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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평화

법륜스님 "통일의 주체는 남한일 수 밖에 없다"

법륜스님과 윤여준 전 장관이 이끌고 우리 사회의 많은 전문가들이 싱크탱크를 이뤄 한반도 통일문제를 연구하고 있는 평화재단이 어제(19일)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국가비전과 통합적 통일정책”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습니다. 500여명의 각계 사회 인사와 전문가들이 운집한 가운데 심포지엄은 무려 4시간 동안이나 열띤 토론으로 계속되었습니다.

 

얼마 전 법륜스님은 ‘새로운 100년’ 이란 책을 출간하면서 대한민국이 100년의 비전을 갖고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통일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강조했는데, 이번 평화재단 심포지엄 참석을 통해 보다 더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통일 비전을 들을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평화재단 통일정책4시간 동안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는 평화재단. 대선을 6개월 앞두고 가장 먼저 통일정책 제안.

 

사회를 맡은 문정인 연세대 정외과 교수는 인사말에서 이번 심포지엄에 대해 “올해 대선과 관련해 처음으로 평화재단이 통일정책을 제안했다” 며 이 자리가 굉장히 의미 있는 자리임을 강조했습니다. 대선을 6개월 앞둔 시점에서 통일 비전에 대해 가장 선두적으로 제기해 주는 자리였는데, 이 심포지엄이 각 정당이나 후보들에게 의미 있는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그런 자리이구나 싶었습니다.

 

남한의 지속성장을 위한 대안은 남북경제공동체 조기형성

 

먼저 발표자로 나선 조민 박사(평화재단 교육원)가 대한민국이 국가 비전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 큰 틀에서 제안을 해주었습니다. 30분이 넘는 발표 내용을 다 소개할 순 없고 제가 들은 내용 중에서 핵심을 이렇습니다.

 

“향후 10년은 한국사회에 지속성장과 발전가능 여부를 좌우하는 중대변화의 시기입니다. 경제구조의 취약성(빈약한 내수시장, 높은 대외의존도)과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더 이상의 성장이 제약받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대안은 남북경제공동체 조기형성입니다.


'사실상의(de facto) 통일 추구'가 우리의 기본전략이 돼야 합니다. 당장의 법적, 제도적 통일은 어렵고 위험하기 때문에 비핵평화체제 구축과 남북경제공동체 형성을 통해 '사실상의 통일', 사건이 아닌 '과정으로서의 통일'을 추구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입니다. 


 ‘북한은 불안정하나 내구력 있는 체제’이기 때문에 무력이나 압박과 봉쇄로 북한 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은 불가능하며, 가능하다고 해도 엄청난 희생을 피할 수 없습니다.“

 

기존의 정치인들이나 전문가들에게선 들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방식의 접근법을 제안해 주어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분단의 극복 없이는 추가적인 국가발전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요지였습니다. 이산가족 문제의 청산이나 한 민족이 분단되었기 때문에 다시 통일해야 한다는 과거 청산적인 접근법이 아니라, 우리의 경제 취약성을 극복하고 지속 성장을 위한 미래 비전적인 차원에서 통일이 필요하다는 점을 선명하게 제시해 준 점이 참 신선했습니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북한 주민 마음 얻는 노력 본격화해야

 

이어서 김형기 평화재단 연구원 원장은 통일지향적인 안보,외교,국방 정책에 대해 발표했는데 이 내용도 참 좋았습니다. 

 

“향후 5년 안에 '사실상의 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토대를 만드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는 노력을 본격화해야 합니다. 통일은 궁극적으로 북한주민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므로 북한주민을 고려한 정책과 협상추진이 긴요합니다. 


 북한인권 문제는 국제사회의 우려에는 참여하되 정부 차원에서 비방·중상이나 규탄 내용의 공개적 체제비난은 지양하면서 북한 스스로 지키겠다고 가입한 국제인권규약이나 북한국내법 등의 범위 안에서 절차에 따라 제기해야 합니다. 통일 미래를 고려한 한반도 전체 차원의 인권 증진이라는 방향에서 북한 당국의 관심과 개선 노력을 견인해야 합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운영 등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확립하여 반인륜적 인권말살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부여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자유권적 인권도 중요하지만 생존권적 인권이 더욱 시급하고 심각하다는 점에서, 한반도 전체를 아우르는 당위와 도덕적 관점에서, 10년간 매년 60만 톤의 식량지원 등 대규모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합니다. 


 핵문제와 남북관계 진전을 분리해서 병행 추진해야 하며,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과정은 서로 맞물려가면서 진행시켜야 합니다.“

 

역시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그동안의 통일 정책은 정권 지도층을 상대로 하는데 치중했던 것에 반해 이번에 평화재단에서 새롭게 제기한 방식은 기존의 입장에서 벗어나자는 것입니다.

특히 햇볕정책과 MB대북정책 모두 북한의 변화를 끌어내는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내렸는데, 양쪽의 장단점을 포괄하는 평화재단의 '통합적 통일정책'은 토론과정에서 보수, 진보 양측에서 비판을 받았습니다. 비판이 오고가서 매우 흥미로운 심포지엄이 되었습니다.

 

백학순 연구위원 "흡수통일론으로 연결된다" 비판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진보적인 입장의 학자인데, 이런 평화재단의 통일 정책이 흡수통일로 귀결될 수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조민 박사의 발제 중에 '한반도 전체가 우리 영토라는 헌법정신에 충실해야 한다', '북한의 지도층이 신분격하와 사법처리 등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에서 벗어나도록 해줘야 한다'는 대목이 있는데, 이것은 흡수통일론으로 연결되는 대목들입니다.  


 장기적으로 북한과 교류협력하면 남쪽의 힘이 우월하기 때문에 흡수통일로 연결될 수 있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단 한 번도 그런 말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점이 제가 그를 존경하는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북한이 가장 민감해 하는 '흡수통일'과 연결되는 표현을 공개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하는 청중석의 질문도 올라왔습니다. 이에 대해 조민박사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고민의 주체는 남한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의 현실입니다.

 통일은 남북한 7천만 주민들의 합심과 의지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그게 제일 원칙이고 제일  큰 힘입니다. 그 다음이 통일 환경, 즉 주변 강대국 입장입니다. 독일은 전범 국가이기 때문에 통일 하겠다고 말하기가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한반도 7천5백만이 통일로 가겠다는 합심과 의지를 굳혀 가면 중국과 미국이 반대할 명분이 없습니다. 강대국의 문제는 중요하지만 부차적입니다. 다음 정부 4,5년에 통일을 위한 이런 큰 틀거리가 잡혀야 합니다. 틀만 만들어 놓으면 그야말로 되돌릴 수 없는 형국이 됩니다. 그 때 가서 제도적 법적 통일을 이야기해도 늦지 않아요. 이런 통일 정책과 국민의식을 만들어가야 됩니다."

 

심포지엄 도중 가장 뜨거운 박수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저도 통일은 결국 남북한 주민의 합심과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에 크게 공감이 되었습니다. 현장에 있던 많은 분들이 이 구절에 크게 감동을 받은 듯 했습니다. 저도 그러했구요.  

 

북한이 한반도 운명 짊어질 수 있나요, 통일주체는 남한

 

평화재단 법륜스님평화재단의 통일정책에 대해 정리 말씀을 하고 있는 법륜스님

 

토론의 마지막 끝 무렵 드디어 법륜스님이 마무리 말로써 토론을 결과를 수렴해 주었습니다. 전문가분들의 토론도 참 좋았지만, 저는 무엇보다 법륜스님의 마지막 정리 말씀이 가장 인상 깊었고 명쾌했습니다.

 

“인민이 굶어죽어도 체제방어에만 집중하고 있는 북한이 한반도 전체의 운명을 짊어질 수 있나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현실적으로 한반도 전체의 운명이 남한의 손에 있기 때문에 북한과 합의해야겠지만 통일의 주체는 남한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더 이상 두려워할 집단도, 부러워할 집단도 아니며 통일의 핵심은 북한과의 관계가 아니라 남한 내의 합의입니다. 


 군사적 수단을 피해서 북한이 남한을 선택하도록 하려면 지배층의 신변보장과 일정기간의 체제보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흡수통일은 북한을 압박 공격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북한주민이 선택하도록 한다는 것인데, 이걸 흡수통일론이라고 볼 순 없지 않습니까.“ 

 

남북이 교류 협력을 강화해가면서 사실상의 통일, 과정으로서의 통일을 추구해나가자는 것인데, 이것이 흡수통일로 오해되면 북한 지도층이 강력하게 저항을 할 수가 있겠지요. 하지만 법륜스님은 현실적으로 우위에 있는 남한이 통일을 주도할 수 밖에 없고 대신 북한의 지도부를 끌어안아주는 포용력을 보여주고, 또 인도적 지원을 통해 북한주민들의 민심을 얻는다면 흡수통일이 아닌 남한 주도의 평화적인 통일이 가능하다는 제안이였습니다.

 

여러 가지 고려해봤을 때 지금껏 나온 어떤 통일 방안보다도 가장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저는 들었습니다. 청중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4시간 동안의 심포지엄이 끝났습니다. 복잡하게만 여겨졌던 통일에 대해 많은 생각들을 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