이걸 인정하면 됩니다. 2등으로 평가를 하든, 3등으로 평가를 하든, 그들의 자유니까 그들을 미워할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승진이 꼭 능력 있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스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참 일리가 있는 말씀이다 싶었습니다. 모든 평가는 상대적인 기준에 의해 이루어질 뿐, 그것이 나의 능력과 인격을 절대적으로 규정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수학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때와 음악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때가 서로 등수가 달라지듯이, 평가란 특정 부분에 대한 측정에 불과한 것이니까요. 그리고 평가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평가할 자유가 있다는 것도 인정하게 되었고요. 그게 평가관의 임무인데, 내 점수 좋게 해달라고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이유없이 평가자들을 원망했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다시한번 크게 깨우치고 마음이 가벼워져서 법당 문을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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