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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평화

역대 최악의 남북관계 물려받은 박근혜, 해법은?

2013년 2월 25일 서울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대한민국의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렸다. '강남스타일'로 월드스타가 된 싸이와 트로트 가수 장윤정 등 세대를 아우르는 출연진의 축하공연도 곁들여졌다. 역대 최다인 7만여 명의 행사초청자는 물론 행사 실황을 지켜본 국민과 국내외 언론의 축하와 기대 속에 대한민국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고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북한은 하루빨리 핵을 내려놓고, 평화와 공동발전의 길로 나오라”고 촉구하는 한편, “현재의 안보 상황이 엄중하지만 여기에만 머물 수는 없다”며 남북관계 개선에의 의지를 표명하였다.

 

같은 날 평양에서는 3차 핵실험 성공 축하행사가 벌써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100명의 핵심 관계자가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았고 1만 명이 넘는 과학자, 기술자, 노동자, 군인 등 관련자가 최고인민회의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이들은 단체로 각종 축하행사에 참여하여 “최상, 최대의 특전과 특혜를 받게 될 것”이라고 한다. 

 

2월 25일 축제, 남과 북  

 

북한은 작년 12월에도 장거리 로켓 발사 관련 과학자·기술자 등에게 공화국 영웅칭호를 수여하고 평양으로 불러 20여 일간 특별 대접을 한 바 있다.

 

평양의 이런 행태는 핵무장을 반대하고 대량살상무기 포기를 호소하는 우리와 국제사회의 충고를 무시하고 “할 테면 해보라”는 막가파식 행동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의 행태를 즉각적으로 제어할 수단도 마땅치 않고 그렇다고 방관할 수도 없는 것이 현재 우리의 처지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 제1호인 “북한은 하루빨리 핵을 내려놓고 평화와 공동발전의 길로 나오라”는 호소가 평양의 핵실험 성공축제 분위기 속에서 어떠한 반향이 되어 돌아올지는 짐작이 가는 일이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민족 전체가 자유와 행복을 누리는 길로 나아가야 하며, 결코 걸음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육·해·공 3군 의장대와 군악대의 사열을 받으며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역대 최악의 유산을 물려받은 박근혜호(號) 

 

북한 핵문제가 협상 테이블을 떠나 고삐가 풀려버린 지 5년 만에 북한은 스스로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했고, ‘인공위성’ 발사와 핵실험은 북한주민의 자부심의 상징으로까지 되어버렸다.

 

지난 60여 년간 남북관계의 기본구조는 대결과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지금처럼 최악의 남북관계와 방향타 잃은 안보정책을 인수받은 정부는 없었다.

 

접점을 놓쳐버린 북핵문제는 핵실험과 대북제재라는 악순환의 블랙홀에 빠져버렸고, 남북 간 대화와 교류협력이 차단되고 인도적 개입 공간마저 상실한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유산이다. 국내외적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출범한 박근혜 정부에게는 이 같은 안보상황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금강산 관광중단,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도 출로를 찾지 못한 채 새 정부의 과제로 넘겨졌으며, 돈봉투 논란까지 불거진 미숙한 비밀접촉 등 대북협상력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새 정부가 기조로 삼고 있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가동되기 위한 동력마저 약화된 상태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가 ‘기다림의 전략’을 내걸고 손을 놓는 바람에 한반도 문제가 당사자 해결 원칙에서 밀려나 국제적 성격이 강화되었고, 북한을 중국에 밀착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은 역대 정부의 노력에 대한 역류였다. 한마디로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통일정책도 대북정책도 우리가 주인 노릇을 하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여 대북정책에 착수하는 지점이 안타깝게도 여기다.

 

북한은 김정일 사망으로 김정은 체제의 안정적 구축에 전력을 기울이면서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와의 새로운 협상판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인 데다, 아직은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할 절박한 필요성도 없고 당장의 실익도 크지 않다고 불 것이다. 따라서 먼저 문을 열지는 않되 닫아걸지도 않으면서 박근혜 정부의 행동을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주변국들도 최근 정치적 리더십의 교체기를 겪은 만큼 당분간 한반도 상황 변화를 위해 선도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우리가 먼저 움직이지 않는 한 남북관계는 당분간 이명박 정부가 못 박기 한 이 상태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핵문제를 포함한 북한문제와 남북관계 문제에 가장 이해관계가 크게 걸려 있고 향후 국가 미래의 향배와 직결된 영향을 받는 것은 우리다. 오랫동안 상황을 관망하고 있을 처지가 못 된다.

 

40년 전 박정희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국가안보를 강조하면서도 남북대화에 능동적으로 나섰듯이 박근혜 정부는 국가안보를 튼튼히 하면서도 남북관계 개선을 병행해 나가는 지혜를 발휘할 것으로 믿는다. 

   

의지와 저력으로 ‘한반도의 기적’을

 

박근혜 정부는 신뢰와 평화의 ‘새로운 한반도 건설’을 모토로 하고 굳건한 안보의 바탕 위에 적극적 평화 만들기와 균형 잡힌 대북정책을 기조로 설정하였다.

 

새 정부는 공약한 대로 안보와 협력, 남북관계 발전과 국제공조, 유화와 강경 사이에서 이분법적 접근을 배제하고, 핵 문제와 남북관계를 느슨하게 연계하는 기초 위에 남북대화 채널을 마련해야 할 것이며 인도적 문제도 합리적으로 풀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새 정부는 적극적인 비전과 전략하에 북한에 쉼 없이 선택지를 주면서 능동적으로 남북관계를 주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전략적 마인드가 결여될 경우 이명박 정부처럼 북한의 선택에 일희일비하며 따라다니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우리의 의도대로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대화와 교류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그동안 상실한 대북 레버리지를 회복하고 다양하게 확보해 두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처럼 때때로 북한붕괴론을 흘려가면서 대북정책의 목표를 모호하게 해서는 안 된다. 남북관계를 끌고 갈 방향에 대해서는 확고한 의지와 결단력을 가져야 할 것이다. 정치적 이해관계나 일시적 국민감정에 따라 기본틀을 흔드는 것은 피해야 하며, 민족의 미래를 내다보며 의연하고 자신감 있게 대처해 나가기를 바란다.

 

특히 임기 초반 정책방향의 제시 등 대북 메시지는 보다 신중하고 치밀해야 할 것이다. 임기 초반에 불신 관계를 벗어나는 실마리를 잡지 못할 경우 중·후반기에는 신뢰회복을 위해 더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게 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 전임 정부로부터 너무 큰 부담을 물려받았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취임사의 표현대로 ‘하면 된다는 의지와 저력’으로 또 한 번의 ‘한강의 기적’, 그리고 ‘한반도의 기적’을 이룰 것을 기대해 본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이 글은 평화재단 제 69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새 정부의 통일, 외교, 안보 지침서 - 남북 문제 해법을 찾는! <현안진단 2013>이 출간되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지난 5년간의 대북 정책 및 대응을 발판삼아 박근혜 새 정부가 나아가야할 진취적이고 합리적인 행동지침을 담았습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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