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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법륜스님 "북한에 엄청난 포용정책 써야"

법륜스님의 전국 연속 100회 강연 100회째 강연이 어제 안양시청 대강당에서 열렸습니다. 아직 2회의 강좌가 오늘 더 남아 있고 마지막 강좌는 오늘저녁 7시 강동구청에서 있습니다. 지난 9월28일에 시작하여 무려 70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달려 온 전국을 순회하며 100회에 걸쳐 진행된 강좌였습니다. 전국을 순회하며 하루도 쉬지 않고 연속으로 100회의 강좌를 한 것은 법륜스님이 최초가 아닐까 싶습니다. ‘국내 최초의 100회 연속 강좌’라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쯤에서 박수 한번 부탁드립니다.^^

이번 100회 연속 강좌의 주제는 “희망세상만들기” 였습니다. 많은 대중들이 자녀교육, 부부갈등, 연애문제, 취업문제 등 자신의 인생 고민에 대해서 질문했습니다. 하지만 늘 법륜스님은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더 행복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희망’을 이야기했습니다. 개인의 고민을 넘어서서,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와 남북의 분단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과 비전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했습니다. 정말 광범위하고 다양한 주제를 다룬 강연이었습니다.

그동안 개인의 인생고민에 대한 질문들과 스님의 대답을 주로 소개했었는데, 오늘은 국가적인 아젠다인 분단의 시대 평화와 통일의 과제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지난 100회 강연을 돌아보며 법륜스님이 가장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 중 하나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이었습니다. 오늘은 어제 있었던 '평화와 통일'에 대한 법륜스님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청중들이 묻고 법륜스님이 답했습니니다.

- 2012년은 아주 중요한 해입니다. 남북한을 비롯해 미․일․중․러 등 동북아의 주요 국가들이 모두 정권교체기를 맞습니다. 2012년이라는 큰 변환기에 우리가 나라를 위해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지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시대적 과제는 두 가지입니다. 민족의 입장에서 보면 평화와 통일이 가장 큰 과제이고, 남한 사회만을 보면 양극화 해소가 큰 과제입니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성장 중심의 정책을 계속 해왔습니다. 성장하려면 수출을 해야 하고, 수출을 많이 하려면 경쟁력이 있어야 하는데 대기업이 경쟁력이 있으므로 대기업중심의 정책을 펴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성장은 가능했지만 대기업은 고용효과가 별로 없어서 결국 청년들의 일자리 부족 현상이 심화되었습니다.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경쟁에서 뒤진 패자들에 대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야 합니다. 즉, 복지사회를 건설해야 합니다.
  민족적 차원에서의 시대적 과제인 평화와 통일 문제는 중국의 부상에 따른 동북아 세력 변화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민족의 진로 문제입니다. 현재 미․중의 경쟁이 통일을 더 멀어지게 하느냐, 아니면 더 가까이 다가오느냐는 바로 우리의 통일 의지에 달려있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책임의식을 갖고 통일을 준비하고 주도하는가에 따라 위기가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정부와 국민들 모두 평화와 통일에 대한 보다 확실한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 평화통일을 하자는 데는 국민들의 공감대가 이뤄져 있는데, 정작 북한에 대한 입장은 첨예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북한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갈등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가 평화통일을 이루려면 남한 사회부터 북한 문제에 대한 일정한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 같습니다. 북한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요?

“보편적이고도 상식적으로 접근하면 됩니다.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북한이 도발하면 즉각 대응해야 합니다. 또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반대할 뿐만 아니라, 한반도 내에 그 어떤 핵무기 배치도 거부해야 합니다. 국군포로와 장기수, 납북자 등도 하루빨리 송환해서 각자 고향으로 돌아가게 해줘야 합니다. 북한 주민들이 굶어 죽는다고 하면 그들에게 인도적 식량지원을 해주고, 북한 난민이 생기면 그들을 도와주고, 우리 사회로 들어오면 잘 정착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침해가 심각하면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처럼 보편적으로 접근하면, 좌․우의 주장을 넘어 모두 수용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반핵은 보수, 평화는 진보, 또 인도적 지원을 주장하면 진보, 북한 인권을 얘기하면 보수, 이런 식으로 자꾸 나누니까 갈등이 생깁니다. 북미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면 반미친북, 북한 정부의 인권침해를 비판하면 반북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친북도 반북도 아닙니다. 

1950~60년대에는 남북관계에서 북한이 우위에 있었기 때문에 북한은 통일에 적극적이고 남한은 체제 방어적 입장이라 통일에 소극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시에는 통일을 주장하면 북한에 동조하는 행위로 규정해서 탄압함으로써 정부와 통일세력간에 갈등이 생겼습니다. 그러다 1970~80년대 들어오면서 남북한의 세력이 비슷해지니까 각각의 체제를 인정하면서 통일로 나아가자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좀 더 결합력을 높이자는게 연방제통일방안인 북한의 고려연방제이고, 각자의 독자성을 좀 더 강조한 것이 국가연합제 통일방안인 남한의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었습니다.

  지금은 남한이 월등하게 힘의 우위에 있으니 남한에서 적극적으로 통일하자고 하고 북쪽이 체제방어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남한은 과거에 통일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통일을 주도하겠다는 책임의식이 없고 북한은 통일을 이야기하지만, 자기 체제유지에 급급해서 지금 통일문제가 소실되어 버렸습니다. 지금은 한국이 통일에 대한 무한책임을 져야 할 때입니다. 이렇게 남한이 중심이 되어서 평화적으로 통일을 하자면 남한이 북한을 포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진보진영에서는 남한이 중심이 되자는 것에 대해 흡수통일이라고 반대하고, 보수 진영에서는 북한을 인정 못하겠다고 합니다. 현재 북한이 사회경제적으로는 무너져가고 있지만 아직은 자기 체제를 방어할 만한 무력은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힘으로 통일하려고 하면 전쟁이 일어나 통일의 이익보다 훨씬 더 큰 전쟁의 피해를 가져오게 됩니다. 그래서 평화적인 방법으로 가야하는데 평화적이란 힘이 대등할 때는 남북이 서로 협력해서 나아가면 되지만 지금처럼 힘의 균형이 깨어져서 남한이 중심이 될 수 밖에 없을 때는 북한이 자기 체제를 스스로 포기하고 남한에 통합되는 길을 말합니다. 그러려면 남한이 북한에 대한 엄청난 포용정책을 써야 합니다. 이것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의 포용정책보다 몇배 더한 포용정책을 써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 지난 두 정부의 포용정책보다 몇배 더한 포용정책이 남한 주도의 평화적인 통일정책이라는 점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신다면?

“다시 말씀드리지만, 힘으로 북한을 붕괴시켜 통일하려고 하면 안 됩니다. 중국이 북한 뒤에 버티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또,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많습니다. 설령 북한의 통치자가 바뀐다고 해도 북한 체제가 붕괴되는 것은 아닙니다. 남한이 주도해서 평화통일을 이루려면, 북한 주민이 스스로 남한체제를 선택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면 중국에서도 어떻게 간섭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려면 북한 주민에게는 생존권을 보장해주고, 북한 지도층에게는 신분 보장을, 필요하다면 일정 기간 체제보장까지도 해줘야 합니다. 북한 주민들이 ‘남한과 통일해야 우리가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런 통일의 관점을 분명히 가지고 북한이 여러 분란을 일으킨다 해도 거기에 끌려가면 안 됩니다. 국민감정을 고려해 적절한 대응을 해야겠지만, 큰 틀에서 북한을 통합하려는 입장에서 국민을 설득하면서 통일정책을 일관되게 펼쳐 나가야 합니다. 국민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통일 문제에 대한 관심이 현실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국가 지도자가 민족사에 대한 통찰력을 가지고 통일의 비전을 제시하면서 다수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내어 남북통합을 이루어내야 합니다.

현재 북한은 체제붕괴 직전에 있다고 할 정도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도 저렇게 버티고 있는 것은, 남북한 간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내부 통제를 할 수 있고 또 중국이 배후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민심은 이미 떠났습니다. 특히 화폐 개혁에 실패하면서 민심이 더욱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 전에는 아무리 살기가 힘들어도 그 책임의 일부를 미국에 돌릴 수가 있었는데, 화폐개혁 이후에는“당이 우리를 못살게 구는구나”이렇게 되었습니다. 생존권에 관한 것, 가령 장마당에서 장사를 못하게 하거나 물건을 빼앗으면 저항을 합니다. 그러나 정치적, 군사적으로는 아직 북한 정부의 통제가 유효해서 주민들이 아직도 정치적인 저항은 못합니다. 일부 사람이 굶어죽고 유랑민이 생기는 것도 하나의 현상이고, 또 군사적, 정치적으로 통제가 이뤄지고 있는 것도 하나의 현상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체제 유지가 어렵지만, 단기적으로는 붕괴되기 어려울 것으로 봐야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붕괴가 안 될 것이므로 남북한 대화가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북한이 자생할 수 없으므로 남한이 통합을 적극 주도해가야 합니다. 지금까지 북한은 어떻게든 북미관계를 풀어서 체제를 유지하고, 경제지원을 받아 성장을 도모하려고 했는데 잘 안 풀리니까 이제는 중국에 의지하는 길 밖에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한․중 수교 이후 북한은 중국을 원수로 여겼으나, 현실적으로 스스로 체제를 유지할 힘이 없으니 점차 중국에 기울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북한은 자기 존립을 위해서 중국에 경제적 지원을 받아가면서 중국의 요구 조건인 개혁개방을 받아들여 약간의 변화가 있겠지만,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 통일은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이런 장단점을 동시에 보고 대응해야 합니다. 중국에서는 지난 노무현 정부까지 남북 사이에 등거리 외교를 해왔는데, 이명박 정부가 친미정책을 강화하면서 중국은 조․중 동맹을 강화하는 북한카드를 빼들었습니다. 이렇게 중국의 요구와 북한의 필요성에 따라 조․중 관계는 다시 회복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최근 2~3년간 나타난 한반도 정세의 흐름입니다.

지금 “한․미․일” 대 “북․중․러”의 결합이 강화되는 구도로 가고 있고, 앞으로 미․중 세력이 한반도에서 대결 양상으로 치닫게 되면 우리 민족에게 큰 불행이 닥칠 것입니다. 이것을 막으려면 빨리 통일을 해야 하고, 통일을 위해서는 미국의 협력을 구해서 북한을 포용해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려면 좌우가 협력해야 합니다. 진보가 집권하면 우파의 동의를 받는 대북정책을 펴야 하고, 우파가 집권하면 북한을 인정하고 대화를 하는 대북정책을 펴야 합니다. 그러면 진보는 저절로 협력을 할 것입니다. 즉 우리 사회에서 국민통합이 전제된 통일 정책이 나와야 합니다. 중국의 간섭이 더 심해지기 전에 신속하게 통일을 해야 하는데, 북한이 스스로 선택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중국이 관여할 명분이 없어집니다. 통일을 위해서는 북한 주민의 환심을 사야 합니다. 인도주의 지원은 인도주의 원칙에서도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지만, 북한 민심을 잡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했던 정도의 인도적 지원이 아니라 훨씬 더 많은 인도적 지원이 이뤄져야 합니다. 동시에 북한이 자생할 수 있도록 농업 개혁을 요구해야 합니다. 땅을 농민들에게 나눠주어야 농업 생산량이 높아집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지원해봐야 식량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이 안 됩니다. 옛날 같으면 농업 개혁을 요구하는 것은 어림도 없는 얘기겠지만 지금은 북한이 그만큼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인도적 지원의 댓가로 핵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안보문제는 상호 군비감축 등 안보문제로 협상해야지, 인도적 지원이나 개발지원을 하면서는 요구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대화가 진척이 되지 않는 이유는 경제적 지원을 하면서 정치적, 군사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요구가 맞지 않아서입니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가면서 통일로 나아가야 합니다.

지금까지 민족사를 돌아보면 원나라에서 명나라로, 명나라에서 청나라로, 청나라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미국으로 주변 강대국의 세력이 교체될 때마다 우리 민족은 큰 영향을 받아왔습니다. 고려의 패망, 조선 건국, 병자호란, 일제치하 그리고 분단에 이르기까지 늘 외세에 우리 민족의 명운이 좌지우지돼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제 중국이 부상하는 G2 시대에 동북아시아의 세력 판도가 다시 재편되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평화통일을 우리가 주도적으로 이끌고 가야 할 때입니다.“

막힘없이 자유자재하게 흘러나오는 법륜스님의 통일에 대한 통찰력에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북한을 이야기하면 좌우 이념대립에 갇혀버리고 마는 복잡한 통일 문제였지만, 법륜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정말 이해하기 쉬웠고 명쾌하게 정리가 되었습니다.

△ 하루도 쉬지 않고 그리고 무료로(^^) 100회째 강연을 달려온 법륜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작은 꽃다발을 드렸습니다.

오늘 저녁 7시에 강동구청에서 102회 강연이 있습니다. 강동구청에서 열리는 102회 강연을 끝으로 2011년 법륜스님의 전국 연속 강연은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됩니다. 아직 참석 못하신 분은 많이들 오셔서, 평소 고민이 되었던 점들을 직접 질문해 보세요. 무엇이든 물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