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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0회 강연

[법륜스님 세계100강 제9강] 체코 "왜 세상은 불평등한 거죠?"

안녕하세요. 법륜 스님의 세계 100회 강연 중 아홉 번째 강연이 체코 프라하에서 열렸습니다. 


어김없이 새벽 6시에 렌트카에 몸을 싣고 유럽의 도로를 달립니다. 도로 포장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덜컹거리는 고속도로를 한참을 달려 오후 1시쯤 바츨라프 광장에 도착했습니다. 수백년 동안 체코인들은 합스부르크, 나치, 소련의 침략에 시달렸는데, 바츨라프 광장은 체코 역사 중요한 순간들을 장식한 상징적인 장소였습니다. 길게 경사를 지며 이어진 광장의 중앙에는 성 바츨라프 동상이 위용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성 바츨라프 왕이 체코의 수호성인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이곳에서 역사적인 활동이 많이 이뤄지게 되었습니다. 



▲ ‘프라하의 봄’으로 세계에 알려진 체코의 역사적인 광장. 바츨라프 광장. 


1차 세계대전 이후 합스부르크 제국이 해체되면서 1918년 10월 체코슬로바키아 공화국의 독립이 바츨라프 광장에서 선언되었습니다. 그러나 1938년 9월 뮌헨 조약이 체결됨에 따라 나치 독일이 슈덴텐란트를 병합하게 되고 수많은 체코 지식인들과 8만명의 유대인들이 나치의 손에 의해 죽임을 당했습니다. 1968년에는 공산당 서기장 두브체크가 ‘인본적 사회주의’를 표방하며 후일 ‘프라하의 봄’으로 알려진 개혁정책들을 도입하면서 소련군 및 바르샤바 조약군들이 수많은 탱크를 몰고 프라하를 점령하게 됩니다. 1989년에는 고르바쵸프가 페레스트로이커 정책을 발표했고 그해 11월 9일에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체코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습니다. 11월17일 프라하에서 평화적 시위를 벌이던 학생들이 경찰들에게 폭력진압을 당하는 사태가 일어나고, 이후 매일 같이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11월 27일에는 총파업이 실시되면서 12월3일 공상당 정부와 정권 이양 협상을 벌여, 국민적 합의에 의한 정부가 수립되기에 이릅니다. 이런 평화적 정권 이양을 역사는 ‘벨벳 혁명’이라 부르며 자유를 추구하는 모든 이들의 모범 사례가 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체코인들은 인구 1천만명의 작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21세기까지 자신들의 정체성을 불굴의 정신으로 이어오고 있었습니다. 


그 역사적인 현장이 이곳 바츨라프 광장이었다고 상상하니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지금 젊은 청년들은 아무렇지 않게 민주주의와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있지만, 오늘이 있기 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음을 다시한번 되새겨 보니 눈물이 핑 돌고 가슴이 숙연해집니다. 

 

바츨라프 광장에는 1969년 소련 침공에 항의해 분신자살을 한 얀 팔라흐, 얀 자이츠를 비롯한 공산 정권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 성소가 있는데, 법륜 스님은 합장을 하고 조용히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프라하의 봄, 체코의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던진 두 청년을 추모하며. 


얀 팔라흐의 죽음은 계속되는 점령에 대한 큰 저항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약 한 달 후인 1969년 2월 25일 같은 장소에서 또 다른 학생 얀 자이츠가 자신을 불살랐고 1969년 4월 에브젠 플로첵이 뒤를 따랐습니다. 이러한 저항이 여론을 뒤흔들었지만 당시 체코슬로바키아의 정치 상황에 충격을 주는 데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들의 숭고한 정신은 20년 뒤 1989년 벨벳 혁명의 토대가 됩니다. 


체코의 역사를 들으니 강대국 사이에 놓여 있어서 이런저런 침공을 받았지만 그 속에서 희망의 싹을 튀워나가는 민족의 저력이 느껴지는 것이 마치 한국과 흡사하게 느껴졌습니다.   


오후 6시 무렵 강연장인 Vojtecha 성당에 도착하니 체코 교민 분들과 자녀들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체코 프라하 즉문즉설 강연에는 총 55명이 참석했습니다. 



총 7명이 질문을 했는데, 그 중에서 60대 남성 분이 강연 맨 마지막에 불평등과 종교에 대해 질문한 내용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 질문자 : “불평등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제가 태어날 때 왜 막내로 태어났는지, 키가 왜 170밖에 안되는지, 다른 사람들은 180이 넘는데... 나는 왜 못 생겼는지, 그리고 세상에는 많이 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들이 있고, 행복한 사람이 있고 불행한 사람이 있고, 이게 과연 세상의 법칙인지요? 하나님과 부처님이 얘기한 세상이 이런 세상인지요?” 


- 법륜 스님 : “남자에게는 특권이 주어지고 여자에게는 억압이 주어진 세상에서 만약 여자로 태어난다면, ‘왜 내가 여자로 태어났나’ 하면서 억울해하겠죠. 그런데 ‘왜 나는 여자로 태어났나’ 이런 생각은 올바른 생각이 아니에요. 여자로 태어나고 남자로 태어나는 것은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냥 여자로 태어났고 남자로 태어났을 뿐이에요. 그런데 이 세상이 남자에게는 특권이 주어지고 여자에게는 억압이 주어지니까 ‘나는 왜 여자로 태어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내가 그 특권을 갖고 싶은데 못 가지니까 말이죠. 


남자, 여자의 차이를 없애버리면, 즉 남자라고 주어지는 아무런 특권이 없는 세상을 만들면 ‘내가 왜 여자로 태어났나’ 이런 질문 자체가 필요 없어져버립니다. 여자로 태어난 것이 전생에 죄이거나 하나님의 징벌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것은 남녀의 차별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현실로 인정한 상태에서 생긴 의문이라는 것입니다. 


신체가 장애인 사람에게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차별을 주니까 ‘나는 왜 장애로 태어났는가, 전생에 죄가 많아서인가’ 이런 문제의식을 갖는 것입니다. 종교에서는 “하나님을 안 믿어서 그렇다, 전생에 죄를 많이 지어서 그렇다”고 하며 이런 잘못된 현실을 합리화시키는 이론을 만들었습니다. 이 점이 잘못된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과 부처님은 남자, 여자의 차별을 하지 말라고 가르쳤습니다. 신체 장애에 의해서 인간을 차별하지 말라고 가르쳤습니다. 피부 빛깔에 의해서 인간을 차별하지 말라고 가르쳤습니다. 유대인과 이방인을 차별하지 말라고 가르쳤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키가 큰 것이 좋고, 키가 작은 것이 나쁘다’ 하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생각입니다. 키가 큰 것은 큰 데로, 키가 작은 것은 작은 데로 의미가 있습니다. 코끼리는 복이 많아서 코끼리로 태어나고 쥐는 죄가 많아서 쥐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종이 다를 뿐이에요. 얼굴 생김새가 다르지, 저 사람은 더 잘 생겼다 저 사람은 못생겼다가 아니라 그냥 다르게 생겼을 뿐입니다. 진리는 ‘다르게 생겼다’라는 것이지, 누구는 잘생겼다 하는 건 그때 그때 사람들의 관념에 따라 이뤄지는 것입니다. 


양반과 쌍놈의 차별이 없어지니까 ‘나는 왜 쌍놈으로 태어났나’ 하는 생각이 없어지잖아요. 이런 불평등은 자연적인 것이 아닙니다. 자연에는 불평등이 없습니다. 뱀이 개구리를 잡아먹는다고 개구리는 잘 못 태어났고 뱀이 더 좋게 태어난 게 아니에요. 그냥 종이 다를 뿐이에요. 그래서 우리가 피부 빛깔이나 남녀와 같이 자연적인 것을 갖고 차별하면 안된다는 겁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인간의 행복도가 개선되지 않습니다. 빈부격차가 커지게 되면 행복도가 굉장히 떨어집니다. 국민 행복을 위해서는 정신 작용에 대한 수련도 해야 하지만, 빈부격차도 낮추어야 합니다. 이것이 경제민주화죠.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첫째 경쟁이 공정해야 해요. 그래서 부의 집중을 막고 격차를 줄여야 해요. 둘째, 경쟁 자체도 못하는 사람들, 어린아이, 노인, 장애인 등에게는 기본 생활을 보장해줄 수 있도록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것을 복지사회라고 하죠. 그런 면에서 유럽의 시스템을 잘 연구해서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곳 유럽에 나와 있으시면서, 우리보다 잘 산다 못 산다 이런 관점에서만 보지 마시고, 이 사회가 갖는 좋은 점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우리 사회보다 좋지 않은 점은 무엇이 있는지, 이런 것들을 서로 나누면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는 게 필요합니다. 




부자는 전생에 복을 많이 지어서 그렇다는 것은 현재의 부를 합리화하는 지배자의 논리에 불과한 것입니다. 가난한 것은 하나님의 복을 못 받아서 그렇다는 것도 지배자의 이데올리기입니다. 지금까지의 종교는 지배자의 이데올로기에 많이 복무해 왔습니다.


이런데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 라는 것과 같은 혁명적인 사고가 필요합니다. 도대체 키가 작은 것이 뭐가 문제가 됩니까? 환경적으로 얼마나 좋아요? 옷감도 적게 쓰고 침대도 적어도 되고 에너지 절약에도 도움이 되고요. 선악의 개념이나 좋고 나쁨의 개념이 아닌 “다름”의 개념으로 봐야 합니다. 이런 철학적 정리가 우선 필요합니다.”




▲ 강연을 준비해 준 체코 프라하의 교민들과 함께 

법륜 스님이 안내하는 마음공부! 불교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이해, 가슴으로 다가오는 쉽고 명쾌한 강의! 2015년 3월3일, 법륜 스님의 정토불교대학이 전국 117개 지역과 해외 30개 지역에서 개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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