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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남편이 이혼하자며 따귀를 때렸습니다

즉문즉설이란 말을 들어보셨나요? 자신의 인생문제에 대해서 즉석에서 묻고, 즉석에서 답한다는 뜻입니다. 서울의 도심 한가운데에서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즉문즉설로 널리 알려져 있는 법륜스님이 대중들에게 설법을 하는 자리였습니다. 오늘도 여느때와 같이 많은 사람들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고, 스님은 명쾌하게 답을 해주셨습니다. 어느 여자분이 “남편이 이혼하자며 따귀를 때렸다”고 하며 울먹이며 질문을 했는데, 스님의 답변이 너무 공감이 가서 여러분들께도 함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 어느 날 갑자기 남편으로부터 이혼하자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제가 미워서 꼴도 보기 싫다는 것이었습니다. 13년 결혼 생활 동안 많은 폭언과 무시를 당하면서도 남편 비위맞추느라 참고 살아왔습니다. 저도 격해진 마음에 할 말, 안할 말 다하며 싸웠는데 따귀를 한 대 때리더라고요. 이제는 남편이 무섭고 혐오스럽습니다. 살아도 걱정, 안 살아도 걱정입니다.

: 질문하신 분 말씀에서 모순점이 발견됩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것 잘 듣고 모순점을 찾아보고 본인이 해결방안을 선택하세요.

첫 번째, 헤어지는 방법이 있습니다. 남편이 내 마음을 이렇게 잘 알고 내가 편안하게 이혼하도록 해주니 얼마나 고맙습니까? 이혼을 해도 친정식구들이나 시댁식구들이나 아이들에게 할 말이 있잖아요. 사실 나도 살기 싫었는데 남편이 먼저 말을 해주니 내 체면을 살릴 수가 있잖아요. “나는 살려고 했는데 남편이 못살겠다고 하니까~.” 이러면서 명분이 있게 헤어질 수 있다는 말이지요.

싸우지 않고, 갈등 일으키지 않고, 여러 측면에서 내게 유리한 상황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남편에게 고맙다고 해야 합니다. 그래도 13년 동안 살았다고 나에게 유리하도록 여러 가지 어려운 입장을 고려해주니 얼마나 고맙습니까. 이렇게 생각을 하고 헤어지는 방법이 하나 있어요.

두 번째, 헤어지지 않고 같이 사는 방법도 있습니다. 살펴보면 남편과 아내, 두 사람 가운데 남편이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고 있어요. 내가 남편 보기 싫은 이상으로 남편은 내가 보기 싫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나는 참으며 살아왔지만 남편은 참다 참다가 더 이상 못 참겠으니 먼저 터졌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보면 남편이 더 살기가 힘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질문하신 분은 ‘어떻게 자기가 살기 힘드나, 내가 살기가 힘들었지’하고 생각하겠지만 남편이 더 살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먼저 말을 꺼내는 겁니다. 남편의 상처가 더 심하다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남편에게 참회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일 년에 몇 번씩 맞는다는데 보살님은 13년 만에 처음 맞았잖아요. 그러니까 고맙게 생각하고 ‘당신 말이 맞습니다. 당신 말이 맞습니다.’ 이렇게 계속 엎드려 절하면서 참회를 하면 깨치게 되요.

‘저 사람이 나 때문에 힘들었겠다. 정말 나 같은 사람하고 살기 힘들었겠다.’ 이것을 깨닫게 되면 내가 좋아지고 그러면 그 사람도 나중에 변하게 됩니다. 이것이 같이 사는 길이고 운명을 바꾸는 길이지요. 성질대로 살려면 헤어지면 되고, 같이 살려면 자신을 좀 바꾸어야 해요.

겉으로 보면 남편이 나쁜 사람입니다. 아내한테 욕하고 주먹질하는 나쁜 사람이지요. 그런데 업으로 보면 남편은 심기가 약한 사람이에요. 겉으로 보면 아내는 두들겨 맞는 약한 사람이지만 사실 심기가 강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두 사람이 부딪히면 심기가 약한 남편은 마음의 억눌림을 당해요.

억눌림을 당하니까 남자 체면에 억눌리지 않으려고 고함을 지르고 안 되면 주먹을 쓰지요. 업으로 말하면 이렇게 두 사람이 갈등을 일으키고 살다가 남편이 먼저 죽거나 헤어지자고 합니다. 옛날에는 이혼이라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 남편이 단명했습니다.

남편을 안 죽이고 같이 살려면 숙여주어야 합니다. 지금은 아내가 이기고 있다는 겁니다. “매일 지는데요” 하지만 아닙니다. 벌써 남편이 고함을 지르고 주먹을 휘둘렀다는 것은 아내가 이겼다는 겁니다. 그래서 져줘야 해요. 부딪히면 남편이 상처를 입기 때문에 내가 숙이면 됩니다. ‘알았습니다.’ 하고 남편에게 무조건 숙여주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숙이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정진을 하라는 겁니다. 부지런히 정진을 하시면 행복한 가정이 될 수 있습니다.

스님은 결혼도 해보지 않으셨는데, 어떻게 사람들의 심리를 저렇게 잘 알까요? 오늘도 큰 박수와 함께 설법이 끝났습니다. 스님의 말씀을 새겨들어서 부디 남편분과의 갈등이 원만히 해결되기를 바래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도 어렸을 적에 누나와 자주 싸웠었는데, 항상 주목부터 나가는 제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저도 심기가 약한 편이라, 말싸움에서 밀리면 폭력적으로 변하곤 했습니다. 저도 당장 마음 수행을 시작해서, 성질도 죽이고, 마음이 평화로운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시한번 되내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