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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평화

북한 주민들은 추운 겨울 어떻게 나고 있을까?

오늘아침 전국 곳곳에 한파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대부분 지역의 수은주가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는 강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새벽에 쓰레기 치우러 잠깐 현관 밖을 나갔다가 얼어죽을 뻔 했습니다. 이런 강추위가 몰아칠 때면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북녘의 2천만 동포들입니다.

 

한국에는 출근하면 난방이 잘 되는 직장 건물이 있고, 퇴근하면 방바닥이 뜨끈뜨끈한 집이 있고, 외출할 때도 내 몸을 감싸줄 두꺼운 파카가 있습니다. 하지만 평양을 제외한 대다수의 북한 주민들은 추위에 몸서리 치며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오늘아침 평화인권난민지원센터 '좋은벗들'에서 발행한 북한주민들 소식을 읽었습니다. 따뜻한 방안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제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울 정도로 상태는 심각했습니다. 뉴스에서 “한파가 들이닥쳤다”며 춥다, 춥다 하지만 북한주민들만큼이나 하겠습니까. 짧은 글로나마 북한주민들의 추위와 배고픔을 간접적으로 느껴봅니다.

 

북한추운 겨울, 북한 주민들의 모습.

 

한 북한 주민이 보내준 북한의 겨울나기 모습입니다. (출처 : 좋은벗들)

 

“겨울에는 만물이 얼어붙는 시기라, 초근목피로 연명할 수가 없다. 평소에도 잘 나오지 않는 수돗물은 수도관이 꽁꽁 얼어붙어 딱 끊어진다. 강조차 얼어붙어버리면 물을 길어올 데가 없다. 한겨울에 걸핏하면 식수난에 고생이 막심하다. 얼음이라도 녹여서 물을 만들어볼까 해도, 땔감이 없어 녹이지도 못한다. 불이 부족해서다. 전기는 수도 평양을 제외하고는 벌써 한 달 넘게 중단된 지역이 태반이다. 평양에는 탄을 때는 집들이 많지만, 지방에서는 나뭇더미를 구하지 못하면 불쏘시개용 마른 풀이라도 찾아 다녀야 한다. 물과 불이 없는 집에 쌀이 있을 리 만무하다. 통옥수수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소토지 농사를 지은 집들은 그래도 먹을 것을 저장해두고 있지만, 하루하루 장사로 연명하는 집들은 그날 벌이에 따라 옥수수 양이 달라진다.”

 

함경남도 함흥시에서 원산을 오가며 중고자전거 장사를 하는 리길남(가명)씨는 당의 통제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고난의 행군 시기부터 조선 사람들이 자체로 살아나가는 생활력이 강해지고, 보다 중요하게는 삶의 질량(목숨) 보장에 대한 책임감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15년 동안 쌀, 물, 불, 이 세 가지 중에 한 가지라도 제대로 있었던 적이 한 번도 없다. 인민들은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버둥 치며 최선을 다하는데, 어머니당은 무엇을 해주었는가. 이제 인민들은 당에 대한 기대를 버린 지 오래됐다. 제발 자체로 알아서 먹고 살게 가만히 내버려두면 좋겠다고들 말한다”

 

함흥시당의 한 간부는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올해도 벌써 성천강구역에서 동사자가 나왔다. 5층 아파트에 혼자 사는 노인네가 물도 안 나오고 불도 없고 옥수수쌀도 없어 혼자 덜덜 떨다가 죽었는데, 아무도 모르고 있다가 인민반장이 우연히 찾아갔다가 발견됐다. 이런 일이 앞으로 얼마나 더 발생할지 걱정이다. 잘 못 먹고 못 씻으니 전염병 걱정도 크다. 지방 당에서는 시름이 깊은데, 중앙에서는 위에 손 내밀지 말라고만 하고, 또 알아서 뭣 좀 해보려고 하면 간부들 뒷조사한다고 들쑤시고 다니니 한심해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다. 인민생활에 나타나는 모든 문제들이 지방 당 사업 능력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외부에 알리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사람이 얼마나 굶어죽고 있는지 밝히면, 당장 일선 일군들에게 불호령이 떨어지고 책임을 묻기 때문에 간부들이 구체적으로 어려운 실정을 밝힐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는 익명을 전제로 인도주의 지원을 눈물로 절절하게 호소했습니다.

 

“지금 우리 함흥 주민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쌀, 물, 불이다. 누구라도 도움을 준다면 내 평생 원이 없겠다”

 

누구에게나 배고프고 추운 겨울이 더욱 서럽고 혹독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부모 없는 어린이들입니다. 꽃제비들은 거리에서, 시장에서, 재무지에서 구걸로 방랑하며 하루하루를 버텨간다면, 그렇게라도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꼼짝없이 고아원 등의 시설에서 영양실조에 말라가는 아이들도 있다고 좋은벗들은 강조합니다.

 

북한북한의 고아원 아이들.

 

한 북한 주민은 고아원의 혹독한 겨울살이를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고아원에 모이는 아이들은 대부분 부모가 없거나, 부모가 이혼해 더 이상 오갈 데가 없는 무의탁 처지의 아이들이다. 국가적으로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다보니 항상 굶주리고, 선생님에 비해 아이들이 너무 많아 따뜻한 보살핌과 사랑을 받기가 어렵다.     


 올 겨울엔 특히 전국적으로 식량이 부족해 간간이 나오던 옥수수밥을 구경하기도 힘들어졌다. 부모가 있는 아이들은 간혹 간식이라도 먹을 때가 있지만, 이 아이들에게는 아무 것도 없다. 입을 것은 더욱 변변치 못해 누더기나 다름없는 옷으로 추운 겨울을 지내고 있다. 그나마 외부의 지원을 받는 고아원들은 사정이 낫지만, 그렇지 못한 대다수 고아원들은 사정이 딱할 뿐이다. 고아원 아이들 중에 조숙한 아이들은 이곳에서 이렇게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함경북도 김책의 12세 남자아이는 너무 추운 겨울이라 꽃제비 생활을 할 자신이 없어 차마 나가지 못하고 올 겨울만 무사히 넘기겠다는 나름의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북한 전역에는 전국 각 도시마다 계모학원 및 고아원, 애육원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태어난 지 채 몇 달이 되지 않은 신생아로부터 12세에 이르는 아이까지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이 모여 있습니다. 부모가 없거나 돌봐 줄 친척이 없는 고아들이 들어가는 곳입니다. 여기에서 살고 있는 많은 고아들은 극심한 영양 부족에 노출되기 쉽상입니다. 이 아이들이 무사히 올 겨울을 나려면 무엇보다 외부의 애정 어린 관심과 지원이 절실히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 뉴스에서 보도되는 겨울 한파 소식을 들으며 다시금 북녘의 동포들을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봅니다. 북한 구호 단체에 단돈 몇 만원이라도 ‘후원’도 하고, 이 내용을 주위에 알려보기도 합니다. 이렇게 지금 글을 써 보기도 하구요. 더 나아가서... 새 정부가 들어섰는데 남북관계가 화해와 교류로 바뀌어서 인도적 지원이 신속히 이뤄지기를 기원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