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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죽고 싶어요" 고민에 법륜스님 답변은?

10일 오전 10시 30분, 경기도 용인시청 에이스홀에서는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다. 강연시작 30분 전부터 이미 객석이 다 들어찼고, 강연이 시작하고도 계속 사람들이 밀려 들어와 무대 위까지 사람들이 앉아야 했다. 객석은 600석이었는데 9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석했다. 현장에서 법륜 스님에게 질문을 던진 사람은 총 11명이었다.



[900여명이 자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법륜 스님이 청중들과 즉문즉설을 하고 있다. 청중들은 여러가지 자신의 고민들을 법륜 스님에게 질문했다. / 이하 이미지=희망플래너]

 

남편이 올해 죽고 시어머니랑 합쳐서 살고 있는데 시어머니 모시는 게 너무 힘들다며 묻는 사람, 4살 딸 아이에게 화를 내는 일이 많은데 어떻게 화를 다스려야 하는지 묻는 사람, 주말 부부를 한 지 6개월이 되었는데 사춘기 아이 키우는 것도 힘들고 남편도 외로워 보이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사람, 둘째 아이를 조산하고 지금 우울증도 겪고 있어서 여행도 하고 쉬고 싶은데 주위에서 반대를 해서 어찌해야 하는지 묻는 사람, 장애인 학교에서 1급 장애인 학생이 있는데 이 학생을 계속 도와주기만 해야 할지 힘들어도 혼자 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지 묻는 사람,

 

여동생이 조울증이 심해져 자살을 했는데 상실감이 크고 엄마와 함께 있으면 더 힘들어지는데 어찌해야 하는지 묻는 사람, 선천성 심장질환 혈관 수술을 했는데 전생의 인연과보 때문에 이런 병을 앓게 된 것인지 묻는 사람, 결혼한 지 10년 되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신랑이 좋아지고 있는데 만약 신랑이 없으면 혼자서 결정도 못하고 의지하게 되는데 어찌해야 하는지 묻는 사람, 시어머니가 큰 애를 너무 애지중지해서 버릇이 없어졌는데 기고만장한 큰 애와 시어머니한테는 꼼짝도 못하는 자신이 걱정된다며 묻는 사람까지 정말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한 학생이 법륜 스님에게 자신의 고민을 질문하고 있다.]


그 중 첫 번째로 질문한 한 학생은 법륜 스님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질문 마지막에는 울먹이며 눈물을 보였다.

 

"저는 어릴 때부터 성격이 내성적이어서 교우 관계도 좋지 못했고, 아버지가 폭력적이어서 자라서 주눅이 잘 들고 말도 적습니다. 성인이 되어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데, 제가 말과 행동이 느려서 눈치가 없다 보니까 욕을 많이 먹습니다.

 

그런 게 자주 되다 보니까 조금만 힘든 상황이 와도 살기 싫다, 다 때려 치우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현재는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서 억지로 하고 있는데 제가 어떤 마음을 가져야 될까요?"

 

법륜 스님은 이렇게 답변했다.

 

"아주 힘드시겠는데, 달리 방법은 없어요.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에요. 육체가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것처럼 정신 작용에 고장이 생겨도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죽고 싶다는 것은 응급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약을 타서 항상 호주머니에 넣고 다녀야 합니다. 언제든지 죽고 싶다는 생각이 싹 올라오면 약을 바로 복용해야 합니다. 죽고 싶다고 해서 죽는 건 아니지만, 어느 순간에 정신 질환이 일어나면 확 창문에서 뛰어 내려 버리거나 기차에 뛰어들어버리는 충동을 느끼게 됩니다. 의학적으로 말하면 몸에 호르몬 분비나 안 그러면 정신적 프로그램에 이상이 생겨서 자기 컨트롤이 안 된다는 겁니다.

 

자기는 엄마가 그런 아빠와 같이 살면서 너무너무 힘들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기 때문에 그런 엄마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어요. 자기는 자기 컨트롤이 자기 의지로 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 일 아닌데 자기는 못 견딜 정도로 힘들다는 거예요. 자기가 자기 컨트롤이 안 된다는 것을 우선 알아야 됩니다.

 

아버지 탓도 아니고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약간 불편을 감수하면서 살아가는 겁니다. 약간 불편한 것이지 열등한 건 아닙니다. 불편한 것은 다른 것으로 보완을 해서 극복하면 됩니다. 장애를 무조건 고치려고 하는 건 욕심입니다. 보완을 하려고 해야 합니다.

 

삶을 괴롭게 살아가는 정신적 장애는 부모의 욕심과 무지가 만들어내는 겁니다. 엄마가 그런 아빠와 같이 살면서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자기는 태어남에 의해서 이런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민감하게 받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개선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을 가졌음에도 자기에게는 다른 좋은 점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몸은 건강하죠. 눈도 잘 보이죠. 얼굴도 그만하면 되었지요. 다만 정신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장애가 있을 뿐입니다. 열등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걸 알고 살아야 한다는 겁니다.

 

아빠가 폭력적이어서 자기가 두려움이 생긴 것도 한 원인이지만, 더 근본적으로 들어가면 아빠가 폭력적인데 따른 어머니의 두려움과 어머니의 저항이 더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아빠가 술을 먹고 주정을 하면 엄마가 조그마한 애를 앉혀 놓고 '아이고, 네 아빠 때문에 못살겠다' 이러면 애는 상처를 입게 됩니다. 그런데 남편이 술을 먹고 주정을 해도 엄마가 남편 등을 두드려 주면서 '아이고, 한잔 하셨네. 또 보약 드셨구나.

 

양말 벗겨 드릴까요. 뉘집 아들이 이렇게 술을 먹고 왔노' 이렇게 할 수 있다면 아이는 전혀 상처를 입지 않습니다. 이렇게 할 수준이 안 되면 애기는 안 키워야 돼요. 왜냐하면 엄마가 애기를 온전하게 보호할 역량이 안 되니까. 그런 사람은 가능하면 저처럼 혼자 살아야 됩니다. (청중 웃음)

 

엄마를 탓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자기네 엄마만 그러는 게 아니라 대부분의 엄마들이 다 그래요. 아빠도 따지고 들어가 보면 자기가 자기를 컨트롤 할 수가 없었어요. 자기는 이런 까르마를 물려받았지만 자기가 만약 이것을 극복할 수 있다면 자기 자식한테는 안 물려줄 수 있어요. 그런데 현재 반응하는 걸로 봐서는 물려 받은대로 자식한테 물려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이걸 치료할 때까지는 결혼을 하더라도 아기를 안 가져야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아기를 갖게 되면 바로 입양을 시켜야 해요. 왜냐하면 내가 엄마 역할을 제대로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에요. 내가 못 키우면 나보다 더 잘 키울 사람에게 엄마의 자리를 물려 주는 게 엄마의 사랑입니다."

 

법륜 스님은 질문자에게 몇 가지 예를 들어가며 질문자가 왜 이렇게 예민하고 불안하게 되었는지 짚어 주었다. 그러면서 이런 지나친 예민함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3가지로 나누어서 방법을 일러 주었다.



[청중들의 다양한 인생 고민에 대해 법륜 스님이 답하고 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내 조건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나는 이런 면에서 태생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누구와 얘기할 때 '쟤 때문에' 이러면 안 되고 '이건 저 사람 때문이 아니라 나로부터 오는 것이구나' 이렇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나로부터 오는 것이라고 받아들이면 스트레스가 확 줄어들어 버려요. 너 때문에 이러면 확 뒤집어져서 눈이 안 보여요. 짜증이 나고 내가 컨트롤이 안 됩니다.

 

그래서 첫째, 병원에 가서 의사와 상담을 하고, 만약에 심할 때는 항상 약을 먹는다. 약을 항상 보관하고 있다가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무조건 탁 먹어야 합니다. 그러면 금방 안정이 됩니다. 정신만 차리면 된다 이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안 그러면 자기는 자살할 확률이 높아요. 이것을 일단 막아야 됩니다.

 

둘째, 스트레스를 받으면 약간의 병이다 생각하고 남을 탓하지 말고 '내 까르마다' 이렇게 자기 쪽으로 돌려야 합니다. 부모님에 대해서는 '낳아주고 길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항상 고맙게 생각해야 됩니다.

 

셋째, 자기에게로 돌리는 힘만 있으면 주눅이 들 때마다 피하지 말고 자꾸 연습을 해야 해요. 습관을 바꾸려면 노력을 해야 하듯이, 자기가 소극적이라면 항상 적극적이 되는 연습을 하는 겁니다. 조그마한 애들한테도 "안녕" 하면서 말을 먼저 걸어 보는 겁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108배 절을 하면서 '어머니 아버지 감사합니다. 사시는데 얼마나 힘들었어요? 그런 힘든 가운데도 저를 낳아주고 길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기도하세요. 부모님들도 그 어려움 속에서 나를 낳고 길러주었어요. 그것도 모르고 내가 원망하고 미워해서 죄송합니다 이렇게 참회기도를 하면 자기 치유에 큰 도움이 됩니다."

 

청중들도 질문자를 응원하며 큰 박수를 함께 보내주었다.

 

우울증이 심하면 병원 진단을 받아서 위급할 때는 약을 먹어주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에 질문자도 공감했다. 보통 정신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을 때 두려움을 느끼고 꺼려하기 쉬운데, 현대의학이 초기 증상에 대한 응급처방은 어느정도 검증되었기 때문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그 원인이 나에게 있다는 것을 자각하면 스트레스가 많이 줄어든다는 사실과 부모님에 대한 감사 기도를 해야 한다는 것도 청중들이 공감했다.

 

질문자의 얼굴은 답변을 듣고 나서 한층 밝아져 있었다.

 

강연이 끝나자 법륜 스님의 책 사인회가 열렸고, 수고한 봉사자들에게는 법륜 스님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기회가 주어졌다. 이번 강연은 모두 봉사자들의 수고 덕분에 무료로 진행되었다. 물론 법륜 스님도 재능기부로 강연하였다. 봉사자들의 땀과 정성으로 마련된 강의 덕분에 시민들도 무료로 강의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