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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아토피 때문에 죽고싶을 정도입니다, 어떡하죠?

주위에서 아토피를 앓고 있는 친구들을 종종 만납니다. 얘기를 들어보면 너무나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더라구요. 괴로워서 죽고 싶다는 얘기를 하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특히나 요즘은 건강에 해로운 인스턴트 식품을 많이 먹고 과중한 공부 스트레스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많아서 유독 아토피를 겪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아이들은 아이들 대로 힘들지만 그 부모는 또 부모 나름대로 아파하는 아이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기도 합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서도 아토피로 죽고 싶을 정도로 고통을 겪는 한 젊은 친구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질문할 땐 답답한 표정이던 그 친구는 법륜스님의 답변을 듣곤 환하게 웃음을 보였습니다.

 

 

- 질문자 : 아토피를 심하게 앓고 있습니다. 대중목욕탕에 가서 목욕 한 번만이라도 해보고 싶을 정도로요.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할 정도로 좀 많이 아파요. 매일 밤마다 많이 울기도 하고, 어떤 때는 진짜 죽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었거든요. 제가 어떻게 마음을 먹어야 되는지...

 

- 법륜스님 : 현대 의학적으로 아토피가 그냥 어느 날 아침 자고 일어나니까 하나도 안 가렵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없습니까?

 

- 질문자 : 그건 없습니다.

 

- 법륜스님 : 없지요? 가려운 가운데서도 자기는 살아야 되잖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눈이 있어서 세상을 보는 데 눈 없이 사는 사람도 있어요? 없어요? 있습니다. 말 못하고 사는 사람도 있어요? 없어요? 있습니다. 두 다리 없어서 휠체어 타는 사람도 있어요? 없어요? 있습니다. 얼마 전에 보니까 두 다리 없고 두 팔 없는 사람도 그런 상태에서도 남을 즐겁게 하는 얘기를 잘 합디까? 안 합디까? 하죠? 그 보다는 자기 처지가 낫나요? 안 낫나요?

 

- 질문자 : 낫습니다.

 

- 법륜스님 : 그런데 뭐가 문제예요? (청중 웃음) 그런 사람도 사는데...

 

만약에 내 몸이 안 가려워지기를 원한다면, 그 순간은 죽는 순간이에요. 죽을 때 안 가려워져요. 그러면 ‘안 가려워주세요’ 이 말은 ‘빨리 죽어주세요’ 이 말이에요. 그러니까 가렵다는 것은 그래도 살았다는 거예요? 죽었다는 거예요?

 

- 질문자 : 살았다는 거예요.

 

- 법륜스님 : 그래요. 가려울 때마다 소리치세요. ‘아이고! 살았다’ 이렇게. (청중 웃음)

 

가렵다는 것을 어떻게 볼 거냐 하는 문제입니다. 안 가렵기를 원하는 측면에서 보면 가렵다는 건 나쁜 거죠. 그런데 살고 죽는 측면에서 보면 가렵다는 건 아직 살았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어차피 가려운 거잖아요, 그죠? 어차피 가려운 현실 속에서 나는 살 수밖에 없어요.

 

눈 안 보인다는 사람이 눈 안 보인다고 자살하지 않잖아요? 말 못하는 사람이 말 못한다고 자살하지 않잖아요? 다리 없는 사람이 못 걷는다고 자살하지 않잖아요? 그건 다만 불편할 뿐이에요. 가려운 것도 자기가 좀 불편한 거잖아요. 그죠? 또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어떨 때는 굉장히 힘들죠? 그래도 그런 가운데도 자기는 지금 살고 있어요? 죽었어요?

 

- 질문자 : 살고 있습니다.

 

- 법륜스님 : 살고 있잖아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런 가운데서도 ‘내가 살고 있다’는 게 굉장히 중요한 거예요. 생각의 문제라는 겁니다. 똑같은 것인데 관점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다릅니다. 아토피가 없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 불편한 건 사실이에요. 충분히 인정합니다.

 

그러나 비교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지체 부자유 아이들을 위한 곳에 가서 봉사를 한번 해 보세요. 자기는 그만한 것만 해도 좋아요? 안 좋아요?

 

- 질문자 : 좋을 것 같습니다.

 

- 법륜스님 : 좋지요. 그러니까 이게 생각 나름이에요. 불행이 아니에요. 제일 좋은 방법은 지체 부자유 아이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가서 봉사활동을 하면 이런 고민은 싹 없어져 버려요. 하나님을 믿는다면 ‘아이고, 하나님 저는 진짜 은총 받았습니다.’ 이렇게 된다는 거예요. 달리 치료법이 없어요. 자기는 좋은 점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 질문자 : 감사합니다.

 

대중들이 우렁찬 박수를 보냈습니다. 질문한 친구는 환하게 웃었습니다. 가려울 때 마다 ‘아이고 살았다’ 라며 소리치라는 말에 객석에서도 한바탕 다같이 크게 웃었습니다. 똑같이 주어진 상황이라도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기쁨으로 여겨지기도 하고 괴로움으로 여겨지기도 한다는 답변이었습니다. 이처럼 긍정적 사고는 엄청난 힘을 갖고 있습니다. 괴로운 표정의 이 친구가 마지막엔 환하게 웃게 된 것도 바로 이 ‘긍정적 마음’ 때문이었을 겁니다. 특히 장애 아동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한번 가보면 고민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라는 답변이 큰 울림으로 남습니다. 저도 늘 나보다 나은 사람들을 쳐다보며 나의 부족함을 탓하며 살았는데, 이미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의 소중함에 대해서는 한 번도 돌아보지 못했다는 반성도 들었습니다. 이번 즉문즉설을 통해서도 ‘지혜로움’이 무엇인지 다시한번 깨닫게 됩니다. 이 글이 ‘아토피’로 힘들어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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