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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무관심한 아버지와 간섭하는 어머니, 어떻게?

법륜스님의 전국 100회 연속강연 현장에 와 있습니다. 전국을 다니며 사람들의 다양한 인생 고민을 듣게 되는데요. 젊은 사람들의 경우 부모님과의 갈등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어릴 적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곪아서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경우입니다. 아무리 상처를 주었다고 하더라도 자신을 이 세상에 태어나고 자라게 해 준 소중한 인연인 부모님인데... 어떻게 하면 부모님과의 갈등을 지혜롭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요? 오늘 법륜스님의 100회 연속 강연에서 있었던 한 분의 질문과 대답 속에서 그 해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 질문자 : 아버지께서 집안일에 무관심하고 자유분방한 삶을 사셨기 때문에, 어머니께서는 집안일을 자주 저와 의논하며 살아오셨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어머니와 갈등이 잦습니다. 이 정도의 삶을 누리는 것은 모두 어머니의 은혜라고 생각하고 감사하지만, 어떤 일에든 미리 걱정하고 부정적으로만 말씀하실 때는 화가 치밀어 올라 참기가 힘이 듭니다.

- 법륜스님 : 어머니의 근심걱정과 잔소리에 화가 날 때, 모두 팽개치고 집을 나가고 싶은 때가 있지요? 아버지의 심정이 바로 그랬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아버지 역시 어머니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그렇게 행동했던 것입니다. 그러니 먼저 아버지에게 참회 기도를 해야 합니다. 아버지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한 데 대해서 죄송한 마음으로 잘못을 참회하는 기도를 하십시오.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했을 뿐 아버지의 심정과 입장을 살펴보지 않았기 때문에, 아버지에 대한 불평과 미움과 원망이 많았던 것입니다. 아버지로서는 죽을 것 같은 답답함을 벗어나기 위해 자기 살길을 찾으려 했던 겁니다. 그러니 현재의 내 심정을 돌이켜 봄으로써, 아버지를 원망했던 마음에 대한 참회 기도를 하십시오.

또한, 어머니로서는 자식을 사랑하고 아껴주며 근심하고 애태웠을 따름인데, 자식은 그것이 속박으로 느껴지고 답답하다며 뛰쳐나가고 싶어 하고 있습니다. 자식을 사랑하고 아끼는 자신의 마음이 자식에게는 왜 그런 고통이 되는지 어머니는 알 수가 없습니다.

지금 질문자의 이야기를 어머니가 듣고 있다면 어머니께서는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남편이 가정을 책임지지 않고 보살피지 않는 속에서 자신의 모든 걸 희생해서 자식을 낳고 키우며 평생을 보살폈는데 그 자식이 당신 때문에 괴롭다고 한다면 그 답답한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질문자의 입장에서는, 아버지가 그런 어머니를 이해하고 받아들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생각할 것입니다. 내가 아버지에게 바라는 것을 알면, 바로 여기서 어머니와 나의 문제에 대한 해답이 나옵니다. 지금 내가 어머니로부터 분노를 느낀다 하더라도, 내가 아버지에게 바랐던 것처럼 그것을 뛰어넘어 어머니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되는 것입니다.

어머니로부터 내가 느끼는 감정을 보며 아버지를 이해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버지에게 바라는 것들을 살펴보면서 어떻게 어머니를 받아들여야 하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답은 모두 나에게 있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참회도 나의 번뇌로부터 나오고, 지금의 어려운 상황 가운데에서 내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내 수행의 길도 역시 나에게서 찾아집니다. 나를 살피면 아버지에 대한 원망도 사라지고 나를 살피면 어머니에 대한 답답함도 사라집니다. 아버지를 보면 아버지가 원망스럽고 어머니를 보면 어머니가 답답하지만, 밖이 아니라 안을 살피게 되면 그 해결책이 모두 나에게 있음을 알게 됩니다. 문제는 지금 그 반대의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 역시 어머니에게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아버지를 원망하고만 있을 뿐 그의 심정을 이해하지 않고, 그런 어머니를 이해해줄 것을 아버지에게 바라면서도 자신은 어머니에게 그렇게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아버지에 대해서는 참회 기도를 하고, 어머니에 대해서는 그 은혜에 감사하는 기도를 하십시오.

어머니도 젊은 시절이 있었습니다. 결혼해서 남편을 믿고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결혼 생활을 했습니다. 남편이 늘 밖으로만 돌면서 가정을 책임지지 않는데도 어머니는 가정에 충실하고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젊은 시절의 그 마음이 얼마나 괴로웠을지 생각해 보세요. 그 괴로움 속에서 마음이 점점 안으로만 닫혔을 테고, 자식이라도 잘 키워보겠다는 생각으로 집착을 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 어머니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면 그것을 간섭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하는 염려로 여기고 감사히 받으십시오. 아버지에 대한 참회와 어머니에 대한 감사의 108배를 하면서 내 삶의 태도가 바뀌게 되면, 부모 모두와 관계가 좋아지게 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어머니도 점차 어떤 변화의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박수가 이어지고 질문자는 “감사합니다” 크게 대답하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아버지의 상황도 이해하는 마음을 내고 어머니의 상황도 이해하는 마음을 내어보라... 저도 그동안 자라오면서 '우리 부모님은 왜 나에게 그렇게 하셨을까' 원망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하지만, 스님 말씀을 듣고나니 아무리 나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하더라도 이 세상에 나를 있게 해준 소중한 부모님이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습니다. 부모님을 이해하는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니 자존감이랄까 제 스스로도 뿌듯해지고 소중해지더라구요. 이렇게 삶의 태도가 변하면 스님말씀처럼 부모와의 관계도 좋아지고, 그 영향으로 부모님들도 어떤 변화의 계기가 생길 것입니다. 저도 강연을 듣고 나오는 길에 평소 전화를 안 하던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네요. 이런저런 안부를 묻다가 “이렇게 낳아주고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했더니 “너가 왠 일이냐”며 환하게 웃으시더라구요. 제 마음도 덩달아 홀가분해졌어요. 나로부터 시작하는 세상의 변화가 이런 것이구나 짧은 문답 속에서 크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