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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

세월호 유가족 “우리 아들이 왜 죽었는지 조차 아직 몰라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71일째다. 단원고 생존자 학생들은 오늘 전원 학교로 복귀했지만, 아직도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은 요원하기만 하다. 24일 화요일 오후 3시,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세월호 참사로 자식을 잃은 단원고 2학년4반 유가족들이 피켓을 들고 모였다. 피켓에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유가족들 주위에는 정토회(지도법사 법륜스님)와 평화재단 청년포럼에서 나온 봉사자들이 노란 옷을 입고 궂은 땀을 흘리며 서명을 받고 있었다. 



강남역을 지나가는 젊은이들은 때론 싸늘하게 스쳐지나가기도 하고, 때론 적극 호응하며 서명을 해주기도 했다. 시민들의 다양한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토회와 평화재단 청년포럼에서 나온 봉사자들은 쉼없이 서명을 권유했다. 노란 옷을 입은 한 친구는 너무 오랫동안 소리를 질렀는지 목이 다 쉬었다. 


“여러분, 세월호 참사가 점점 잊혀져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정확한 진상규명조차 투명하게 되고 있지 못합니다.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서명에 동참해 주세요.” 


쉰 목소리는 강남역 주위에 쉼 없이 울려퍼졌다. 오후2시에 서명운동 시작, 벌써 시간은 4시간이 흘러 6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중간에 한차례 소나기가 내렸다. 굶은 빗방울이 안경과 옷깃을 적시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서명은 계속 되었다. 노란 옷을 입은 봉사자들은 유가족들에게 쉬이 말을 걸지 못했다. 다만 유가족들과 같은 마음이 되어 유가족의 목소리가 되어 온 힘을 다해 시민들에게 서명을 권할 뿐. 




정토회와 평화재단 청년포럼에서 나온 봉사자 17명이 목이 쉬도록 서명을 받은 결과 4시간 동안 총 3037명의 서명을 받을 수 있었다. 


유가족들은 다소 굳은 표정으로 서명에 임했지만, 서명을 마치고 나서는 “감사하다”며 봉사자 한분 한분에게 인사를 건넸다. 단원고 2학년4반 조성우군의 아버님은 요즘 심경과 오늘 서명에 함께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답답합니다. 우리 아들이 왜 죽었는지 알고 싶어서 진상규명 해달라는 건데, 우리 아들이 왜 죽었는지 모르니까. 누구 잘못으로 죽었는지 모르니까. 먹먹합니다. 그래서 거리로 나온 겁니다. 어떻게든 분노를 표현하고 싶은데, 이렇게라도 해야 아이들에게 덜 미안한 것 같아요. 자식들한테 미안해서 그래요. 다들 그래서 거리로 나오는 겁니다.”  



오늘 강남역 서명 운동에는 조성우군의 아버님 외에도 단원고 2학년4반 김범수군의 아버님, 정차웅군 아버님과 어머님, 외국인으로 희생된 ‘슬라브’군의 아버님, 형을 잃은 ‘슬라브’군의 동생이 함께 했다.   


정차웅군의 아버님은 함께한 정토회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거듭 표현했다.  


“같이 고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토회 같은 단체에서 함께해주시니까 큰 힘이 됩니다. 요즘은 유가족들끼리 자주 만나서 속에 있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래야 좀 덜 힘드니까요. 아픔이 있지만 아픔에서 벗어나려고 노력들을 많이 하고 있어요. 이렇게 서명을 도와주시는 분들을 만나는 것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정차웅군의 어머님은 시간이 지날수록 위로가 많이 된다며 소감을 말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무관심 속에서 속상한 마음이 많이 들었는데요. 시간이 갈수록 많은 분들이, 특히 젊은 친구들이 많이 서명해주니까 위로가 많이 되고 있습니다. 매일 거리로 나와서 서명도 받고, 상담소 가서 상담도 받으면서 지내고 있어요. 현재 두달 넘게 회사는 출근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구요.” 


김범수군의 아버님은 ‘진상규명’을 간절히 원했다. 


“빨리 진상규명 되어서 힘을 좀 얻었으면 좋겠어요. 원인조차도 모른다는 이 현실을 믿을 수가 없으니까 그게 힘들어요. 집사람은 심리치료 받느라 밖에도 못나오고 있거든요. 시간적 여유를 두고 점차 안정을 찾아가려 하고 있어요.” 


단원고 2학년4반 유가족들의 목소리는 간절했다. 사고 발생 68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진상규명조차 제대로 되고 있지 못한 현실이 유가족들을 가슴 아프게 하고 있었다. 지방 선거가 지나가고 월드컵으로 온 나라가 들떠 있는 지금, 유가족들은 이제 무관심과 싸워야 한다는 막막함 앞에 놓여 있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1000만인 서명운동은 현재 거리 서명 1,107,427명, 온라인 서명 99,517명이 참여한 상태다. 아직 목표 수치의 10분1에 불과하다. 온라인으로 서명운동에 동참하려면 이곳에서 하면 된다. 


▶ 온라인 서명 바로가기 : http://goo.gl/gYgtgg 



유가족들이 요청하고 있는 특별법 제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진상규명의 전 과정에 피해자 가족들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의 전 과정을 조사범위로 하고 충분한 조사기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모든 관련 공무원 국회 언론 및 관련 민간인을 그 조사대상으로 한다.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진상조사기구가 구성되어 조사권한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여러 민간 차원의 진상조사결과 등을 반영하여야 한다. ▶진상규명 결과에 근거하여 관련기관 및 관련자에 대하여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진상규명 결과에 근거하여 확실한 재발방지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