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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콘서트

안철수 “진보-보수 아닌 상식-비상식으로”

안철수와 박경철의 전국 순회 토크 강연 ‘청춘콘서트’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오늘 청춘콘서트가 열린 곳은 창원시 성산아트홀입니다. 빈자리 하나 없이 빼곡히 들어찬 1800명의 창원 시민들은 두 멘토의 열정적인 대화에 숨죽인 채 시종일관 몰입했습니다. 때로는 큰 박수가 흘러나오고, 때로는 감동적인 문구에 볼펜을 들기도 하며, 2시간이란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갔습니다. 오늘 강연에는 얼마 전 모 주간지에서 안철수 교수의 인터뷰 기사가 나간 후, 안교수를 빨갱이라 지칭하는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대화가 오고 가서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 좌빨과 수꼴... 지난 50년 간 계속되어 온 지루한 논쟁들의 허점을 한 쾌에 정리해주어서 너무나 가슴 시원했습니다. 

- 박경철 : 요즘 안선생님이 모 주간지에서 한 인터뷰를 보고 빨갱이라고 비판하는 사람이 있더라.

- 안철수 : 우리나라는 유일한 분단국가이다보니 북한 문제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지는 것 같다. 외국에서는 좌파 우파 논쟁이 20년 전에 끝났다고 하더라. 아직도 논쟁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우리나라 밖에 없다고 한다. 지금 좌파 우파 논쟁하면서 허송세월할 만큼 우리나라 상황이 녹록치가 않다. 굉장히 소모적이다. 미래를 이야기해야 한다.
 인터뷰에서 3가지 이야기를 했다. 첫째,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을 해야 한다. 셋째,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20,30대 투표율이 올라갈 것이다. 지난 10여년간 상생과 공영에 대해 한결같이 이야기해 왔어도 빨갱이라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20,30대 투표율 이야기 하나만 더 추가했을 뿐인데 빨갱이라 그러더라.
 20,30대가 선거에 열심히 참여하면 민주주의를 위해 좋은 것 아닌가. 이런 민주주의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한 사람들인 것 같다. 평범한 사람들을 놓고 봤을 때, 보수와 진보를 도대체 구분할 수 있는가? 제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가족문제는 보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고, 교육문제는 진보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고, 북한 문제는 보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 사람은 진보인가 보수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할 텐데, 구분이 어렵다.
 보수와 진보로 자꾸 나누는 이유가 뭘까. 비유를 들어 보겠다. 평온한 평지에 어느 날 벽을 만들어서 그늘과 습지를 조성하면 거기에는 벌레들이 많이 살게 된다. 벽을 없애자고 할 때 그것을 가장 싫어하는 존재는 누구일까? 바로 벌레들이다. 멀쩡한 사람들을 억지로 나누는 사람들은 담 밑에서 자기 나름의 이익을 얻기 위한 사람들이다.
 굳이 나누어야 한다면 보수와 진보가 아닌 상식과 비상식으로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누군가 물어보면 "저는 상식파인데요" 라고 말하려고 한다.

- 박경철 : 벌레다. 이건 굉장한 욕인데요...(청중들 웃음) 우리 각자는  하나의 우주이기 때문에 자신을 그렇게 구분하면, “내가 그렇게 단순해 보이니?” 하며 확인을 해야 한다. 상식과 비상식의 시대다. 간단하다. 배고파 굶어 죽어 가면 살려야 한다. 다리가 아파서 절뚝거리면 부축해야 한다. 이게 상식이다. 상식과 비상식으로 바라보고, 틀 속에 자기를 가두지 않는 청년들이 되면 좋겠다.

- 박경철 : 오늘 윤여준 전 장관님이 초대손님으로 나오셨다. 국가를 경영해 본 분으로서 국가를 경영하려면 어떤 자질이 필요한가?

- 윤여준 : 국가를 다스리는 리더십은 다른 리더십과 차원이 다르다. 국가는 작은 공동체와는 차원이 다른 공동체이다. 어느 국가나 몇 가지 특성이 있다. 국민들에게 강제력을 행사한다. 우선 세금을 거둬간다. 세금 안내면 잡혀가지 않는가. 가끔 너무 많은 탈세를 하면 안 잡혀가는 사람도 있던데...(청중들 웃음) 그리고 국방을 지키기 위해 군대를 가야한다. 이런 강제성이 있기 때문에 국가가 해야 하는 역할은 공공성을 지키는 것이다. 이 공공성을 지키는 것이 국가 리더십의 핵심이다. 국가는 국민 전체의 복리와 안전, 이 공공성을 추구해야 한다.
 안철수 교수를 제가 좋아했던 이유는 CEO인데도 백신을 개발해서 무료로 보급을 했다는 점이다. 유료로 보급했다면 엄청난 돈을 벌었을 텐데... 기업인인데도 그야말로 공적 헌신성을 보여주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 중에 이 정도의 공적 헌신성을 가진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것 때문에 굉장히 놀랐고 인상적이었다.

- 박경철 : 얼마 전에 저도 이런 공공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니까 저보고 빨갱이라 하더라.

- 윤여준 : 민주주의는 정치적 민주주의에서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로 심화되어 가야만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하는 것이다. 헌법 119조 2항에 이렇게 적혀 있다.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이것을 잘 지키면 지금의 한국 사회와 같은 불공정한 양극화는 안 생긴다.

- 안철수 : 헌법에 나와 있는 것을 지키자고 하는 것인데 왜 빨갱이라고 비난할까?

- 박경철 : 그들이 바로 체제 전복자들이겠죠.(청중들 박수) 안선생님 같은 경우는 어떤 이야기를 해도 진심이 느껴진다. 그런데 얼마 전 김영삼 대통령이 3천억을 받았다 안 받았다 말이 많았다. 그런데 안선생님은 원칙대로 성실히 기업을 일으키고도 나 혼자서 한 것이 아니므로 사회에 돌려주지 않았는가.

- 윤여준 : 최근에 안선생님이 삼성을 두고 약탈적 경영을 한다고 말하더라. 한국 사회에서 감히 별 세개 회사에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니... 대단히 정의롭다고 느꼈다.

- 안철수 : 미국은 대기업 회장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면 다음날 바로 신문에 난다. 그 내용이 뭐냐면 국민들 의료비가 높으니까 어떻게 하면 의료비를 낮출 수 있을 것인가 연구하는 시스템을 만들자 그런 내용들이다. 어떻게든 돈 벌려고 국가에게 감세해 달라 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국민들이 구조적 모순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지 노력하더라. 기업 회장들이 모여서 이런 논의를 하는 게 상식에 맞는 것 아닌가.(청중들 박수)

참석한 청중들로부터도 즉석에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모두 전해드릴 수는 없고, 한 가지만 소개해 드리죠. 

- 청중질문 :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공정거래의 해법은 무엇인가?

- 안철수 : 현행 법만 잘 지켜도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현행법은 불공정거래 당사자가 직접 고발을 못하게 되어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를 해야 하고, 단독 고발권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지고 있다. 그런데 신고를 해도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을 안 한다. 고발을 해도 누가 고발했는지가 대기업 담당자에게 흘러들어간다. 그러면 보복을 당한다. 중소기업들은 망할 각오를 하고 고발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왜 공정거래위원회는 고발을 안 하는지 조사가 필요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단독 고발권을 줄 필요가 있는가도 고민되어야 한다. 초과이익공유제라는 개념은 과정에 상관없이 결과적인 이익을 나눠주는 것이다. 순서가 틀렸다. 과정에서부터 먼저 공정한지 감시해야 한다. 과정에서 공정하면 결과는 받아들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법치국가 아닌가. 법에 나와 있는 대로 공정하면 상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박경철 : 기성세대로서 여러분들에게 희망의 바톤을 넘겨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여러분들이 스스로 해결해나가려는 의지를 가져주신다면 우리들이 최선을 다해서 도와드리겠다. 고맙다.

▲ 창원 청춘콘서트를 한달 전부터 준비한 자원봉사자들 "희망서포터즈". 
   청춘콘서트는 100% 재능기부와 자원봉사로 운영되고 있다고 하니 마음이 더 훈훈해지네요.

뜨거운 박수와 함께 세 분의 멘토가 무대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보수-진보의 소모적인 논쟁에 대해 이렇게 시원하게 정리해주는 사람들이 또 어디 있을까요? 그동안 묵혀 두었던 체증이 한 번에 내려가는 듯 했습니다. 자신들의 마음에 안 들면 무조건 빨갱이, 좌빨이라고 몰아붙이는 사람들을 보면 가슴이 답답할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제발 안철수 교수가 이야기한 것처럼 상식과 비상식으로 한번 바라보면 어떨까요? 무엇이 더 합리적인지를 가지고 대화하는 자세만 가져도 한국사회의 많은 갈등들이 치유될 것입니다. 그리고 윤여준 전 장관의 이야기도 참 공감이 갔습니다. 국가 경영을 위해서는 공적인 헌신성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안철수 교수가 무료 백신을 배포한 것처럼 한국의 정치 사회에서도 그런 공적인 헌신성을 가진 정치인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안철수, 박경철의 한국사회 진단 그리고 청춘들을 위한 응원메시지는 전국 32개 도시에서 계속됩니다.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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