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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실천

문수스님의 죽음, 분신자살과 다른 점

오늘 아침 이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있었으나,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4대강 사업은 생명 살리기 사업”이라며 ‘대한민국 발전의 견인차’가 될 것이라는 말도 그대로였습니다. 6.2 지방선거의 참패 이후, 달라진 국정방향을 예상했지만, 부푼 기대는 어긋나고 말았습니다.

이같은 정부의 4대강 밀어붙이기 사업이 한창인 가운데... 지난 5월 31일 문수스님이 분신하여 죽음에 이르는 일이 일어났고,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을 계기로 그 뜻을 기리는 49재 추모재가 진행되고 있고, 조계사 앞마당에서는 49일 동안 매일저녁 생명평화의 대화마당이 열리고 있습니다.

▲ 문수스님이 지난 5월 31일 남긴 유서.

게다가 방금 전 포털에서 접한 소식에 의하면, 4대강 사업을 반대해 오시던 수경스님이 급기야 조계종단의 승적과 승복을 반납하고 홀연히 잠적한 사태까지 벌어지고야 말았습니다.

안타까운 소식이 계속 전해지고 있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남아공 월드컵 그리스 전 승리를 자축하며 한껏 부푼 기운을 만끽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소리없는 아우성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는 듯합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렸던 어제 저녁... 들뜬 월드컵 열기를 잠시 뒤로 하고, 조계사 앞마당에서 진행된 <생명평화 대화마당>을 찾았습니다. 이미 4대강은 이리저리 파헤쳐져 가고 있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우리의 강을 지키겠노라고,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우리들에게 소중한 말씀들을 들려주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법륜스님, 도법스님 두 분의 선지식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시민들과의 차분한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이 분들의 진심어린 대화에 조용히 귀 기울여 보았습니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이 문제에 무관심했던 제 마음이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렸고, 더 많은 분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고자 대화 내용을 간단히 정리도 해보았습니다.

▲ 조계사에 설치된 문수스님 분향소.

질문 :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이 분신자살과 무엇이 다릅니까?

법륜스님 : 문수스님 소신공양은 언뜻 보면 무섭잖아요. 자기에 대한 질책 같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하고... 근데 시간이 지나면 이것이 "이렇게까지 해야 되느냐" "이렇게까지 4대강 개발이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금까진 내 일 바빠서 관심 안 가졌는데, 이렇게 관심 가져보면 이것은 합당하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아까 말한 대로 국민 여론이 일어나면 놀라서 왕이 바뀌는 일이 일어날 거고, 그렇지 않으면 그대로 갈 거고...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씨앗이 자라 싹을 틔우면 엄청난 곡식이 자라지만, 싹이 안 트면 안자랍니다. 만약 우리가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이 없었다면 이런 자리에 있지도 않았을 겁니다. 무슨 일이길래 그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 도대체 무슨 일일까. 작은 미물이 수억 마리가 죽어도 사람들은 사람이 아니라는 '인상'에 가려서 그 미물의 목숨이 보이지 않죠. 그러니까 보살이 사람의 모습으로 죽음으로 해서 그 사람의 뒤에 있는 미물을 보게 된 겁니다.

문수스님의 죽음은 사람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수많은 미물들의 죽음에 눈뜨라는 것.

저 아우성이 이 문수스님의 모습으로, 그래서 이것으로 끝났으면 한단 말이죠. 이것으로서 문제의 본질을 본단 말입니다. 이제 사람이 죽으니까 같은 생명으로 자각하게 되고, 자각한다면 기적이 일어날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일상사는 사람들에게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은) 하나의 무거운 짐이 되기도 하고. 일상생활 하기도 바쁘죠. 그러나 우리는 존재의 본질, 삶의 문제에 대해 눈 뜨기 시작합니다. 생명의 근본인 물, 공기를 오염시키고, 매니큐어 바르고 명품 핸드백 바르고 이렇게 다니는 게 진짜 잘 사는 건가, 고급 담배 비싼 담배를 피우는 게 잘 사는 건가. 근데 우리는 어떤 것에 중독돼서 고급 담배를 피우면 잘 사는 것 같은 치우침에 있습니다.

우리가 이런 것에서 눈 뜰 수 있는 계기를 준 겁니다. 어떻게 보면 4대강 문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줄 수도 있겠죠. 이것이 그냥 끝나버리면 (문수스님의 죽음이) 그냥 분신자살로 끝날 수도, 우리가 눈 뜨면 그가 보살이 될 수도 있고. 문수스님이 어떤 사람이 되느냐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 더 많이 쓰고 살겠다는 내 삶의 방식이 4대강 문제로 나타난 것일 뿐이라고 이야기하는
    도법스님과 법륜스님 
 
질문 : 지금 상황에서 지혜롭게 4대강 사업을 중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그들도 멈출 수 있지 않을까. 그들에게 명분을 주면서 어떻게 잘 마무리하게 할 수 있을지 지혜로운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법륜 스님 : 쥐가 도망을 가려고 할 때 퇴로를 열어주는 거지, 도망갈 생각을 안 하는 쥐더러 퇴로를 열어 줄 수는 없습니다. 좀 안 맞는 것 같습니다. (웃음)

질문 : 4대강 사업이 이미 30%가 진행이 되어서 되돌리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어떻습니까?

도법스님 : 4대강 사업이라고 하는 문제의 정체가 뭔가. 4대강 사업 문제는 단순히 이명박 대통령이나 현 집권 세력만의 문제일까. 여기 있는 사람 중에, 나는 더 갖고 싶은 생각이 없고, 더 편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있나? 한국을 구성하는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더 많이 갖고 더 많이 쓰고 더 편하게 살겠다는 가치의식과 삶의 방식을 갖고 있고, 이런 방식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그게 4대강 사업 문제로 나타난다고 봅니다.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 이명박씨가 혼자 대통령 되었나? 아니다. 그 분이 대통령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표를 준 겁니다. 그것도 많은 수가 표를 줬습니다. 그 분에게 표를 준 사람들의 생각이 뭘까. 더 많이 갖고 더 많이 쓰고 더 편하게 살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욕구에 부응할 거라고 생각해서 표를 준 겁니다. 그것 때문에 벌여진 일 중 하나가 4대강 사업이라고 봅니다.

법륜스님 : 어떤 사람이 벌을 줘서 열 대를 패기로 했는데 두 대를 패다가 죄 없다고 한다면, 끝까지 열 대를 패는 게 나은가 거기서 멈추는 게 나은가? 또 4대강 사업을 했다가 다시 복구하는 데는 열배 스무 배가 더 들게 됩니다.
 
질문 : 저는 4대강 개발에 대해서 어느 정도 찬성합니다. 왜냐하면 만약에 태풍이 불어서 100명의 사상자를 낸다고 가정을 합시다. 그곳에 어느 정도 손질을 해서 치산치수와 개발을 해서 피해를 없게 한다면 하나의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4대강 사업도 MB측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경청해서 듣고, 잘 믹스해서 재고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법륜스님 : 좋은 생각입니다. 홍수가 나면 사람이 죽고 짐승이 떠내려 갈 수 있습니다. 그것을 어느 정도 댐을 쌓고 제방을 막아서 피해갈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그게 지나쳐서 다시 자연의 변화를 가져와서 우리의 삶을 파괴한다면 하지 말아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홍수에서 100명이 죽는 걸 막기 위해서 한 행동이 1, 2년은 문제가 없다가 나중에 1000명이 죽는 현상이 발생했다면, 앞에 작은 이익을 얻은 것이 실제 이익이 아닙니다.

우리가 자연을 무조건 있는 그대로 보존하자는 게 아닙니다. 지금 4대강 개발은 안 하면 굶어 죽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홍수의 절박함, 주민들의 요구와 성화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몇몇 사람들이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시행한 것입니다. 정부가 홍수를 막는다는 논리를 내세웠는데 우리나라는 강 본줄기에서 홍수 피해가 나는 일이 적습니다. 지류에서 일어납니다. 홍수와도 별로 관계가 없습니다.

4대강 개발비는 어디서 나온 것이냐. 국민 세금에서 나온 것입니다. 다른 곳에 더 필요한 곳도 많고, 설령 국고에 돈이 남아돌면 제3세계 굶어죽는 사람을 위해서 써도 됩니다. 국가의 재정 적자가 엄청나니까 빚 갚는 데 써도 됩니다. 20~30% 진행해서 중단 못 시킨다고 하면, 세종시는 이미 법적으로 끝난 건데도 뒤집었습니다. 4대강 사업은 국민 동의나 법적 절차도 안 거쳤고, 민주적인 절차를 봐도 모순입니다.

▲ 조계사에서 열린 생명평화 대화마당에 모인 100여 명의 시민들 
 
질문 : 우리 불교계도 4대강 사업을 진정으로 저지하길 바란다면 조직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개인은 모래알입니다. 총무원장님 기자회견도 하고, 현수막도 걸고, 중앙신도회도 강연회를 하고 적극적으로 하면 좋겠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도법스님 : 종정 스님, 원로위원, 총무원, 중앙종회, 본사주지, 본말사주지 이렇게 모두 힘을 합치면 아마 상황이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우리 집안이 그렇게 진행이 되었으면 문수 스님도 소신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오늘 저녁 우리가 이렇게 만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웃음)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기대하는 것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까 소신을 하게 되고 우리도 이렇게 만나게 된 것입니다. 현실 상황이 이러니까 이 안에서 해답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이것 밖에 없다는 것이 서글프다면 서글픈 일이지만, 이 정도 밖에 없습니다. 어쩌겠는가. 갖고 있는 능력과 힘이 이 정도인데... 그렇다고 안 할 수는 없습니다. 당연히 해야 합니다. 나는 이게 결코 작은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런 우리들의 문제의식이나 몸짓들이 반드시 불씨가 되고 계속 번지고 더 크게 힘차게 타오르리라 봅니다.

나쁜 생각도 지나치면 안 되지만 잘 될 거라는 생각도 지나치면 현실성을 잃습니다. 이 정도에서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의미 부여를 하고 자부심을 갖읍시다. 이런 모색들이 불씨가 되어 번져서 활활 타오를 것이라는 마음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이 정도면 되지 않는가.

우리가 할 일은 이 불씨를 계속 퍼트리는 것입니다. 타오르는 것은 스스로 됩니다. 내일 저녁도 이런 자리가 마련이 됩니다. 아까 조직된 힘에 대해서 말했는데 우리 조직하자. 오늘부터 조직하는 겁니다. 내일 반드시 왼손으로 다른 한 손을 붙잡고 오자. 그렇게 해서 문수스님 49재 지내는 날 즈음해서는 조계사만이 아니라 이 주위에 인파가 깔릴 수 있도록 확실하게 합시다.

도법스님의 이 말씀에 사회자가 한마디 합니다.

"절대 왼손에 사람을 잡고 오시면 안 된다. 왜냐면 좌파로 몰립니다. 오른손에 잡고 오시라.(웃음)"
 
사회자의 재치에 행사장은 웃음바다로 변했습니다. 사회자의 말대로 대화란 것은 코드나 세계관이 비슷한 사람끼리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끼리 하면서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더 많이 갖고, 더 많이 쓰고, 더 편하게 살자' 라는 내 안의 가치 의식이 구체적인 문제로 나타난 것 중 하나가 4대강 사업이라는 도법스님의 말씀에... 저는 마치 도둑질하다 들킨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정부를 탓하고 욕할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먼저 돌아보고, 함께 대화해 가다 보면 큰 물줄기가 되어, 우리의 아름다운 4대강을 지켜낼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저녁에도 조계사 앞마당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해 법륜스님, 도법스님과 함께 이야기해 보는 대화마당이 열린다고 합니다. 저도 오른손에 친구 손 맞잡고 조계사로 향하렵니다.

* 문수스님 소신공양의 큰 뜻을 기리는 행사들입니다.
   많이들 참석하셔서 힘을 보태었으면 합니다.

* 참가 문의전화 : 010-9966-8994 (담당자)
* 지금 아고라에서 문수스님 소신공양의 큰 뜻을 기리는 <추모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서명 하나 꼭 부탁드립니다 -> 아고라 문수스님 추모서명 바로가기 [클릭]

문수스님의 49재가 끝나는 7월 28일(수)까지 [매일 저녁] 조계사 앞마당에서 아래 행사가 진행됩니다.
-  매일 저녁 7시 _조계사에서 생명살림과 평화를 발원하는 108배 참회 기도
-  매일 저녁 8시 _조계사에서 법륜스님, 도법스님과 함께 하는 [생명 평화 대화 마당]
-  매주 토요일 저녁 7시 _문수스님 천도재


특히 오늘 저녁 8시에는 법륜스님이 대화마당 강연자로 나온다고 하네요... 
   꼭 참석해봐야겠네요. 퇴근 후 조계사 앞마당으로 고고씽... ^^