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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다리 다치고도 "감사합니다" 할 수 있었던 이유

법륜 스님이 행복한 인생을 묻는 모든 이를 위한 지침서 《인생 수업》을 출간했다. 결혼을 앞둔 남녀에게 주는 조언 《스님의 주례사》, 부모를 위한 양육 필독서 《엄마 수업》에 이은 고민해결 완결판이다.

 

세대를 넘나드는 다양한 인생 고민을 직설화법으로 해결해주는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은 동영상 등을 통해 많이 접해 왔었다. 주말을 이용해서 기대감을 안고 법륜스님의 신간 《인생 수업》을 열심히 읽어내려 갔다. 

 

인생 수업▲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필독서 《스님의 주례사》, 세상의 모든 부모를 위한 양육지침서 《엄마 수업》에 이어 행복하게 나이 드는 법에 대한 법륜 스님의 혜안이 담긴 책. (종교 분야, 276쪽, 13,000원)

 

이번에 출간한 《인생 수업》 역시 누구에게나 닥쳐올 인생 문제들을 하나하나 짚어주는 것은 물론, 세상 사람들이 추구하는 숱한 욕망을 내려놓음으로써 행복해지는 새로운 인생의 길을 안내해 주었다.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봄에 피는 꽃, 새싹만 예쁠까요? 가을에 잘 물든 단풍도 무척 곱고 예쁩니다. 봄에 꽃놀이를 가듯이 가을에는 단풍을 보기 위해 단풍놀이도 많이 가잖아요. 아무리 꽃이 예뻐도 떨어지면 아무도 주워 가지 않지만, 가을에 잘 물든 단풍은 책 속에 고이 꽂아서 오래 보관도 합니다.
 우리의 인생도 나고 자라고 나이 들어가는데, 잘 물든 단풍처럼 늙어 가면 나이 듦이 결코 서글프지 않습니다. 자연이 변화하듯 편안하게 늙어 가면 그 인생에는 이미 평화로움이 깃들어 있습니다." - p.225-226

 

《인생 수업》의 내용 중 한 소절이다.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받아들인 사람의 얼굴은 무척이나 편안하다. 나이가 들어도 참 밝고 당당하다. 그런 모습이 바로 아름다운 단풍이 잘 물들어 가는 모습일 테다. 늙음이 비참해지지도 않고 초라해지지도 않고 순리대로 잘 살아가는 모습 말이다. 자연이 변화하듯 편안하게 늙어 가면 그 인생에는 이미 평화로움이 깃들어 있다.

 

어떻게 하면 잘 물든 단풍처럼 늙어갈 수 있을까? 법륜 스님은 답한다. 아등바등 젊어지려는 욕망을 내려놓고 나이 들어가는 것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나이 들면 드는 대로, 늙으면 늙는 대로, 병이 나면 병나는 대로, 머리가 희어지면 희어지는 대로, 주름살이 생기면 주름살이 생기는 대로, 또 아파서 걸음걸이가 불편하면 '그동안 많이 부려 먹었으니까 고장 날 때가 됐지.' 하면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그리고 '지나침'을 경계하라고 당부한다. 과식, 과음, 과로 등 젊을 때는 무리해도 금방 회복이 되지만 나이 들어서 지나치면 이겨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이 들면 뭐든지 지나치면 안 되고, 젊을 때처럼 욕심을 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젊을 때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면 "젊은이가 용기가 있고 의욕이 있다", "포부가 크다"고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그런 생각을 하면 '노욕'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법륜 스님은 힘겨운 시대, 팍팍한 현실을 헤쳐 나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인생의 황금기는 바로 지금이라고 이야기한다. 흔히 나이가 들면 지나온 이야기를 하면서 추억에 잠기고 지난 세월을 그리워하는데, 젊은 사람은 '젊으니까 힘도 있고 꿈도 가질 수 있어 얼마나 좋은가.' 나이든 사람은 '인생 경험을 많이 했더니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구나.' 이렇게 자기를 긍정하고 현재의 삶을 더 좋게 만들어나가라고 조언한다. 불필요하게 지나간 시절을 그리워하거나 닥쳐올 미래를 생각하며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나이가 들어도 서글프지 않고,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행복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리에 깁스를 하고도 '감사합니다' 할 수 있게 해준 책

 

법륜 스님은 책 속에서 끊임없이 묻는다. 지금 당신은 행복합니까?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행복에 이를 수 있는지 즉문즉설에서 대중들이 질문한 다양한 고민들에 대해 답변해준 사례를 예시로 들어주며 친절하게 일러준다.

 

"계단을 내려가다가 미끄러져서 한쪽 다리가 부러질 때 부러진 다리를 잡고 '재수 없어' 이렇게 생각하면 기분이 나쁜 거고, 반대로 안 부러진 다리를 잡고 '오늘 두 개 다 부러질 수도 있었는데 다리 하나만 부러졌네' 이렇게 생각하면 지금 기분이 좋습니다. 긍정적으로 보면 늘 행복한 겁니다. 행복한 노후라는 걸 따로 준비할 게 없어요." - 266p

 

266p에 있는 이 구절은 정말로 가슴에 와 닿았다. 사실 얼마 전 운동을 하다가 다리를 접질러 3주간 깁스를 해야 했다. 이번 책도 다리에 깁스를 한 채로 방에 누워 읽었다. 돌이켜보니 나는 다리를 다쳤을 때 스님이 말하는 것처럼 안 다친 한쪽 다리를 잡고 감사합니다 하지 못했다. 움직이지도 못하고 가만히 방안에 누워 '왜 이렇게 재수가 없냐' 투덜거리며 답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 다리에 깁스를 한 채로 3주간의 시간을 보낸 나. 법륜 스님의 <인생 수업>을 읽으며 안 다친 다리 한쪽을 잡고 '감사합니다' 할 수 있었다.

 

그런 와중에 만난 《인생 수업》은 나에게 '긍정적으로 보라' 끊임없이 일러 주고 있었다. '그래도 이만큼 다쳐서 다행이네', '발목아 미안하다, 내가 부주의했구나. 다음부터는 더 조심하는 계기가 되었으니 참 고마운 일이네' 이렇게 긍정적으로 마음을 돌이키니 찡그린 얼굴이 환하게 바뀌어 갔다. 병문안을 오는 사람들에게도 조금씩 농담을 하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바로 이것이 내가 내 행복을 만들어가는 길이구나, 몸과 마음으로 느낀 순간이다. 


"이미 일어나 버렸는데 그걸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해서 바뀌는 건 아니잖아요. '일어나버린 일은 항상 잘된 일이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보고 거기서부터 출발하면 어느 상황에서든 배울 수 있고, 그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지혜로운 조언도 해줄 수 있게 됩니다." 48p

 

"어떤 경험을 했든 그것을 항상 교훈으로 삼아서 자산으로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114p


이미 일어나버린 일, 긍정적으로 보면 나에게 자산이 된다. 이미 일어나 버렸는데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다는 것이다. 실패를 통해서 교훈을 얻으면 실패가 성공의 토대가 된다는 얘기다. 긍정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이는 힘이 바로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긍정의 힘'이 부쩍 강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기가 쉽지 않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과학자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인간의 뇌는 기본적으로 부정적으로 사물을 바라보게끔 설계되어 있다고 발표가 나온 적도 있을 정도니까. 그러함에도 법륜 스님은 책 전체를 관통하며 누누이 강조한다.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보면 행복할 수 있다고. 행복도 내가 만들고 불행도 내가 만들고 행복과 불행은 바로 나에게 달려 있다고 말이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행복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얽힌 인연의 매듭을 풀려면?

 

남녀가 결혼하면 여러 가지 어려움에 부딪힌다. 가장 많이 하소연 하는 것이 고부 갈등이다. 고부 갈등에 대처하는 자세에 대해 법륜 스님의 해법은 독특하면서도 참 지혜롭다. 책 속에는  남편의 입장에서, 아내의 입장에서, 그리고 시어머니의 입장에서 각각 어떻게 마음을 가져야 얽힌 매듭을 풀 수 있는지 명쾌하게 정리되어 있다. 먼저 남편은 결혼하면 이렇게 마음을 정리하라고 일러준다. 

 

"엄마의 가계에 소속돼 있던 멤버십에서 탈퇴해서 새 가정의 멤버십에 가입해야 합니다. 즉 한 여인의 남편이라는 입장을 확실하게 하고, 한 어머니의 아들이라는 입장은 정리를 해야 합니다. 한 여인의 남편 입장을 분명히 하고 난 후 과거에 한 여인의 아들이었음을 잊지 않고 늘 고맙게 생각해야 합니다." - 127p

 

아내 입장에서는 어떨까?

 

"항상 두 가지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하나는 '잘 낳아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는 고마운 마음을 내고, 다른 하나는 '당신 아들을 내가 빼앗아서 죄송합니다.'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 127p

 

시어머니는 입장에서는 어떨까?

 

"자식을 결혼시키고 나면, 그들은 그들대로 살아가도록 놓아주어야 합니다." - 128p

 

법륜스님은 마치 갈등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속을 이쪽저쪽 다 들어가 본 듯하다. 남편 입장에서는 이렇게, 아내 입장에서는 이렇게,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이렇게, 그 지침이 너무나 명쾌하고 통쾌하다. 남편, 아내, 시어머니 모두 다 고개를 끄덕일 답변이다. 각각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게 되면 이런 결론에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인연의 매듭을 푸는 것은 상대를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나를 돌아보고 나를 바꾸는 데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스님의 답변은 역시 간단명료하다. 자식 입장에서는 이렇게 마음을 가지라고 일러준다.

 

"나이 든 부모님은 변하지 않는다는 특성을 이해하고, 부모님이 얘기하면 뭐든지 "예, 알겠습니다." 하는 게 좋습니다." - 156p

 

부모 입장에서는 이렇게 마음을 가지라고 일러준다.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줄 최고의 선물은 자식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 170p

 

부모와 자식이 이렇게 서로를 이해하고 놓아주면 서로가 살려지고 행복해 질 수 있는 것이다. 법륜 스님이 말하는 인생 해법을 읽고 있노라면 그동안 왜 그렇게 갈등하고 불행했는지 금방 깨닫게 된다. 바로 욕심과 집착이 불행의 원인이었음을.

 

책의 마지막장 에필로그에서 스님은 다시 한 번 인생 행복론을 간명하게 정리해 준다.

 

"내가 남을 사랑하고 좋아하고 이해하면, 내 가슴이 후련하고 내가 행복한 거예요. 내가 남을 보살피고 도와주면, 내가 어른이 되고 주인이 되는 겁니다. 이것이 예쁜 옷을 입는 것보다 높은 자리에 앉는 것보다 가장 자기를 아름답게 가꾸는 법입니다." - 274p
 
책장을 다 넘기고 나면 우리는 이미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지금 '행복하게 살겠다'는 생각조차 내려놓을 때 바로 거기에 행복이 있음을 알게 된다. 내가 먼저 남을 사랑하고 이해하면 내 가슴이 시원해지듯이 바로 지금 상대를 이해하고 도와주는 마음을 내면 된다.

 

법륜 스님의 《인생 수업》은 지나간 시절을 그리워하거나 닥쳐올 미래를 생각하며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자신의 내면을 바라볼 수 있도록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가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오늘 하루를 허투루 보내고 있지는 않은지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삶의 의미와 방향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에게 인생의 지침이 되어주고, 마음 저 편에서 욕심이 일어날 때마다 문장 하나하나 곱씹어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어가고픈 모든 분들에게 《인생 수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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