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법륜스님 즉문즉설

남편이 너무 과묵해서 힘이 듭니다, 어떡하죠?

 

 

결혼하면 행복할 것 같아서 두 남녀가 가정을 꾸리지만, 막상 같이 살아보면 다들 힘들다고 아우성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요즘은 '결혼=괴로움' 이런 등식이 제 머릿 속에 더 크게 자리잡아 나가는 것 같습니다. 어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서도 남편과의 갈등을 호소하는 한 여성의 하소연이 있었습니다. 보통 남편이 바람을 폈거나 도박을 하거나 하는 큰 사건으로 괴로움을 하소연 하는 분들은 많았는데, 이번에는 남편이 너무 ‘과묵’한 것 때문에 힘들다는 질문이었습니다. 도무지 입을 다물고 정신적인 교류가 없다는 것이 갈등의 원인이었습니다. 또 남편한테 열등감이 많아서 돈을 벌지 않는 스스로가 초라해 보이기까지 하는데 어떻게 마음을 다잡아야 할지 물었습니다.

 

법륜스님은 간단한 질문 몇 가지로 질문자의 생각을 180도 확 바꿔놓습니다. 즉문즉설의 통쾌함을 맛본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이와같이 법륜스님의 답변을 들었습니다.

 

- 질문자 : 저는 남편이 너무 과묵해서 힘이 듭니다. 말이 없고 평생 자기 마음을 내놓지 않습니다. 사이가 나빠지면 제 눈을 보지도 안하고 외면해서 제가 많이 힘들어요. 남편한테 열등감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걸 좀 극복하고 싶어요. 남편에게 좀 인정받고 싶고 남편이 힘들 때는 제가 위로도 되어주고 싶은데 남편은 입을 다물고... 제가 힘들 때도 입을 다물고, 본인이 힘들어도 아무 말이 없고, 다만 자기 할 일만 철저히 합니다. 정신적인 교류가 없는 남편이 저한테는 버겁습니다. 

 

 생활비가 좀 부족해서 올려달라고 말을 해야 되는데 그 말도 쉽게 못하고 있고요. 경제활동을 안 하는 제가 죄인 같습니다. 스님께서는 스무살이 넘으면 자기 생활을 책임져야 한다 하셨는데 저는 살림 조금 하는 것 외에 하는 일이 없어서 이래도 되는지 고민이 됩니다.

 

- 법륜스님 : 자기는 여기에 살면서 좋아하는 산이 어느 산이에요?

 

- 질문자 : 대둔산이요.

 

- 법륜스님 : 바다는 어느 바다를 좋아해요?

 

- 질문자 : 방어진 몽돌바다를 좋아합니다.

 

- 법륜스님 : 꽃은 무슨 꽃을 좋아해요?

 

- 질문자 : 오월의 장미를 좋아합니다.

 

- 법륜스님 : 동물은 무슨 동물 좋아해요?

 

- 질문자 : 강아지를 좋아합니다.

 

- 법륜스님 : 대둔산에 가니까 자기한테 자상하게 얘기를 잘해 주던가봐요? 대둔산이 그렇게 자상해서 좋아해요?

 

- 질문자 : 아니요.

 

- 법륜스님 : 방어진 몽돌 바다가 그렇게 자기한테 속삭여주고 얘기를 잘해줘요?

 

- 질문자 : 아니요.

 

- 법륜스님 : 장미가 그렇게 자기를 예뻐해 줘요?

 

- 질문자 : 아니요.

 

- 법륜스님 : 그러면 강아지가 그렇게 말을 잘해요?

 

- 질문자 : 아니요.

 

- 법륜스님 : 그런데 왜 좋아해요?

 

- 질문자 : 그냥 좋으니까 좋아요.

 

- 법륜스님 : 그래요. 그러니까 남편이 말이 없는 것 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어요. (청중 박수)

 

강아지한테는 ‘니 말해라’ 요구를 안 하고 남편한테는 ‘말해라’ 요구를 하는 이 '차이' 밖에 없어요. 내 요구대로 안 된다 이게 불평의 원인입니다. 산은 말이 없어도 내가 요구를 안 하니까 아무 불평이 없고, 바다도 말이 없어도 내가 요구를 안 하니까 괜찮은 겁니다.

 

행복은 상대가 나한테 어떻게 하느냐에 있는 게 아니에요. 산이 나한테 해준 게 없잖아요? 내가 산이 좋으면 내가 좋은 거고, 내가 바다를 좋아하면 내가 좋은 거고, 내가 꽃을 좋아하면 내가 좋은 거고, 내가 강아지를 좋아하면 내가 좋은 거예요.

 

그러니까 남편이 과묵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고 내가 남편을 안 좋아하는 이유를 만들었어요. ‘니는 말이 적어서 싫다!’ 이렇게. 그래서 지금 힘든 거예요. 남편이 바위보단 그래도 말이 좀 많죠? (질문자 웃음)

 

그러니까 이렇게 생각하세요. ‘아이고, 우리 남편은 그래도 바위보다는 낫다. 아이고, 우리 남편은 그래도 강아지보다는 말이 많다!' 이렇게 생각하면 항상 좋은 점이 발견돼요. (청중 웃음)

 

다른 사람은 뭐 남편이 술을 먹는다, 바람을 피운다, 돈을 안 번다 이래서 괴롭다 그러는데 이건 뭐 바람을 피우러 돌아다니는 것도 아니고 돈을 낭비하는 것도 아니고 다만 말이 적은 거잖아요. 남자가 말이 많은 게 별로 좋은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오늘부터는 ‘감사합니다. 우리 남편은 말이 없어서 좋습니다. 과묵해서 좋습니다.' 이렇게 매일 절을 해보세요. 그러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리고 스무 살이 넘으면 자기 입벌이 자기가 하라는 것은 남에게 의지해서 살지 말라는 겁니다. 자기가 집에서 밥 해요, 안 해요? 청소도 해요, 안 해요? 빨래도 해요, 안 해요?

 

- 질문자 : 제가 다 해요.

 

- 법륜스님 : 그것만 해도 자기 역할이 굉장히 많아요. 한 달 월급으로 천만원 받아야 돼요. 우선 밥해주는 파출부 역할 하지요. 청소하는 역할도 하지요. 애 키우는 역할도 하지요. 밤에는 남편하고 잠자리 해주는 역할도 하지요. 남자가 밖에서 잠자리 한 번 할려면 돈이 몇십 만원 든다고 하잖아요. (청중 웃음)

 

자기는 지금 충분히 1인 5역을 하는데, 이것을 다 따로따로 계산해서 돈을 받으면 한 달에 오백만원 받아도 부족해요. 많이 하고 있어요. 그래도 더 능력이 있으면 절에 와서 봉사도 좀 하시고 청소하고 밥도 좀 하시고 그렇게 하면 돼요.

 

 

질문자가 환하게 웃었습니다. 청중들이 질문자보다 더 크게 기뻐하며 응원의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남편이 과묵한 것을 늘 못마땅하게 여기고 살아왔는데, “산과 바다와 꽃과 동물을 좋아하는 이유가 자상하게 말을 걸어줘서 그런 것이냐?” 이 질문 한 방에 정신이 번쩍 차려진 것입니다. 저도 이 질문을 듣고 망치로 뒤통수를 두들겨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니가 문제야!’ 라며 항상 밖을 탓하던 화살을 ‘내 요구가 많았구나’ 라며 안으로 돌린 것입니다. 그랬더니 ‘상대는 별 문제가 없네’ 이렇게 된 것이죠.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행복해지기도 하고 불행해지기도 하는구나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주부로서 위축된 마음도 주부라면 누구나 다 경험해 본 감정일 겁니다. 하지만 주부야말로 1인 5역을 해내며 오백만원, 천만원의 값어치를 하고 있다는 말씀은 신선한 일깨움이었습니다. 사회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엄마들의 가사노동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구나 반성이 들었습니다. 엄마의 정성으로 한 아이가 사회의 일꾼으로 성장되는 과정은 돈으로 환산할 수 조차 없을 겁니다. 이 땅의 엄마들이 더욱더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살아갔으면 하는 바램도 함께 가져보게 됩니다.

 

덧붙여서 책 2권 소개해 드립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이 책으로 엮어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법륜스님이 늘 즉문즉설의 기준이 되었다고 강조해 온 '금강경 강의'도 책으로 나왔습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이 글이 부부간의 갈등, 주부로써 위축된 마음으로 힘들어하는 많은 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아래 view 추천을 꾸욱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