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청춘에게희망을

커피파티 에나벨 박 “청년당, 세계적인 롤모델”

4.11 총선 결과 청년당이 정당득표 2%를 받지 못해 해산되었습니다. 이후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청년당 사무실에 미국의 온라인 시민혁명 ‘커피파티’의 설립자인 ‘에나벨 박’이 찾아왔습니다. 에나벨 박의 이번 방문은 해산되고 난 후 다소 의기소침해 있는 청년당 당원들에게 큰 위안과 격려의 자리가 되었습니다. 에나벨 박은 "청년당의 노력은 전 세계의 보편적인 흐름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이라며 청년당의 도전에 많은 의미를 부여해주었습니다.

 

커피파티의 설립자 ‘에나벨 박’에 대해 잠깐 소개하자면, 미국 시민들의 정치참여 운동 모델을 성공시킨 대표적인 시민운동가입니다. 오바마를 당선시킨 주역이기도 했고요. 그 과정을 저도 익히 들어왔던 터라 과연 ‘에나벨 박’이 한국 청년들의 청년당 시도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무척 기대가 되었습니다.

 

해산된 청년당 당원들과 에나벨 박이 함께 나눈 이야기 내용입니다. 물론 대화는 영어로 진행되었고 통역자의 도움을 받아 여러분께 한글로 전해드리는 겁니다.^^

 

에나벨 박청년당을 함께 했던 청년들에게 미국 커피파티의 경험을 들려주고 있는 에나벨 박.

 

“청년당의 활동에 큰 감명을 받아서 이곳에 찾아 왔습니다. 여러분들이 한 일이 얼마나 영웅적인 일이었는지 말해주고 싶다.”

 

에나벨 박의 첫인사였습니다. 청년당의 도전이 얼마나 영웅적인 일이었는지 말해주고 싶어서 왔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청년당 당원들에게는 뜨거운 환영을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질문을 던졌습니다.

 

“청년당이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나?”

 

혹시 실패했다고 여기고 있을까봐 확인을 하는 듯 했습니다. 2명이 손을 들었습니다. 한 명은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 같아서...” 라고 대답했고, 한 명은 “새누리당이 과반을 차지하는 것을 보고 암담했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이에 대해 에나벨 박은 청년당의 도전이 결코 실패가 아니었고 얼마나 훌륭한 일을 해내었는지 차근 차근 설명해 주었습니다.

 

"2% 득표라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가? 청년당은 사회를 변화시키는 전략을 청년들이 직접 실행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전 세계적인 아큐파이 운동, 중동의 시위 등 여러 가지 실험이 이뤄지고 있는 흐름과도 일맥상통한다. 여러분들이 함께 모여서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 제도권 밖에서 변화를 주도했다는 것 자체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청년당의 도전은 많은 국가들이 따라야 할 세계적인 롤모델이 될 것이다. 이런 흐름은 제도 정치권에서는 엄청난 위협이 될 수 있는 사안이다. 기존 언론에서 청년당을 무시하다시피 한 게 여러분들로서는 마음 아프겠지만 그만큼 여러분들이 얼마나 위협이 되었는지를 상대적으로 반증하는 것이다.
 이걸 실패로 받아들이지 말고 성공으로 가는 요인으로 삼아서 희망을 잃지 말았으면 좋겠다."

 

청년당의 모델은 전 세계가 따라가야 할 롤모델이었음을 강조했습니다. 비록 2% 득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더욱더 사회변화를 위해 주력해야 한다는 제안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애쓰고 노력해 온 청년당 당원들 스스로가 이제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도 말해주었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남은 여러분들 사이의 관계이다. 여러분은 서로를 믿는가? 미국의 시민권리 운동이나 아랍 시민혁명에서도 서로 간의 신뢰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선거가 끝났지만 아직도 서로를 믿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선거가 끝났지만 우리는 옳은 길로 가고 있다는 믿음 말이다. 
 여러분은 위대한 사회적 운동을 만들 수 있는 바탕을 가졌다. 움직여야 할 순간이 올 때 그 때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첫째, 지금까지 함께한 사람들의 이름과 연락처를 모아야 한다. 여러분들에게 이 사람들과의 소통은 굉장히 중요한 자산이다. 둘째, 사람 대 사람으로 대화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게 한다. 제도 정치의 정당처럼 모든 답을 제시할 필요는 없다. 당신들과 답을 함께 찾고 싶다 이런 정도면 된다. 이것은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일이다."

 

다음을 위한 준비로 두 가지를 조언해 주었습니다. 지금까지 함께한 사람들과의 소통을 계속 이어나가야 하며, 개개인이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를 확보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개개인은 무엇을 원하는지 듣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조언이었습니다.

 

청년당미국 커피파티 설립자 '에나벨 박'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청년당을 함께했던 청년들.

 

에나벨 박은 여러 차례 이 말을 반복했습니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엄청 중요하고,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서로에 대한 믿음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이런 일을 할 때 너무 완벽주의를 추구하다 보니까 서로 간의 신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바다 위에서 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를 용서할 줄 아는 게 중요하다.”

 

청년당에서 함께하며 지내온 시간들을 뼈저리게 돌아보게 하는 말이었습니다. 꼭 저에게 하는 말 같더라구요. 의견 충돌로 갈등도 있었고 그럴 때마다 상대를 외면했던 제 모습이 계속 떠올라서 가슴이 따끔했습니다. 또한 혹시나 총선결과를 두고 포기하게 될까봐 걱정되었는지 포기하지 말고 계속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몇 분들은 이제 포기하고 싶을 수 있겠지만 저는 여러분들이 이런 경험을 했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여러분들이 포기하면 그건 대한민국에 빨간불이 들어오는 일이고 지구와 세계의 민주주의에도 좋지 않다. 포기하지 말고 계속 도전하라.” 
 
청년당의 경험을 이미 했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였습니다. 이후에는 다양하게 질의응답을 주고받았습니다. 몇 가지 인상적인 부분들만 함께 나눕니다.

 

- 질문 : 한국에 커피파티 같은 모임을 확대하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 에나벨 박 : “같이 이야기해요” 하면서 한 인간으로서 서로 대화하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다. 단순히 유권자로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같이 이야기하자 이렇게.

 

- 질문 : 커피파티 운영하면서 난관이나 어려움은 없었는가?
- 에나벨 박 : 가장 힘들었던 것 중에 하나는 미국에서 아시아계 여성이라는 점이었다. 커피 파티에는 나이 많은 백인들이 많이 왔다. 아시아계 여성을 지도자로 보는 것에 불쾌한 시각들이 있었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중요하다. 왜 이것을 하려고 하는지 동기가 확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엄청난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자존심, 명성, 에고 때문에 하는지 계속된 자기 성찰을 해야한다. 개인적인 명예 보다는 한 차원 위의 모든 사람들을 위한 동기로 가야 한다. 그래야 시련이 와도 이겨낼 수 있다.

 

- 질문 : 활동 속에서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원동력이 무엇인지? 최종적인 목표는?
- 에나벨 박 : 모든 사람은 정의에 대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은 살다가 이것을 잃어버리기도 하지만. 최종적인 목표는 모든 사람들이 정의로운 사회에 살도록 하는 것이다. 저도 가끔은 이 일을 하다가 우울해질 때가 있고 그럴 때마다 모든 사람이 정의에 대한 감각이 있다는 믿음을 갖고 다시 일어선다.

 

- 질문 : 내부 인력들이 지치고 힘들 때 어떻게 하는지?
- 에나벨 박 : 커피를 더 많이 마신다.(하하하 웃음) 어려운 일이다. 리더십이 정말 중요하다. 한 차원 위의 동기를 항상 상기할 수 있도록 서로 알려야 한다. 힘들어하는 사람을 밖으로 쳐내기 보다는 그렇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감정적인 공유의 바탕 위에서 함께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최선의 능력치를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 연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마다 방법이 다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손을 잡아주어야 하고 어떤 사람은 때려주어야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 질문 : 아무리 투표를 하라고 해도 한국의 젊은이들은 기성 정치인들이 본인들의 정치적 요구를 실현시켜주지 못한다며 투표장에 나가지 않는다.
- 에나벨 박 : 만약 99%가 투표하면 정치는 바뀔 수밖에 없다. 시민들이 단결된 힘을 행사하면 어쩔 수 없이 권력은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게 된다. 그걸 향해서 나아가야 한다. 2030 젊은 층들은 정치인들 너네 필요 없다 이런 식이고, 정치인들도 2030 너네 필요없다 이런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2030이 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하나하나 문을 두드리고 2030이 투표장에 나오도록 해야 한다. 

 

에나벨 박함께 기념촬영. 미국 커피파티 설립자와 한국 청년당 멤버들.

2시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미국 커피파티 창시자와 대한민국 청년당의 만남이었습니다. 해산되었으니까 지금은 청년당이 아니네요. 청년당을 만들었던 청년들과 에나벨 박의 만남이었습니다. 큰 격려를 받고 큰 용기를 얻었습니다. 비록 한국에서는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2% 득표 달성에 실패했지만 한국 청년들의 이러한 도전은 세계적인 흐름에 있어서 매우 의미 있는 도전이었고 자긍심을 충분히 가져도 좋다는 확인 도장을 받은 셈이었습니다. 비록 해산하지만 이 정신을 잘 살려서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계속 나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네요. 청년당의 다음 도전이 기대됩니다.^^

 

그리고 참고로 에나벨 박의 트위터 아이디는 @annabelpark 이고, 페이스북은 http://facebook.com/annabelpark2 입니다. 혹시 미국의 커피파티 관련하여 궁금한 것은 언제든지 sns를 통해 질문 가능하다고 합니다. 영어로 질문해야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