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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평화

종교인 658명의 외침 "개성공단을 살려달라"

올해는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63년째 되는 해이며, 정전협정 60년째 되는 해다. 하지만 지금 한반도는 평화는커녕 정전협정 마저도 파기되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더군다나 남북관계 악화로 금강산 관광 중단에 이어 남북 경제공동체 건설의 시발점이었던 개성공단마저 폐쇄될 위기에 처해 있다.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이 진행됐음에도 양보와 타협보다는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더 이상 대화가 어려운 안타까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오늘(7일)은 박근혜 정부가 '경협 보험금 지급'이라는 사실상의 개성공단 폐쇄 수순을 밟을지도 모르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 프레스센터 19층에서는 개성공단 정상화를 촉구하는 종교인 658명의 간절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개신교·불교·천주교·원불교·천도교 5대 종단이 모두 참여해 간절함은 더욱 짙었다. 


사회를 맡은 유수스님(정토회 정토수련원 원장)은 "개성공단이 폐쇄된다면 남북관계 개선의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지고 현재 개성에 투자한 많은 기업들의 피해가 예상되기에 오늘 우리 종교인들이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며 종교인들이 함께 마음을 모은 뜻과 함께 "우리의 간절한 목소리가 전해져 개성공단이 정상화되는 것에서 나아가 남북관계의 새로운 전환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그 취지를 전했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김명혁 목사는 "우리 종교인들이 그동안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도모하는 일보다는 오히려 분열과 갈등과 대결을 조성한 데 대해 개신교 목사의 한 사람으로 심히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사과의 말과 함께"3·1운동을 일으켰던 우리 민족과 종교의 지도자들을 모델로 삼고 민족의 화해와 평화운동을 계속해서 펴 나가기를 다짐하며 최선을 다하고자 오늘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다"며 인사말을 전했다.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 유창근 대변인은 "현재 상황에서 가장 답답하고 애타는 사람들은 개성공단에 직접 투자하고 있는 기업주들"이라며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100만 인 서명을 오늘부터 시작한다"고 국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개성공단, 남북통일 마중물 돼야" 




이 자리에 참석한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당회장)은 "개성공단은 아주 아름다운 통일학교"라며 "이 통일학교를 제발 문 닫게 하지 말아 달라, 개성공단의 불씨를 살려달라"고 말했다. 


또한 박창일 신부(대북지원민간단체협의회 부의장)은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기업뿐만 아니라 인도적 지원 단체도 큰 손해를 보게 된다, 인도적 지원을 위한 운송비는 개성공단을 통해 절감돼 왔다"며 "배로 보내면 한 컨테이너에 250만 원이 들지만, 트럭으로 보내면 40만 원밖에 안 들고 직접 들어가서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북한에 수해가 났는데, 유엔 기구에서도 인도적 지원을 하고 있지만 남한 단체는 승인도 안 해주고 있다"며 "남북관계가 최악이었던 이명박 정부에서도 밀가루 지원을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런 지원도 못하고 있다, 남북이 다시 개성공단을 두고 조금씩 양보해서 진지하게 회담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종교인들은 함께 작성한 개성공단 정상화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낭독했다. 성명서는 개신교 136명·불교 117명·원불교 82명·천도교 106명·천주교 217명 등 총 658명의 종교인이 함께 동참했다.


5개 종단 인사들 한 목소리 "정부, 개성공단 재개 위해 북측과 타협해야"


658명의 종교인들을 대표해 다섯 명이 성명서를 낭독했다. 개신교에서는 박경조 주교(전 대한성공회 서울대교구 교구장)가, 불교에서는 도법스님(대한불교조계종 자성과 쇄신결사추진 본부장)이, 천도교에서는 고윤지 의장(동학민족통일회 상임의장)이, 원불교에서는 김대선 교무(원불교 평양교구장)가, 천주교에서는 김홍진 신부(천주교 쑥고개 성당 주임신부)가 낭독했다.  

종교인 658명은 성명서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좋은 정치·좋은 정부·성공한 정부·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며 다음 여섯 가지를 정부에 요청했다.


▲ 개성공단은 미래의 남북경제공동체 건설의 토대로서 남북통일의 마중물이 되도록 운영돼야 할 것이다 ▲ 정부는 어떻게든지 개성공단을 신속하게 재개할 수 있도록 아량과 포용으로 북측과 타협해야 할 것이다 ▲ 대통령의 공약대로 종교 및 민간단체들의 여성과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대북지원을 전면적으로 과감하게 열어야 할 것이다 ▲ 이번 여름 북한이 당한 수해가 심각하다는 점에서 정부차원에서도 인도적 지원에 나서 줄 것을 요청한다 ▲ 시간적으로 촉박한 이산가족들의 고통을 헤아려 최우선적으로 상봉문제부터 신속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 남북한이 안정적으로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치적 상황에 관계없이 교류와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바란다.


낭독 후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는데, 이 자리에서 좌중에 한 참석자가 "우리 정부가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고 폐쇄까지 가게 될 경우 종교인 분들은 어떤 대응을 생각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김명혁 목사는 "우리가 2011년 8월에 우리 종교인들 9명이 밀가루 2000톤을 가져갈 때 정부에서 심하게 반대를 했다, 그때도 간절하게 호소했지만 분노와 증오는 없었다"며 "우리 종교인들은 분노와 증오 보다는 간절히 호소하면서 나갈 계획이다, 종교인들이 힘을 합하면 상당한 저력이 생길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통일은 세계가 바라는 것이고 여기에 반하는 것은 역사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재물이 될 각오를 하고 죽을 각오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개성공단 폐쇄 여부가 중대 기로에 서게 된 오늘, 하루 속히 남북 정부가 마음을 열고 양보와 타협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대승적 결단을 내려줄 수 있을까? 


종교인 658명은  “간절히 바라고 바란다” 며 “지금의 이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남북관계가 더 이상 후퇴하기 보다 앞으로 더 발전하고 공생할 수 있기”를 간곡히 호소했다.


[전문] 개성공단 정상화를 촉구하는 종교인 658명의 성명서


개성 공단 정상화를 촉구하며


정전 6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우리는 평화에 대한 다짐을 하면서 미래를 향해 희망을 갖고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의 남북관계를 보면 심히 우려되고 안타깝기 그지없다. 오랜 분단세월을 거쳐 온 남북한이 통일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를 이해하면서 대화하고 교류하고 협력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남북한은 여전히 서로를 미워하고 불신하고 적대하면서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특히 최근의 개성공단 사태를 보면 남북 간 서로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마지막 회담 제의', '중대 결단', '모든 것은 상대편의 책임' 등 극단적인 용어가 난무하고 있다. 그리고 개성공단 실무협상이 결렬되어 양측이 서로 양보를 하지 않을 경우 개성공단은 폐쇄될 상황에까지 이르고 있다. 원래 대화는 서로의 실체를 인정하는 토대 위에서 서로의 차이점을 줄여 타협을 하기 위한 수단이다. 따라서 대화는 이기고 지는 승패를 가르는 싸움이 아니라 각자의 입장을 양보하고 조율하는 과정인 것이다. 자기의 의견만 고집한다면 그것은 상대방이 항복하라는 것이나 다름이 없으며, 대화를 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지금의 남북관계에서 어느 일방이 이기고 지는 관계설정은 가능하지도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다. 


남측이 주장하는 '개성공단 중단사태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보장',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 는 당연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북측이 주장하는'공단의 우선 재개', '공단중단 사태는 어느 한쪽만의 책임이 아니다'라는 것도 어느 면에서 이해할 수도 있다. 개성공단은 군사적으로 민감한 휴전선에 근접해 있고 원래 북측 군대가 주둔한 지역이었다. 말하자면 남북이 개성공단을 운영함으로써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군사적 대결위험을 줄여 화해와 협력으로 나아가기 위해 공단을 건설한 것이다. 따라서 개성공단을 유지한다는 것은 평화와 협력을 통해 통일로 나아가는 하나의 표상인 것이다. 또한 개성공단은 미래의 남북경제공동체 건설의 일환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개성공단은 남북한의 일자리 창출과 인도주의 구현차원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남측은 개성공단에 진출한 기업들이 도산할 위기에 처해있어 얼마나 가슴 졸이며 안타까워하는데, 이들의 처지를 가슴 아프게 받아들인다면 어떻게든지 개성공단을 폐쇄에 이르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북측의 경우에도 5만명이나 되는 근로자를 포함한 20만 명의 주민이 여기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는데 이들의 생존권 보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개성공단 유지는 그 어떤 인도적 대북지원이나 구호활동보다도 북한주민을 크게 돕는 일이다. 따라서 남북 양측은 무엇보다 주민들이 겪는 고통과 아픔을 생각하여 이들에게 절망보다는 희망을, 고통보다는 행복을 주어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인도적 지원의 대표적인 것은 개성공단입니다. 빨리 살려내야 합니다.", "아무리 정치적 상황이 어렵더라도 북한의 여성과 영유아에 대한 지원을 비롯한 인도주의적 지원은 계속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라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제 남북 양측은 민족의 미래를 위해 조금씩 양보해서 타협안을 마련할 때이다. 개성공단을 재개도 해야 하고 다시는 이런 중단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하여 개성공단사태가 해결된다면 공단의 재개차원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산가족들의 고통과 한을 푸는 계기가 될 것이고, 경제공동체 건설도 속도를 내게 될 것이며, 남북간의 대결국면이 화해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이런 작은 일에서 출발해야만 신뢰를 쌓고 '비전 코리아', '국민의 행복시대' 로 나아갈 수 있다. 자신의 원칙만 고수하고 전제 조건만을 내세운다면 신뢰프로세스의 동력은 상실되고 긴장과 대결의 국면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평화와 통일의 길은 요원해질 것이다. 그러한 결과는 민족성원 누구도 바라는 바가 아닐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은 온건한 지도자, 소통하는 지도자를 선호하였다.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처럼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어머니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를 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에서 고통 받는 2천만 주민들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더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심어주고 감동을 주기를 기대한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원한다면 압박과 외면보다는 아량으로 감싸주고 기다려주는 포용력 있는 리더쉽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우리는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더 좋은 정치를 베풀기를 원하며 도울 일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돕고 싶다. 그러나 자칫 폐쇄에 이를지도 모르는 이번 개성공단의 사태 진전을 보면서 우리 종교인들이 나서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간곡한 뜻을 받아들여 좋은 정치, 좋은 정부, 성공한 정부,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이 같은 입장에서 우리 종교인들은 박근혜 정부에게 다음과 같이 요청한다.


하나, 개성공단은 미래의 남북경제공동체 건설의 토대로서 남북통일의 마중물이 되도록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하나, 정부는 어떻게든지 개성공단을 신속하게 재개할 수 있도록 아량과 포용으로 북측과 타협해야 할 것이다. 


하나, 대통령의 공약대로 종교 및 민간단체들의 여성과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대북지원을 전면적으로 과감하게 열어야 할 것이다. 


하나, 이번 여름 북한이 당한 수해가 심각하다는 점에서 정부차원에서도 인도적 지원에 나서 줄 것을 요청한다. 


하나, 시간적으로 촉박한 이산가족들의 고통을 헤아려 최우선적으로 상봉문제부터 신속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하나, 남북한이 안정적으로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치적 상황에 관계없이 교류와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바란다. 


2013년 8월 7일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모임 

  

김대선 교무, 김명혁 목사, 김홍진 신부, 박경조 주교, 박남수 선도사, 박종화 목사, 법륜 스님, 인명진 목사 외 총 658명(개신교 136명 불교 117명 원불교 82명 천도교 106명 천주교 217명)


▶ 개성공단 정상화를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 동참하기 :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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