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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야당은 빨갱이라는 우리 아버지, 어떻게 설득하죠?

 

 

어제(5일) 저녁, 정토회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으러 갔다. 다양한 질문과 대답들에 큰 감명을 받았다. 요즘 대선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가장 인상적이었던 질문은 선거에 대한 질문이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대선과 관련해 이런 갈등들이 있을 것이다. 가령 부모님은 이 사람을 지지하는데 자식은 저 사람을 지지해서 서로 다투고 급기야 말이 안 통해 정치 이야기는 서로 외면하기로 하는 식이다. 어떤가? 공감이 팍팍 가는가? 여러분들 가정의 갈등 해결에도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며 법륜스님과의 문답의 내용을 생생히 전한다.   

 

 
한 여성분이 법륜스님에게 물었다.

 

"주말마다 시골에 부모님을 뵈러 가는데, 요즘엔 대선 관계로 정치에 대해서 많이 얘기를 해요. 6.25에 참전하신 아버지는 정치에 굉장히 관심이 많으신데, 저를 보면 "야당은 다 빨갱이다. 김대중 노무현 때  북한에 다 퍼줘서 북한이 무기 만들고 그랬잖아. 그 사람들은 안 된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하시고. 그러면 저는 "이제는 바뀌어야 된다" 반박하거든요. 저희 부모님은 6.25를 겪으신 분들이라 이런 부분을 풀어드리고 싶고 설득해 드리고 싶은데, 어떻게 설명을 해야 부모님이 이해를 하실 런지요?"

 

방긋 웃으며 질문을 듣던 법륜스님이 역으로 여성분에게 질문을 던졌다.  
 
"자기는 아버지가 자기를 설득하면 자기 생각을 바꿀 거예요? 안 바꿀 거예요? 그런 얘기 듣고 '아이고, 아버지 말씀 맞습니다' 이렇게 자기 생각이 바뀔 것 같아요? 안 바뀔 것 같아요?"

 

여성분은 당황해 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안 바뀔 것 같습니다."

 

법륜스님은 다시 질문을 바꿔 물었다.

 

"그럼 자기 얘기 듣고 아버지는 바뀔 것 같아요? 안 바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아버지 말 듣고 딸이 생각을 바꾸기는 게 쉽겠어요? 딸 말 듣고 아버지가 생각 바꾸는 게 쉽겠어요?"

 

여기서 벌써 대답의 요지를 파악해버린 몇몇 분들이 웃음을 터뜨리며 박수를 보냈다.

 

아버지 생각이 바뀌기 쉬울까요? 딸 생각이 바뀌기 쉬울까요?

 

아직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한 대다수는 법륜스님의 자세한 설명을 기다리는 눈치다. 법륜스님이 설명한다.   

 

"어른들 생각은 바뀌기가 어려워요. 애들은? 쉬워요. 자기가 한 살이라도 아버지보다 어리잖아요. 그러니까 아버지를 바꿀 생각하지 말고 자기가 따라주든지, 안 그러면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나는 나대로 가든지, 그게 좋지요."

 

질문자는 답변에 만족을 못한 듯 다시 질문했다.

 

"그러면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그냥 그대로 가시는 길 밖에 없는 건가요?"

 

법륜스님이 환하게 웃으며 자세한 설명을 풀어놓기 시작한다.

 

"아버지는 자기보다 더 안 바뀐다고 봐야 되잖아요. 그런데 왜 자기는 안 바뀌면서 아버지는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내가 옳은 겁니까? 나하고 아버지하고 생각이 다른 겁니까? 생각이 다른 겁니다. 다를 뿐인데 자기는 옳고 아버지는 틀렸다고 생각하잖아요. 아버지는 또 어떻게 생각할까요? 아버지는 옳고 딸이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갈등이 생기겠지요. 그러니까 '아버님은 저렇게 생각하구나' 이러면 아버지 얘기 들으면서 갈등 일으킬 게 없지요. 아버님이 옳다도 아니고 그르다도 아니예요. '저렇게 생각하시는 거구나. 노인들은 저렇게 생각하시는구나.' 하면 됩니다.
 노인들은 아직도 옛날에 배고파서 얼굴이 붓고 풀 뜯어먹을 때의 그때 경험 속에 사로잡혀있는 거예요. 그때 생각하면 요새 잘 사는 것이지요. '그런데 왜 불평이고?' 이렇게 생각해요. 그런데 젊은 세대는 그런 것을 안 겪었어요. 좀 자유롭게 살고 싶은데, 이것도 규제하고 저것도 규제하고 자꾸 이러니까 나쁘다고 생각하겠지요. 이렇게 견해가 서로 다른 거예요."

 

견해가 서로 다를 뿐, 틀린 것이 아님을 인정하면 우선 갈등이 없어진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아버지 얘기를 들으면서 '아, 아버지는 옛날에 고생을 하셨으니까 저런 생각을 하시는구나' 이렇게 이해하면 돼요. 내 생각을 아버지한테 맞추어라는 것도 아니고, 아버지 생각을 고칠려고도 하지 말고, '저렇게 생각하시는구나' 이렇게 받아들이면 첫째 내가 아버지 얘기 듣는데 불편하지가 않습니다. 아버지 얘기 들으면서 '틀렸다' 이러면 듣는 게 불편해져요. 그런데 '옛날에 저런 경험을 하셔서 저런 말씀을 하시는 거구나' 이렇게 동조를 좀 해 주면서 충분히 들어줘 보세요."

 

그런 후 이렇게 아버지께 말씀드려 보라며 주욱 읊어 주었다. 

 

"아버지, 그것도 다 맞습니다. 그런데 아버지, 늘 시대가 똑같은 것은 아니잖아요? 옛날에는 일본하고 원수가 됐는데 요새 일본하고 친하잖아요. 옛날엔 중국하고 원수였는데 중국하고 수교해서 왔다 갔다 하잖아요. 옛날 얘기만 자꾸 하면 지금 어떻게 우리가 중국하고 교류를 합니까? 아버지 말씀대로 북한 나쁜 놈 맞아요. 그런데 옛날 얘기만 하면 우린 죽을 때까지 이렇게 따로 살아야 되잖아요. 그런 문제점이 있지만 앞으로는 6.25 때 참전한 중국하고도 교류하는 게 우리한테 이익이고, 일제시대 우리를 식민지배한 일본하고도 교류하는 게 우리한테 이익이라서 지금 교류하고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북한도 옛날 생각하면 문제가 많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그래도 서로 협력하는 게 낫잖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렇게 먼저 공감을 해주면서 자신의 생각을 살짝 피력하면 아버지 입장에선 마음이 어느 정도 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음이 열린 상태에서 새로운 생각을 제안하니까 훨씬 거부감이 덜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법륜스님이 강조하는 공감의 대화법이다.

 

바꾸려 하지 말고 우선 충분히 들어드리면 설득될 가능성이 더 높아져요.

 

하지만, 이렇게 대화를 나누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로부터 부정적인 반응이 되돌아 올 수 있을 것이다. 이럴 땐 또 어떻게 해야 되는지도 일러준다. 
 
"아버지가 "아니다!" 그러면 "네, 그럴 수도 있겠네요." 라고 해주면 설득될 가능성이 더 높아져요. 그런데 '아버지는 왜 맨날 옛날 얘기만 해요. 퍼준 게 미사일 됐다는 증거가 있어요?' 이렇게 화를 내면 "이게 기껏 키워 놓았더니 이제 아버지한테 대드나" 이렇게 돼서 기분 나빠서 더 생각을 안 바꾸어요.

 이번 주말에 시골에 가면 아버지 생각을 바꿀래요? 그냥 들어줄래요?"

 

이 대목이 크게 공감이 갔는지 대중들도 웃음을 빵 터뜨렸다. 질문자도 고개를 끄덕이며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버지 말씀도 듣고, 같이 또 얘기도 해볼께요."

 

법륜스님은 '얘기해 볼께요' 란 대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바로 '들어만 주라'고 재차 강조했다. 

 

"들어만 주세요. 바꾸려고 하지 말고요. 공감을 자꾸 해 주고요. 자꾸 들어주고, 자꾸 공감해 주세요 충분히 들어드리고 자기 생각 있으면 쬐끔만 얘기해야 돼요. 10번 들어드리고 1번만 얘기하면 돼요."  
 
"네, 감사합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어떻게 대화를 해야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 모두들 이해가 되었다는 공감의 뜻이다. 법륜스님의 대답은 참 지혜로웠다.

 

투자를 효율적으로 해야. 아버지한테 신경 쓰느니 투표 안하는 주위 친구들에게...

 

오는 12월19일 선거를 앞두고 질문자와 비슷한 이유로 가족 간의 갈등이 많이 일어날 것이다. 스님은 이를 우려했는지 가족 간의 갈등 해결을 위한 당부의 말씀도 덧붙였다.

 

"요즘 선거가 전쟁이에요. 시골에 부모들은 아들들한테 전화해서 "니 000 찍거라" 이러고, 또 도시에 있는 아들은 부모님한테 전화해서 "000 찍어라" 이러죠. 이러면 가정싸움 일어납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다 자기 생각대로 투표할 권리가 있어요. 그러니까 그걸 간섭하면 안 돼요. 명령해도 안 되고요. 다만 대화는 할 필요가 있어요. 그럴 때 주장하면 안 돼요. 자기 견해만 얘기하면 돼요. "아, 그러세요. 아이고, 네네, 그런 면도 있겠네요. 근데 저는 또 이런 생각도 드는데, 어때요?" 이렇게 대화만 하지 주장하면 안돼요."

 

대중들 모두가 "예" 하고 함께 대답했다. 그러면서 법륜스님은 만약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위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더 많은 표를 모을 수 있는지 오히려 새로운 제안을 센스 있게 해주었다.

 

"아버지 설득하는 것보다 표를 하나라도 더 얻으려면 표 안 찍으러 가는 옆에 친구들을 설득하는 게 더 쉽습니다. 표 안 찍으러 가는 사람은 이편도 아니고 저편도 아니지요. 이쪽 편 찍는 사람을 설득해서 저쪽 편으로 옮기는 게 쉽겠어요? 표 안 찍으러 가는 사람을 설득해서 표 찍도록 하는 게 쉽겠어요? 안 찍으러 가는 사람 설득하는 게 쉽죠.
 그러니까 자기는 투자를 잘못하고 있어요.(대중들 웃음) 굉장히 비효율적으로 투자하는 거예요. 아버지한테 신경 쓰느니 표를 도통 안 찍는 주위 아줌마들을 설득하면 3배는 효율적이에요. 아버지 표나 아줌마 표나 표는 다 똑같아요. 내가 지지하는 사람이 이기려면 표수가 많은 게 중요하지 우리 아버지가 찍었나 안 찍었나 이게 중요한 게 아니예요."

 

또 한번 큰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왜 이 방법을 미처 생각지 못했을까. 표를 더 많이 모으기 위해서라면 괜히 낳아주고 길러주신 아버지랑 싸우는데 시간 허비하지 말고, 투표 안 하는 주위 친구들부터 먼저 챙기라는 것이다. 이 얼마나 깨알같은 말씀인가. 얼마 전 모 후보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아버지와 1시간 동안 토론하며 실갱이를 벌였지만 성과는 전혀 없고 마음의 앙금만 생겼던 기억이 났다. 진작에 법륜스님 말씀을 들었다면 화도 덜 냈을 것이며 시간 낭비도 안 하고, 오히려 친구들 투표 독려 열심히 했을 텐데 말이다.

 

12월 19일 대통령 선거가 오늘로써 12일 남았다. 모두 투표 독려 열시히 하면 좋겠다. 괜히 서로 생각이 다른 가족들과 선거 때문에 다투지 말자. 그동안 선거에 관심 없었던 친구들을 찾아 한명 한명 다가가자. 전화를 걸고 직접 만나서 투표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 이것이 이 나라의 주인된 국민으로서 우리의 미래를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 아닌가 싶다. 1219 투표!

 

덧붙여... 복잡한 사회 쟁점에 대한 명쾌한 해법을 제시해주는 법륜스님의 새책 2권이 나왔다. 일독 강력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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