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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법륜스님께 묻다 “무단결석 하는 아들, 어쩌죠”

요즘 법륜스님의 희망세상만들기 전국 강연이 큰 인기입니다. 가는 곳마다 만석을 넘어 계단 복도 통로까지 인사인해를 이루며 사람들이 몰려옵니다. 즉문즉설에 흠뻑 매료된 청중들은 2시간이 넘는 강연 동안 내내 쪼그리고 앉아서도 뜨거운 박수를 보내기도 하고 흠짓 눈물을 보이기도 하고 환하게 웃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40대 50대 주부들이 많이 오다보니 방황하는 자녀들에 대한 질문이 많습니다. 한 어머니는 아들이 무단결석에 무단조퇴까지 하며 도무지 학교를 가려하지 않는다며 하소연을 하였습니다. 아침마다 아들을 학교에 보내려고 실랑이를 하지만 도통 말을 안 들어 힘든다는 질문이었습니다. 아마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자녀가 방황할 때 어떻게 도움을 주어야 할지 몰라 힘드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법륜스님의 답변은 참 지혜롭고 명쾌했습니다. 자녀문제로 고민하는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강연 현장 이야기를 전합니다.

 

 

- 질문자 : 아들이 전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했다가 인문계로 전학을 했습니다. 따라가지도 못하는 수업을 들으며 시간 낭비하는 게 싫다, 학교에 가도 아무 존재감 없이 그림자 같은 존재다, 이미 문제아로 찍혔으니까 잘해봤자 소용없다, 이런 얘기를 하면서 지각은 말할 것 없고 무단결석에 무단조퇴가 일쑤입니다. 아침마다 어떻게든 학교에 데려가려고 실랑이를 하는데, 도통 말을 듣지 않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으려고 합니다.

 

- 법륜스님 : 결혼해서 살면서 남편과 부딪치거나 남편과 함께 있는 게 힘들었던 적 없었습니까? 남편이 나를 좀 이해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던가요?

 

- 질문자 : 네. 많았습니다.

 

- 법륜스님 : 아들의 마음이 바로 그때의 내 마음과 같다고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아이도 지금 엄마가 자기를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일 겁니다. 남편과 갈등할 때의 내 심정으로 돌아가서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금 질문자는 아들의 마음을 이해하기보다 학교에 가지 않는 아들이 답답할 뿐이고 제발 학교 좀 갔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학생이 학교 가는 게 뭐가 힘들다고 이 난리인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겠지요. 그런데 예전에 내가 힘들어하는 모습도 남편의 눈에는 그랬습니다.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되고 사사건건 시비하는 아내가 속수무책이었을 테지요.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살림만 하면 되는데, 옛날 어머니처럼 어린 애 들러 엎고 밭을 매는 것도 아니고 장작불 지펴가며 밥 하는 것도 아닌데, 아쉬운 것 없이 편히 살면서 뭐가 힘들다고 아우성인지 남편이 볼 때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일입니다.

 

이제라도 그런 남편의 입장을 이해하고 참회기도를 해야 합니다. 내가 겪어보니 남편 마음이 이해되지 않습니까? 나는 나대로 여러 가지 문제로 힘들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이고 남편 입장에서 볼 때는 얼마나 답답했을까, 걸핏하면 아이처럼 집 나간다고 하고 그만 살겠다고 했으니 정말 힘들었겠구나, 그런 마음으로 지금이라도 진심으로 남편의 입장을 이해하고 깊이 참회하면 과거의 상처가 조금씩 아물어가고, 그만큼 아이를 이해하는 마음도 깊어지게 됩니다.

 

그때 남편이 나를 이해하고 배려해주기를 바랐던 기억을 돌이켜서, 이제 내가 아이를 이해해주는 마음을 내세요. 내 눈에는 아이의 마음도 행동도 아무 이유 없이 기막혀 보일 뿐이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제 나름대로 심각하고 힘겨운 이유들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때 내가 힘들어하는 데에도 충분히 이유가 있었던 것처럼 아이의 불평불만에도 다 이유가 있습니다. 자식 마음을 보지 못하는 엄마 때문에 우리 아이가 너무 고생을 하는구나, 이런 마음으로 매일 108배를 하시고, 남편에게도 매일 참회기도 108배를 하세요.

 

아이가 정 학교를 안 가겠다고 하면 크게 한번 생각해보세요. 지금 생각에는 공부가 제일 중요한 것 같지만 나중에 직장 다니다가, 혹은 결혼해서 살다가 더 큰 일이 생기는 것보다는 이제라도 문제를 해결하고 가는 편이 얼마나 다행입니까. 공부는 안 해도 좋으니까 학교 가서 그냥 놀다 오라고 권해보고, 그래도 다니기 싫다고 하면 휴학을 해서 일 년쯤 쉬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담임선생님과 의논해서 양해를 받고 아이와 함께 여행을 해도 좋겠고요, 그냥 집안에 있는 것 빼고는 무엇을 하든 다 좋습니다.

 

지금 가장 중요하고 급한 건 아이 마음인데 엄마라는 사람이 자꾸 학교만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음식점에 가서 배달을 하든지 쇼핑센터 가서 판매원을 하든지 제가 해보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게 놓아두세요. 아무 일 안 하고 멍하니 집에 들어앉아서 ‘나는 낙오자다, 뭘 해봐도 아무 소용없다’ 이런 생각에 갇혀 있는 게 가장 나쁩니다. 사실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한 번 사로잡힌 생각에서는 좀처럼 빠져나오기가 어려운 법입니다.
 
술에 중독되고 마약에 중독되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생각을 전환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아이의 환경을 좀 바꾸어주고 사로잡힘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어야겠습니다.

 

청중석에서는 가슴에서 울어나오는 듯한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저도 법륜스님의 답변이 너무 좋아서 절로 박수를 크게 치게 되었습니다. 아이에게 어떻게 대해주어야 하는가 답변해 줄줄 예상했는데 남편을 이해하지 못하고 미워했던 것을 기억하라는 말씀에 처음엔 의아했습니다. 하지만 곧 ‘아, 남편을 미워했던 그 감정이 아이에게 그대로 내려간 것이구나’ 알게 되었습니다. 먼저 남편을 미워하는 마음을 풀면, 자연스럽게 내 마음이 편해지고 그 영향이 아이에게도 전해질 수 있겠구나. 법륜스님은 항상 갈등이 일어난 근본 지점을 꿰뚫어보고 말해 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엄마라는 사람이 자꾸 학교만 생각하고 정작 급한 아이 마음을 몰라준다”는 말씀이 정곡을 찔러주는 듯 했습니다. 공부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마음이고, 나중에 더 크게 터질 일이 미리 발견된 것이니 좋은 일임을 일깨워 주신 것에 잔잔한 감동이 일었습니다. 질문자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되었겠다는 생각에 제 마음도 훈훈해졌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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