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청춘콘서트

김여진 “등록금? 다함께 한학기 휴학 어때요?”

어제(11.30) 영등포 하자센터에서 열린 김여진의 청춘콘서트 '액션토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지난주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토론에 이어서 이번에는 '등록금'을 주제로 다채로운 대화가 진행되어 참석한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같은 시간 여의도에서 나는 꼼수다 FTA 반대 집회가 열려 많은 이슈들이 그곳으로 집중되었지만, 이곳에서도 청춘들의 목소리가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 김여진과 청춘패널이 함께하는 액션 토크 두번째 시간. '등록금'을 주제로 청춘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사진 : 청춘얼쩡기자단)
 
등록금을 주제로 한 이번 액션토크에는 민주당 안민석 의원, 인하대 산업공학과에 재학 중인 김현철 학생,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대학부문) 정수현씨, 상지대 박정원 교수 네 분이 패널로 참여하였습니다. 등록금 문제에 대해 오랜 기간 전문성을 쌓아온 사람, 이를 정책에 반영해 줄 사람, 실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춘들, 이 3자의 만남이라 더욱 뜻깊었습니다.
 
먼저 지금의 높은 등록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참석한 방청객들의 활발한 의견 발표가 있었습니다. 본인들이 현재 겪고 있는 문제여서 그런지 여기저기서 손을 번쩍 번쩍 들어 자신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는 모습이 참 신선했습니다. 배우 김여진씨와 패널들도 청춘들의 다양한 발언들을 들으며 깜짝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뜨는 표정들이 자주 목격되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아무리 해도 학자금 상환에는 별로 보탬이 되지 못해요. 고작 생활비만 근근히 마련하고 있어요. 주위에서는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금 받으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저희 학년에 400명 중에 1명만 전액 장학금 받아요. 이런 상황에서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어떻게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지… 답답합니다." – 김현철(인하대 산업공학과 재학)
 
"서울시립대학교 학생 중 하나 명이 이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지하실에서 냉매가스를 교체하던 중에 사망한 일이 있었습니다. 아버지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어머니와 동생 셋이서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었는데, 결국 등록금 벌려다가 생긴 일…." – 시립대 총학생회장 당선자
 
"매달 아르바이트를 해서 30만원을 벌면 학자금 대출 이자로만 20만원이 나갑니다. 10만원으로 한 달을 살아야 해요. 그래서 주말마다 별도의 일일 알바를 해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습니다. 꼭 가난한 친구들을 위한 것만이 아닌 먹고 살 수는 있지만 저 같은 학생들을 위한 지원대책도 마련되면 좋겠어요." - 인하대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한 학생
 
"저는 등록금 걱정 없이 학교를 다녔어요. 아버지가 월남전 참전 국가유공자여서 지원을 많이 받았죠. 그런데 학교에서 친구들을 만나보면 재능은 특출한 것 같은데, 학자금 대출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한 직장으로 내몰리는 현실이 옆에서 보면 안타까웠습니다." – 최재현(창업센터에서 창업 준비 중)

 
인상적이었던 건 대학을 가게 될 아들과 함께 참여했다는 어머님의 발언이었습니다. "당장 저희 아들이 내년에 대학을 가게 되는데, 벌써부터 빚을 져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입니다. 남편이 일찍 정년 퇴임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제가 학자금 이자라도 갚아 보려고 지금 사이버 대학에 가서 돈 벌 준비를 하고 있어요." 라며 근심어린 표정을 지었는데, "만약 아들이 군대에 가면 그 기간 동안에는 학자금 이자를 안 내도 되나요?" 라고 묻자, 안민석 의원은 "그건 아직 입법이 안되었답니다" 고 해 어머님의 표정을 더욱 근심 어리게 했습니다. ㅎㅎㅎ
 
국회에서는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일들을?
 
힘들어하는 청춘들의 사연을 경청한 김여진씨는 패널로 출연한 안민석 의원과 박정원 교수에게 "그동안 국회에서는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일들을 해오셨는지요?" 라고 물었습니다.
 
안민석 의원은 "우선 이명박 정부에 고마워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반값 등록금을 사회적 아젠다로 올려놓는 데에 가장 혁격한 공로를 해주었습니다." 며 1차적 책임을 집권 여당에게 물었습니다. 그러면서 "일정 금액 이상은 등록금을 못 받게끔 하는 '등록금 상한제'를 추진했지만, 한나라당이 반대해서 무산되었다"고 토로했습니다. 또 "지난 여름에 반값등록금 위원회가 만들어졌지만 '실현 불가능하다' 는 논의만 하다가 막을 내렸습니다. 야당에서 치열하게 싸워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며 자숙하는 듯한 모습을 내비쳤습니다.
 
박정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GDP의 0.7%를 대학에 지원하고 있는데, OECD 국가들은 평균 1.3%를 대학 지원에 하고 있습니다. 0.6%만 대학 지원에 올려주어도 반값등록금은 쉽게 해결되는데, 왜 이게 안 되는가.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다 부자여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라며 국회의원들에겐 등록금이 자기 발등의 문제가 아님을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잘 못 뽑은 게 문제다. 뽑기를 잘 못 뽑아놓고 다시 등록금 내려달라고 구걸하고 있는 게 아닌가 반성도 된다" 라고 말해 20대 투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방청객들의 다채로운 발언들이었습니다. 성균관대 99학번을 졸업했다는 한 직장인은 "등록금을 자꾸 올리는데 도대체 등록금이 어떻게 쓰여지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해 방청객들의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패널로 참석한 김현철 학생은 "학생들을 위한 것 보다는 대부분 건물 증축과 부동산 구매하는 데 쓰인다"고 대답했고, 안민석 의원은 이에 대한 보완장치로 각 대학이 적립금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를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안민석 의원은 이대가 8천억, 연대가 7천억원의 적립금을 쌓아두었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찾아가서 "이 적립금을 어디다 쓸려고 하느냐" 고 물었었는데, "영업 비밀"이라는 대답만 들어야 했다고 토로했습니다.
 
자연스럽게 해결방안에 대한 이야기로 주제를 옮겨 갔습니다. 정수현씨는 "각 대학이 어떻게 재정을 사용하는지 교육 원가를 공개하도록 정보공개 청구를 하자"고 제안했고, 박정원 교수는 "학생 대표들이 이사회와 학교운영위 등 등록금 협상 테이블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서 실질적인 감시기능을 하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박정원 교수가 있는 상지대에서는 학생측과 한 달 넘게 협상을 진행하여 등록금을 결정한다고 합니다. 미국의 경우 주지사와 주의회가 등록금을 결정하기 때문에 다음 선거를 생각하면 등록금을 함부로 올리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습니다.

△ 높은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들을 쏟아내고 있는 청춘들. "청춘, 외치다" 라는 청춘콘서트의 취지처럼 많은 목소리들이 교감되었습니다. (사진 : 청춘얼쩡기자단)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기 위해서 청춘들이 할 수 있는 일
 
이번에는 김여진씨가 "그럼 학생들은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기 위해서 어떤 역할들을 할 수 있을까?" 물었습니다. 한 학생이 "서울시장이 바뀌었더니 반값등록금이 실현되었습니다. 내년에 두 번의 선거가 있는데,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바뀌면 반값등록금도 해결가능할 것 같습니다. 대학생들이 투표로서 보여주는 것이 가장 필요합니다." 라고 답변하자, 박정원 교수는  "OECD 국가들은 대학생 투표율이 80%를 넘어가는데, 우리나라는 67% 미만입니다. 투표율이 낮으니까 필요로 하는 것을 쟁취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모르고 대학생들이 너무 남 탓만 하고 있지 않은가 돌아봐야 합니다" 라고 덧붙여 주었습니다.
 
20대 투표율의 중요함이 계속 강조되다 보니 김여진씨가 더 구체적인 토론 주제를 제안했습니다. "투표는 기본이고 투표 외에도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다양한 방식들을 제안해 주면 좋겠어요. 작은 것이라도 실천해 볼 수 있는 것들은?" 이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다양한 의견들이 방청객으로부터 쏟아졌습니다.
 
"이제는 똑같은 형식으로 반복되는 집회만이 아니라 재미있고 위트 있는 행동들을 해보는 건 어떤가요?"  - 김형섭
 
"교수님들도 대학을 구성하는 주요 구성원인데, 교수님들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기반해서 자신들의 연봉을 받고 있는데, 교수님들이 자기 연봉을 깍아서라도 등록금 낮추어 줄 수는 없는지요?" - 졸업 후 학자금 대출을 갚고 있는 학생
 
"실제 당사자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쏟아져 나와야 할 것 같아요. 요즘 TED가 유행인데, 대학생들이 직접 자기들의 이야기를 담아 놓은 TED 아카이브를 만들어봐요." – 정수현

△ 열띤 토론이 끝나고 청춘들과 함께 할 '액션'에 대해 말하는 김여진. 꿈이라도 꿔 보자며 "만약에 다함께 휴학한다면? 등록금 정상화될까..." 제안했습니다. (사진 : 청춘얼쩡기자단)

등록금 정상화 안 해준다고요? 다함께 휴학 해보면 어때요?

 
그러다가 기발한 아이디어가 하나 제안되었습니다. 김현철 학생은 "예전에 반값등록금 집회 할 때 김여진씨가 다같이 휴학을 해보자" 했다면서 "휴학하면 대학에 압박도 되고, 개인이 하고 싶었던 일도 해볼 수 있고 여러모로 유익할 것 같아요. 다같이 휴학을 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순식간에 방청객들의 눈의 희둥그레 지면서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김여진씨는 "전체가 다 같이 한 학기만 휴학하자고 하면 어때요?" 라고 묻자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김여진씨는 "다 휴학하겠다는 뜻이네요." 라고 웃음을 보였고, 꿈 같은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한 번 트위터에 제안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다 같이 휴학을 해보자는 제안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몇 명이 참가할까 의구심도 들었지만 이런 상상들을 해본다는 것 자체가 무척 즐거운 상상이었습니다.
 
안민석 의원은 "내년 선거 때만 되면 반값등록금 다 찬성한다고 할 겁니다. 여러분들이 국회 속기록을 잘 봐서 어느 국회의원이 반값등록금을 찬성하고 반대했는지 솎아내서 공개하는 일을 함께 해보자" 는 액션플랜을 제안했습니다. 18대 국회의원 중에서 반값등록금을 찬성했던 사람, 반대했던 사람 명단을 트위터에 올린다면 엄청난 파장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오늘 나온 액션토크의 내용들을 모두 종합하여 청춘들의 액션으로 다음 2가지를 김여진이 제안해 주었습니다.
 
1.  친구 딱 한 명만 정해서 같이 플래시몹을 하세요. 교문 앞에서 누워 쓰러져서 저 등록금 갚다 죽었어요 하며 인증샷을 올려보세요. 그러면 누군가 반드시 따라하는 사람이 생깁니다. 친구 한명 꼬셔서 하면 됩니다. 그랬을 때 작은 변화들이 생길 겁니다.
 
2.  저는 동맹 휴학을 해보자고 트위터를 날릴께요. 휴학하는 동안 무엇을 해보겠다는 계획도 짜보세요. 2012년 대선 직전에 해볼까요? 그럼 선거운동이라고 소란이 날 지도 모르겠네요. 꿈이라도 한 번 꿔보는 것이죠.

△ 김여진씨가 어젯밤 청춘콘서트가 끝나고 트위터에 올린 내용. 다함께 휴학 어떠세요? 꿈이라도 꿔보자.
 
참석한 청중들은 흔쾌히 해보겠다며 큰 박수를 쳤습니다. 대학들이 가장 무서워하는것은 대규모 휴학사태가 아닐까 싶습니다. 대규모로 휴학을 하게 되면 정원규정이 있어서 신입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현 가능만 하다면 엄청난 파급효과를 몰고 올 수 있을텐데... 얼마나 호응이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상을 해 본 것 자체가 참 신선했습니다.
 
후끈했던 열기의 현장을 뒤로하고 신나는 무대 음악과 함께 참석한 청중들은 모두 강연장을 빠져나갔습니다.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참신한 의견들을 자유롭게 주고받는 현장의 분위기도 참 좋았고, 무엇보다 방청객들의 서슴없는 발언들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누구든지 손을 들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고, 발언 시간 제한을 두지 않았지만 서로가 충분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구요. 어른들의 100분 토론처럼 서로 싸우고 발언 시간을 초과해서 자기 이야기만 하려고 하는 모습이 없이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편안한 진행이 참 좋았습니다. 무대 위의 강연자가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콘서트에서 한단계 더 진화해서 무대 위와 무대 아래가 서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콘서트로 나아간 것 같았습니다. 앞으로도 더 진화하게 될 청춘콘서트가 더욱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