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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투표 안한다는 친구, 어떻게” 법륜스님의 답변

 

 

어제(17일) 서초동 정토회관에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을 들었다. 대한민국의 5년을 결정짓는 중요한 선거를 코 앞에 앞두고 있어서 투표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주위 친구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고 투표를 안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투표의 중요성을 얘기해줄 수 있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이었다. 나도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부터 투표독려 캠페인에 참여해 오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문제의식이라 질문 내용에 큰 공감이 갔다. 주위에도 투표에 무관심한 친구가 많은 편이라 귀를 쫑긋 세우고 법륜스님의 답변을 들었다.

 

 

31살 직장인이라고 소개한 한 여성분이 법륜스님에게 물었다.

 

“제 친구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어요. 투표도 안한다고 해요. 제가 정치에 관심을 갖고 있으면 “너 정치하려고 하냐?” 며 굉장히 부정적으로 말해요. 정치가 내 생활에 밀접하다는 것을 사람들한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내일 많은 사람들이 투표를 해야 할텐데, 어떻게 하면 투표가 중요하다는 걸 사람들에게 인식시킬 수 있을까요?”

 

법륜스님이 답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헌법에 이렇게 되어 있잖아요. 누구나 다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가 있습니다. 스님은 정치에 관심을 가지면 안 될까요? 스님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닐까요? 대한민국 국민이 맞지요.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어떤 사람은 정치에 관심을 갖는다고 비난하고, 또 어떤 사람은 정치에 관심을 안 갖는다고 비난하고 그럽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누구나 다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된다’ 이렇게 말해서도 안 되고, ‘가지면 안 된다’ 이렇게 말해서도 안 됩니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라서 남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는 어떤 것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어요.
 질문자처럼 ‘우리 삶에 정치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정치에 관심을 갖고 우리가 우리 삶을 개척하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또 어떤 사람은 ‘정치? 맨날 그놈의 새끼들, 싸우기만 하고. 언 놈 뽑아놔도 똑같은 놈들. 에잇, 더럽다. 말도 꺼내지 마라’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다 자기 자유입니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니까 호응해주는 사람과 비난하는 사람 모두 그들의 자유라는 것을 우선 인정해야 함을 강조했다. 대부분 이 전제 위에서 출발하지 않기 때문에 대화 자체가 어려워지는데, 만약 이런 전제 위에서 출발한다면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대화가 가능해질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법륜스님은 효율적 측면에서도 이를 한 번 더 강조했다.

 

“그럴 때 너무 누가 옳고 누가 그르고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고, ‘생각이 다 서로 다르구나’ 이렇게 생각해야 됩니다. 친구들이 정치에 관심 없어 한다고 답답해하지 마세요. 그냥 ‘저 사람은 그런 일에 관심이 없구나’ 이렇게 받아들이면 되요. 그 사람을 관심 있도록 애쓰는데 너무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이 말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의문이 들었다. 상대를 이해하기만 하면 되고 내가 노력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것인가. 법륜스님이 답했다.

 

“얘길 먼저 건네 보고 정치에 관심이 없지만 그래도 조금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 사람들을 찾아 설득하는 게 훨씬 효과적입니다. 아예 완강히 반대하는 사람 하나 붙들고 있으면 시간 낭비가 굉장히 심하다 이 말이에요.” 

 

다시 명쾌해졌다. 완강히 반대하는 사람을 설득하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그래도 조금 귀를 기울이는 그런 사람들을 찾아 설득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당장 내일이 투표일인데 조금이라도 효과를 내려면 설득이 가능한 사람을 찾아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아직 의문이 덜 풀렸는지 다시 여성분이 질문을 했다.

 

“주변에 얘기해 보면, 대통령선거 굉장히 중요하지만 먹고 살기도 힘들고 누가 되도 다 똑같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제 고향이 대구인데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나 언론에 늘 거짓말이 나오는데도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합니다.”

 

법륜스님은 질문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시 역질문을 했다.

 

“전라도 가서 새누리당을 지지 시키게 하려면 힘들까요, 안 힘들까요? 힘들어요. 또 반대로 ‘새누리당 찍지 마라’ 는 말을 경상도에서 하려고 하면 힘들까요, 안 힘들까요? 힘들어요. 경상도에서도 젊은 사람한테 얘기하면 좀 쉬운데, 노인들한테 얘기하면 힘들까요, 안 힘들까요?” 

 

얼마나 힘든지 다 경험해봤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며 답했다.

 

“너무 힘들어요. 하하하”

 

청중들도 함께 웃었다.

 

“너무 힘들겠지? 너무 정력을 쏟는 것은 낭비다 이 말이에요. 포기하라는 게 아니라, 자기가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으로 하는 게 필요합니다.
 오히려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을 투표하도록 해준다든지 하세요. 이념 성향이 별로 없는 사람은, 이래 말하면 이래 찍을 수 있고, 저래 말하면 저래 찍을 수가 있으니까 그런 사람은 접근하면 쉬워요.
 완전히 새누리당으로 정해 놓은 사람을 반대로 바꾸려고 하거나, 완전히 민주당 정해놓은 사람을 바꾸려고 하거나 이러면 너무 힘듭니다. 논쟁해봐야 아무 효과도 없고 친구지간에 의리만 상하게 돼요.”

 

청중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무조건 설득하려고 논쟁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는 것이 효율적인 것인지 되돌아보게 했다. 입장이 분명한 사람들을 빼고 아직도 고민 중이거나 대화가 어느 정도 가능한 몇몇 지인들이 막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오늘 바로 전화도 하고 만나봐야겠다는 결심도 바로 생겨났다. 법륜스님은 다시 비유를 들어가며 답했다. 

 

“힘들다고 생각하지 말고 ‘탐색한다’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몇 마디 대화하면서 ‘이 사람은 이미 정치를 포기한 사람이구나’, ‘이 사람은 정치에는 관심 있지만 어느 쪽으로 하나가 정해져 있구나.’ 를 파악해 보는 겁니다. 포기하는 게 아니고 그 사람을 제외하고 조금 더 투자해서 효과가 나는 쪽으로 물색해서 접근하면 나도 힘이 안들고 일도 효과적으로 될 수가 있다. 관심 없는 것도 그들의 자유이기 때문에 그 사람을 나쁘다고 생각하면 안돼요.
 골수 기독교인들을 찾아가서 불교 믿게 만든다든지, 안 그러면 스님한테 찾아가서 기독교를 믿게 만든다든지 이러면 힘들어지지요. 세상 사람들의 성향은 다양하니까 그걸 보면서 ‘오, 이런 사람도 있네’, ‘오, 이런 사람도 있네’ 이렇게 봐야 하지요. ‘아이고, 늙은 것들은 다 문제다’, ‘젊은 건 다 문제다’, ‘전라도 사람 문제다’, ‘경상도 사람 문제다’ 이렇게 접근하면 안 돼요. ‘아, 경상도 사람들은 이런 사람이 많네’, ‘경상도 사람 중에도 젊은 사람들은 요즘 생각이 이러네’, ‘연세 드신 분은 한쪽으로 좀 치우쳐있네’ 이렇게 파악하면 돼요.”

 

관심 없는 것도 그들의 자유라는 말이 뇌리에 ‘꽝’하고 박혔다. 왜 나는 여지껏 이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살아왔던 것일까. 큰 배움이 있었다.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어떤 이야기도 있는 그대로 들어주고 나면 거기에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륜스님은 또 하나의 예를 더 들어주었다.

 

“얼마 전 경상도에서 노인잔치를 해드렸는데, 할머니들이 앉아서 “아이고, 요번에는 근혜 찍어줘야제” 그랬어요. 옆에서 “그거 와 찍어주노?” 그러니까 “아이고, 아버지 죽고 어매 죽고, 얼마나 불쌍하노? 그래도 한 번은 돼야지.” 하니까 또 옆에선 “그래, 그래. 맞다” 이래요. 여기에 반론 제기하는 사람이 있었을까요? 없었어요. 앉아있는 할머니들이 다 이구동성으로 “그래, 불쌍한 거 이번엔 되어야지” 이랬어요.
 거기 가서 정치가 뭐 어쩌고 저쩌고 말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어요. 그 어르신들은 좋게 보면 마음이 착하잖아요. 나쁘게 말하면 “꽉 막혔다” 이래 말하겠지만요. 그러나 그런 착한 심성들이 있어서 오늘 우리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온 거예요. 그러니까 내 생각하고 틀린다고 어른들 너무 욕해도 안 돼요. 
 ‘아,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네’, ‘저 사람은 저렇게 생각하네’, ‘여론이 어떠네’ 이런 재미로 사람들하고 대화를 하면 돼요. 설명해서 이해시키기는 어려워요. ‘부모님세대는 이렇게 생각하시구나’ 이렇게 이해하고, 조금 대화가 되면 대화되는 만큼만 하지 너무 강요하면 안돼요.” 

 

“네. 감사합니다.”

 

청중석에서 큰 박수가 터져나왔다. 질문한 친구도 의문이 모두 해소되었다는 듯이 활짝 웃었다.

 

내일은 12월19일 투표하는 날이다. 각자의 소신껏 투표에 임하되 법륜스님의 말씀대로 친구들, 가족들에겐 좀 더 열린 마음을 갖고 대화해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설득하려하고 강요하기보다는 이렇게 들어주고 이해하는 과정 속에서 오히려 더 설득이 되고 행동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겠구나 싶다. 투표를 앞두고 또 하나의 작은 깨달음을 얻는다. 마음을 열면 모든 대화 속에서 이런 깨달음들을 얻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덧붙여 법륜스님의 새책을 소개해 드립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의 비결은 '금강경'에 모두 담겨 있습니다. 법륜스님의 신간 '금강경'을 비롯 사회쟁점에 대한 즉문즉설을 담은 책 '쟁점을 파하다', 통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책 '새로운 100년' 3권의 책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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