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청춘콘서트

‘잠옷녀’ 글 보고 ‘잠옷남’ 된 중학생

어제 아침, 청년들의 열악한 주거 환경에 대해 항의하는 플래시몹을 다룬 글 "영하 10도에 잠옷녀와 텐트녀, 왜?" 을 포스팅 했었습니다. 이 글이 인터넷 상에서 작은 화제가 되었나 봅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었습니다. 몇몇 분들은 "도대체 뭐가 힘들다는 거냐? 구체적인 근거를 밝혀달라"고 독촉을 하셨습니다. 우선 서두에서 "왜 잠옷녀와 텐트녀 퍼포먼스를 하게 되었는지" 배경 설명을 좀 해드리겠습니다.  

최근 전월세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서민층의 삶이 힘겨워지고 있고 아직 사회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지 못한 청년들에겐 집세 상승은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최저임금 4320원으로는 매주 40시간씩 일하고도 한달에 95만원 밖에 벌지 못합니다.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서울에서 전셋집을 마련하려면 평균 11년11개월이 걸립니다. 내 집 마련은 고사하고 전세 월세 보증금을 모으기에도 쉽지 않은 실정이지요. 생활비 지출 등을 고려하면 이 기간은 2~3배로 늘어납니다. 월세가격도 규모가 작은 연립·다세대주택일수록 많이 올라 서민층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습니다.

위 그래프에서 보시는 것처럼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방1개짜리 연립·다세대주택의 지난달 월세가격지수는 107.2(2010년 6월 100기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7.2%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이어 방2개 연립·다세대주택은 4.9%포인트, 방3개 연립·다세대주택의 월셋값도 3.4%포인트 올랐습니다.

이처럼 청년들이 받는 최저임금에 비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집세 부담으로 많은 청년들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이를 개선시켜 달라는 청춘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지난 14일 김여진의 청춘콘서트에서 "길바닥에 잠옷 입고 드러눕자"는 플래시몹이 액션으로 제안되었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그저께(17일) 청춘콘서트 청춘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이 영하 10도의 날씨에 홍대 앞에서 '청년에게 집을 달라'는 플래시몹을 하게 된 것입니다.  

△ 어제 화제가 되었던 영하 10도의 '잠옷녀'들의 모습입니다.

이 글을 보고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저 멀리 수원에서 자신도 이 플래시몹에 동참하겠다며 찾아왔습니다.

저를 찾아온 중학생은 가방에 똘똘 말아 넣어 온 잠옷과 담요를 보여주며 자신이 왜 이 플래시몹에 참여하려 하는지 조목조목 이야기하며 ”꼭 참여해 보고 싶다“ 고 했습니다. ”우린 이미 다 끝났는데...“ 했더니 ”많이 아쉽다...“ 며 고개를 푹 숙이는 겁니다. 그냥 돌려보내려 했는데, 너무 많이 아쉬워하는 것 같아서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이미 끝난 행사이지만 지금 한 번 해봐라. 내가 사진도 찍어주고 블로그에 다시 글을 올려줄께!“

약속을 했더니 고맙다며 바로 가방에서 잠옷과 담요를 꺼내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되나요?” 묻더니 길바닥에 벌러덩 눕는 겁니다. 그저께와 마찬가지로 영하 10도에 가까운 날씨인 것 같은데, 맨 바닥에 누워서 “청년에게 집을 달라” 하는 겁니다.

△ 가방에서 챙겨온 잠옷과 담요를 입더니 바로 길바닥에 벌러동 누웠습니다. ‘길거리 잠옷남’ 이 탄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행동이 참 기특해서 사진도 찍어주고, 기념이 되라고 그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몇 가지 인터뷰를 해보았습니다. 저도 왜 이 친구가 이렇게 찾아와서 자신도 참여해보고 싶어했는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 대학생 형 누나들의 ‘청년주거’ 퍼포먼스 글을 보고 수원에서 달려온 중학생. 입에 떡꼬치를 물려주며 짧은 인터뷰를 했습니다.

-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어?

“인터넛에서 청년들의 주거문제 해결을 외치는 플래시몹을 한다는 글을 보고…”


- 중학생인데 어떻게 이런 활동에 참여할 생각은 했지?


“제가 만약 대학생이 되고서도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면 안 되니까요. 지금부터 이런 일을 미리미리 고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계속 고통을 겪을 것을 막아야 하니까요.”

옆에 서 있던 시민들로부터 “우와” 하는 탄성이 나왔습니다. 정말 대견스러운 중학생이었습니다. 지금 청년들의 주거 문제가 바로 자신도 미래에 곧 닥칠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는 대답이었습니다. 요즘 중학생 치고는 참 예사롭지 않아 보였습니다.^^

-
아직 나이가 어린데 ‘주거 문제’로 고민해 본 적이 한번이라도 있니?

“저희 집도 월세거든요. 두 달 후면 집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예요.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라 저희 아버지의 고민이기도 해요.”

-
친구들과 이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니?

“학교 수업할 때 한미FTA에 대해 토론하고 그럽니다.”

-
형 누나들이 하는 것 접하고 나서 어땠니?

“깜짝 놀랐어요. 직접 행동하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어요. 인터넷에서 본 것처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지해 줄줄도 몰랐구요. 저도 주거 문제 퍼포먼스에 참여하려고 가방에 잠옷과 담요 다 준비해왔어요.”

인터뷰가 끝나고 ‘청춘콘서트2.0 김여진의 액션토크’가 이번주 수요일(21일) 저녁7시에 영등포 하자센터에서 있으니까 그 때도 이야기 들으러 오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이번주 주제는 “치솟는 물가” 에 대한 내용이라고 했더니 “물가에 대해서도 관심 많아요. 친구들도 같이 데려올께요” 하는 겁니다.

뜻하지 않게 참 씩씩하고 똑똑한 중학생 친구를 만났습니다. 중학생 정도면 이런 사회 문제로 관심을 별로 갖지 않을뿐더러 관심을 갖는다고 하더라도 직접 이렇게 행동에 참여해보지는 않습니다. 참 특이한 친구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런 친구야 말로 앞으로 정말 큰 인물이 되겠구나 싶어서 참으로 대견스러웠습니다.

헤어지면서 꼭 안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다짐했습니다.

'그래. 너가 나중에 대학생이 되었을 때는 마음껏 공부하고 마음껏 꿈꾸고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세상이 되도록 해줄게.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사회,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안전망이 구축된 사회를 물려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볼께...'

공감하신다면 아래의 'view 추천 버튼'을 눌러주세요.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