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청춘콘서트

김어준 “철수 아저씨, 시장되면 교통방송 하나 달라”

전국 25개 도시를 순회하고 있는 안철수와 박경철의 청춘콘서트, 22번째는 서울대학교 문화관에서 열렸습니다. 객석은 이미 1시간 전부터 2500여명의 청년들로 가득 메워졌고, 아침부터 안철수 교수의 서울시장 출마설과 관련해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터라 그 어느 때보다도 열기가 대단했던 청춘콘서트였습니다. 특히 깜짝 출현한 ‘나는 꼼수다’ 의 김어준 총수 덕분에 분위기는 더욱더 한층 고조되었습니다. 김어준과 안철수, 박경철은 '기득권'을 주제로 시종일관 가볍고 진지하고 웃기고 날카로운 대담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특히 요즘 핫이슈인 '김어준'과 '안철수'가 함께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 박경철 : 요즘 <나는 꼼수다>가 세계 1위라는 엽기적인 기록을 올렸다. 그 열광적인 환호의 원동력은?
 
- 김어준 : 가장 큰 요인은 아무래도 가카를 들 수 있다. 도와주신 가카께 모든 은공을 돌린다.

- 박경철 : 김총수를 초청한 이유는 기득권에 대해 강고한 저항을 해 오셨기 때문이다.
 

- 김어준 : 저항한 게 아니라 저를 써주지 않아서 놀고 있는 것일 뿐이다.(웃음) 기득권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먼저 기득권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해야 한다. 흔히 목소리가 큰 사람이 기득권인 줄 착각한다. 아니다. 구조를 장악한 게 기득권이다. 너무 진지했나?(웃음) 기득권과 싸우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부딪혀서 깨는 거고, 둘째는 새로운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난 후자 쪽이다. 예를 들어 조중동과 방송3사가 장악한 메시지 유통 구조가 있다. 그걸 자본도 인력도 없는 내가 깰 수는 없다. 하지만 전혀 다른 유통 구조를 만들 수는 있다. 10년 전에는 그게 딴지일보였고 지금은 나는 꼼수다다.

나는 꼼수다가 1위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먼저 인터넷과 SNS와 스마트폰의 결합이다. 인터넷은 책상 앞에서만 한시적으로 온라인이었다면, 인터넷과 스파트폰의 결합으로 손바닥 위에서 24시간 온라인이 되었다. 그리고 인터넷에선 정보를 게재하고 방문자를 기다려야 하는 피동적 전파였다면 여기 SNS가 결합되면서 수용자가 매우 손쉽게 능동적 전파자가 될 수 있는 플랫폼이 탄생했다. 그러니까 컨텐츠가 스스로를 입증할 수 있는 물적 토대가 탄생한 것이다. 이렇게 멋진 말을 내가 하다니.(웃음) 그래서 나는 꼼수다는 절대 광고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첫 방송을 하고 딴지일보에 나는 꼼수다를 시작했다는 공지조차 하지 않았다. 가치 없는 컨텐츠라면 죽는 것이 당연하고 가치 있다면 스스로 유통될 것이니까. 광고하면 스팸이고 전파되면 정보인 거다. 

- 박경철 : 이건 단순히 플랫폼만의 문제는 아니지 않은가
 
- 김어준 : 두 번째 요인은 가카다.(웃음) 모든 작용에는 반작용이 있는 게 우주의 원리다. 가카가 찍어 누르면 그만큼의 힘으로 찌그러져 있던 반대 목소리가 반드시 튀어나오게 되어 있다. 우리는 가카가 누른 만큼의 반작용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 다음은 컨텐츠의 힘이다. 정봉주 전의원의 경박하나 예리한 분석(웃음), 주진우 기자의 취재력과 팩트, 김용민의 감각과 프로듀싱 능력 그리고 이 모두를 결합하고 간파한 지식인의 혜안.(웃음) 하지만 전 스마트폰도 SNS도 하지 않는다.(웃음)

첫 번째는 귀찮아서. 두 번째는 뒤처지는 게 두렵지 않아서. 트랜드를 좇는 건 중요하지 않다. 그 본질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세 번째는 변명하지 않으려고. 특히 나는 꼼수다를 하는 동안은 가능한 한 SNS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꼼수다는 논쟁적인 지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진보는 논리적 정합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논리적 정합성은 매우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진보의 성찰이 일어난다. 하지만 지금 난 그럴 여력이 없다. 논리로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논리로는 이길 수 없는 대상과 싸우기 때문에. 그래서 SNS를 안 한다.

- 박경철 : 보통 저런 말을 하면 세무조사, 해킹, 미행... 영화에서나 나오는 그런 것들이 따라온다. 뭐 세무조사 받을 만큼 돈이 없을 수도 있지만...(웃음)
 
- 김어준 : 기득권 구조에 넘어가는 이유는 우리 모두 생활인이기 때문이다. 저항하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나쁜 걸 몰라서가 아니라 그들에게서 받을 수도 있는 이익을 잃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기득권은 구조를 장악하고 있으니까 줄 게 많은 거다. 그래서 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덕 볼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다. 나꼼수의 가장 중요한 철학은 누군가로부터 덕 볼 생각을 하지말자는 거다. 이게 놀라운 지식인의 혜안을 가진 저의 철학이다. 저의 놀라운 외모도 잊지말아주시고. (웃음)
 
- 박경철 : 이렇게 웃게 해주면서 카타르시스 시켜 준다. 카타르시스 뿐만 아니라 기득권 구조의 해체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
 
- 김어준 : 카타르시스만 주어서는 안 된다. 그것만 하면 딸딸이다.(웃음) 위로가 돼야 한다. 과거에는 물리력으로 눌렀으나, 지금은 생활로 옥죈다. 밥줄을 끊거나 소송을 해서 생활을 망가뜨린다. 밥줄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물리력으로 때리면 힘이 약한 사람은 당연히 피해야 한다. 그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피하고 나서 뒤에서 씨발 씨발하면 되지.(웃음) 그런데 밥줄을 쪼였을 때 입을 다물면 스스로가 비겁해지고 우울해지고 자괴감이 생긴다. 그래서 자꾸 위축된다. 그래서 첫 번째로 하고 싶었던 게 위로다. 쫄지 마! 떠들어도 돼! 떠들다 잡혀가면 뭐 어때? 씨발~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위로가 된다. 사람들에게 그런 위로를 주고 싶었다. 이게 내가 기득 구조에 저항하는 첫 번째 방법이다.

두 번째는 구조를 해체한다고 했는데 별거 아니다. 조중동과 방송 3사에 자본과 규모로는 싸움이 안 되지만, 새로운 플랫폼과 그 플랫폼에 적합한 컨텐츠와 그걸 전달해내는 사람들과 가카가 누른 힘만큼의 반작용이 결합하면, 그 제작과정이 아무리 허접하더라도, 메시지는 스스로 폭발력을 가지고 전파될 수 있다. 그리고 그게 바로 새로운 메시지 유통 구조의 탄생이다. 물리적 구조만 구조가 아니다. 기존 메시지 유통 구조에 좌절할 게 아니라 그에 버금가는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 버리면 되는 것이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두 번째로 싸우는 방법이며 그 구현이 나는 꼼수다다. 그래서 난 나는 꼼수다를 조중동과 방송3사, 검찰, 청와대 전부와 다이다이로 싸우고 있다는 생각으로 만든다.

- 김어준 : 교수님이라고 해야 하나, 아저씨라고 해야 하나?(웃음) 아저씨에게 궁금한 게 생겼다. 기자들이 서울시장 출마 여부에 대해 많이 묻던데, 난 그렇게 묻지 않는다. 몇 일 날 출마 발표 하는가?(웃음)

- 박경철 : 아까 고민 중이라고 먼저 말씀하셨다.

- 김어준 : 만약에 출마했는데 단일화 요구가 있다. 할 건가?

- 안철수 : 그거야 그 다음 생각할 문제다.

- 김어준 : 안 하게 되면... 안 하는 이유가 뭔가? 무념무상이신가?

- 안철수 : 유념유상이다.(웃음)

- 김어준 : 이런 점 때문에 꺼려진다 하는 것, 그게 무엇인가?

- 안철수 : 그런 건 없다. 저는 항상 선택을 할 때 의미를 느낄 수 있느냐, 열정을 갖고 일할 수 있느냐, 실제로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나. 이 세 가지만 고려한다.

- 김어준 : 이건 좋은 정치인의 기본자세다. 제가 지난 10년 동안 유력 정치인 중 안 만나 본 사람이 없는데, 그들의 공통점은 “왜 내가 안 돼? 나라고 못할 이유가 뭐야?” 가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사실 출발점은 “왜 나여야 하는가” 그거여야 한다. 내가 과연 자격이 있는가를 되묻는 것은 좋은 정치인의 첫 번째 자세라고 생각한다. 이런 자세가 되는 사람을 최근 딱 두 분 만났다. 문재인과 안철수. 안 할 건가?

- 안철수 : 자격이 없으면 안 해야 한다.

- 김어준 : 만약에 하시게 되면 저한테 교통방송 하나 달라.(웃음) 문재인 이사장한테는 국정원을 달라고 했다.(웃음)

- 김어준 : 이념이 아니라 행정 하는 시장이란 표현도 언론에 있던데, 행정은 공무원이 하는 것이고, 수장은 행정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서울시장은 이미 정치다. 한정된 자원의 분배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정치니까. 그런데 걱정되는 건 내가 정치인은 아니지만 아주 오랫동안 정치를 가까이서 지켜봤다. 졸라 더럽다. 거기서 살아나려면 진짜 힘들다. 구조 뒤에는 권력이 있는데, 권력의 가장 큰 힘은 누군가를 날려 버리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나쁜 짓을 한 게 분명한데도 날려버리지 않는데 있다. 진짜 힘은 기소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기소하지 않는데 있는 거다.

같은 편이라도 날려 버리면 바로 적이 된다. 자기가 살려고. 하지만 명백한 나쁜 짓을 했는데도 봐주는 순간 진짜 권력이 작동한다. 그 순간 그 사람은 그 권력의 하수인이 되고 만다. 두 번째는 까야할 때 까야할 타이밍을 조정하는 거다.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순간으로 그 타이밍을 조절할 수 있는 힘, 그게 권력의 진짜 힘이다. 부산저축은행은 첫 번째 권력을 쓰고 있는 것이고 곽노현은 두 번째 권력을 사용한 것이다. 정치는 그런 곳인데, 거기 아저씨가 들어가서 버티겠나?

- 안철수 : 사업할 때도 그렇게 했는데 사업은 돈 버는 건데 저는 돈 벌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사업의 목적이 돈 버는 게 아니라 본연에 충실히 노력한 결과로 돈이 벌어지게 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본연을 열심히 하면 성공은 결과로 따라오는 것이었다. 이런 쪽도 그렇게 생각할 수 없을까?

- 김어준 : 그게 맞는데, 그런 분들은 당선이 안 되더라. 서울시장이 된 이후는 걱정이 안 되는데, 되는 과정이 걱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세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그 자체로 정치다. 연락 달라. 그런 걱정을 하는 이유는 아저씨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또 본인의 진정성과는 무관하게 영입제안이 올 텐데 어느 쪽에도 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본인의 출마는 결과적으로 특정 정치세력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게 되어 있다. 본인이 결국 서울시장이 되면 상관없지만, 못 되면 쏟아질 졸라 거대한 원망도 버텨낼 자신이 있어야 한다.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그것도 생각해서 선택해야 한다.

- 안철수 : 청춘콘서트 끝나고 생각해보겠다. 다음 주 세 번 남았다.

- 박경철 : 들으면서 다양한 시선도 고민하게 되고, 거침없는 시선과 자신감 속에서 우리의 삶과도 대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유쾌하지만 웃음 속에 철학이 숨어있는 분이었다.

열렬한 환호 소리와 뜨거운 박수가 쏟아집니다. 저는 김어준 총수를 가까이서 뵌 것은 처음이었는데, 요즘 나꼼수가 대세여서 그런지 엄청난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나꼼수는 덕 볼 생각을 하지 말자는 취지로 운영되기 때문에 기득권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왜 나꼼수가 파워를 가질 수 밖에 없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김어준 총수의 안철수 교수에 대한 진심어린 걱정도 좋았고, 걱정을 가볍게 덜어버리는 유머와 위트도 유쾌했습니다. 특히 정치는 정말 더러운 곳인데 안철수 교수는 과연 잘 할 수 있을지 여쭙는 대목에서는 참석한 많은 청중들도 공감하는 바였습니다. 아마 다음 나꼼수는 안철수편이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