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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콘서트

어깨동무 마지막 강연 김제동 “반팔로 시작했는데”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 40개 대학 연속 강연, 마지막 현장을 가다

 

어제(27일) 저녁7시, 서울시립대 대강당에서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 전국 40개 대학 연속 강연의 마지막 강연이 열렸다. 김제동의 재능기부와 평화재단 서포터즈들의 자원봉사, 전국 40개 대학 총학생회의 참여 덕분에 무료 강연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지난 9월17일 단국대를 시작으로 전국을 한바퀴 돌아 서울시립대에서 대다원의 막을 내렸다. 대학 40곳을 재능기부 방식으로 이렇게 짧은 기간에 순회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에서 거의 전무후무한 기록이 될 것 같다. 특히 대도시에 비해 많이 소외되어 있는 지방 대학까지 직접 찾아간 것은 (그것도 무료로) 시간이 금값인 유명 연예인들로선 선뜻 결심하기 어려운 선행이다. 김제동의 아름다운 선행, 그 마지막 현장에 찾아가 봤다.

 

 

김제동이 등장하자, 시립대 대강당을 가득메운 2천여명의 학생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를 보낸다.

 

“반팔 입고 시작했는데, 파카 입고 끝나네요.”

 

너무나 큰 환대에 머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며 김제동이 첫마디를 건냈다.

 

▲ 9월17일 단국대에서 반팔 입고 시작했는데...

 

▲ 11월27일 서울시립대에서 파카 입고 끝났다...

 

오늘의 강의 주제는 “사람이 사람에게” 라고 했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언제나 써먹을 수 있는 강의 주제라며 소개했다. 그러면서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냐며 오히려 청중에게 물었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연애요”, “돈이요”, “사랑이요”, “취직이요”, “외모요”... 외모라는 단어가 나오자 한숨을 휴~ 하고 쉬던 김제동은 이 주제부터 한번 얘기해 보자며 말을 시작했다.

 

“도대체 어떤 인간이 잘 생기고 못 생기고를 정했냐? 도대체 코가 몇 센치가 되어야 잘 생긴거냐? 정면을 응시했을 때 어디까지 보여야 눈이 큰 거냐? 제가 얼마 전 비행기를 타고 영화를 보는데 담여를 덮었어요. 분명히 보고 있었는데... 허참.  
 우리나라 우리민족은 키 155-165가 정상입니다. 우리 민족은 기마 민족이예요. 말 탈 때 눈이 큰 것들은 눈에 먼지가 들어와서 못 달려요. 저처럼 죽은 것 같은데 계속 움직이는 것, 이런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지켜온 거예요.“

 

시작부터 빵빵 터진다.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건 역시 연애 이야기다.

 

“내 전 인생을 걸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20대를 여러분들은 지금 살고 있잖아요. 20대에 할 수 있는 연애, 20대로 돌아가면 저는 반드시 이렇게 연애해보고 싶어요. 
 먼저 고백하세요. 민주주의의 원칙만 알면 됩니다. 상대방의 고백을 듣고 나는 거절할 권리도 있고 받아들일 권리도 있죠. 그것처럼 상대방도 나의 고백을 거절할 권리도 있고 받아들일 권리도 있어요. 내가 고백한다고 상대방은 거절하면 안 된다. 이건 독재예요.
 ‘안녕하세요. 사랑합니다.’ 이렇게 고백하고 거절하면 ‘네, 알겠습니다’ 하고 뒤돌아서 가면 됩니다. 그런데 고백은 못하고 친구랑 라면 먹으면서 이러고 있어요 ‘나는 저 오빠 없인 못 산다.’ 저 오빠 없이 20년을 잘 살아왔으면서... 그러면 옆에 친구가 그러죠 ‘고백해라. 붕신아.’ 이런 친구가 진짜 멘토죠.”

 

김제동은 20대가 연애를 물어오면 늘 “고백”을 강조한다. 실제로 이번 40개 대학 순회 강연을 듣고 공식적으로 무려 여섯 커플이 탄생했다. 트위터로 김제동에게 커플이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고 한다. 김제동의 고백 연애론의 혁혁한 성과다. 혹시나 이 정도의 얘기만으로는 또 주저하고 있을 친구들을 위해 한 번 더 강조한다. 

 

 “미쳤냐고 물으면 ‘네, 안미쳤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됩니다. 정확히 사실관계만 말하면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끈적거리면 안 돼요. ‘네, 미쳤습니다. 당신에게요.’ 이러면 곤란합니다. 하하하.
 마음껏 고백하고 사건 사고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20대 때는 충분히 그렇게 하고 살아도 전혀 지장이 없어요.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면 어떤 것을 하고 살아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20대 청춘들 보다는 망설임의 20대를 보내고 후회의 30대를 보내고 있는 청춘들에게 더욱 와 닿을 그런 얘기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김제동이 더더욱 20대에게 누누이 강조하는 그런 얘기다.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도 각별하다. 김제동의 절절한 경험 속에서 나오는 얘기란다.

 

“이별을 했다면, 일단 술을 있는 마음껏 드세요. 1년 사귀었으면 6개월 정도는 괴로워해야죠. 그게 나에 대한 예의죠. 3개월 사귀었으면 한달 정도는 괴로워하시고요. 그래야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죠. 그렇죠?
 어설픈 위로는 위로가 안 돼요. 시간이 약이다? 시간이 안 간다! 세상에 널린 게 여자다? 다른 사람은 내 눈에 안 들어온다! 그렇죠? 밧데리도 방전되면 충전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힘들 때 ‘힘내라’ 말은 전혀 위안이 안 됩니다. 밧데리가 다 떨어졌는데, ‘빨리 두 칸으로 올라가!’ 한다고 충전되는 게 아닙니다. 그럴 때는 그냥 가만히 있으세요. 조금만 기다리다보면 자기 마음 속에 힘이 생깁니다.”

 

한참을 웃고 있었는데 어느새 나도 모르게 힐링이 되는 느낌이 든다. 왜 김제동의 토크를 “힐링 토크”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 김제동 자신도 정말 힐링이 되었던 감동적인 순간이 있었다며, 광주 조선대 어깨동무 콘서트에서 있었던 일화를 소개해 주었다. 광주여대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스무살 여학생 세 명이 고민이 있다면서 질문을 했다고 한다. 

 

“있잖아요. 아저씨. 우리가요 위안부 할머니들 드리려구요. 몇 날 몇 일 밤을 새워가지고요. 목도리를 네 개 짰는데요. 다 짜고 보니까요. 실이 일본산이예요. 그래서 드리고 싶은데요. 요즘은 네티즌들이 무섭잖아요. 이런 게 알려지면 무개념 무뇌아라고 그럴까봐 두려워요.” 

 

김제동은 그 목도리를 목에 감고 이렇게 얘기해 줬다고 한다.

 

“목도리를 감아 보니까 처음 드는 느낌은 참 따뜻하다. 두 번째 드는 느낌은 참 고맙다. 세 번째 드는 느낌은 진짜 애썼다. 네 번째 드는 느낌은 참 잘 짰다. 어디서 배웠을까. 다섯 번째 드는 느낌은 나도 이 친구들을 위해서 뭘 해줄까다.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봐도, 내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해 봐도 이 실이 어디 산일까 하는 생각은 안 든다. 그러니 너의 마음을 담아서 드려라. 할머니들도 똑같은 마음을 느낄 거다.” 

 

청중석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짠한 감동이 밀려왔다. 그런데 김제동은 여기서 안 끝낸다. 반드시 웃음을 가미한다.

 

“그런데 자세히 봐라. 실이 일본산인데, 바늘은 중국산일 가능성이 높다. 하하하. 실이 일본산이면 어떻고 바늘이 중국산이면 어떻냐? 만약 욕하면 ‘내가 목도리 짤 때 너희는 뭐했냐’ 그래라.” 

 

그랬더니 질문한 여학생이 막 울었다고 한다. 여학생 입장에서는 큰 고민거리였는데, 남들이 뭐라 해도 진심이 담긴 것은 무엇을 해도 괜찮다는 김제동의 응원 메시지가 큰 위안이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웃다가도 힐링이 되고 힐링이 되다가도 웃게 되는 그런 묘한 힘이 김제동의 가장 큰 매력임을 느낄 수 있었다. 1시간 동안의 힐링 토크가 끝나고 청중석에서 질의응답을 받았다. 열 개 정도의 질문이 오갔지만 가장 기억이 남았던 한 가지만 소개한다. 한 친구가 번쩍 손을 들고 물었다.

 

“오늘로써 대학생들을 위한 어깨동무 콘서트가 끝나잖아요. 이후에 청소년들과는 이런 시간을 가질 생각이 없나요?”

 

청소년들을 위한 시간도 내어달라는 단순한 부탁이었는데, 답변을 하며 김제동은 오늘날 청소년들의 아픔에 대해 깊은 공감과 울림을 표현했다.

 

“아직 확답은 못드리지만 내년부터는 고등학교를 40군데 정도 다녀보려고 해요. 

 요즘 중고등학생들 정말 힘들잖아요. 여러분들 만큼이나 힘들어요. 교복입은 아이들 보면 정말 예쁘잖아요. 존재 자체만으로도 예쁜 이 아이들이 죽는 원인 중에 40%가 자살이래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아이들의 숫자가 월남 전에 파병된 우리 한국군의 숫자보다 많습니다. 아이들을 전쟁 상태로 몰아놓고 있는 겁니다.”

 

김제동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기준은 어른들이 정해놓고, 다른 사람보다 낫지 못하면 탓은 전부 다 아이들의 탓으로 돌립니다. 요즘 아이들 안 된다? 천만에요. 요즘 아이들 안 된다는 얘기는 단군 이래로 있었습니다. 요즘 아이들 안 된다 소리 들었던 그 사람들도 지금 이 나라를 이렇게 만들어왔죠. 여러분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었으면 합니다.
 괜찮다. 죽지만 마라. 살다보면 괜찮다. 이런 이야기들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여러분들이 되주셔야 합니다. 진짜 좋은 나라 만들어서 이 아이들에게 물려줍시다. 통일해서 내 아들은 군대 안 가도 되는 나라 만들어봅시다. NLL 이 따위 것 가지고 더 이상 싸우지 않아도 되는 나라 만들어봅시다. 이 아이들에겐 수학여행을 기차타고 유럽으로 갈 수 있는 세상 한번 만들어줘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한번 가봅시다.” 
 
아이들에 대한 김제동의 진한 애정이 가득 묻어나왔다. 김제동은 종종 인터뷰에서 대안학교와 청소년상담 사업 지원에 대한 의지를 표현해 왔었다. 김제동의 진심이 아이들의 미래를 가꾸는 좋은 인연으로 맞닿는다면 곧 현실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김제동이 무릎을 꿇고 청중들과 눈을 맞춘다. 그가 진심을 담아 청춘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 차례다. 강연이 거의 끝나간다는 신호다.

 

“꿈이요? 없어도 되요. 꿈을 강요하는 시대가 되지 않았습니까. 큰 꿈을 품고 살아야 큰 사람이 된다고 하는데 저는 꿈이 없어도 된다고 생각해요. 산에 가서 다람쥐 보세요. 다람쥐가 ‘내가 훌륭한 다람쥐 되어야지’ 안 하잖아요. 다람쥐가 ‘예쁘게 뛰어야지’ 하지 않아도 예쁘게 뛰잖아요. 있는 그대로 태어난 자체로 예뻐요. 사람도 훌륭하다 훌륭 안하다는 다 남들 생각이고요. 내가 있는 그대로 자체가 훌륭하다는 사실을 아셨으면 해요. 하나님과 부처님께 더 많은 사랑을 달라고 기도할 게 아니라 하나님과 부처님이 이미 더 많은 사랑을 주고 있음을 깨닫게 해달라고 기도하라고 그러잖아요.
 오늘 집에 가서 주무실 때 ‘잘 때는 잠만 잡니다.’ 딱 세 번만 하고 자세요. 근심걱정으로 잠자리를 뒤척이지 마세요. 자기를 잘 아껴주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온다. 진심으로 감동한 청춘들이 보내는 뜨거운 박수였다. 답례로 김제동은 엎드려 절을 했다.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갑자기 행사장이 암전이 되었다. 무대 한쪽 구석에서 케이크가 촛불에 반짝이며 등장하고 축하 노래가 흘러나왔다. 40개 대학 연속 강연 완주를 축하하는 세례모니였다. 고깔콘을 씌우고  촛불을 끄자 선물로 커플 팔찌와 은목걸이가 전달되었다. 내년에는 꼭 결혼하라는 그런 의미란다.

 

 

▲ 김제동 40개 대학 연속 콘서트, 완주 축하!

 

깜짝 이벤트에 울먹일 뻔 했는데 고깔콘을 씌우는 바람에 그냥 웃음이 터져나왔다고 하며, 40개 대학 완주의 소감을 짧게 나누어주었다. 

 

“솔직히 하기 싫기도 했어요. 일요일 저녁만 되면 내가 이걸 왜 시작했지 그러기도 했어요. 사람들 만나러 오는 게 싫은 게 아니라, 사람들 만난 후에 헤어지는 게 싫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사람들 많이 만나고 살아야겠다 싶었어요. 나만큼이나 힘든 사람이 많구나. 털어놓고 이야기해보자 그런 생각 했어요. 제가 더 많이 치유되고 그랬어요. 강연장 빠져나갈 때 남학생들이 ‘김제동 존나 멋있다’ 하는 이야기 가끔 들을 때, 여학생들이 ‘저 오빠 생각보다 안 못 생겼더라’ 하는 이야기 들을 때, 트위터로 ‘살면서 내가 꼭 듣고 싶은 이야기를 처음으로 들었다’ 이런 이야기 해줄 때 정말 좋았어요.
 내년에는 꼭 결혼하라구요? 제가 아주 운이 좋고 어떤 여자가 정말 운이 없으면 하게 되겠죠. 헤헤헤. 감사합니다.”

 

참으로 가슴이 따뜻한 남자를 만났다. 그리고 불의 앞에서는 제동을 걸지않고 거침없이 할 말은 할 줄 알고, 고뇌하는 청춘들에게는 제동을 걸지 않고 곧장 달려가는 진정 ‘노 브레이크’의 사나이였다. 김제동의 말과는 정반대가 될 것 같다. 정말 운이 좋은 여자가 김제동을 데려가리라. 청춘들을 위해 이렇게 많은 복을 지어 놓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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