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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우울증 앓던 어머니가 자살, 죄책감에 괴로워요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앓는 병이 바로 ‘우울증’일 것입니다. 우울증이 심해지면 자해·자살은 물론 살인까지 감행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우울증을 앓는 환자의 가족들 또한 고통이 큽니다. 법륜스님의 희망세상만들기 즉문즉설에서도 우울증관 관련된 질문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제 강연에서는 우울증으로 어머니가 자살을 했는데, 그 딸에게도 우울증이 전이되어 괴로워하는 내용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우울증은 대를 이어가며 부모에게서 자식에게로까지 심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이런 우울증을 극복하지 못하면 결국 자식들에게도 그 피해가 전해지게 되는데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극복할 수 있을까요?

 

 

질문자는 질문을 하며 계속 눈물을 흘렸고, 법륜스님은 질문자가 고통의 수렁에서 빠져나오도록 계속해서 문답을 이어갑니다. 마지막에 환하게 웃는 질문자의 모습이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 질문자 : 작년 겨울에 우울증을 앓고 계시던 어머니가 병원에서 자살하셨습니다. 그런데 저도 결혼하고 출산하고 우울증이라는 것에 대해 얼마나 심각한 병인 지도 몰랐고 환자를 환자로 받아들이지 못했고, 그냥 나에게는 왜 이렇게 불행한 일이 생길까? 도망가구 싶었고, 돌봐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이렇게 돌아가시고 제가 우울증을 겪고 나니까 ‘아, 이것이 정말 죽음과 같은 고통이구나. 그런데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치만 했구나’ 죄책감에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후 일 년 가까이 스님 책도 읽으면서 슬픔은 어느 정도 다스릴 수 있는데, 제가 엄마를 그렇게 죽게 만든 가해자라는 생각에 먹는 것도 자는 것도 할 수 없고 시체처럼 누워만 있게 됩니다. 자꾸 죽고 싶다는 생각만 들고 근데 이 문제가 저뿐만이 아니라 그런 까페가 있는데 같이 하시는 분들이 다 겪고 있는 문제인 것 같아요.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 게 고인에게도 본인에게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알지만 마음 속에 형벌 공장을 지어두고 삽니다. 제가 장애인이 되거나 어떤 피해자라면 어떤 목표를 향해 극복해 나가겠는데, 내가 가해자라는 생각 그 감옥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습니다.

 

- 법륜스님 : 자기가 어머니를 칼로 찔러 죽였어요?

 

- 질문자 : 아니요.

 

- 법륜스님 : 등 떠밀어서 옥상에서 떨어뜨렸어요? 그러니까 우선 짚고 넘어 갑시다. 자기가 실제로 가해를 했어요? 안했어요?

 

- 질문자 : 상처 주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 법륜스님 : 예를 들어서 “아이고 니 같은 건 죽는 게 낫겠다” 이렇게 말했는데 그가 죽었다. 그럼 내가 죽인 거예요?

 

- 질문자 : 아니요.

 

- 법륜스님 : “아이고 전쟁이라도 팍 나버려라” 이렇게 말했는데 전쟁이 났다. 그럼 내가 전쟁을 일으킨 거예요? 그러니까 자기가 어머니를 죽인 가해자요? 아니요? 우선 그것부터 객관적으로는 파악해 보자 이겁니다. 자기가 가해자면 감옥에 가 있어야지요. 가해자요? 아니요? 그것만 우선 얘기해 보세요.

 

- 질문자 : 아닙니다.

 

- 법륜스님 : 그렇다면 가해자가 아닌데 자기는 가해자라는 환상 속에 지금 사로잡혀 있는 거 아니에요? 가해자가 아닌데 가해자라는 착각 속에 놓여있는 겁니다. 내가 피해자가 아닌데 피해자라는 환상 속에 놓여 있는 걸 뭐라고 해요? 피해의식이라고 그러잖아요. 내가 대통령이 아닌데 내가 대통령이라는 생각 속에 빠져서 내가 대통령이다 이러면 뭐라 그래요? 정신병이라 그러지요. 가해자가 아닌데 가해자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병이다 이 말입니다. 그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할 일이지요. 자기는 가해자가 아니에요. 그런데 가해자라는 꿈 속에 빠져서 지금 못 헤어 나오는 거예요.

 

- 질문자 : 그런데 가족이라면 돌봐야 될 의무가 있잖아요? 치매 어머니가 계시면 돌봐야 되듯이요.

 

- 법륜스님 : 그래요. 치매 어머니를 돌봤지만 죽는 것은 어머니가 죽은 것이지 내가 죽인 건 아니잖아요? 내가 가해자라는 생각에 필이 꽂혀서 아무리 얘기해도 계속 “가해자인데, 돌봤어야 돼” 지금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거예요.

 

지금 스무 살 넘었잖아요. 그러면 부모로부터 독립이 되는 겁니다. 스무 살 밑일 때는 보살핌을 받아야 되고 스무 살이 넘으면 독립을 해야 돼요. 자기는 독립을 해서 자기 가정을 꾸리면 되지 부모님에게 내가 어떻게 해야 할 아무런 책임과 의무는 없어요. 자기하고는 아무 관계없는 일이에요. 자기 하고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인데 자기가 지금 가해 의식에 사로잡혀서 몸부림 치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지금 치료를 받아야 됩니다. 자기는 지금 병이에요. 이렇게 병들어 있으면 아기도 또 우울증이 될까요? 안될까요?

 

- 질문자 : 임신도 하고 있고, 애기도 있습니다.

 

- 법륜스님 : 자기가 지금 엄마에 대한 가해 의식에 사로잡혀서 뱃속의 아기도 어릴 때부터 벌써 우울증을 형성하게 되는 겁니다. 그럼 아이도 사춘기가 되고 크면서 또 발병을 하게 되지요. 어머니 우울증, 자기 우울증, 내 딸도 우울증 이렇게 대를 이어서 가는 게 윤회입니다.

 

지금 여기서 어떻게 해야 될까요? 나까지는 그래도 괜찮지만 딸한테는 이걸 안 넘겨줘야 되겠지요? 죽은 엄마를 생각하는 게 아기 엄마의 태도가 아니고, 살아있는 내 아이를 건강하게 만드는 게 아기 엄마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정신 차리고 아기를 잘 키워야 돼요.

 

- 질문자 : 현실에 집중 할 수가 없는데 어떻게? 

 

- 법륜스님 : 정신 질환이니까 치료를 받아야지요. 빨리 내 아기에게 전이가 안 되도록 하려면 빨리 정신을 차려야 돼요. 차리려고 해도 안 차려 지니까 의사 도움을 얻으라는 겁니다. 의사 도움을 얻어서 치료를 받으세요. 나만 생각할 때는 아무렇게나 살아도 되는데 아기를 생각하면 내가 혼미한 속에서도 정신을 차리려고 자꾸 노력을 해야 돼요.

 

- 질문자 : 알겠습니다.

 

- 법륜스님 : 안 그러면 자기가 사랑하는 아이는 자기보다 더 심해져요. 자기의 상태가 엄마보다 심하다는 거 알아요? 자기는 지금 젊으니까 그러지 자기가 60, 70이 되면 엄마보다 더 심해져요. 그럼 자기 딸은 자기보다 더 심해져요. 그러니까 자기라도 정신을 딱 차려서 완치는 안 되더라도 어느 정도 치료는 해야 아이에게 전이가 안 된다 이 말이에요. 그러니까 ‘죽은 엄마는 안녕히 가소!’ 이렇게 끝을 내야 돼요. 거기에 자꾸 미련이 남는 건 자기 병이지 엄마 문제가 아닙니다. 자기가 질환에 걸려있기 때문에 엄마를 문제 삼는 겁니다.

 

- 질문자 : 그럼 세상 모든 죄책감들은 어떻게?

 

- 법륜스님 : 내가 사람을 죽였으면 죄책감을 가져야지요. 그런데 자기가 죽이질 안했잖아요. 

 

- 질문자 : 구할 수 있는 사람을 못 구하는 것은?

 

- 법륜스님 : 구할 수 있는 사람을 못 구한 것도 죄는 안 돼요. 물에 빠져 있는 사람을 건지려고 하다가 못 건진 건 죄가 아니지요. 내가 밀어 빠뜨린 게 죄이지요. 건지면 복이 되고 못 건지면 그만이지요. 내가 밀면 죄가 되지만, 자기가 빠진 거는 자기가 빠진 거잖아요. 건지면 나한테 복이 되고, 못 건진다 해서 죄는 안 된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정신 차리고 살아야 돼요. 애기 엄마가 저러면 큰일이예요. 그러면 아기는 100% 자기보다 더 심한 병에 걸려요.

 

- 질문자 : 감사합니다.

 

- 법륜스님 : 이제 눈물 딱 끊고 재밌게 살아야 돼요.

 

우리가 살다보면 이런 일도 겪고 저런 일도 겪어요. 그런데 남의 얘기 들어보면 죽은 엄마 때문에 ‘엄마, 엄마’ 하면 결국은 엄마한테도 안 좋고 자기한테도 안 좋아요. 옆에서 보면 저러면 애한테도 나쁘다는 거 금방 알 수 있어요. 그런데 자기가 막상 처하면 안돼요. 왜 그럴까요? 이게 까르마라는 업식입니다. 담배 피면 안 좋다 하면서도 담배 한 번 피우고 싶은 겁니다. 이렇게 살면 안 좋다 싶으면 방향을 바꿔야 됩니다. 그 방향을 바꾸려면 자꾸 마음이 그렇게 가지만 ‘아 이렇게 하면 나한테 손해다’ 하면서 자꾸 바꿔야 되는 거예요. 첫째 이치를 알아야 되고, 둘째 연습을 해야 됩니다. 그래야 행복한 삶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행복한 인생 사시기 바랍니다.

 

- 질문자 : 감사합니다. (환하게 웃음)

 

질문자가 환하게 웃은 모습을 보고 청중들도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마음이 훈훈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질문할 때는 눈물을 계속 흘려서 도저히 질문을 해나갈 수 없는 정도였는데, 스님의 답변을 듣고 이렇게 웃는 모습을 보니 소름이 돋고 저절로 감동스러움이 올라왔습니다. 내가 가해자라는 환상속에 사로잡혀서 허우적 되고 있는 질문자를 스님은 문답을 통해 그 사로잡힘에서 건져 준 것입니다. 스님의 답변을 듣고 나서 얼굴이 밝아졌지만, 그래도 집으로 돌아가면 질문자는 다시 사로잡히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잡았기 때문에 해결되는 쪽으로 계속 나아갈 것이라는 희망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정신과는 머리가 돈 미친 사람들이나 가는 곳이라고 배웠기 때문에 우울증 증세가 나타나더라도 선뜻 병원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스님 말씀처럼 본인이 우울증임을 자각하고 몸 아파서 병원 가듯이 우선 병원 치료를 받아본다면 훨씬 호전된다는 사실... 그 상태를 방치할 때 더 큰 화를 입게 되는 것이겠죠. 응급처방은 병원에서 하고, 근본적인 치료는 스님 말씀처럼 계속된 연습을 통해 바꿔나간다면 우울증도 극복될 수 있으리라 기대가 되었습니다. 그럴 때 자녀들에게도 불행을 되물림하지 않게 되겠죠.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100회 강연은 6월18일까지 전국 시군구를 찾아가며 계속됩니다. 강연장에 직접 오셔서 고민도 질문하시고 즉문즉설도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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