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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업무상 마셔야 되는 술, 거절하는 방법

직장에서 업무 관계를 잘 풀려면, 술 접대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술자리를 통해서 분위기가 부드러워지고, 친목도 쌓이는 등 사업적으로도 여러가지 이득이 많기 때문에 그런 것이겠지요. 하지만, 계속된 술자리는 자신의 몸을 망치고, 건강을 헤칩니다. 술자리를 가져야 되긴 하겠고, 건강은 헤치고, 두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순 없을까? 이런 고민 한번쯤 다 헤보셨을 겁니다.

오늘은 업무 상 마셔야 되는 술,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언제나 저희에게 현명한 가르침을 들려주시는 법륜스님의 답변을 들어보았습니다.


- 질문 :

"저는 직업상 주변 사람들과 좋든 싫든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들은 대체로 일 때문에 또는 일을 핑계로 술과 유흥을 선호하고 이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멀리하자니 비사교적, 독선적이라 비난받을 것 같고, 좋은 게 좋다고 어울리자니 옳지 않은 것 같습니다."

- 법륜스님의 답변 :

"도를 간절히 구하는 질문인 것 같지만 사실 이 질문하신 분은 욕심덩어리예요. 욕심이란 게 뭐냐? 이것도 갖고 싶고, 저것도 갖고 싶은 게 욕심입니다. 수행은 둘 다 버리는 것입니다. 차선책은 ‘선택’입니다. 수행도 잘 하고 친구 관계도 잘해 보겠다, 모든 걸 다 잘 해 보겠다는 것은 욕심이지요. 인생은 선택입니다. 그러니까 수행 정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다른 걸 포기해야 됩니다. ‘10만원 매상 오르던 것이 3만원이 되어도 좋다. 생활을 거기에 맞춘다.’ 라고 정하면 라면을 끓여 먹으며 살더라도 그렇게 사는 게 좋아야 합니다. 그렇게 순서를 정한대로 사는 겁니다. 다 하려고 하면 안 됩니다.

그렇게 순서를 정하면 아무 문제도 안 돼요. 그러면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게 재편이 됩니다. 친구 관계가 새롭게 만들어지고, 새로운 손님이 생깁니다.

질문하신 분은 욕심 덩어리입니다.

거사님 중에 이런 분이 있었어요. 토목공사를 하시는데 주로 지방의 관급 공사를 따는 일을 하다보니까 술로 세월을 보내야 되었어요. 그런데 ‘깨달음의 장’ 수련에 다녀오시더니 술을 딱 끊으셨어요. 그리고 나중에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술 안 마셔도 사업 되더라. 그 돈 벌어서 술값으로 나가나 조금 덜 벌고 사나 마찬가지더라.”

사업하는 사람들은 매일 술을 마시잖아요? 그런데 수요일은 법문 들으러 간다고 술 마시는 자리에서 빠졌어요. 처음에는 주변에서 손가락질하고 놀리고 “네가 중이냐, 부처냐?” 했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수요일에는 무조건 법당에 가니까, 나중에는 동창회를 하든 모임을 하든 술자리를 하든, 그 사람이 꼭 필요하면 수요일을 피해서 잡게 됐어요. 그 사람에게 수요일은 무조건 법문이 최우선이니까. 이렇게 인간관계가 재편됩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감수하든지 현재의 관계를 유지하든지 그건 본인의 선택입니다.

한 가지를 선택하면, 한 가지는 포기해야 합니다.

뭔가 바꿀 때는 기존의 것은 떨어지고 새로운 것은 빨리 오지 않습니다. 사회에서 개혁을 할 때에도 개혁 대상이 되는 기득권층의 원성은 높아지고 새로운 혜택을 받을 사람들에게서는 호응이 빨리 안 옵니다. 그래서 개혁이 실패하기 쉬운 거예요.

좀 더 길게 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됩니다. 그건 고집하고는 달라요. ‘내가 술 안 마시니 너도 마시지 마라.’ 하는 것이 아니라 ‘너는 마셔라, 그러나 나는 건강에 안 좋다고 해서 오늘부터 안 마신다.’ 하고 선택하는 것입니다. 술 마시는 사람들 속에서 안마시고 담배 피우는 속에서 안피우고, 그렇게 밀고 나가면 저절로 해결됩니다.

남의 이야기에 구애받지 말고, 굳굳히 밀고 나가면 저절로 해결

그런데 내가 마음이 흔들리니까 자꾸 비난하는 소리가 귀에 들어오는 거예요. 제가 10년 전에 북한동포돕기 시작할 때,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묵묵히 계속해 나갔지요.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이해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자는 것이니까요. 그렇게 인생을 자기가 방향을 잡아서 살아야 됩니다.

남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기는 해야 하지만 남의 이야기에 너무 구애받을 필요는 없어요. 남의 이야기에 구애받는 것은 인기에 연연하기 때문이에요. 자기중심을 잡아야 돼요. 그러면 문제가 안 됩니다. 다 가지려는 데서 이런 번뇌가 생기는 겁니다."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가슴이 시원해집니다. 진정으로 건강을 생각한다면, 사업이니 인간관계니 조금은 손해를 감수해야지요. 무엇이 더 중요한지 우선순위를 정하고, 거기에 맞게끔 밀고 나가면 될일을 그동안 괜히 고민만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건강을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이제는 술자리에 가서도 과감히 물잔을 들으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