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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콘서트

뒤통수를 맞은 기분 들게 한 박원순의 한마디

박원순 후보가 새 서울시장으로 당선 되었습니다. 박원순 후보가 당선되기까지 많은 유명인 멘토 그룹이 응원을 해주었는데요.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응원자는 역시 안철수 원장이었지만, 청춘들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고 있는 연예인 멘토단의 역할도 매우 컸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람이 트위터에서 맹활약을 보여준 배우 김여진입니다. 김여진은 왜 박원순을 응원했을까요? 지난 봄에 평화재단 열린아카데미를 수강하면서 김여진과 박원순이 함께 나눈 대화 내용을 열심히 기록해 두었었는데, 이번에 선거가 끝났으니 그 이야기를 한 번 풀어볼까 합니다. 이건 선거법 위반 아니겠죠? ㅎㅎㅎ 새 서울시장이 된 박원순의 진면목을 들여다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시장에 출마하기 전에 나눈 대화 내용이긴 합니다만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김여진 : 법학도에서 역사학도로 변하신 적이 있고, 검사에서 다시 인권변호사로, 다시 시민운동가로 숨 가쁜 변화를 거쳐 오셨는데, 그 이야기를 다 들으려면 오늘 날을 새워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변호사님께 한 가지, 인생의 터닝 포인트에 대해서 묻겠습니다. 남들이 원하는 삶에서 변호사님이 원하는 삶으로 방향을 바꾸게 된 터닝 포인트가 무엇이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박원순 : 물론 인생에서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전환들, 그런 전환을 가능하게 했던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역시 제일 큰 전환점이라고 하면 대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당시 대학 들어가자마자 감옥에 갔거든요. 제가 그때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어요. 그 무렵만 해도 오히려 데모가 많지 않았을 때였는데 갑자기 도서관 아래쪽에서 데모를 하고 있던 학생들을 경찰 수천 명이 오더니 잡아가기 시작하는 거예요. 너무 잔인하게. 그래서 저도 모르게 뛰어 내려가서 같이 데모에 참여하게 되었지요. 한참 하다보니까 최초에 주동한 사람들은 다 도망갔고, 저같이 어리바리한 사람만 붙잡혀서 남부경찰서에서 한 달, 영등포구치소에서 4개월 있다 나왔어요.

당시 저는 어렸기 때문에 소년수 방에 수감되었는데, 그곳엔 온갖 ‘강’자 돌림의 범죄자들이 다 와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강도, 강간, 강도살인인데, 그런 일을 저지른 게 대부분 미성년자들이었어요. 처음엔 함께 있는 게 굉장히 두렵더라고요. 혹시나 밤에 강도살인으로 들어온 아이가 제 목을 조를지 어떻게 압니까? 그런데 막상 사귀어보니까 애들이 너무 괜찮은 거예요. 정도 많고요. 따지고 보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지, 그 아이들이 근본적으로 악인이어서 그렇게 된 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당시 감옥에서는 밤에 불도 안 꺼요. 아이들이 도망갈까 봐. 덕분에 완벽한 면학 분위기가 조성되어 공부하기엔 좋더라고요. 그래서 책을 많이 봤어요. 나중에 학교에서 복학을 안 시켜줘서 제가 대학을 제대로 못 나왔지만 그때 감옥에서 4, 5개월 있는 동안 읽었던 그 수많은 책이 지적 영양분이 됐어요. 생각해보면 저는 우리가 대학에 다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 대신 감옥은 꼭 한 번 갔다 오세요.

그 후에 제가 검사 노릇도 하고, 별걸 다 했어요. 그러나 그중 최고는 감옥에서의 경험, 그때 사귀었던 젊은 친구들, 운동권 선배들과 같은 많은 분들이 세상의 변화를 통해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꿈, 연대가 제 인생을 지배하게 됐지요. 그래서 ‘내가 참 줄을 잘 섰구나’라고 생각해요. 인생에서는 줄을 잘 서야 합니다. 제가 만약에 그때 양심의 소리를 무시한 채 하고 저 혼자 공부했다면 참 이기적인 인간이 됐을 거예요. 그랬다면 아마 검사장이 되고, 검찰총장이 돼서 사람들을 잡아가두는 걸 즐거움으로 생각하고, 스폰서 검사가 되었을지 몰라요. 다행히 저는 당시 제가 겪은 인생의 경험을 통해서 ‘어떻게 하면 가난하고 수난당하는 사람들 곁을 지킬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지내게 됐으니 행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죠.

김여진 : 오늘 주제는 ‘진정한 성공’이에요. 제가 오늘 하루 종일 성공에 대해서 생각도 해보고, 트위터에도 올려봤는데, 그러다 한 가지 깨달은 게 있어요. 제가 별로 성공이란 단어를 안 좋아하더라고요. 성공이라는 말을 하기가 뭔가 껄끄럽고 불편한 마음이었어요. 그래서 이런 제 생각을 트위터에 올려봤더니 사람들이 성공과 실패를 쌍둥이처럼 함께 떠올리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이런 의미에서 박원순 변호사님은 ‘진정한 성공’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 여쭤봅니다.

박원순 : 저도 ‘성공’이라는 말을 별로 안 좋아해요. 그런데 저보고 사람들이 성공했다고들 해요. 그 말을 들으면 제가 굉장히 역정을 냅니다. “아니, 내가 성공을 했다면 세상이 이 정도 밖에 안 됐겠냐. 내가 꿈꾸는 세상이 겨우 이 정도란 말이냐” 저는 그보단 훨씬 더 욕심이 많아요. 그렇게 보면 저는 성공과는 거리가 멀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자꾸 “성공, 성공” 하니까 제가 책을 하나 썼어요.《성공한 사람들의 아름다운 습관, 나눔》입니다. 코비 박사라는 분이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책을 냈잖아요. 언젠가 장충체육관에서 사람들을 엄청 모아놓고 ‘한국리더십센터’라는 데서 행사를 했는데, 제가 먼저 강연한 다음 코비 박사가 강연을 하게 됐어요. 제가 “코비 박사는 7가지 성공의 원칙을 얘기했지만 저는 거기에 하나 꼭 더 붙이고 싶다. 그것은 나눔이다.”라는 얘기를 했지요. 그랬더니 나중에 이분이 책을 한 권 썼는데 나눔에 관한 것이라고 이야기를 들었어요.

저는 성공이라는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미국에서 성공한 기업인이라고 하면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나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꼽잖아요. 그런데 그분들을 보세요. 예를 들어 빌 게이츠는 작년에 회장직을 그만두고 재산의 대부분을 부인의 이름을 붙인 ‘멜린다 게이츠재단’에 기부했습니다. 그리고 아프리카로 날아가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질병으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잖아요. 이후 빌 게이츠가 면역을 위한 왁진에 투자하겠다고 하니까 갑자기 왁진 산업이 확 일어날 정도예요.

그걸 보면서 ‘진정한 기업인이라는 게 뭘까? 진정한 기업가 정신이라는 게 뭘까?’ 생각해봤습니다. 그것은 돈을 얼마나 버는 데 달려 있는 게 아니라, 창조와 혁신으로 기업을 일구고, 그것을 발전시켜 가고, 또 그것을 통해서 인류 사회에 큰 기여를 해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자본주의는 성공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는 것 같아요. 기업가 정신을 잘못 이해하는 것 같아요. 마치 목표를 위해서 수단은 아무것도 문제가 안 되는 것처럼 여기잖아요. 그런데 저는 과정이 훨씬 더 아름다운 것이고, 결과는 어째도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우익 선생이란 분이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민겨?”라는 말씀을 하셨잖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결과가 중요하고, 남들보다 좋은 차, 좋은 아파트가 성공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 생각에 전혀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비록 가진 것이 하나도 없어도, 그분이 죽은 다음에 이웃집에서 정말 이름 모르는 어떤 분이 와서 꽃 한 송이 딱 놓고 가는, 눈물 흘리고 가는, 그래서 그 사람이 평소에 주변의 누군가를 돕고, 함께하던, 그런 삶이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람들에게 욕먹고 그러는 게 무슨 성공입니까. 만약 검사를 계속해서 검사장 되고, 검찰총장 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검사, 검사장, 검찰총장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정말 제대로 된, 추상같은 정의를 세우는 검사가 몇 명이나 됩니까. 저는 정말 우리가 역사 속 작은 이름을 하나 남기는 것, 올바른 행동으로 세상의 작은 빛과 소금이 되는 것이 높은 직책을 얻고, 어마어마한 재산을 모으는 것보다 훨씬 큰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여진 : 항상 열정과 상상력이 굉장히 많으신 것 같아요. 부인께 청혼할 때도 그 주체할 수 없는 열정과 상상력이 반영되셨나요?

박원순 : 오래돼서 기억은 잘 안 나지만, 그래도 어쨌든 제가 꼬셨죠. 자기 남편이 이럴 줄 알았으면 결혼했겠어요? 사실 집사람한테는 무한히 큰 죄를 짓고 있어요. 결혼 당시만 해도 제가 사법연수원 다닐 때였거든요. 미래가 보장된, 아주 전도양양한 청년으로 알았겠지요. 그런데 그때 저는 분명히 얘기했습니다. “나는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고 싶다.”라고. 그런데 아마 그 말을 흘려들었던 것 같아요. (하하하 웃음)

김여진 : 마지막으로 젊은이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아무리 사람들이 현실을 이야기하고, 절망을 이야기해도 박원순씨는 희망을 이야기하십니다. 근데 왜 나는 그게 안 될까요? 용기를 낸다는 게 어렵고, 희망을 갖기가 참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밤 자고 나도 까먹지 않을 만한, 단순명쾌하지만 용기를 가질 수 있는 말씀을 부탁드릴게요.

박원순 : 아마 제가 대책 없는 낙관주의자 같아요. 그런데 비관해봐야 뭐합니까? 어차피 마주친 문제이니까 해결하고 넘어가야죠. 회피한다고 다른 대안이 있나요? 그러니까 여러분이 마주친 인생의 많은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해 보시길 바랍니다. 도망가지 마시고요. 많은 경우 실패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실패하더라도 아무것도 안 하고 실패도 안 한 사람보다도 훨씬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습니다. 제가 젊은 시절에 감옥에 간 거 재미로 말씀 드렸지만, 저도 19살 나이에 감옥에 가는 걸 그렇게 즐겁게 생각했겠습니까? 하지만 지나고 보면 저에게 좋은 추억이 될 수도 있다고 믿어요. 그래서 저는 여러분에게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결코 절망하지 말고, 오히려 거기서 불퇴전의 용기와 도전정신을 키우라고 말하고 싶어요.

여러분은 잃어버릴 무슨 대단한 게 있습니까?

뭐가 그렇게 겁이 나세요? 그냥 도전해서 실패한다고 여러분의 인생이 날아갑니까? 감옥 갑니까? 감옥 가도 좋다고 했잖아요. 거기에 또 다른 시작이 있습니다. 두려워하지 마시고 한번 시도해보세요.

청춘들의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마지막에 "여러분은 잃어버릴 무슨 대단한 게 있습니까?" 물으실 때 뒷통수를 “꽝”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참 많이 겁을 먹었구나 되돌아봐졌습니다. 감옥에 갔던 경험을 통해 오히려 어떻게 하면 가난하고 수난당하는 사람들 곁을 지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다는 박원순.... 인생에 그 어떤 좌절도 좋은 경험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낙관성을 지닌 사람...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진정한 성공은 나눔이라고 시종일관 외쳐왔던 사람... 어제 새 서울시장이 되었는데, 그의 험난한 인생 역정에 또 다른 도전이 시작되었네요. 우리 젊은이들은 박원순을 보며 새로운 희망을 꿈꾸어 봅니다. 배우 김여진이 왜 박원순을 응원했는지 절절히 공감이 갔습니다. 우리 사회의 숨은 곳에서 아름다운 가치를 만들어왔던 박원순 새 서울시장, 앞으로는 어떤 아름다운 가치를 창조해갈지 기대 됩니다. 하지만, 김제동이 말처럼 과거 해왔던 것처럼 정말 제대로 하고 있는지 늘 감시하고 요청하는 것도 놓치지 않을 겁니다.

새 서울시장이 되신 것을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청춘들에게 늘 희망을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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