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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평화

안철수 옛 멘토들 "다음 대통령은..."

영화처럼 기묘한 만남이 이뤄졌다. 대선 후보로 나선 세 후보의 캠프에서 브레인 역할을 맞고 있는 3명의 원로가 '평화재단 창립8주년 기념 대토론회-통일시대를 대비한 국가혁신 방향'에서 다함께 만났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측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 윤여준 국민통합추진위원장,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의 외교안보정책 브레인으로 꼽히는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가 그 3명이다. 31일일 오후 1시 30분 천도교 대교당에서 열린 대토론회에서 나란히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들은 또 18대 대선을 흔들고 있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1년 전 멘토였던 3인방이기도 했다. 이들과 두터운 신뢰를 형성하고 있는 법륜스님(평화재단 이사장)도 함께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  평화재단 창립 8주년 기념 대토론회. '통일시대를 대비한 국가혁신 방향'을 주제로 토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법륜스님.  
 

토론회를 주관한 법륜스님은 기조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며 토론의 문을 열었다.

 

"우리나라는 지난 50년간 분단된 상황 속에서도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성공시켜 세계에 유일하다고 할 만큼 자랑스러움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앞으로의 미래는 만만하지 않을 것 같다. 미중관계에 따라 우리의 위상이 많이 어려워질 것 같다. 특히 남북이 대치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우리 선택의 여지가 좁아질 것이다. 남한만의 대한민국이 아니라, 북한까지 아우르는 통일의 대한민국을 꿈꿀 때 새로운 국가비전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법륜스님은 통일시대를 대비한 국가혁신 방향이 세워져야 함을 강조했다. 이어서 국정경험이 많은 멘토급 원로인 김종인 위원장, 윤여준 위원장, 최상용 교수는 차례대로 나름대로의 경험에 비추어 대한민국이 새로운 21세기에 어떤 방향으로 나가면 좋을지 기조발제를 했다.

김종인 "경제민주화 지금 하지 못하면 복지수요 늘어날 것"

 

김종인 "경제민주화 지금 하지 못하면 복지수요 늘어날 것"

 

 

▲  기조 발제를 하고 있는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  
 

먼저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이 경제민주화와 통일에 대해 언급했다. 

 

"정부 통계를 보면 나는 하층민이라는 숫자가 45%고, 희망이 없다는 게 60%에 가까웠다.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사회적 모순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유행어 같이 되고 있는 경제민주화를 이 시점에서 제대로 못하면 우리의 복지 수요는 점점 더 늘어난다.

 

그리고 재계를 지칭하며 경제민주화는 특정계층을 어렵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해 했다. 

 

"경제민주화를 얘기할 것 같으면, 엉뚱한 얘기를 많이 한다. 어느 특정 계층을 어렵게 하는 게 경제민주화가 아니다. 질서를 확립해서 모두 지킬 수 있는 새로운 시장경제의 룰을 만들자고 하는 거다."

 

김 위원장은 갈등구조를 지속하면서 통일의 기회를 성공시킬 수 없으며, 통일을 위해서도 경제민주화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윤여준 "대통령 국가통치능력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

 

 
▲  새누리당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에 이어 두 번째로 기조발제를 하고 있는 윤여준 민주통합당 국민통합추진위원장.  
 

사회를 맡은 김영희 대기자는 "여기서 세 사람이 만나도 되느냐"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윤여준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은 "통합적 관점에서 말하겠다"며 가볍게 받아치며 정치 개혁에 대해 말을 이어갔다.

 

"정당이 파당, 부패 정치의 대명사처럼 비난 받고 있다. 안철수 현상도 이런 것을 배경으로 한 것 아닌가. 정치인이나 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가 심하다보니까 그 현장으로부터 멀리 있던, 이미지가 참신한 후보에 대한 선호가 심하게 나타나고, 그렇게 표가 몰리다 보면 검증이 안 된 대통령을 뽑을 수도 있다.

 

 정치개혁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 지도자들이 국가 통치 능력을 갖추는 거다. 그렇지 못하면 결국은 국가를 혼란에 빠뜨리고 대통령도 실패한다. 선거 과정에선 갈등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대통령에 당선된 다음에는 통합적으로 국가를 운영해야 한다. 이런 지도자가 별안간 나올 수 없다. 정당은 일찍부터 지도자를 훈련시키고, 정치인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민주적 정치를 습득하고 검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윤 위원장은 정치개혁의 핵심 사항으로 정치 지도자가 될 사람들의 통치 능력을 훈련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가장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발표되는 정치개혁 관련 정책들에 대해 "내용이 부분적이라고 할까 기능적이라고 할까 단편적이라고 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뚜렷한 목표나 문제의 본질에 좀 더 깊은 고민이 있었으면 한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최상용 "통일에 도움이 되는 외교 전략 작성해야"

 

 
▲  세 번째로 기조발제를 하고 있는 안철수 후보 캠프의 최상용 명예교수.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의 외교안보정책 브레인으로 꼽히는 최상용 명예교수는 "오늘은 학술적인 얘기는 일체 생략하겠다"며 호탕하게 말문을 열었다. 역시 통일을 염두에 둔 정책을 내어 놓아야 함을 역설하여 통일에 필요한 '대통령의 자질'을 강조했다.

 

"경제민주화, 다 얘기한다. 누가 해낼 것 같은가.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에 가졌던 생각, 교양, 식견, 철학이 재임 기간을 지배한다. 노무현 정권 5년, 이명박 정권 5년, 저는 실패라고 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은 통합에 실패했다. 이명박 정권은 더 실패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좋은 경제대통령'과 '통합할 수 있는 대통령'이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대통령의 자질로 '통합'의 리더십을 내세웠다.

 

"우리는 중견국가로서 외교 전략이 있어야 한다. 통일에 도움이 되는 외교 전략을 작성해야 한다. 한중관계를 지금처럼 두어서는 안 된다. 한미관계를 돈독히 하고, 한중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모순이다. 그것을 절묘하게 균형을 잡아야 한다. 고난이도의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통일을 위해서는 중견국가로서의 외교 전략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오늘 세 원로의 만남에 대해 기쁨을 표현하며 이렇게 말해 또 큰 웃음을 자아냈다.

 

"2500년 전 플라톤 법률론 읽어보셨나. 거기 세 노인이 나온다. 플라톤은 철학자 정치를 말한다. 정치는 경험이다. 늙은이의 자산은 경험과 실천적 지혜다. 우리 셋, 김종인·윤여준·최상룡은 일년 반 전부터 어떻게 하면 보다 나은 대통령이 나오는 데 이 세 늙은이가 도움이 될까 진지하게 토론해왔다. 그런 과정에 우연히 안 후보가 나타났다. 우여곡절 끝에 한 분은 박 후보 캠프에서, 다른 한 분은 문 후보 캠프에서 대단히 중요한 일을 하신다. 김종인 박사 같은 귀중한 분의 가치를 아는, 윤여준 장관을 데려간 박 후보와 문 후보에게 경의를 표한다. 저는 운명대로 안철수를 끝까지 지키지 않을 수 없다. 보다 나은 경제대통령감으로 안 후보가 적절치 않나. 통합을 가장 자신만만하게 할 후보도 안철수 후보다. 그가 그렇지 않으면 지지를 '철수'할 것이다(청중 웃음). 제가 운명적으로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게 되었으니 우리 세 명은 반드시 성공한다. 세 사람 중의 한 명은 될 것이기에.(청중 웃음)"

 

"만약 그가 통합을 못하면 지지를 철수하겠다"고 말에 청중들이 빵 터졌다. 최 교수의 발언처럼 나란히 기조 발제를 한 세 원로는 플라톤이 말한 경험과 연륜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한 때는 안철수 후보의 멘토였지만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세 캠프로 각각 흩어진 세 원로다.

윤여준 위원장은 기조 발제가 끝나고 기자와의 만남에서 "우리 세 명은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며 "방금 전에도 점심을 같이 먹으며 웃으며 대화했다"고 했다. 비록 각각 흩어졌지만 서로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든든한 이들이 각 캠프에 포진하고 있어 분열이 아닌 안정감이 느껴지는 듯하다. 경험과 연륜을 각 캠프에서 발휘하며 한국 정치가 보다 더 발전할 수 있도록 견인하는 역할을 하겠노라는 소명의식을 세 원로에게 느낄 수 있었다.

 

세 원로가 자리하고 있는 위치는 서로 달랐지만 토론회는 훈훈했다. 국민들 중에는 '안정'을 원하는 사람들도 많고,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도 많다. 대선에 나온 세 후보들도 (세 명의 원로가 보여준 것처럼) 서로 머리 맞대고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그러면 국민들도 감동할 것이다. 그것이 국민이 바라는 새로운 정치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