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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추석이면 TV채널로 동생과 다툽니다, 스님의 답변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시고 계십니까? 연휴는 아직 남아있고, 이럴 때면 다들 TV 앞에 앉아있기 마련이죠. TV 편성표도 뒤적이며 볼만한 특집 프로그램들을 체크하기도 합니다. 어릴 적 기억이지만, 전 누나랑 TV 채널 때문에 자주 다투었습니다. 누나는 드라마를 좋아하고, 전 다큐를 좋아했거든요. 심하면 리모컨을 던지며 싸우기도 했습니다. 여러분들도 추석 연휴에 TV 채널 때문에 형제들과 다툰 적 있으시겠지요? 없으시다고요? 참 훌륭한 인품을 가지셨군요.^^ 오늘 소개할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은 TV 채널 때문에 동생과 다투는 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입니다. 요즘 같은 연휴에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 공감이 쏙쏙 되었습니다. 

▲ 물론 이렇게 된다면야, 얼마나 좋겠습니다만... TV는 1개뿐이니까. 

▶ 질문자 : ‘분별심을 내지 말고 이기기보다는 지면서 살라’는 기도문을 받았습니다. 추석 연휴 같은 명절만 되면 동생과 TV 채널 때문에 다툽니다. 동생과 함께 TV 시청하면, 오락 프로와 교양 프로를 같은 시간에 할 때가 있고, 그럴 때면 동생과 저는 생각이 달라 다투게 됩니다. 다투다가 그 기도문이 생각나서 동생한테 양보하고 의미 없는 오락 프로를 보게 되는데, 이럴 때면 속이 부글부글 끓습니다.

▶ 법륜스님 : 기도문대로 한번 해 보려 한다면 동생에게 지면 됩니다. 동생이 오락 프로그램을 보겠다 하면 ‘그래라’ 하는 마음 내는 게 ‘지고 살라’는 기도문을 따르는 것이지요? 

▶ 질문자 : 네.

▶ 법륜스님 : 그 순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은 내 업대로 하는 것이고, 그 순간 나는 수행자니까 져 준단 말이에요. ‘그래? 오락 프로 봐라.’ 했는데 왜 마음이 부글부글 끓어요?

▶ 질문자 : 겉으로는 그랬는데 마음 속 밑바닥은 습관이 남아 있어서…….

▶ 법륜스님 : 그것은 기도를 안 하는 겁니다. 그럴 때는 기도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기도문대로 수행한다는 것은 교양 프로 보겠다고 우기다가도 기도문이 탁 생각나면 ‘아차, 져 주는 게 지금 내 기도지.’ 하고 돌이키고는 “오락 프로 보고 싶니? 그래, 봐라.” 이렇게 마음 내는 것입니다. 이를 수행이라 하고 기도라 하는 것이지, 자기가 보고 싶은 것을 박박 우기다가 그 시간 지난 뒤에 혼자서 “지고 살겠습니다, 지고 살겠습니다.” 하고 중얼거리는 게 기도가 아니에요. 

마음 속 밑바닥에서 우러나오지 않는 것은 하는 척하는 것이지 기도가 아닙니다. 동생에게 오락 프로 보라고 해 놓고 마음이 부글부글 끓는다는 것은 겉으로 말만 그렇게 한 것이지 진짜 마음 내어 한 행동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즉 기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지요.

기도하는 사람은 괴로울 수가 없어요. ‘그래, 봐라.’ 하고 마음 내면 이 문제로 인해 괴롭지가 않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할 때 ‘내가 졌다’는 생각이 있어요. ‘내가 졌다’는 생각 속에는 ‘내가 이겨야 하는데 졌다’는 생각이 있는 것입니다. 내가 이겨야 하는데 졌으니 패배 의식이 생겨서 괴롭지요.

동생과 나는 서로 생각이 다른 것이지, 누구 생각이 옳고 누구 생각은 틀린 것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각자는 다 자기 생각대로 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실제 세상 일은 자기가 하고 싶다 해서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이루어질 때도 있고 안 이루어질 때도 있는데, 이루어질 때 느끼는 기분을 ‘락(樂)’이라 하고,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느끼는 기분을 ‘고(苦)’ 라고 해서 우리는 늘 고락 속에서 왔다 갔다 해요. 

그런데 사람마다 하고 싶은 것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이루어지지 않기도 하는 것이 현실의 세계입니다. 원하는 게 다 이루어질 거라는 생각은 착각일 뿐입니다. 

원하는 것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할 때는 고와 락이 윤회하지만, 내 생각이나 내 욕구가 그럴 뿐, 이루어질 수도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인정하면, 이루어지든 안 이루어지든 기뻐하거나 괴로워하지 않게 됩니다. 그럴 때 고락의 윤회에서 벗어나게 되지요. 

앞으로는 나 혼자 있을 때는 내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동생과 같이 있을 때는 나는 이것을 보고 싶다고 의견을 말해보고 동생이 자기 보고 싶은 것을 보겠다면 ‘그래라’ 하고 같이 보든지, 보고 싶지 않으면 다른 일 하면 됩니다. 보든 보지 않든, 그것으로 동생을 미워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지 말아야 합니다. 


사람마다 하고 싶은 것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원하는 게 다 이루어질 거라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하시네요. 보고 싶은 TV 프로그램도 형제들끼리는 서로 다를 수밖에 없지요. 서로 다르다는 것을 편안하게 인정하고  넓은 마음으로 포용한다면, 훌륭한 언니 오빠 동생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TV 때문에 형제들 미워하거나 스트레스 받으면 나만 손해이지요. 이번 추석 연휴는 동생들 보고 싶은 거 보게 해주고, 나는 그 시간에 다른 일 하는, 그런 쿨한 모습 보여주면 어떨까요? 스님 말씀 새겨들어서 오늘도 마음씨 넓은 (형, 동생, 누나, 오빠)가 되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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